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
7화. 망가진 마음은 치유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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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이, 평범한 친구였다면 사과를 하러 가는 게 한층 쉬웠을 걸세.
녀석은 방문을 열고 촛불을 켰네. 판때기 위에 엉망이 된 나비가 누워 있는 게 보였네. 에밀이 나비를 복원하려고 애쓴 흔적도 보이더군.

나는 내가 한 짓이라고 고백하면서 어떻게든 설명을 하려고 했네.

그런데 에밀은 길길이 날뛰면서 고함을 지르는 대신 이 사이로 휘파람을 휘익 하고 불고는 한참 동안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말했네.

“그래, 넌 원래 그런 녀석이야.”

순간 나는 하마터면 녀석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을 뻔했어.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네.

그때 난 처음으로 한 번 망가진 것은 결코 복원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네. 
그러고는 나비를 하나씩 꺼내 손가락으로 짓이겨 가루로 만들어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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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전문 읽기 : http://naver.me/xyhncZ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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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
6화. 도둑질과 고백이라는 벌
(교과서 수록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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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을 했다는 감정보다 내가 망가뜨린 이 아름다운 희귀종(공작나비)을 보는 게 훨씬 더 괴로웠네 ... 황혼 녘에야 어머니에게 모든 걸 털어놓을 용기가 생겼네. 어머니가 얼마나 놀라고 슬퍼하실지 짐작이 갔지만, 내가 고백하는 것이 벌을 견디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든 일이라는 걸 어머니는 이해해주실 것만 같았지.

어머니는 단호하게 말씀하셨다네. “에밀에게 가서 직접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야. 그전에는 난 널 용서할 수 없어. 혹시 네 물건 중에서 어떤 걸 그애에게 보상으로 줄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야. 그런 다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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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전문 읽기 : http://naver.me/GcIrze8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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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 
5화. 나비로 만나는 아이들의 세상_교과서 수록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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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그 친구에게 오색나비를 보여주었네.

녀석은 전문가적인 눈으로 감정하더니 희귀성을 인정하고는 이십 페니히 정도의 가격을 매겼네.

에밀은 다른 수집품들도 그렇지만 특히 우표와 나비의 가치를 정확히 돈으로 책정할 줄 아는 걸로 유명했거든.

어쨌든 그렇게 가격을 매기고 나서는 내 나비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네.
오색나비가 잘못 펼쳐져 있다는 거야. 왼쪽 더듬이는 쭉 뻗었는데 오른쪽 더듬이는 굽었다는 거지.

그러더니 또 하나의 결점을 지적하더군. 이번에도 타당한 지적이었어. 녀석 말마따나 내 오색나비는 다리가 두 개 없었으니까.

난 그 정도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헐뜯기 좋아하는 친구 때문에 오색나비에 대한 기쁨은 반감될 수밖에 없었네.

그래서 그날 이후로 그 친구에게는 나비를 더는 보여주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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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전문 읽기 : http://naver.me/GZ7r3d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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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
4화. 아이를 보며 자기 잘못을 떠올린 어른_교과서 수록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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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생기니 이상하게 내가 어릴 때 빠졌던 여러 취미가 되살아나지 뭔가. 심지어 일 년 전부터는 나비 수집도 다시 시작했네."

"참 이상한 일이지"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자네 수집품을 자세히 구경하지 않았다고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게. 나도 어릴 때는 물론 그런 게 하나 있었지. 하지만 아쉽게도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 그 일을 생각하니까 기분이 안 좋아졌네.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한번 들어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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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전문 읽기 : http://naver.me/xSmlbK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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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 
3화. '라파 라파' 나비를 부르는 다양한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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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총칭하는 ‘슈메털링’이라는 말의 울림에는 날개가 둘로 나뉜 존재에 대한 살아 있는 기억이 담겨 있다. 오래된 독일어 단어 ‘츠비슈팔터’와 ‘피팔터’, 그리고 이탈리아어의 ‘파르팔라’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말레이 부족들은 대부분 나비를 ‘쿠푸 쿠푸’ 또는 ‘라파 라파’라 불렀는데 두 이름에서는 팔락거리는 날갯짓이 느껴진다. 

특히 ‘라파 라파’라는 말에는 공작나비 날개 위의 눈 무늬나 토종 나비의 짙은 날개 뒷면에 흰색으로 적힌 알파벳 ‘C’ 자처럼 생동감 넘치는 아름다움과 넘치는 표현력, 무의식적 창조성이 담겨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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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전문 읽기 : http://naver.me/FtX2mEZ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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