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이윤의 분할. 이자율. ‘자연적이자율 

 

본 장의 분석 대상은 이후 고찰할 제반 신용 현상들과 마찬가지로 상세한 연구는 후술한다. 대부자와 차입자 간의 경쟁 및 그 결과로 발생하는 화폐 시장의 단기적 변동은 논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 순환에 따른 이자율의 변동 양상은 산업 순환 자체에 대한 서술을 전제로 하기에 여기서는 다루지 않으며, 세계 시장 수준에서 전개되는 이자율 균등화 경향도 같은 이유로 제외된다. 본 논의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자 낳는 자본이 취하는 독립적인 형태와, 이윤으로부터 이자가 분리되어 자립화되는 과정뿐이다.

 

이자는 이윤의 일부분으로 기능 자본가가 화폐 자본가에게 지불하는 대가이기에, 최대 한도는 총이윤 그 자체가 된다. 이 경우 기능 자본가의 귀속분은 전무하게 된다. 특수한 예외를 제외하면 이자의 실질적 상한은 총이윤에서 감독 임금을 차감한 잔액으로 규정될 수 있다. 반면, 이자의 최소 한도는 가변적이며 특정 지점으로 고정되지 않으나, 다양한 반작용 요인들로 인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게 된다.

 

이자율은 근본적으로 (1) 이윤율과, (2) 그 이윤이 대부자와 차입자 사이에 분할되는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이코노미스트. 1853122].

 

이자가 차입 자본을 매개로 창출한 이윤의 일부인 한, 이자는 필연적으로 이윤의 크기에 규제될 수밖에 없다.’ (매시, 1750: 49)

 

먼저 총이윤과 이자 사이의 분할 비율이 고정되어 있다고 전제하면, 이자의 절대량은 총이윤의 변동, 곧 일반적 이윤율의 추이에 정비례한다. 가령 평균 이윤율이 20%이고 분할 비율이 1/4이라면 이자율은 5%가 되며, 이윤율이 16%로 하락하면 이자율 또한 4%로 산출된다. 설령 이윤율이 20%인 상태에서 이자율이 8%로 상승하더라도, 산업 자본가는 이윤율 16%·이자율 4%인 상황과 동일한 12%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이자율 상승폭이 6%7%에 그친다면 산업 자본가는 이윤의 더 큰 몫 (14% 또는 13%)을 점유하게 된다.

 

이자가 평균 이윤의 고정된 비율을 점유한다고 전제할 때, 일반적 이윤율이 상승할수록 총이윤과 이자 사이의 절대적 차액은 확대되며, 이에 따라 기능 자본가에게 귀속되는 몫도 비례하여 증가한다. 반대로, 이윤율이 하락하면 해당 차액과 기능 자본가의 몫은 축소된다.

 

이자가 총이윤의 1/5 (20%)로 고정된 경우를 전제하면 다음과 같은 상관관계가 성립한다.

 

· 총이윤: 10, 이자 (1/5): 2, 기업가 이윤 (차액): 8

· 총이윤: 20, 이자 (1/5): 4, 기업가 이윤 (차액): 16

· 총이윤: 25, 이자 (1/5): 5, 기업가 이윤 (차액): 20

· 총이윤: 30, 이자 (1/5): 6, 기업가 이윤 (차액): 24

· 총이윤: 35, 이자 (1/5): 7, 기업가 이윤 (차액): 28


이처럼 4%, 5%, 6%, 7% 등 서로 다른 이자율은 각기 다른 이윤율 수준에서 총이윤의 동일한 비율적 점유분을 나타낼 뿐이다. 따라서 이자가 총이윤 내에서 불변의 비중을 유지한다면, 일반적 이윤율의 고저에 따라 산업 이윤 (총이윤과 이자의 차액)의 규모 역시 결정된다.

 

기타의 제반 조건이 불변이며 총이윤과 이자 사이의 분할 비율이 일정하다는 전제하에, 기능 자본가는 자신의 이윤율 수준에 정비례하여 이자를 지불할 의사와 능력을 갖게 된다. 자본주의적 생산의 발달에 따라 이윤율의 일반적 수준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자율이 이윤율의 실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한 국가별 이자율의 고저는 해당국의 산업 발달 수준에 반비례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상관관계가 반드시 필연적인 것은 아님을 향후 논의에서 밝힐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자는 총이윤, 보다 엄밀하게는 일반적 이윤율에 따라 규제되며, 이러한 규제 원리는 이자의 평균 수준을 결정하는 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평균 이윤율은 궁극적으로 이자의 최대 한도를 결정하는 지표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자가 평균 이윤과 관계를 맺는 구체적 양상은 다음과 같다. 이윤이라는 하나의 주어진 총량이 두 부분으로 분할될 때, 우선적인 관건은 분할 대상인 전체의 크기이며, 이는 평균 이윤율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 이윤율, 100의 자본량에 대하여 할당되는 이윤의 크기가 주어지면, 이자의 수준은 차입 자본을 운용하는 기능 자본가에게 귀속되는 잔여 이윤의 크기와 반비례하여 변동한다.

 

이때 분할 대상인 이윤의 총량, 곧 미지불 노동에 기초한 가치 생산물의 크기를 결정하는 제반 사정은 두 자본가 집단 사이의 이윤 분할 비율을 규정하는 사정들과는 본질적으로 상이하다. 나아가 이러한 결정 요인들은 때로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근대 산업이 거치는 국면적 순환, 곧 불황·회복·번영·과잉 생산·파국·침체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고찰하면 이자율의 변동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저금리는 번영기나 고이윤 시기에 나타나는 반면, 이자율의 상승은 번영이 임계점에 도달하여 붕괴하기 직전에 나타난다. 나아가 이자율이 극단적인 고리대 수준의 정점에 도달한 시점은 공황기와 일치한다.

 

실례로 1842년 봄 4.5%였던 이자율은 현저한 번영기에 진입한 1843년 봄과 여름 사이 2%로 하락하였으며, 동년 9월에는 1.5%까지 저하되었다 (길바트, 1849: 166). 그러나 이후 발생한 1847년의 공황기에는 이자율이 8% 이상으로 급등하며 최고조에 달했다.

 

저금리가 경기 침체와 결합하거나, 완만한 이자율의 상승이 경기 회복과 동행하는 현상 또한 확인된다.

 

이자율이 정점에 도달하는 시점은 지불 수단 확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며 화폐를 차입해야 하는 공황기다. 이때 이자율 상승의 반작용으로 유가 증권 가격은 급락한다.

 

따라서 공황기는 가용 화폐 자본을 보유한 이들에게 이자 낳는 증권들을 저가에 매입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증권들은 사태가 진정되고 이자율이 하락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평균 가격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윤율의 변동과 무관하게 이자율이 하락하는 경향도 존재하며, 이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서 기인한다.

 

첫째, ‘자본이 전적으로 생산적 투자 목적으로만 차입된다고 전제하더라도, 이자율은 총 이윤율의 변동 없이 독자적으로 운동한다. 국가의 부가 축적됨에 따라 축적된 재원의 이자 수익만으로 생활하는 금리 생활자 계급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은퇴 후 이자 소득에 의존하는 인구의 증가는 부유한 국가일수록 현저하며, 이들이 소유한 자본이 사회적 생산 자본 총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빈곤한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러한 대부자 계급의 양적 팽창은 자본 공급을 확대하여 이자율 하락을 유도한다.’ (람지, 1846: 201-202)

 

둘째, 신용 제도의 비약적 발달은 이윤율 저하를 가속화한다. 산업가와 상인은 은행 체계를 매개로 사회 전 계급의 화폐적 축적물을 장악하며, 산재한 저축들은 은행을 매개로 대규모 화폐 자본으로 집적된다. 이처럼 집중된 자본이 대부 시장에 공급되면서 이자율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해당 기제에 관한 상세한 분석은 후술될 논의에서 다루기로 한다.

 

람지는 이자율의 결정 기제에 관해 다음과 같이 논증한다.

 

이자율은 선차적으로 총 이윤율에 의존하며, 후차적으로는 총이윤이 자본의 이윤 (이자)과 기업의 이윤 (기업가 이득)으로 분할되는 비율에 따라 규정된다. 이 분할 비율은 자본의 대부자와 차입자 사이의 경쟁 상태에 달려있다.’ (람지, 1846: 206-207)

 

이러한 시장 경쟁은 예상되는 총 이윤율의 영향을 받으나, 결코 그것으로 인해 전적으로 규제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첫째, 생산적 투자 이외의 목적으로 자본을 차입하는 수요가 실재하기 때문이다.

 

둘째, 대부 자본의 총량은 총이윤의 변동과 무관하게 해당 국가의 부의 축적 정도에 따라 독자적으로 변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균 이자율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계산 과정이 요구된다. 우선 주요한 산업 순환의 전 과정에 걸쳐 변동하는 이자율의 산술적 평균을 산출해야 하며, 아울러 자본이 비교적 장기간 대부되는 특정 투자 부문에서의 이자율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한 국가에서 지배적인 평균 이자율은 부단히 변동하는 시장 이윤율과 구별되나, 이를 결정하는 고정된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학계에서 논의되는 자연적 이윤율이나 자연적 임금률과 같은 의미에서의 자연적 이자율이란 성립할 수 없다. 매시 (1750: 46)가 지적했듯,

 

이윤 중 차입자와 대부자의 몫을 배분하는 정당한 비율은 오직 당사자 간의 사회적 합의에 따라서만 결정될 뿐이다.’

 

평균 이윤율이 주어져 있을 때, 수요와 공급의 일치라는 공식은 이자율 결졍에 있어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통상 이 공식은 경쟁으로부터 독립되어 경쟁을 규정하는 기본 법칙이나 그 한계치를 규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한다. 특히 현실의 경쟁 양상이나 그 현상에 매몰된 이들에게는, 비록 피상적일지라도 경쟁의 이면에 존재하는 경제 관계의 내부적 연관성을 파악하게 하는 분석적 준거를 제공한다.

 

수요와 공급의 공식은 경쟁에 따른 변동을 추적하여 그 변동의 한계치에 도달하기 위한 분석 수단이다. 그러나 평균 이자율의 결정 과정은 이와 수준을 달리한다. 평균적인 경쟁 조건이나 대부자와 차입자 사이의 역학 관계가 왜 자본에 대해 3%, 4%, 5%와 같은 특정 이윤을 부여하는지, 또는 총이윤의 20%50%라는 특정한 비율을 할당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객관적 근거가 전무하다. 이처럼 경쟁 자체가 결정적인 동인으로 작용하는 영역에서 결과값은 본래 우연적이며 순전히 임의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우연적 결과를 필연적인 법칙으로 고착시켜 설명하려는 시도는 학문적 독단에 불과하다.

 

은행법 및 상업 공황에 관한 1857-1858년의 의회 보고서에서 드러난 가장 비논리적인 지점은 잉글랜드 은행 이사진, 런던과 지방의 은행업자들, 그리고 전문적인 이론가들이 보인 태도이다. 이들은 대부 자본의 가격은 공급에 따라 변동한다.’거나 고금리와 낮은 이윤율은 영구히 공존할 수 없다.’는 식의 지극히 원론적 명제만을 반복하며, 정작 현실에서 나타난 이자율의 구체적 기제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분석을 제시하지 못한 채 공허한 담론만을 양산하였다.

 

관습과 법률적 전통은 경쟁 기제와 마찬가지로, 평균 이자율이 현실적 수치로 확립되는 과정에 깊이 개입한다. 특히 이자는 각종 법률적 소송 사건에서 사전에 전제되어야 할 지표로 기능한다. 평균 이자율의 한계를 일반 법칙으로부터 도출할 수 없는 근거는 이자의 본질적 성격에 있다.

 

이자는 평균 이윤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동일한 자본이 대부자에게는 대부 자본으로, 기능 자본가에게는 산업 또는 상업 자본이라는 이중적 자격으로 나타날 뿐이다. 자본은 실질적으로 단 한 번 기능하며 단일한 이윤을 창출한다. 생산 과정 내에서 자본은 대부 자본으로의 성격을 띠지 않는다. 따라서 이 이윤에 대한 청구권을 가진 두 당사자 간의 분배 방식은 합명 회사의 수익 배분과 마찬가지로 순전히 기술적이며 실무적인, 임의적인 영역에 속한다.

 

잉여 가치가 임금과 분할되어 이윤율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노동력과 자본이라는 본질적으로 상이한 두 요소가 개입하여 상호 간의 한계를 설정한다. 이는 노동력과 자본의 질적 구별에서 비롯된 가치 생산물의 양적 분할이다. 잉여 가치가 지대와 이윤으로 분할되는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논리가 적용된다. 그러나 이자의 경우 이러한 질적 대립은 전제되지 않는다. 도리어 동일한 잉여 가치가 순전히 양적으로 분할되는 과정으로부터 질적인 구별이 파생되는 역전된 양상을 띤다.

 

이상의 논의로부터 자연적이자율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 이윤율과 달리 평균 이자율 (또는 중간 이자율)은 일반 법칙만으로 그 한계가 확정될 수 없는데, 이는 이자율의 결정이 서로 다른 자격으로 자본을 점유하는 두 주체 사이의 총이윤 분할 문제에 귀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자율은, 그것이 평균적 수준이든 개별 시점의 시장 이자율이든, 일반적 이윤율과는 판이하게 언제나 하나의 균일하고 명확한 수치로 표출된다.

 

이자율과 이윤율의 상관관계는 상품의 시장 가격과 가치 사이의 관계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 이자율이 이윤율에 따라 규정되는 한, 이는 개별 자본가의 초과 이윤이나 특정 산업 분야의 특수한 이윤율이 아닌, 언제나 일반적 이윤율을 매개로 한다. 따라서 일반적 이윤율은 비록 불완전하고 간접적인 형태일지라도, 평균 이자율이라는 실증적 수치로부터 객관적 실재로 부상한다.

 

물론 개별 거래에서의 이자율은 차입자의 담보 수준이나 대부 기간의 장단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특정 담보 조건과 대부 기간이 설정된 상황에서의 이자율은 주어진 시점에 단일한 수치로 수렴한다. 이러한 개별적 변동성은 이자율이 지닌 고정적이고 균일한 성격, 곧 시장에서 명확한 크기로 나타나는 특성을 본질적으로 훼손하지 않는다.

 

평균 이자율은 어느 국가에서나 비교적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찰할 때 불변의 크기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개별 산업 분야의 특수한 이윤율이 끊임없이 변동함에도, 부문 간의 변동이 상호 상쇄되면서 일반적 이윤율 자체가 장기에 걸쳐서만 완만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반적 이윤율의 상대적 안전성은 평균적 또는 통상적 이자율이 지니는 대체로 불변적인 성격에 그대로 나타난다.

 

끊임없이 변동하는 시장 이자율은 상품의 시장 가격과 마찬가지로 특정 시점에는 고정된 수치로 나타난다. 이는 화폐 시장에서 대부 가용 자본 총량이 기능 자본과 대립하며, 대부 자본의 공급과 수요 사이의 상관관계가 당대의 시장 이자율을 즉각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 제도의 발달과 자본의 집중이 심화될수록 대부 자본은 더욱 강력한 사회적 성격을 띠게 되며, 화폐 시장에 대규모로 동시 유입됨에 따라 이러한 결정 기제는 한층 명확해진다.

 

반면, 일반적 이윤율은 개별 산업 분야 간 이윤율 균등화 운동이라는 하나의 경향성으로만 존재한다.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은 이윤이 평균 이하인 부문에서 자본을 점진적으로 철수시켜 평균 이상의 부문에 투입하거나, 추가 자본의 배분 비율을 재편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일반적 이윤율은 각 부문에 대한 자본의 유입과 유출이라는 끊임없는 변동 과정일 뿐, 이자율 결정에서와 같이 대부 자본 총량이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동시에 작용하는 집단적 기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자 낳는 자본은 일반 상품과는 본질적으로 수준을 달리하는 범주이나, 시장 내에서는 특수한 상품의 형태를 띤다. 이자는 이 특수 상품의 가격으로, 여타 상품의 시장 가격과 마찬가지로 매 순간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확정된다. 따라서 이자율은 부단히 변동함에도, 특정 시점에는 고정되고 균일한 수치로 관측된다. 이때 화폐 자본가는 대부 자본이라는 상품의 공급자로, 기능 자본가는 수요자로 대립한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이자율의 확정 기제는 일반적 이윤율의 형성을 이끄는 균등화 과정과는 구별된다. 특정 분야의 상품 가격이 생산 가격으로부터 이탈할 경우, 균등화는 자본의 유입과 유출에 따른 생산 규모의 재편, 곧 시장 공급량의 증감을 거쳐 수행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상품의 평균 시장 가격이 생산 가격으로 수렴되면서 특수 이윤율과 일반 이윤율 사이의 격차는 소멸한다. 이 과정에서는 산업 자본이나 상업 자본은 이자 낳는 자본처럼 구매자에게 상품으로 직접 제시되지 않는다. , 평균 이윤율은 시장 가격의 변동과 생산 가격으로의 균등화 과정 속에서 간접적으로 구현될 뿐, 직접적인 수치로 확정되어 나타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일반적 이윤율을 결정하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총자본이 창출하는 잉여 가치의 총량이다.

 

둘째, 총자본 가치에 대한 해당 잉여 가치의 비율이다.

 

셋째, 각 생산 분야에 투입된 자본들이 자본 규모에 비례하여 잉여 가치를 균등하게 배분받으려는 경쟁 기제다.

 

결론적으로 일반적 이윤율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매개 없이 결정되는 시장 이자율에 비해 훨씬 복잡한 경로를 거쳐 형성된다. 따라서 이자율과 달리 일반적 이윤율은 용이하게 파악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 각 생산 분야의 특수한 이윤율은 본래 불확정적이며 현실에서는 균일성보다 차별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일반적 이윤율은 오직 이윤의 최저 한도로만 암시될 뿐, 가시적으로 직접 확인되는 구체적 형태로 표출되지 않는다.

 

이자율과 이윤율의 차별성을 강조함에 있어, 지금까지 이자율 확정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두 가지 핵심 사정은 배제되어 있었다.

 

첫째, 이자 낳는 자본은 역사적으로 여타 자본 형태보다 선행하여 존재해 왔으며,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계승된 일반적 이자율이 기성사실로 실재한다는 점이다.

 

둘째, 세계 시장이 특정 국가의 생산 조건과는 독립적으로 이자율 확정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력은 이윤율에 미치는 영향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점이다.

 

평균 이윤은 직접적으로 주어진 통계가 아니라, 상충하는 경향들이 균등화 과정을 거쳐 도달하게 되는 최종적 결과물에 불과하다. 반면, 이자율은 특정 지역 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수치로 매일 확정되며, 산업 및 상업 자본의 운영 계산에서 필수적인 전제이자 비용 요소로 기능한다. 자본 1002%, 3%, 4%, 5%의 수익을 낳는다는 명제는 화폐액이 지닌 보편적 속성으로 간주된다. 증권 거래소의 보고서는 일기 예보가 기압이나 기온을 표시하는 것보다 훨씬 정밀하게 화폐 시장 내 대부 자본 일반에 적용되는 이자율의 상태를 명시하고 있다.

 

화폐 시장의 주체는 대부자와 차입자라는 이항 대립으로 수렴하며, 모든 상품은 화폐라는 단일한 형태로 수렴한다. 이 과정에서 자본이 특정 생산 및 유통 분야에 투하되면서 획득했던 구체적이고 특수한 형태들은 소멸한다. 자본은 오직 독립된 가치 표현물인 화폐로, 무차별적이고 동질적인 형태로 실재할 뿐이다.

 

따라서 개별 산업 분야 간의 특수한 경쟁 양상은 화폐 시장에서 소거된다. 모든 경제 부문은 화폐 차입자라는 단일한 범주로 통합되어 화폐 자본과 대면하며, 자본 역시 차입 주체의 구체적인 자본 운용 방식이나 특수한 사용처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자본 일반으로 기능한다.

 

화폐 시장에서 자본은 수요와 공급 양 측면 모두에서 현실적인 계급의 공동 자본으로 부상한다. 그런데 산업 자본이 개별 분야 간의 운동과 경쟁을 매개로 하여서만 공동 자본으로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화폐 시장의 화폐 자본은 구체적인 사용 방식과 무관하게, 각 생산 부문의 필요에 따라 자본가 계급 사이에 배분되는 보편적 요소의 형태를 취한다.

 

나아가 대공업의 비약적 발달에 따라 화폐 자본은 더 이상 개별 자본가의 파편화된 소유물로 시장에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현실적 생산 공정과 분리된 채, 은행업자의 통제하에 놓인 고도로 집중되고 조직된 집합체로 사회적 자본을 대표한다. 결과적으로 수요 측면에서는 자본가 계급 전체가 대부 자본과 대면하며, 공급 측면에서는 자본이 거대한 단일 대부 자본의 총체로 현시된다.

 

이상은 확정적인 이윤율과 대비하여 일반적인 이윤율이 모호한 양상을 띠게 되는 주요한 원인들이다. 이자율은 부단히 변동함에도, 차입자에게는 언제나 고정된 기정사실로 작용한다. 이는 이자율의 변동이 모든 차입자에게 균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화폐 가치 자체가 변동하더라도 모든 상품에 대해 동일한 척도로 기능하는 것, 또는 상품의 시장 가격이 매일 변동할지라도 당일의 시장 보고서에 확정된 수치로 기록될 수 있는 것과 일치한다.

 

이처럼 이자율은 화폐의 가격으로 규칙적으로 공표되고 기록된다. 화폐 형태를 취한 자본 자체가 하나의 상품으로 공급되기에, 그 가격의 확정 방식 또한 여타 상품과 마찬가지로 시장 가격의 결정 원리를 따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자율은 특정 화폐량에 대한 구체적 비율로, 언제나 양적으로 규정된 일반적 이자율의 형태로 명확히 현시된다.

 

반면, 이윤율은 동일한 산업 분야 내에서도 개별 자본의 생산 조건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상품의 시장 가격이 동일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개별 자본의 이윤율을 결정하는 본질적 요인은 시장 가격 그 자체가 아니라, 시장 가격과 비용 가격 사이의 편차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분산된 개별 이윤율들은 선차적으로 동일 분야 내부에서, 후차적으로는 서로 다른 산업 분야 간의 끊임없는 이동과 변동 과정을 거쳐서만 비로소 균등화될 수 있다.


 

 신용의 특수한 형태에 관한 고찰에 따르면, 화폐가 구매 수단이 아닌 지불 수단으로 기능할 때 상품의 양도와 가치 실현 사이에는 시차가 발생한다.

 

첫째, 상품이 재판매된 이후에 비로소 지불이 완료되는 구조 내에서는 구매가 판매를 선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판매 행위로부터 구매가 사후적으로 실현된다. , 판매가 구매를 완결 짓는 수단적 지위를 갖게 된다.

 

둘째, 채무 증서나 어음 등이 채권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불 수단으로 활용된다.

 

셋째, 이러한 채무 증서들 간의 상쇄 기제가 화폐의 기능을 대체하며 유통을 매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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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이윤이 이자와 기업가 이득으로 분할이자 낳는 자본

 

75. 이자 낳는 자본

 

일반적 또는 평균 이윤율이 제2편에서 처음 고찰되었을 당시그것은 아직 완성된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이윤율의 균등화가 서로 다른 생산 부문에 투하된 산업 자본 사이의 평준화 과정으로만 서술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제4편에서 상업 자본의 참여와 상업 이윤이 논의되면서 이러한 한계가 보완되었고결과적으로 일반적 이윤율과 평균 이윤은 보다 엄밀하게 규정되었다따라서 향후 분석에서 언급되는 일반적 이윤율이나 평균 이윤은 산업 자본과 상업 자본 모두를 포괄하는 완성된 형태의 평균율을 의미한다.

 

자본이 생산 부문의 산업 자본으로 투하되든 유통 부문의 상업 자본으로 투하되든자본은 그 규모에 비례하여 동일한 연간 평균 이윤을 획득하므로이 단계에서는 산업 이윤과 상업 이윤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 아래에서 화폐곧 상품이나 화폐의 형태로 존재하는 가치액은 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이러한 전환을 매개로 화폐는 고정적 가치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를 증식시키는 가치로 변모하며 이윤을 창출한다화폐는 자본가로 하여금 노동자로부터 미지불 노동잉여 생산물잉여 가치를 착취 및 사유화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 된다이로 인해 화폐는 본연의 사용 가치 외에 자본으로 기능한다는 추가적인 사용 가치를 획득하며이때의 사용 가치는 곧 화폐가 자본으로 전환되어 생산하는 이윤 그 자체에 있다이처럼 이윤을 생산하는 잠재적 자본으로의 속성을 가지면서화폐는 특수한 종류의 상품곧 자본 그 자체가 상품이 되는 지위에 있게 된다.

 

연간 평균 이윤율이 20%라고 전제할 때, 100의 가치를 지닌 기계를 평균적인 조건에서 자본으로 운용한다면 20의 이윤이 창출된다따라서 100의 화폐를 처분할 수 있는 주체는 이를 120으로 증식시킬 수 있는 잠재적 자본을 보유한 셈이다이 자본가가 100의 가치를 타인에게 대여하여 실제로 자본으로 기능하게 된다면,

 

차입자는 아무런 등가 지불 없이 20의 이윤곧 잉여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권능을 이전받게 된다이때 차입자가 연말에 생산된 이윤 중 일부인 5를 자본 소유자에게 지급한다면이는 100이라는 자본의 사용 가치곧 이윤을 창출하는 기능에 대한 대가가 된다이처럼 이윤 중 기능 자본가가 점유하지 않고 자본 소유자에게 귀속시키는 부분을 이자라 하며이는 곧 자본 소유권에 근거하여 지불되는 이윤의 특수한 명칭이다. 100의 가치를 소유한 주체에게 자본이 창출하는 이윤의 일부분인 이자를 수취할 권능이 부여됨은 명백하다소유자가 이 100을 타인에게 대여하지 않는다면차입자는 이윤을 창출하거나 해당 가치를 매개로 자본가로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길바트와 같이 자연적 정의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주 55). 생산 당사자 간 거래의 공정성은 해당 거래가 특정 생산 관계로부터 도출되는 필연적 결과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거래의 법률적 형태곧 당사자들의 자발적 의지나 국가가 강제하는 계약의 형식은 경제적 거래를 표현하는 외피에 불과할 뿐거래의 실질적 내용을 규정하지 못한다.

 

거래의 내용이 당대 생산 양식에 부합하면 공정한 것이며그와 모순되면 불공정한 것이 된다따라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 하에서 노예를 부리는 것이나 상품의 품질을 기만하는 행위는 해당 체제의 원리와 배치되기에 부공정한 것으로 간주된다.

 

100의 가치가 20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그것이 산업 자본이든 상업 자본이든 자본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이러한 자본 기능의 필수적 전제는 화폐가 자본으로 지출되어야 한다는 점이며이는 산업 자본의 경우 또는 생산 수단의 구매로상업 자본의 경우 상품의 구매로 나타난다그러나 지출 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화폐의 현존이 요구된다.

 

소유자 A가 해당 화폐를 개인적으로 소비하거나 퇴장 화폐로 보유한다면기능 자본가 B는 이를 자본으로 운용할 수 없다. B가 지출하는 자본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A의 소유이므로, A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 없이는 지출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결과적으로 100을 최초의 자본으로 투입하는 주체는 A이며, B의 자본가적 기능은 A가 해당 화폐를 자본으로 지출하고 그 운용권을 B에게 양도하면서 비로소 실현된다.

 

이자 낳는 자본의 독특한 유통 과정을 먼저 고찰한 후자본이 상품으로 완전히 양도되지 않고 대부되는 특수한 판매 방식을 분석해야 한다.

 

분석의 출발점은 A가 B에게 화폐를 대부하는 행위다이 대부는 담보의 유무와 상관없이 성립하나상품이나 유가 증권 이외의 물적 담보를 설정하는 방식은 보다 고전적인 형태에 속한다여기서는 이러한 특수 형태를 제외한 일반적인 이자 낳는 자본의 형식을 다룬다.

 

B의 수중으로 이전된 화폐는 현실적인 자본으로 전환되어 M-C-M´의 순환 과정을 거친다이후 이 화폐는 다시 A에게 M´, 곧 M+ΔM (ΔM은 이자를 의미함)의 형태로 복귀한다분석을 위해 자본이 B의 수중에 장기간 체류하며 이자가 정기적으로 분할 지급되는 경우는 당분간 논외로 한다.

 

이자 낳는 자본의 운동 형식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M-M-C-M-M´

 

이 과정에서 특징적으로 중복되어 나타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화폐가 자본으로 지출되는 단계

 

(2) 증식된 자본 (M´ 또는 M+ΔM)으로 화폐가 환류되는 단계

 

상업 자본의 운동식인 M-C-M´에서는 동일한 상품의 소유권이 두 번 이상 이전되며상인 간의 거래가 개입될 경우 그 횟수는 더욱 늘어난다그러나 이러한 상품의 위치 변화는 최종 소비 단계에 이르기까지 몇 차례 반복되더라도본질적으로는 해당 상품의 형태 변화곧 개별적인 구매와 판매 행위를 나타낼 뿐이다.

 

한편상품 유통의 기본 형식인 C-M-C에서는 동일한 화폐의 위치 변화가 두 번 발생하며이는 상품이 먼저 화폐로 전환된 후 다시 다른 상품으로 변모하는 완전한 형태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이와 대조적으로이자 낳는 자본에서 나타나는 화폐 M의 첫 번째 위치 변화는 상품 형태 변화나 자본 재생산의 계기에 해당하지 않는다화폐의 이동이 그러한 경제적 계기로 의미를 갖는 시점은기능 자본가 B가 수취한 화폐를 자본으로 지출하여 상업을 경영하거나 생산 자본으로 전환할 때분이다따라서 A로부터 B에게로 향하는 M의 초기 위치 변화는일정한 법률적 형식과 규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자본의 단순한 이전 또는 양도에 불과하다.

 

자본으로의 화폐가 두 번 지출되는 과정 (그 첫 번째는 A로부터 B로의 단순한 이전이다)에 대응하여화폐의 환류 또한 이중적으로 발생한다화폐는 우선적으로 운동 과정을 마치고 M´ 또는 M+ΔM의 형태로 기능 자본가 B에게 환류한다이후 B는 실현된 자본 가치에 이윤의 일부인 이자 (ΔM)를 더하여 이를 다시 A에게 인도한다이때 ΔM은 전체 이윤이 아닌 그 일부인 이자에 국한된다. B에게 화폐가 환류하는 것은 소유의 화폐를 기능 자본으로 지출한 결과이며따라서 환류의 완결을 위해서는 B가 이를 소유주인 A에게 반환해야 한다.

 

나아가 B는 원금뿐만 아니라 자본 운용을 매개로 획득한 이윤의 일부를 이자 명목으로 지불해야 한다이는 A가 B에게 화폐를 제공한 본질적 목적이해당 가치가 운동 과정에서 스스로를 보존할 뿐만 아니라 소유자를 위해 잉여 가치를 창출하는 자본으로 기능하게 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화폐는 자본으로 기능하는 동안에만 B의 수중에 머물며정해진 기한에 환류하면서 자본으로의 기능적 임무를 종료한다따라서 기능이 종료된 자본인 화폐는 법률상 소유주인 A에게 복귀되어야 한다결과적으로 A는 이자를 수취하는 대부 자본가의 지위를, B는 이윤을 획득하는 산업 또는 상업 자본가의 지위를 점하게 된다.

 

자본이 상품으로 등장한다는 사실곧 자본으로의 화폐가 상품이 된다는 점으로부터 이 상품 (상품으로의 자본)에 고유한 대부라는 형식에 유래한다이러한 대부 형식은 일반적인 거래의 판매’ 형식을 대신하여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구별이 요구된다.

 

권 제1장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자본은 유통 과정에서 상품 자본과 화폐 자본의 형태로 기능한다그러나 이 두 형태에서의 자본은 유통의 특정 단계에 있는 자본일 뿐그 자체가 상품으로의 자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생산 자본이 상품 자본으로 전환되면이는 즉시 시장에 출하되어 상품으로 판매되어야 한다이 단계에서 상품 자본은 단순히 상품으로 기능하며자본가는 판매자의 지위를구매자는 구매자의 지위를 가질 뿐이다상품 형태의 생산물은 판매를 매개로 유통 과정에서 가치를 실현하고화폐 형태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때 상품이 소비자의 생활 수단으로 구매되든 자본가의 생산 수단으로 구매되든그 용도는 유통 행위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유통 과정 내에서 상품 자본은 본질적으로 상품으로 기능할 뿐 자본 그 자체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이를 단순한 상품과 구별하여 상품 자본이라 칭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해당 상품은 이미 잉여 가치를 포함하고 있으며따라서 가치 실현 과정이 곧 잉여 가치의 실현 과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러한 속성이 상품 자본이 일정한 가격을 지닌 생산물곧 상품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2) 상품 자본이 상품으로 기능하는 것은 자본 재생산 과정의 한 국면을 형성한다상품으로의 운동은 자본으로의 총 운동에 포함된 부분 운동이다상품의 운동이 자본의 운동으로 규정되는 것은 판매 행위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해당 판매가 자본의 자격으로 수행되는 전체 순환 과정과 유기적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화폐 자본으로의 자본 또한 현실적으로는 단순히 화폐곧 상품 (생산 요소)의 구매 수단으로 작용할 뿐이다이 화폐가 화폐 자본이라는 자본의 한 형태로 규정되는 것은 화폐로 수행하는 개별적인 구매 행위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해당 행위가 자본의 총 운동과 유기적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화폐로 수행하는 이 구매 행위가 자본주의적 생산 과정을 개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에 화폐 자본으로의 성격을 획득한다.

 

재생산 과정에서 상품 자본과 화폐 자본이 현실적으로 기능하는 한전자는 오로지 상품으로후자는 오로지 화폐로 작용한다형태 변화의 개별 국면들을 분리하여 고찰할 때자본가는 구매자에게 상품을 자본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며생산 수단의 판매자에게 화폐를 자본으로 이전하는 것도 아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본가는 상품을 단순한 상품으로 판매하고화폐를 단순한 화폐이자 상품의 구매 수단으로 지출할 뿐이다다만 자본가 개인의 관점에서만 그 상품과 화폐가 자본을 대표하는 것으로 간주될 따름이다.

 

유통 과정에서 자본이 자본으로의 성격을 획득하는 것은 오로지 전체 순환 과정과의 유기적 연관 속에서만 실현되며이는 출발점이 곧 복귀점으로 나타나는 구도곧 화폐 자본의 순환 M-M´ 또는 상품 자본의 순환 C-C´의 관계에서 구체화된다. (반면 생산 과정에서 자본이 자본으로 등장하는 근거는 노동의 자본에 대한 실질적 종속과 그에 따른 잉여 가치의 생산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복귀점에 이르면 중간의 매개 과정은 사상되고결과물인 M´ 또는 M+ΔM만이 남게 된다이때 은 그것이 화폐 형태든 상품이나 생산 요소의 형태든 관계없이최초에 투하된 화폐액과 이를 초과하여 실현된 잉여 가치의 합산으로 나타난다.

 

자본이 가치 증식을 실현한 복귀점에 도달하여 정지해 있는 한그것은 유통 과정에 진입한 상태가 아니라 유통에서 이탈한 전체 과정의 결과물로 간주된다이 실현된 자본이 재차 지출될 때도 제3자에게 자본으로 양도되는 것이 아니라단순한 상품으로 판매되거나 상품 구매를 위한 단순한 화폐로 지불될 뿐이다.

 

자본은 유통 과정 내에서 결코 자본 자체로 현현하지 않으며 오직 상품이나 화폐의 형태로만 나타나는데이것이 타자와의 관계에서 자본이 취하는 유일한 존재 방식이다유통되는 상품과 화폐가 자본으로 규정되는 근거는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현실적 교환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주관적으로는 자본가 자신에 대해 가지는 관념적 관계에 기인하며객관적으로는 해당 가치물들이 재생산 과정의 필수적 요소라는 사실에 근거한다자본이 현실적으로 운동하는 자본으로 실재하는 영역은 유통 과정이 아니라노동력의 착취가 이루어지는 생산 과정뿐이다.

 

그런데 이자 낳는 자본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며바로 이 점이 해당 자본의 특수성을 규정한다화폐를 이자 낳는 자본으로 가치 증식시키려는 화폐 소유자는 그 화폐를 타인에게 양도하여 유통에 투입하면서그것을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기능하는 자본이라는 상품으로 전환한다이때 화폐는 이전되는 순간부터 이미 자본으로의 성격을 지닌다잉여 가치나 이윤을 창출하는 사용 가치를 내포한 가치물로운동 과정에서 스스로를 보존하고 기능을 완수한 후에는 최초의 지출자인 화폐 소유자에게 복귀할 것을 전제로 이전된다다시 말해해당 가치는 소유자의 손을 영구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 소유권으로부터 기능 자본가의 점유로 일시적으로 옮겨갈 뿐이다따라서 이는 단순한 매매나 지불이 아닌 대부의 형식을 취하게 된다요컨 이자 낳는 자본은 첫째일정 기간 후 출발점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조건과 둘째잉여 가치를 생산하는 자본 특유의 사용 가치를 실현한 뒤 증식된 자본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조건하에서만 양도되는 것이다.

 

자본으로 대부되는 상품은 그 속성에 따라 고정 자본 또는 유동 자본의 형식을 취한다화폐는 두 형태 모두로 대부될 수 있는데예컨대 화폐가 연금 형태로 상환되어 이자와 함께 원금의 일부가 지속적으로 환류한다면 이는 고정 자본으로 대부된 경우에 해당한다.

 

가옥선박기계 등과 같은 특정 상품들은 그 사용 가치의 물리적 성질상 오직 고정 자본의 형태로만 대부될 수 있다그러나 모든 대부 자본은 그 구체적 형태나 상환 방식의 차이에도 본질적으로 화폐 자본의 특수한 표현 형태에 불과하다대부의 대상은 언제나 확정된 화폐액이며이 가치액을 기초로 이자가 산출되기 때문이다.

 

대부 대상이 화폐나 유동 자본이 아닐 경우그것은 고정 자본의 가치 회수 방식에 따라 상환된다대부자는 주기적으로 이자와 더불어 고정 자본의 마멸분에 해당하는 가치액을 수취하며대부 기한이 종료되면 소비되지 않은 잔여 부분은 현물 형태로 복귀한다 (가옥의 임대). 반면대부 자본이 유동 자본의 성격을 띤다면이는 유동 자본 특유의 일반적인 환류 방식에 따라 대부자에게 일시에 복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본의 환류 방식은 자본이 재생산되는 현실적 순환 운동과 개별 자본의 특수한 성격에 따라 규정된다다만 대부 자본의 경우자본의 양도 곧 선대가 대부의 형식을 취하므로그 환류는 상환의 형태를 띠게 된다.

 

본 장에서는 순수한 화폐 자본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상품 형태를 비롯한 여타의 대부 자본은 화폐 자본의 대부 원리로부터 충분히 추론되기 때문이다.

 

대부된 자본은 이중의 환류 과정을 거친다우선 재생산 과정의 결과로 기능 자본가에게 우선적으로 환류하며이후 화폐 자본가인 대부자에게 다시 이전되면서 진정한 소유자에 대한 상환이자 법률적 출발점으로의 최종적 복귀가 이루어진다이 과정은 M-M-C-M´-M´의 운동식으로 정식화된다.

 

현실의 유통 과정에서 자본은 항시 상품 또는 화폐의 형태로 현현하며자본의 운동은 일련의 구매와 판매 행위곧 상품의 형태 변화 과정으로 구체화된다그러나 재생산 과정 전체를 포괄적으로 고찰할 때 양상은 달라진다.

 

화폐에서 출발할 경우투하된 일정 가치액은 특정 기간이 경과한 후 증식분과 함께 복귀한다상품에서 출발하는 경우 역시 상품 가치를 화폐적 표현으로 간주하므로이와 동일한 논리가 적용된다결과적으로 대부된 화폐액은 일정한 순환 운동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를 보존하고 증식시킨 뒤잉여 가치가 부가된 상태로 환류하게 된다.

 

그런데 자본으로 대부되는 화폐는 스스로를 보존하고 증식시키는 가치액으로 이전되며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증식분과 함께 환류하여 동일한 과정을 반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이 화폐액은 일반적인 유통 수단처럼 단순한 화폐나 상품으로 지출되는 것이 아니다화폐의 형태로 대부될 때 상품과 교환되는 것이 아니며상품의 형태로 대부될 때 역시 화폐를 대가로 판매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자본’ 그 자체로 양도된다자본주의적 생산 과정을 하나의 총체로 파악할 때자본은 스스로 화폐를 낳는 화폐 (M-M´)라는 자기 관계적 성격을 띠게 된다대부 자본의 경우 이러한 가치 증식의 힘이 매개적 중간 운동 없이 화폐 고유의 속성이자 능력인 것처럼 내재화되어 나타나며화폐가 화폐 자본으로 대부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증식 능력 때문이다.

 

프루동은 화폐 자본의 기능과 관련하여 기묘한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바스티아와 프루동무료 신용바스티아와 프루동의 논쟁, 1850). (CW 32: 529-530; CW 29: 219-221) 프루동에 따르면 대부는 판매의 형식을 띠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덕적 결함을 지닌다이자를 수취하는 대부 행위는 판매 대상에 대한 소유권을 종국적으로 포기하지 않으면서도동일한 물건을 반복해서 판매하여 그 가격을 지속적으로 취득하는 기만적인 능력’ (9)이라는 것이다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대부 자본이 생산적 기여 없이 부를 축적하는 부당한 권능이라고 비판하였다.

 

대부의 대상인 화폐나 가옥 등은 일반적인 매매와 달리 소유권의 영구적 이전을 수반하지 않는다프루동이 간과한 지점은 화폐가 이자 낳는 자본으로 양도될 때그에 대응하는 즉각적인 등가가 지불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통상적인 매매 행위에서는 교환 과정이 일어날 때 대상물의 소유권이 이전되지만가치 그 자체가 소멸하거나 완전히 인도되는 것은 아니다.

 

판매의 경우 상품의 소유권은 넘겨지나 그 가치는 화폐나 어음지불 청구권 등 다른 형태로 판매자에게 복귀한다구매 역시 화폐가 인도되지만그 가치는 상품이라는 구체적 형태로 대체될 뿐이다따라서 산업 자본가는 잉여 가치를 제외한 재생산 과정 전체를 거치며 동일한 양의 가치를 수중에 보유하며단지 그 가치가 취하는 형태만을 변화시킬 따름이다.

 

물품의 교환이 진행되는 한가치의 총량에는 변동이 발생하지 않으며 자본가는 본래의 가치를 동일하게 유지한다자본가가 잉여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에서는 교환이 개입하지 않으며교환이 이루어지는 시점에 잉여 가치는 이미 상품 내에 체화되어 있다개별적 교환 행위가 아닌 자본의 총 순환 과정인 M-C-M´을 고찰하면투하된 일정 가치액에 잉여 가치 (또는 이윤)가 부가되어 유통 영역으로부터 끊임없이 회수되는 양상을 띠게 된다단순한 교환 행위만으로는 이러한 증식의 매개 과정이 포착되지 않는다대부 화폐 자본가가 수취하는 이자는 바로 M이 자본으로 겪는 이러한 순환 과정에 근거하며그 과정의 결과로 도출되는 것이다.

 

프루동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자 제조업자가 상품 가치만큼의 등가물만을 수취하는 것과 달리대부 자본가는 원금을 온전히 돌려받으면서도 투하 가치를 초과하는 이자를 획득한다.’ (69)

 

여기서 모자 제조업자는 대부 자본가와 대비되는 생산적 자본가 (산업·상업 자본가)를 대표한다그러나 프루동은 생산적 자본가가 상품을 가치대로 판매하면서도 어떻게 투하 자본을 초과하는 이윤을 얻는지에 대한 근본적 비밀을 해명하지 못했다.

 

가령 모자 100개의 생산 가격 (또는 가치)이 115이고이윤율이 15%라고 전제하자모자 제조업자는 생산 비용으로 100을 지출하고 상품을 가치인 115에 판매하면서 15의 이윤을 실현한다그는 자기 자본을 운용했다면 15의 이윤을 전액 독점하겠지만자본을 차입했다면 이 중 5를 이자로 지불해야 할 것이다이러한 이자 지불은 상품의 가치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이미 상품 속에 구현된 잉여 가치가 자본가들 사이에서 분배되는 방식만을 결정할 뿐이다따라서 자본에 대한 이자가 임금에 추가되어 상품 가격을 구성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자신의 생산물을 구매할 수 없다는 프루동의 주장은 경제적 논거가 희박하다.

 

상업의 영역에서 자본에 대한 이자가 노동자의 임금에 추가되어 상품 가격을 형성하는 한노동자가 자신이 생산한 결과물을 스스로 되사는 것은 무망하다따라서 이자가 생활 조건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는 원칙은 그 자체로 모순을 내포한다.’ (105)

 

상품의 가치는 이자 지불 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프루동은 자본 일반의 운동을 이자 낳는 자본의 특수한 운동에 매몰시켜 파악하면서 자본의 본질을 오해하고 있다.

 

화폐 자본이 교환 시마다 이자를 수반하여 출발점으로 복귀하므로대부가 항구적 이윤의 원천이 된다.’ (154)

 

그의 서술은자본의 총체적 순환과 잉여 가치 창출의 원리를 결여한 편향된 시각임을 드러낸다.

 

이자 낳는 자본의 특수한 운동에서 프루동이 해명하지 못한 지점은 구매가격대상물의 양도라는 범주들과 그 과정에서 잉여 가치가 취하는 직접적인 형태다자본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되면서 판매가 대부로 전환되고가격이 이윤의 분배분인 이자로 변모하는 현상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자본이 출발점으로 복귀하는 현상은 자본 총 순환의 일반적 특징일 뿐이자 낳는 자본만의 고유한 속성은 아니다이자 낳는 자본을 특수하게 규정하는 것은 매개적인 순환 과정이 사상된 채 나타나는 복귀의 피상적 형태다대부 자본가는 등가를 수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본을 산업 자본가에게 이전한다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자본의 현실적인 순환 과정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산업 자본가가 수행할 순환을 예비하는 단계에 불과하다화폐의 이러한 초기 위치 변화는 구매나 판매와 같은 형태 변화의 어떠한 행위도 표현하지 않는다여기서는 교환이 발생하거나 등가가 지불되지 않으므로소유권의 영구적 이전 또한 일어나지 않는다따라서 화폐가 산업 자본가로부터 대부 자본가에게 환류하는 것은 자본이 최초에 양도되었던 행위를 보충하고 완결 짓는 절차일 뿐이다.

 

자본은 화폐 형태로 투하되어 순환 과정을 거친 후 다시 화폐 형태로 산업 자본가에게 환류한다그러나 해당 자본은 투하 시점에 산업 자본가의 소유가 아니었으므로복귀 시점에도 그의 소유가 될 수 없다자본이 재생산 과정을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소유권이 산업 자본가에게 이전되지 않기 때문이다따라서 그는 해당 자본을 대부자에게 반환해야 한다.

 

자본을 대부자로부터 차입자에게 이전하는 최초의 행위는 하나의 법률적 거래이며이는 자본의 현실적 재생산 과정과는 무관하게 단지 그 과정을 개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환류한 자본을 다시 차입자로부터 대부자에게 이전하는 상환 행위는 이러한 최초의 법률적 거래를 완결 짓는 보충적 거래에 해당한다첫 번째 거래가 현실적 순환의 성립시킨다면두 번째 거래는 현실적 순환이 종료된 이후에 이루어지는 후속적 조치다.

 

결과적으로 대부 자본의 출발과 복귀곧 양도와 상환은 법률적 거래를 매개로 한 임의적 운동으로 나타나며이 자본의 현실적 운동 전후에 발생할 뿐 그 운동 자체와는 직접적인 연관을 맺지 않는다자본이 당초부터 산업 자본가의 소유여서 오직 그에게만 환류한다고 전제하더라도자본이 수행하는 현실적 운동의 원리에는 아무런 변화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입 단계인 첫 번째 행위에서 대부자는 자본을 차입자에게 양도하며종결 단계인 두 번째 보충적 행위에서 차입자는 해당 자본을 대부자에게 반환한다이자를 배제하고 대부자와 차입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부 자본의 운동만을 고찰할 때비록 자본의 현실적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기간에 따른 두 행위 사이에 시차가 존재하더라도 이는 운동 전체를 포괄하는 일련의 과정이 된다이처럼 상환을 전제로 자본을 인도하는 일련의 운동은 화폐나 상품을 조건부로 양도하는 대부와 차입의 일반적 운동 형식을 규정한다.

 

자본 일반의 특징적 운동인 가치의 복귀곧 투하된 화폐가 자본가에게 되돌아오는 과정은 이자 낳는 자본에 이르러 그 실질적 내용을 형성하는 현실적 운동과는 분리된 채 극도로 피상적인 형태를 취하게 된다화폐 소유자 A가 화폐를 양도할 때그것은 단순한 통화가 아닌 자본으로 이전되지만 이 단계에서는 가치 증식을 위한 어떠한 실질적 변화도 일어나지 않으며 오직 점유의 주체만이 교체될 뿐이다화폐가 생산적 자본으로 현실화되는 것은 오직 차입자 B의 수중에서만 수행되는 과정이다그러나 A의 관점에서는 화폐를 B에게 넘겨주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이미 자본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된다.

 

생산 및 유통 과정을 거친 자본의 현실적 환류는 오직 B에게서만 체현되나, A에게 발생하는 환류는 최초의 양도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형식적인 상환의 형태로 나타난다일정 기간 화폐를 대부하고 이후 이자 (잉여 가치)와 함께 이를 회수하는 것이것이 이자 낳는 자본 고유의 운동 형식을 구성하는 전부다대부된 화폐가 자본으로 수행하는 현실적 운동은 대부자와 차입자 사이의 법률적 거래 범위 밖에 존재하는 활동이다따라서 이 거래 자체에는 자본의 실질적인 운동 과정이 소멸되어 보이지 않으며증식의 원리 또한 직접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특수한 종류의 상품으로 자본은 그에 고유한 양도 방식을 지닌다이에 따라 자본의 복귀 또한 일련의 경제적 과정이 완결된 결과로가 아니라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특수한 법률상 계약에 따른 귀결로 나타난다.

 

본래 환류 기간은 재생산 과정의 실제 경과에 종속되지만이자 낳는 자본의 경우 자본의 복귀는 대부자와 차입자 간의 단순한 계약에 의존하는 것처럼 나타난다결과적으로 이 거래의 관점에서는 자본의 환류가 생산 과정에서 규정된 결과물이 아니라대부 자본이 단 한 번도 화폐 형태를 상실하지 않은 채 이동하는 것처럼 가시화된다.

 

물론 이러한 법률적 거래들은 궁극적으로 현실적인 재생산상의 환류에 규정된다그러나 거래 행위 자체에서는 이 연관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며현실적으로도 반드시 재생산과 일치하여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현실적 환류가 지연될 경우차입자는 대부자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기 위해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야만 한다이처럼 일정액 A로 인도되어 특정 기간이 지난 후그 시간적 간격 외에는 어떠한 매개 과정도 없이 A + 1/xA라는 금액으로 복귀하는 화폐의 형태는 현실적인 자본 운동이 극도로 단순화되고 왜곡된불합리한 표현 형태에 불과하다.

 

현실적 자본 운동에서 복귀는 유통 과정의 일환으로 나타난다투하된 화폐는 생산 수단으로 전환되고생산 과정은 이를 다시 상품으로 변모시키며최종적인 상품 판매로부터 가치는 화폐 형태로 재전환된다이 과정을 거쳐 화폐는 최초에 자본을 투하한 자본가의 수중으로 복귀하게 된다그러나 이자 낳는 자본의 경우복귀는 인도와 마찬가지로 자본 소유자와 제2의 인물 사이에서 체결된 법률상 거래의 결과로만 나타난다여기서는 오직 자본의 인도와 상환이라는 행위만이 가시화될 뿐이며그 사이를 매개하는 모든 생산적·유통적 과정은 사상되어 있다.

 

현실적 자본 운동에서 화폐는 투하 주체에게 다시 복귀하는 속성을 지니며, M-C-M´은 이러한 자본 운동의 내재적 형식을 구성한다이에 따라 화폐 소유자는 화폐를 단순한 통화가 아닌 자본으로 대부할 수 있는데이는 해당 가치액이 출발점으로 환류하는 속성뿐만 아니라 운동 과정에서 스스로를 보존하고 증식시키는 속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결과적으로 화폐 소유자가 화폐를 자본으로 양도할 수 있는 근거는그것이 자본으로 기능한 이후 반드시 최초의 출발점으로 환류한다는 전제에 있다.

 

차입자가 일정 기간 후 화폐를 상환할 수 있는 것은 해당 화폐가 재생산 과정을 거쳐 차입자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환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폐를 자본으로 대부한다는 것곧 일정 기간 뒤 상환을 조건으로 양도한다는 것은 화폐가 실제로 자본으로 기능하여 그 출발점으로 환류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화폐가 자본으로 수행하는 현실적 순환 운동은 곧 차입자가 대부자에게 화폐를 반환해야 한다는 법률적 거래의 실질적 근거가 된다.

 

차입자가 해당 화폐를 실제로 자본으로 운용하는지의 여부는 차입자 개인의 문제일 뿐대부자는 이를 본질적으로 자본으로 대부하는 것이다자본으로의 화폐는 화폐 형태를 취해 출발점으로 복귀하기까지의 화폐 자본 순환 과정을 포괄하는 제반 기능들을 수행해야만 한다.

 

가치액이 화폐 또는 상품으로 기능하는 유통 행위인 M-C와 C-M´은 자본 총 운동의 매개적 과정이자 단순한 국면에 불과하다자본으로 가치액은 총 운동 M-M´을 수행하며특정 형태의 가치액으로 투하되었다가 다시 가치액의 형태로 복귀한다.

 

화폐 대부자는 화폐를 상품 구매에 지출하지 않으며가치액이 상품 형태로 존재하더라도 이를 화폐와 교환하여 판매하지 않는다그는 가치액을 M-M´, 곧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다시 출발점으로 환류하는 자본으로 투하한다.

 

이처럼 대부라는 형식은 가치를 단순한 화폐나 상품이 아닌 자본’ 그 자체로 양도하기에 적합한 방식이다구매나 판매가 아닌 대부의 형식을 취하면서 자본은 그 고유한 운동성을 유지하며 이전된다다만 이러한 대부 행위가 반드시 자본주의적 재생산 과정과 결부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귀족의 사치적 소비를 위한 대부와 같이 재생산과 무관한 거래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

 

 

지금까지 대부 자본이 소유자와 산업 자본가 사이에서 수행하는 운동을 고찰한 데 이어이제 이자의 본질을 규명해야 한다.

 

대부자는 자신의 화폐를 자본으로 지출한다그가 타인에게 양도하는 가치액은 자본의 성격을 지니기에 본래의 소유자에게 환류한다그러나 단순한 복귀만으로는 대부된 가치액이 자본으로 환류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이는 단순한 원금의 상환에 그칠 수 있다.

 

해당 가치액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본으로 환류하기 위해서는 운동 과정에서 스스로를 보존할 뿐만 아니라 증식시켜야 하며최종적으로는 M+ΔM, 곧 잉여 가치가 부가된 상태로 복귀해야 한다여기서 ΔM은 이자를 의미하며이는 평균 이윤 중 기능 자본가의 수중에 잔류하지 않고 화폐 자본가에게 귀속되는 몫을 형성한다.

 

화폐 자본가로부터 화폐가 자본으로 이전된다는 것은해당 화폐가 반드시 M+ΔM의 형태로 그에게 반환되어야 함을 전제한다자본 원금은 장기간의 대부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비로소 상환되고그 중간 과정에서는 오직 이자만이 정기적으로 환류하는 특수한 형태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로 고찰하기로 한다.

 

여기서 화폐 자본가가 차입자인 산업 자본가에게 실질적으로 인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화폐의 대부를 단순한 통화의 이동이 아닌 자본으로의 이전곧 상품으로의 자본 양도를 규정짓는 결정적 계기는 바로 화폐를 이전하는 이 행위 자체에 내재해 있다.

 

화폐 대부자가 자본을 상품으로 대부하거나자신이 소유한 상품을 자본의 자격으로 타인에게 이전하는 행위는 오직 이 양도를 매개로만 구체화된다.

 

통상적인 판매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인도되는 것은 무엇인가그것은 판매되는 상품의 가치가 아니다가치는 단지 그 형태를 변화시킬 뿐이기 때문이다가치는 화폐의 형태로 판매자에게 현실적으로 이전되기 전 이미 상품 내에 가격이라는 관념적 형태로 존재하며교환 과정에서 동일한 가치와 가치량은 상품 형태에서 화폐 형태로 그 외피만을 바꾼다따라서 판매자가 현실적으로 양도하여 구매자의 개인적 또는 생산적 소비로 이전되는 대상은 상품의 사용 가치이자사용 가치로의 상품 그 자체다.

 

화폐 자본가가 대부 기간 동안 차입자인 생산적 자본가에게 인도하는 사용 가치는 다음과 같다그것은 화폐가 자본으로 전환되어 기능하면서그 운동 과정 중에 최초의 가치를 보존할 뿐만 아니라 일정한 잉여 가치곧 평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잠재력에서 비롯되는 사용 가치다일반적인 상품의 경우 사용 가치의 소비는 상품 실체의 소멸을 의미하며그에 따라 체화된 가치 역시 소멸한다이와 대조적으로, ‘자본이라는 특수한 상품은 그 사용 가치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가치와 사용 가치가 유지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증대되는 고유한 속성을 지닌다.

 

화폐 자본가는 평균 이윤을 창출하는 능력인 자본으로의 사용 가치를 일정 기간 산업 자본가에게 양도하며해당 기간 대부 자본에 대한 실질적인 처분권을 이전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부되는 화폐는 산업 자본가와 관계 맺는 노동력과 비슷한 성격을 띤다다만 산업 자본가가 노동력에 대해서는 그 가치를 직접 지불하는 반면대부 자본에 대해서는 원금을 상환할 뿐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산업 자본가에게 노동력의 사용 가치란노동력 그 자체가 보유한 가치나 구입 비용보다 더 많은 가치 (이윤)를 소비 과정에서 생산해 낸다는 점에 있다이 가치 초과분이 노동력의 실질적인 사용 가치를 형성한다이와 마찬가지로 대부되는 화폐 자본의 사용 가치 역시 가치를 창출하고 스스로를 증식시키는 고유한 능력에 근거한다.

 

화폐 자본가가 인도하는 대상은 실질적인 사용 가치를 내포하고 있으며이러한 관점에서 그가 이전하는 것은 하나의 상품으로 기능한다이는 여타의 상품과 두 가지 측면에서 일치한다.

 

첫째가치가 일방의 수중에서 타방의 수중으로 이전된다는 점이다다만 일반적인 상품 교환에서는 구매자와 판매자 양방이 동일한 가치량을 견지한 채 그 형태만을 교환하는 반면대부의 경우에는 화폐 자본가만이 가치를 건네주며 장래의 상환을 매개로 해당 가치를 보존한다는 차이가 있다대부 행위에서는 일방이 가치를 제공하고 타방은 이를 수취할 뿐이다.

 

둘째일방이 현실적 사용 가치를 양도하고 타방은 이를 수용하여 소비한다는 점이다그러나 일반 상품과 달리 자본이라는 상품의 사용 가치는 그 자체가 가치 증식력에 근거한다화폐를 자본으로 운용하면서 발생하는최초 가치액을 상회하는 초과분인 이윤이 곧 대부 자본의 사용 가치를 구성하는 실체다.

 

대부되는 화폐의 사용 가치는 그것이 자본으로 기능하며 평균적인 조건하에서 평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렇다면 산업 자본가가 이에 대해 지불하는 비용곧 대부 자본의 가격은 무엇으로 규정되는가.

 

매시의 지적대로,

 

차입자가 자본의 사용에 대한 대가인 이자로 지불하는 것은 해당 자본으로부터 생산할 수 있는 이윤의 일부분이다.’

 

일반적인 상품의 구매자가 상품의 사용 가치를 획득하는 대가로 그 가치를 지불하듯화폐 차입자 또한 자본으로의 사용 가치를 구매한다그러나 차입자가 지불하는 대상은 여타 상품과 달리 화폐 자체의 가치나 가격이 아니다대부자와 차입자의 거래에서는 일반적인 매매에서 발생하는 가치의 형태 변화곧 가치가 화폐에서 상품으로 또는 그 반대로 전환되는 과정이 결여되어 있다.

 

투하된 가치와 회수되는 가치 사이의 동일성은 여기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철된다가치액으로의 화폐는 즉각적인 등가물 없이 양도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상환되는 형식을 취한다대부자는 가치가 차입자에게 이전된 이후에도 해당 가치에 대한 법률적 소유권을 여전히 유지한다.

 

단순한 상품 교환에서 화폐는 항상 구매자의 수중에 있으나대부의 경우 화폐는 판매자 (대부자)의 측에 위치한다판매자는 화폐를 일정 기간 포기하는 주체이며자본의 구매자 (차입자)는 그 화폐를 상품으로 수취하는 주체가 된다이러한 거래가 성립하는 근거는 오직 해당 화폐가 자본으로 기능하며 그에 따라 투하된다는 사실에 있다.

 

차입자가 화폐를 차입하는 목적은 그것을 자본곧 스스로를 증식시키는 가치로 운용하기 위함이다그러나 대부되는 화폐는 모든 자본이 투하되는 최초의 시점에서 그러하듯아직은 잠재적 자본의 상태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그것은 현실적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면서 비로소 가치를 증식시키고 자본으로 실현된다.

 

그런데 차입자는 실현된 자본곧 원금에 잉여 가치 (이자)가 부가된 M+ΔM의 형태로 이를 상환해야 한다이때 이자는 차입자가 실현한 이윤의 일부여야 하며그 전액이 될 수는 없다대부 자본이 차입자에게 지니는 사용 가치는 그에게 이윤을 창출해 주는 데 있으며이윤 전액을 이자로 지불해야 한다면 대부자는 실질적인 사용 가치를 제공하지 않은 셈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이윤 전체가 차입자에게 귀속될 수도 없다이윤 전부를 차입자가 독점한다면 그는 사용 가치의 양도에 대한 대가를 전혀 지불하지 않는 것이며대부된 화폐를 자본으로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화폐로 되돌려주는 것에 불과하게 된다화폐가 실현된 자본으로 기능했다는 증거는 오직 M+ΔM의 형태를 취하면서만 증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자와 차입자는 동일한 화폐액을 자본으로 지출하나해당 화폐액이 실질적인 자본으로 기능하는 국면은 오직 차입자의 수중에 머무는 시기뿐이다동일한 화폐 자산이 두 주체에게 자본으로 이중 존재한다고 하여 발생 이윤이 두 배로 증폭되는 것은 아니다이 단일한 화폐액이 양자 모두에게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는 근거는 오직 창출된 이윤의 분할에 있으며이때 대부자에게 귀속되는 몫을 이자라 칭한다.

 

본 논의의 전제에 따르면거래 전반은 화폐 자본가와 기능 자본가 (산업 또는 상업 자본가)라는 두 부류의 자본가 사이에서 전개된다.

 

여기서 핵심은 자본 자체가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된다는 사실이다따라서 본 거래에서 나타나는 제반 관계는 단순 상품의 관점에서 재생산 과정 내에서 상품 자본으로 기능한는 일반적 자본의 관점에서는 불합리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판매와 구매가 아닌 대부와 차입이라는 형식을 취하는 것은 자본이라는 상품이 지닌 특수성에서 기인하며지불 대가가 상품의 가격이 아닌 이자로 규정되는 것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이자를 화폐 자본의 가격이라 정의한다면이는 가격의 불합리한 형태이자 상품 가격의 본질적 개념과 완전히 모순되는 것이다이 경우 가격은 특정 사용 가치를 제공받는 대가로 지불하는 일정 화폐액을 지칭하는 순수하게 추상적인 형식으로 전락하며사용 가치의 가치를 화폐로 표현한다는 가격 본연의 개념적 규정을 상실하게 된다.

 

이자를 자본의 가격이라 칭하는 것은 본래 극히 불합리한 표현이다이 논리를 따르면 하나의 상품이 본연의 가치와 더불어그 가치와는 별개인 또 다른 가격을 동시에 갖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본래 가격이란 가치의 화폐적 표현에 불과함에도 말이다화폐 자본은 본질적으로 일정한 화폐액이거나특정 상품량의 가치가 화폐로 평가된 수치에 지나지 않는다.

 

상품이 자본으로 대부될 때 그 실체는 면화와 같은 물신적 형태가 아니라그 이면에 가치로 존재하는 일정한 화폐액이다따라서 자본의 가격은 토렌즈의 견해 (주 59)와 달리 통화그 자체가 아닐지라도결국 화폐액으로의 자본과 결부된다.

 

그렇다면 특정 가치액이 자신의 화폐적 표현인 본래의 가격 외에 어떻게 또 다른 가격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가격이란 결국 상품의 사용 가치와 구별되는 가치 그 자체를 의미하며시장 가격과 가치의 편차 역시 질적 차이가 아닌 양적 변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따라서 가치와 질적으로 구별되는 별개의 가격이 존재한다는 설정은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불합리한 모순에 해당한다.

 

자본은 가치 증식에 있어 자신의 실재성을 입증하며이러한 증식의 정도는 자본이 현실화되는 양적 지표가 된다자본으로부터 창출되는 잉여 가치나 이윤그리고 이윤율과 이윤량은 반드시 투하된 자본 가치와의 대비 속에서만 산출된다.

 

이자 낳는 자본 역시 그 증식의 폭은 총이윤 중 자신에게 귀속되는 몫인 이자액을 투하 자본의 가치와 비교하면서만 측정된다따라서 일반적인 가격이 상품의 가치를 표상한다면이자는 화폐 자본의 가치 증식력을 표상하며 대부자에게 지불되는 일종의 가격 형식을 취하게 된다.

 

이러한 지점은 화폐를 매개로 하는 단순 교환 관계곧 구매와 판매의 논리를 대부 관계에 직접 전용하려는 시도 (프루동의 방식 등)가 얼마나 비논리적인지를 여실히 드러낸다대부의 기본 전제는 화폐가 그 자체로 자본으로 기능하며따라서 잠재적 자본이라는 특수한 성격을 지닌 채 제3자에게 양도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있기 때문이다.

 

자본이 하나의 상품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것이 시장에서 매매의 대상으로 제공되고화폐가 지닌 자본으로의 사용 가치가 실제로 양도되는 과정에 기인한다자본의 사용 가치는 이윤을 창출하는 능력에 있다.

 

따라서 자본으로 화폐 (또는 상품)가 지니는 가치는 화폐 그 자체의 가치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그것이 소유자를 위해 생산할 수 있는 잉여 가치의 양에 따라 규정된다자본의 생산물은 이윤이다.

 

화폐가 단순 화폐로 지출되느냐 또는 자본으로 투하되느냐의 차이는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 하에서 화폐를 사용하는 방식에 따른 차이에 불과하다화폐나 상품은 노동력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 이미 잠재적 자본의 성격을 띠는데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화폐는 언제든지 생산 요소들로 전환될 수 있으며이미 그 자체로 이러한 요소들의 추상적 표현이자 가치적 실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둘째부의 소재적 요소들은 잠재적으로 이미 자본이라는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이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토대 위에서 해당 요소들을 자본으로 변모시키는 보완적 대립물인 임금 노동이 상시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재적 부가 지닌 대립적인 사회적 성격곧 부가 임금 노동과 대립한다는 사실은 생산 과정을 도외시하더라도 자본 소유권 그 자체에 이미 나타난다자본주의적 생산 과정의 필연적 결과이자 지속적인 전제인 자본 소유권은 생산 과정과 분리되어 고찰되더라도 다음과 같은 본질을 드러낸다.

 

화폐와 상품은 그 자체로 잠재적·잠세적 자본의 성격을 지니며따라서 자본으로 매매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이러한 잠재적 자본의 형태 속에서 부는 타인의 노동에 대한 지휘권과 그 노동 성과를 취득할 수 있는 청구권을 확보하며결과적으로 스스로 증식하는 가치로 존재하게 된다여기서 타인의 노동을 영유하는 근거와 수단은 오직 이러한 사회적 관계에 기인할 뿐이며자본가가 등가물로 제공하는 어떠한 노동과도 무관하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이윤이 이자와 기업가 이득으로 분할되는 과정이 수요와 공급곧 경쟁을 거치며 규제된다는 점은 자본을 하나의 상품처럼 보이게 한다그러나 여기서 나타나는 차이점은 닮은 점만큼이나 극명하다일반 상품의 경우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면 시장 가격은 생산 가격과 수렴하며이는 가격이 경쟁과 무관하게 자본주의적 생산의 내재적 법칙에 기인하여 규제됨을 의미한다.

 

수요와 공급의 변동은 생산 가격으로부터의 일시적 이탈만을 설명할 뿐이며이러한 편차는 상쇄되어 평균 시장 가격은 생산 가격과 일치하게 된다수급이 상쇄되면 외적인 힘은 소멸하고 가격 결정의 일반 법칙이 관철된다이는 임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수급이 일치할 때 임금은 노동력의 가치와 등가를 이룬다.

 

반면화폐 자본에 대한 이자의 경우에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이자율의 결정에서는 경쟁이 법칙으로부터의 이탈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경쟁에 따라 강제되는 분할의 법칙 그 자체 외에는 어떠한 내재적 법칙도 존재하지 않는다.

 

후술하겠지만 이자율에는 이른바 자연적인’ 이자율이 존재하지 않는다대개 자연적 이자율은 자유 경쟁을 거치며 확정되는 비율을 의미할 뿐이며그 자체로는 어떠한 자연적 한계도 갖지 않는다경쟁이 단지 편차와 변동만을 결정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경쟁하는 힘들이 길항을 이룰 때조차 어떠한 내재적 결정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면결정 대상인 이자율은 그 자체로 자의적이고 무원칙한 성격을 띠게 된다이에 관한 상세한 논의는 다음 장에서 다룬다.

 

이자 낳는 자본의 운동은 모든 과정이 지극히 피상적인 형태로 발현된다자본의 투하는 대부자로부터 차입자에게로 향하는 단순한 권리 이전으로 재현되며실현된 자본의 환류 또한 차입자가 대부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되돌려주는 역방향의 상환 행위로만 나타난다이윤율이 개별 회전의 이윤뿐 아니라 회전 기간의 길이에 따라서도 규정되며결과적으로 일정 기간 생산된 총이윤에 따라 결정된다는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내재적 법칙 역시 여기서는 은폐된다이자 낳는 자본의 관계에서는 이러한 생산적 역동성이 사라지고특정 기간의 경과에 따라 일정액의 이자가 대부자에게 지불된다는 단편적 형식만이 남게 된다.

 

낭만주의 경제학자 뮐러 (1809: 138)는 사물의 내적 연관에 대한 특유의 천박한 식견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일반적인 물건의 가격 결정에는 시간이 개입하지 않으나이자의 결정에서는 시간이 주된 요인이다.’

 

그러나 그는 생산 시간과 유통 시간이 상품 가격 형성에 근본적으로 관여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바로 이 시간적 요소들에 따라 자본의 일정한 회전 기간에 따른 이윤율이 결정되며이렇게 도출된 기간당 이윤에 근거하여 이자율 또한 확정되는 것이다뮐러의 소위 안목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러하듯 현상의 표면에 쌓인 먼지만을 보고는그 먼지가 심오하고 중대한 실체라도 되는 양 거만하게 강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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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상인 자본의 역사적 고찰

 

상업 자본과 화폐 거래 자본에 따라 화폐가 축적되는 특수한 형태는 차후 별도로 고찰될 것이다.

 

이미 전개된 논의로부터 명백해진 사실은, 상품 거래 자본이나 화폐 거래 자본의 형태를 띠는 상인 자본을 광업, 농업, 축산업, 제조업, 운수업 등과 같은 산업 자본의 한 종류로 간주하는 것만큼 부당한 것은 없다는 점이다. 언급된 분야들은 사회적 분업의 산물로 산업 자본이 투하되는 특수한 영역들이며, 그 자체로 산업 자본의 분과를 형성한다.

 

반면, 상인 자본은 생산 과정 외부에서 유통 영역의 특수한 기능을 담당하며 독립화된 자본 형태이다. 따라서 이를 산업 자본의 병렬적 구성 요소로 파악하는 것은 자본의 순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 형태의 기능적 차이와 역사적 특수성을 간과하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산업 자본이 재생산 과정의 유통 국면에서 상품 자본 및 화폐 자본으로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상인 자본을 산업 자본의 일종으로 파악하는 조잡한 견해는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오히려 상품 거래 자본과 화폐 거래 자본의 실체는 산업 자본의 생산적 형태와 유통적 형태 사이의 구별이 자립성을 회득한 결과로 이해되어야 한다.

 

, 산업 자본이 유통 영역에서 일시적으로 취하는 특수한 형태와 기능이 본체로부터 분리되어 유통 영역에 고착되면서, 자본의 특정 부분에 귀속된 독립적인 형태와 기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 자본의 유통적 전환 형태인 상인 자본과, 생산 분야의 소재적 성격에 따른 산업 자본 내의 부문별 구별 (광업, 농업, 제조업 등)은 근본적으로 층위를 달리하는 별개의 범주이다.

 

경제학자들이 통상적으로 형태의 구별을 경시하며 실천적 측면에만 천착한다는 점 외에도, 속류 경제학자들이 범하는 혼동에는 두 가지 결정적인 사유가 존재한다.

 

첫째, 그들은 상업 이윤의 본질과 그 특수성을 체계적으로 해명할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둘째,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토대 위에서 발생하는 상품 자본 및 화폐 자본, 그리고 나아가 상품 거래 자본과 화폐 거래 자본이라는 형태를 보편적인 생산 과정 자체에서 도출하려는 변호론적 의도 때문이다.

 

상업 자본 및 화폐 거래 자본과 곡물 재배업 사이의 구별이 곡물 재배와 축산업, 제조업 사이의 소재적 구별과 하등 다를 바 없다면, 생산 일반과 자본주의적 생산은 완전히 동일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축산업이 쇠고기 소비를, 제조업이 의류 소비를 매개하는 것이 항구적인 필연성을 갖듯, 사회적 생산물의 분배 또한 상인과 은행가의 주도하에 영구히 매개되어야 한다는 논리적 귀결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혼동은 자본주의적 형태의 특수성을 영원불변한 자연적 현상으로 고착시키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스미스와 리카도 같은 고전파 경제학자들 또한 산업 자본을 자본의 기본 형태로 규정하고, 유통 자본 (화폐 자본과 상품 자본)을 자본 재생산 과정의 일시적 국면으로만 파악했기에 상인 자본의 독자적 성격에 대해서는 혼란을 겪었다. 산업 자본 분석을 토대로 도출된 가치 형성 및 이윤에 관한 명제들은 상인 자본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상인 자본을 별도의 범주로 다루기보다 산업 자본의 특수한 일종으로만 간주하며 그 본질을 간과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리카도가 대외 무역론에서 시도했듯이 (CW 32: 70-72), 그들은 상인 자본을 구체적으로 다룰 때조차 그것이 어떠한 가치나 잉여 가치도 창출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대외 무역에 적용되는 이러한 논리는 국내 상업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타당하다.

 

 

 지금까지 상인 자본에 대한 고찰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라는 구체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상업과 상인 자본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보다 선행하며, 사실상 자본이 독립적 실체로 존재하게 된 가장 오래된 역사적 형태를 취한다.

 

화폐 거래업 및 이에 투하된 자본의 발달은 대규모 상업과 상품 거래 자본의 존재를 전제로 하므로, 본 논의에서는 상품 거래 자본에 집중하기로 한다.

 

상업 자본은 전적으로 유통 영역 내에 존재하며 그 기능 또한 상품 교환의 매개에 국한된다. 따라서 상업 자본은 원시적 물물 교환을 제외하면 상품 및 화폐의 단순 유통이라는 조건만으로도 성립한다. , 단순 유통 그 자체가 상업 자본의 존립 기반이 된다. 유통되는 생산물이 어떠한 생산 양식 (원시 공동체, 노예제, 소농민 및 소부르주아적 생산, 자본주의적 생산)에 기반하든, 그 생산물의 상품적 성격은 변하지 않으며 유통 과정 및 그에 따른 형태 변화를 필연적으로 거치게 된다.

 

상업 자본을 매개로 하는 양단 (상품들)은 화폐 운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업 자본에 기여된 전제로 작용한다. 필수적인 조건은 이 양단이 상품으로 실재해야 한다는 점이며, 생산 체계가 전면적인 상품 생산인지 또는 자급자족 후의 잉여분 출하인지의 여부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상업 자본은 단지 기여된 전제 조건으로의 상품 운동을 매개할 뿐이다.

 

생산물이 상업적 체계에 포섭되어 상인의 수중에 머무는 범위는 생산 양식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며, 그 범위는 생산물이 직접적 생활 수단이 아닌 오로지 상품으로만 생산되는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 하에서 최대치에 도달한다.

 

반면, 모든 생산 양식에서 상업은 교환에 투입될 잉여 생산물의 생산을 촉진하는데, 이는 생산물 소유자의 향락을 증대시키거나 화폐 축적을 추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업은 생산활동에 점진적으로 교환 가치를 지향하는 생산이라는 성격을 부여한다. (CW 29: 233-234, 480-481)

 

상품의 형태 변화와 그 운동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을 지닌다.

 

첫째, 소재적 측면에서 상품은 다른 상품들과 상호 교환된다.

 

둘째, 형태적 측면에서 상품은 화폐로 전환 (판매)되고, 다시 화폐는 상품으로 전환 (구매)된다.

 

상업 자본의 본질적 기능은 바로 이러한 판매와 구매를 수단으로 한 상품 교환의 매개로 수렴된다. 이때의 교환은 단순히 직접 생산자들 사이의 거래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예제, 농노제, 또는 아시아적 생산 양식 (아시아적 공동체)의 공납 관계에서 생산물의 소유자이자 판매자는 노예주, 봉건 영주, 또는 국가 (417, ‘동양의 전제 군주)가 된다.

 

상인은 유통을 매개하는 주체로 상품 소유자들을 대리하여 대규모 매매를 수행하며, 이로부터 판매와 구매는 상인의 수중에 집중된다. 결과적으로 매매 행위는 구매자로 상인이 갖는 직접적인 필요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독립적인 유통 기능을 수행하기에 이른다.

 

상인이 매개하는 상품 교환의 사회적 조직 형태와 무관하게, 상인의 자산은 항시 화폐 자산의 형태로 존재하며 그 화폐는 자본으로 기능한다.

 

이 자본의 취하는 운동 형식은 언제나 M-C-M´이며, 교환 가치의 자립적 형태인 화폐가 출발점이자 증식 그 자체가 독자적 목적이 된다. 생산 과정에서 분리되어 비생산자를 거쳐 수행되는 상품 교환 및 그 매개 활동은 부의 일반적 사회적 형태인 교환 가치를 증대시키는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여기서 추진 동기와 규정적 목적은 화폐 MM+ΔM으로 전환하는 데 있으며, 이를 매개하는 M-C (구매)C-M´ (판매)M으로 변환시키기 위한 과도적 계기로만 나타난다. 따라서 상업 자본의 특징적 운동인 M-C-M´은 사용 가치의 교환을 궁극적 목적으로 하는 생산자 간의 상품 거래 형식인 C-M-C와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생산력이 저발달 상태에 머물수록 화폐 재산은 상인의 수중에 더욱 집중되며, 이는 상인 재산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형태로 드러난다.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하에서 자본이 생산 과정 자체를 지배하고 생산에 전면적으로 변형된 특수한 형태를 부여하게 되면, 상업 자본은 단지 체계 내에서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분화된 자본으로 나타날 뿐이다. 그러나 이전의 모든 생산 양식에서는 상업 자본이 자본의 기능을 가장 전형적으로 대표한다. 이러한 경향은 생산이 직접적인 생산자의 생활 수단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자급자족적 성격을 띨수록 더욱 뚜렷하게 발현된다.

 

따라서 자본이 생산 과정을 실질적으로 포섭하기 이전, 상업 자본이 자본의 선구적 역사 형태로 등장하는 현상은 필연적이다. 상업 자본의 존립과 일정 수준의 발달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 성립을 위한 역사적 전제 조건으로 작용한다.

 

첫째, 상업 자본은 화폐 재산의 집적을 이루는 토대이다.

 

둘째,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은 개별 수요자가 아닌 불특성 다수를 위한 대량 판매를 전제하며, 이에 따라 개인적 필요가 아닌 사회적 수요를 자신의 구매 행위로 집중시키는 상인의 존재를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나아가 상업 자본의 팽창은 생산 활동에 교환 가치 창출이라는 성격을 점진적으로 부여하며, 생산물을 상품으로 전환시킨다. 다만 상업 자본의 발달 그 자체만으로는 특정 생산 양식에서 다른 생산 양식으로의 이행을 완결적으로 설명하기에 불충분하며, 이에 관한 구체적인 분석은 후술될 것이다.

 

자본주의적 생산 체계 내부에서 상업 자본은 이전의 독립적 지위에서 격하되어 자본 투하 일반의 특수한 계기로 포섭되며, 이윤율의 균등화 과정에서 그 이윤율 또한 일반적 평균 수준으로 수렴한다. 이 단계에서 상업 자본은 생산 자본인 산업 자본의 보조적 대리인으로 기능하는 데 머문다.

 

따라서 상업 자본의 발달과 함께 형성되었던 특수한 사회적 지배력은 더 이상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며, 오히려 상업 자본이 여전히 우세를 점하는 지역은 전근대적이고 낙후된 사회 상태가 지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일국 내에서도 명확히 드러나는데, 예컨대 순수 상업 도시는 공업 도시에 비해 이전의 경제적 구조와 훨씬 더 비슷하다.

 

자본이 상업 자본의 형태로 독립적·우세하게 발달한다는 것은 생산 과정이 아직 자본에 포섭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이는 자본과 무관한 사회적 생산 형태 위에서 자본이 발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상업 자본의 독립적 발달 정도는 사회의 일반적인 경제적 발전 수준과 반비례 관계를 형성한다.

 

독립적인 상업적 부가 자본의 지배적 형태로 군림할 때, 유통 과정은 교환의 주체인 생산자들로부터 분리되어 독자적인 독립성을 획득한다. 이때 생산물은 상업이라는 매개를 거치면서 비로소 상품으로 전환되며, 상품의 운동이 상업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이 생산물을 상품으로 규정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자본은 유통 과정 내에서 비로소 자본으로 등장하며, 화폐가 자본으로 발전하고 생산물이 교환 가치와 상품, 화폐로 전회하는 공간 역시 유통 영역에 국한된다. 자본은 유통을 매개로 다양한 생산 분야를 직접 지배하기 이전에, 유통 과정 내에서 먼저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화폐 및 상품 유통은 여전히 사용 가치 생산에 치중하는 다양한 조직의 생산 영역들을 매개할 수 있다. 이처럼 유통 과정이 독립성을 유지하며 제3자를 매개로 생산 영역들이 연결되는 현상은 두 가지 사실을 증명한다.

 

첫째, 유통이 생산을 지배하지 못한 채 생산을 기여된 전제로만 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생산 과정이 아직 유통을 자신의 유기적 요소로 흡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반면,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하에서는 양태가 근본적으로 변화한다. 생산 과정은 전적으로 유통에 기반하며, 유통은 생산의 단순한 계기이자 통과 국면으로 전락한다. , 유통은 상품으로 생산된 생산물의 가치 실현과, 마찬가지로 상품으로 확보되는 생산 요소들의 보충 과정에 불과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유통에서 직접 발생했던 자본 형태인 상업 자본은 이제 전체 재생산 운동 과정 속에서 순환하는 자본의 특수한 형태 중 하나로 포섭된다. (CW 33: 14-15)

 

상업 자본의 독립적 발달이 자본주의적 생산의 발전 수준과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법칙은 베네치아, 제노바, 네덜란드 등이 수행한 중개 무역의 역사에서 극명하게 입증된다. 이들 국가가 점유한 거대한 이윤은 자국 생산물의 수출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미발달한 공동체들 사이의 생산물 교환을 매개하며 양측 생산국을 동시에 수탈하면서 획득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업 자본이 매개 대상인 양단의 생산 영역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외재하는, 상업 자본의 가장 순수한 형태를 목격하게 된다.

 

중개 무역은 상업 자본 형성의 중추적 원천 중 하나이나, 이러한 독점적 지배력은 수탈 대상이었던 국민들의 경제적 발전에 따라 필연적으로 쇠퇴한다. 중개 무역의 기반인 타국의 미발달 상태가 해소됨에 따라, 중개 무역의 쇠퇴는 단순히 특정 상업 분야의 위축만이 아니라, 순수 상업 국민의 지배력 상실과 그들의 상업적 부 일반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이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점진적 발전에 따라 상업 자본이 산업 자본에 종속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특수한 형태에 불과하다. 한편, 상업 자본이 생산을 직접적으로 지배하는 국면에서 나타나는 활동 양식과 형태에 관해서는 식민지 무역 일반 (이른바 식민 제도), 특히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운영 방식이 전형적인 실례를 제공한다.

 

상업 자본의 운동 형식은 M-C-M´이므로, 상인의 이윤은 우선적으로 유통 과정 내부의 행위인 구매와 판매를 거쳐 획득되며, 최종 행위인 판매 단계에서 실현된다. 따라서 상인의 이윤은 전형적인 양도 이윤의 성격을 띤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생산물이 그 가치대로 판매되는 등가 교환의 원칙이 지켜지는 한, 순수하고 독립적인 상업 이윤의 존립은 언뜻 성립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상업의 원칙은 근본적으로 등가물 간의 교환을 부정한다. 이 과정에서 가치 개념이 개입되는 지점은 오직 모든 상품이 가치이자 화폐로, 질적으로 사회적 노동을 체현하고 있다는 사실에 국한된다. 그러나 개별 상품의 가치량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물 간의 양적 교환 비율은 초기에는 전적으로 우연적이다. 생산물이 상품의 형태를 획득하는 근거는 그것이 교환된다는 점, 곧 공통된 제3의 요소인 가치를 표현한다는 점에 있다. 지속적인 교환과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규칙적인 재생산은 이러한 초기 우연성을 점차 제거해 나간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소거되는 이득은 우선적으로 생산자나 소비자가 아닌 매개자인 상인에게 귀속된다. 상인은 화폐 가격을 비교하고 그 차액을 취득하는 독자적인 운동을 거쳐, 파편화된 교환들 사이에서 실질적인 등가 관계를 확립하는 주체로 기능한다.

 

초기 단계의 상업 자본은 자신이 직접 지배하지 않는 양 끝단 사이에서, 그리고 자신이 창출하지 않은 전제 조건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매개 운동에 불과하다.

 

단순 상품 유통 형태인 C-M-C에서 화폐가 가치 척도와 유통 수단만이 아니라 상품 및 부의 절대적 형태인 퇴장 화폐로 고착되고, 그 결과 화폐의 유지와 증식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업 자본의 유통 형태인 M-C-M´에서 화폐와 퇴장 화폐는 단순한 양도 행위로부터 유지되고 증식되는 자본으로 발달한다. , 생산 과정과 무관하게 유통 영역 내에서의 가치 증식이 상업 자본의 본질적 운동 법칙으로 확립되는 것이다. (CW 33: 9-10)

 

고대의 상업 민족들은 세계들 사이의 틈새에 존재하는 에피쿠로스의 신들처럼, 또는 폴란드 사회의 균열 지점에 거주하던 유태인들처럼 외부적 존재로 존립하였다. 초기 독립을 구가하며 고도의 번영을 누린 상업 도시와 상업 민족들의 교환 활동은 순수한 중개 무역의 형태를 띠었으며, 이는 그들이 매개한 생산 민족들의 경제적 미발달 상태를 물적 토대로 삼고 있다.

 

자본주의 이전의 역사적 단계들에서는 상업이 산업을 압도하며 지배력을 행사하였으나, 근대 사회에 이르러서는 그 주도권이 역전된다. 공동체 간의 상업 활동은 필연적으로 해당 공동체 내부 구조에 일정 수준 이상의 반작용을 미친다. 상업은 향락과 생활 유지의 수단이 생산물의 직접적인 소비보다 판매 행위에 의존하게 하면서, 생산 과정을 교환 가치 창출에 점진적으로 종속시킨다.

 

이러한 과정에서 상업은 기존의 낡은 사회적 관계를 해체하고 화폐 유통을 촉진한다. 이제 상업은 단순히 생산의 잉여분만을 장악하는 데 머물지 않고, 생산 과정 자체에 침투하여 생산 분야 전반을 상업 자본에 의존적인 상태로 재편한다. 다만, 이러한 상업의 분해 작용이 초래하는 구체적인 결과는 생산을 수행하는 공동체 고유의 성격과 그 내부 조직의 견고함에 따라 결정된다. (CW 33: 20)

 

상업 자본이 저개발 공동체 간의 생산물 교환을 매개하는 국면에서, 상업 이윤은 기만과 사취의 형태를 띨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그로부터 발생한다. 상업 자본은 각국의 생산 가격 차액을 취득하면서 상품 가치의 균등화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미발달한 생산 양식하에서는 잉여 생산물의 대부분을 독점적으로 취득한다. 이는,

 

첫째, 해당 공동체의 생산이 여전히 사용 가치 창출에 집중되어 있어 생산물의 가치에 입각한 판매가 부차적 사안에 머무는 상황에서 상업 자본이 유통 독점권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둘째, 상인이 주요 거래 대상인 노예주, 봉건 영주, 전제 국가 (: 동양의 전제 군주)와 같은 향락적 부의 소유자들을 기망하여 그들의 자산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업 자본은 지배적 위치를 점하는 곳마다 약탈 제도를 대변하게 된다. 실제로 상업 자본의 발달사는 고대와 근대를 막론하고 폭력적 약탈, 해적 행위, 노예 납치 및 인신 매매, 식민 정복 등과 결부되어 있다. 예컨대 카르타고와 로마를 비롯하여 베네치아, 포르투갈, 네덜란드의 역사적 사례는 이러한 상업 자본의 약탈적 본질을 명확히 입증한다.

 

상업 및 상업 자본의 발달은 예외 없이 교환 가치 지향적 생산을 촉진하며, 그 범위를 확장·다양화하면서 생산에 세계적 성격을 부여하고 화폐를 세계 화폐로 진화시킨다. 이에 따라 상업은 사용 가치 생산에 치중하던 기존의 다양한 생산 조직을 해체하는 작용을 수행한다. 그러나 상업이 기존의 생산 양식을 해체하는 심도와 범위는 우선적으로 해당 생산 양식 고유의 견고성과 내부 구조에 규정된다. 또한, 해체 과정의 결과물로 어떠한 새로운 생산 양식이 등장하는가 하는 문제 역시 상업 자본의 역랑이 아니라, 해체되는 기존 생산 양식의 역사적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일례로 고대 세계에서 상업의 팽창과 상업 자본의 발달은 항시 노예 경제를 귀결시켰으며, 때로는 가부장적 노예제를 잉여 가치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노예제로 변모시키기도 하였다. 반면, 근대 세계에서 상업 자본의 발달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성립으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역사적 결과는 상업 자본의 발달 정도와는 구별되는 별개의 사회 경제적 조건들에 따라 규정되는 것이다.

 

공업이 농업으로부터 분리되어 진정한 도시적 생산의 형태를 갖추게 되면, 그 생산물은 태생적으로 상품의 성격을 띠며 따라서 그 유통과 판매는 필연적으로 상업의 매개를 요구한다. 상업이 도시의 발달에 기반하고, 도시의 존립 또한 상업의 기능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산업적 발전이 상업적 팽창과 반드시 병행되는가 하는 문제는 역사적 조건에 따라 양상을 달리한다.

 

가령 고대 로마 공화정 후기에는 상업 자본이 유례없이 고도로 발달했음에도 수공업적 토대는 정체되어 있었던 반면, 코린트를 비롯한 그리스 도시들에서는 상업의 진흥이 숙련된 수공업의 발달을 직접적으로 견인하였다. 또한 상업 정신과 상업 자본의 발흥은 반드시 도시화의 산물이거나 그 전제 조건인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정착 생활을 하지 않는 유목 민족의 경제 구조 내에서 독자적으로 발달하는 특수한 사례도 빈번히 확인된다.

 

16세기와 17세기 지리상의 팽창 (신항로 개척 등) 병행하여 발생한 상업의 대혁명이 상업 자본의 비약적 발전을 추동하고, 봉건적 생산 양식에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으로의 이행을 가속화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자본주의 성립에 관한 일정한 오류와 왜곡된 견해를 야기하기도 하였다. 세계 시장의 급격한 팽창, 유통 상품량의 비약적 증대, 아시아의 산물과 아메리카의 귀금속을 선점하려는 유럽 열강 간의 각축, 그리고 식민 제도 등은 기존 생산 체계를 구속하던 봉건적 굴레를 타파하는 데 근본적으로 기여하였다.

 

근대적 생산 양식의 초기 단계인 공장제 수공업 (매뉴팩처)은 그 성립을 위한 제반 조건이 이미 중세에 형성된 지역에서만 발달하였다. 이는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의 역사적 대비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16세기와 17세기에 걸쳐 단행된 상업의 급격한 팽창과 세계 시장의 창출이 낡은 생산 양식의 몰락과 자본주의로의 이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상업적 성취는 기만적으로 이미 존재하던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토대 위에서 달성된 것이다.

 

(물론) 세계 시장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존립 기초를 형성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산 규모를 부단히 확장하려는 이 생산 양식의 내재적 필연성은 세계 시장의 지속적인 확대를 강요한다. 결과적으로 상업이 산업을 변혁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이 상업을 끊임없이 재편하고 변혁하게 된다. 나아가 상업적 패권 또한 이제는 대공업을 수행할 수 있는 물적 조건의 우열에 따라 결정되기에 이른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사례 비교는 상업 자본이 산업 자본에 종속되어 가는 과정을 극명히 보여준다. 지배적 상업국이었던 네덜란드의 몰락사는 곧 상업 자본의 위상이 산업 자본에 밀려나는 역사와 일치한다. 한편, 전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지닌 내부적 견고함과 조직력이 상업의 분해 작용에 대항하여 구축한 장벽은 인도와 중국에 대한 영국의 무역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인도와 중국의 경제 구조는 소규모 농업과 가내 공업의 결합이라는 폭넓은 기초 위에 형성되어 있으며, 인도에서는 토지의 공동 소유에 기반한 촌락 공동체 형식이 그 견고함을 더했다. 영국은 지배자이자 지대 취득자로 직접적인 정치·경제적 권력을 동원하여 이러한 소규모 경제 공동체를 분쇄하고자 기도하였다.

 

영국의 상업이 인도의 생산 양식에 혁명적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저렴한 영국산 면제품을 앞세워 농공 결합의 핵심축이었던 전통 방적업과 직포업을 파멸시키면서 공동체의 물적 토대를 해체시킨 지점에 국한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공동체의 해체 과정은 지극히 점진적으로만 진행되었다.

 

그런데 직접적 정치 권력의 뒷받침이 부재했던 중국에서는 상업에 따른 분해 작용이 더욱 미미하게 나타났다. 농업과 가공업의 직접적 결합에서 달성된 시간의 효율적 운용과 비용 절약은 대공업 생산물에 대해 매우 완강한 저항력을 발휘하였다. 대공업 제품의 가격에는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부대 비용이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영국의 상업 활동과 대조적으로 러시아의 상업은 아시아적 생산 양식의 경제적 기초에 하등의 변화도 주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봉건적 생산 양식으로부터의 이행은 서로 다른 두 가지 경로를 따라 전개된다.

 

첫 번째 경로는 생산자가 직접 상인 겸 자본가로 변모하여 농촌의 자연 경제 및 중세 도시의 길드 체제에 예속된 수공업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생산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참으로 혁명적인 길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경로는 상인이 유통 영역만이 아니라, 생산 과정 자체를 직접 장악하는 방식이다. 이 경로는 역사적으로 자본주의로 나아가는 디딤돌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였으나 (예컨대 17세기 영국 직물 상인이 독립적이었던 직포공들을 포섭하여 원료를 공급하고 제품을 독점 구매한 사례), 그 자체만으로는 낡은 생산 양식을 전면적으로 타도하지 못한다. 오히려 낡은 생산 양식을 자신의 존립 전제로 삼아 보존하고 유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례로 19세기 중엽까지 프랑스의 비단 공업이나 영국의 양말·레이스 공업 제조업자들은 명목상 제조자에 불과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상인의 지위에 머물러 있었다. 이들은 직포공들로 하여금 전통적인 분산 작업 방식을 지속하게 하면서, 오직 상업적 매개로만 생산자들을 통제하고 수탈하는 데 그쳤다.

 

직포공들은 실질적으로 상인을 위해 노동하는 종속적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이행 방식은 진정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으로의 발전을 저해하며, 결과적으로 자본주의가 고도화됨에 따라 점차 소멸한다. 이 방식은 생산 양식의 근본적인 변혁을 수반하지 않은 채 직접적 생산자들의 처지만을 악화시킬 뿐이다.

 

이들은 자본에 직접 포섭된 노동자들보다 훨씬 열악한 조건 속에서 단순 임금 노동자이자 프롤레타리아트로 전락하며, 그들의 잉여 노동은 낡은 생산 양식의 토대 위에서 고스란히 상인에게 수탈당한다. 형태는 다소 변형되었으나, 부분적으로 수공업 방식이 잔존하는 런던의 가구 제조업에서도 이와 동일한 착취 관계가 확인된다.

 

이러한 현상은 런던 동부의 타워 함레츠 지구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가구 생산 공정 전반이 매우 세분화되어 있어, 특정 기업은 의자만을, 다른 기업은 식탁이나 옷장만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식이다. 이들 기업은 대개 한 명의 장인과 소수의 직인으로 구성되어 수공업적으로 운영되나, 그 생산 규모는 개별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기에는 너무 비대하다.

 

실질적인 구매자는 가구점의 소유주들이다. 장인은 매주 토요일 가구점들을 돌며 자신의 생산물을 판매하는데, 이때의 가격 협상은 전당포에서 물품을 담보로 대출금을 흥정하는 것과 흡사한 양상을 띤다. 장인들은 다음 주의 원료 구입과 임금 지불을 위해 당장 화폐를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판매의 강제성은 상인의 수탈을 더욱 심화시킨다.

 

이러한 구조하에서 장인은 실질적으로 상인과 노동자 사이를 매개하는 중간자에 불과하며, 잉여 가치의 대부분을 독점하는 상인이 진정한 의미의 자본가로 군림한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이전에 수공업이나 농촌의 부업 형태로 영위되던 분야들이 공장제 수공업 (매뉴책처)로 이행하는 과정 전반에서 나타난다.

 

대공업으로의 이행은 소규모 소유자 경영 업체의 기술적 발전 수준에 규정되는데, 특히 수공업적 공정에 기계를 도입하기 시작한 지점에서 가속화된다. 최근 영국의 양말 제조업 사례에서 보이듯, 기계의 동력이 인력에서 증기로 전환되는 과정은 이러한 기술적 변혁의 핵심을 이룬다.

 

자본주의로의 이행은 크게 세 가지 경로를 취한다.

 

첫째, 상인이 직접 산업가로 변모하는 형태다. 이는 상업적 기반 위에 공업이 성립하는 경우로, 특히 상인이 원료와 노동력 모두를 외부에서 확보하는 사치품 공업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15세기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에서 이탈리아로 도입된 사치품 공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 상인이 소규모 수공업자 (장인)를 중개자로 삼거나 독립적 생산자로부터 직접 상품을 매입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상인은 생산자의 명목상 독립성을 보장하고 기존의 생산 방식을 보존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유통 영역에서 그들을 예속시킨다.

 

셋째, 산업가가 스스로 상인의 기능을 겸하며 시장을 겨냥해 직접 대규모 생산을 전개하는 형태다.

 

중세의 상인은 폽페 (1807: 70)가 지적한 바와 같이, 길드나 농민이 생산한 상품을 단순히 운송하고 매개하는주체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이행기를 거치며 상인은 직접 산업가로 변모하거나, 최소한 수공업자와 농촌 소생산자들을 자신의 장악하에 두어 노동하게 하는 지배적 위치를 점하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생산자 자체가 상인으로 진화한다. 이전에 직포 장인이 상인으로부터 소량의 양모를 공급받아 단순 가공을 수행하던 종속적 관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스스로 원료인 양모나 면사를 구매하고 완성된 직물을 상업 영역에 유통시킨다. 이 단계에서 생산 요소들은 생산자가 직접 구매한 상품으로 생산 과정에 투입된다.

 

결과적으로 직포 장인은 더 이상 특정 개인이나 한정된 고객을 위해 생산하지 않고, 상업 세계 전체를 교환 대상으로 삼아 생산을 전개한다. 생산자 자신이 상인의 기능을 체화함에 따라, 독립적이었던 상업 자본은 이제 생산 과정에 부속된 유통 영역만을 담당할 뿐이다.

 

초기 단계에서 상업은 길드 공업, 농촌 가내 공업, 봉건적 농업을 자본주의적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필수적 전제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상업은 생산물을 위한 시장을 창출하고 새로운 상품 등가물을 도입하며,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와 보조 재료를 공급하면서 생산물을 상품의 단계로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시장을 겨냥할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의 자원에 기반을 둔 새로운 생산 분야들이 개척되었다.

 

그러나 공장제 수공업 (매뉴팩처)이 일정 수준 강화되고 대공업 단계에 이르면, 제조업은 스스로 생산한 상품으로 시장을 정복하며 자생적인 시장을 창출하기에 이른다. 이 시점부터 상업은 산업 생산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며, 시장의 지속적인 확장은 산업 생산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된다.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하는 대량 생산은 기존 시장의 수용력을 초과하며 끊임없이 그 장벽을 돌파하고 영역을 확장하려 한다. 이때 대량 생산의 한계를 규정하는 것은 현재의 수요만을 대변하는 상업이 아니라, 가동되는 자본의 규모와 노동 생산력의 발전 정도다.

 

산업 자본가는 상시로 세계 시장과 대면하며, 자신의 생산 비용을 국내 시장 가격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시장 가격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 이전에 이러한 비교 분석이 전적으로 상인의 고유 업무였기에 상업 자본이 산업 자본에 대해 우월적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었으나, 대공업의 발달은 이러한 역학 관계를 근본적으로 역전시킨다. (CW 32: 465-466)

 

근대적 생산 양식에 관한 최초의 이론적 연구인 중상주의는 필연적으로 상업 자본의 운동 내에서 자립화된 유통 과정의 피상적 현상들에 매몰되었으며, 그 결과 현상의 외면만을 파악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한계는 선차적으로 상업 자본이 자본 일반의 역사적 형태 중 최초로 독립성을 확보한 존재였다는 점, 후차적으로는 봉건적 생산의 변혁기와 근대적 생산의 태동기에 상업 자본이 행사한 압도적인 영향력에서 기인한다.

 

근대 경제학이 진정한 과학적 토대를 구축하기 시작한 시점은 이론적 고찰의 중심축이 유통 과정에서 생산 과정으로 이전될 때 비로소 도래한다. 한편, 이자 낳는 자본 역시 상업 자본만큼이나 오래된 자본의 형태임에도, 중상주의가 왜 이를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인 태도를 견지했는가에 대해서는 후술될 논의에서 명확히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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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화폐 거래 자본

 

산업 자본과 상업 자본의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폐의 순수 기술적 운동이 특수한 자본의 독자적 기능으로 자립할 때, 이 자본은 화폐 거래 자본으로 전환된다. 산업 자본 및 상업 자본의 일부는 화폐 자본 일반의 형태만이 아니라, 이러한 기술적 업무를 전담하는 화폐 자본으로 상시 존재하게 된다.

 

이로부터 총자본의 일정 분량이 화폐 자본의 형태로 분리·자립하며, 해당 자본의 자본주의적 기능은 산업 자본가와 상업 자본가 계급 전체를 대행하여 화폐적 기술 활동을 수행하는 데 국한된다. 상업 자본의 분화 원리와 마찬가지로, 유통 과정에 있는 화폐 자본의 일부가 전체 자본으로부터 분리되어 재생산 과정에 수반되는 제반 기술적 활동을 전담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화폐 거래 자본의 운동은 결국 재생산 과정 내에 존재하는 산업 자본의 일부가 자립화하여 나타나는 특수한 운동 형태에 불과하다.

 

새로운 자본 투하나 자본 축적의 경우 화폐 형태의 자본은 운동의 시점과 종착점으로 부각되나, 이미 순환 과정에 진입한 자본에 있어 이 지점들은 단순한 통과점에 불과하다. 산업 자본이 생산 영역을 이탈하여 재진입하기까지 거치는 C´-M-C의 형태 변화 과정에서, 화폐 M는 특정 국면의 결과인 동시에 그 국면을 보충하는 반대 국면의 출발점으로 기능한다.

 

상업 자본의 경우 외견상 화폐 자본의 순환 M-C-M 형태를 띠더라도, 실제 기능적 측면에서의 현실적 과정은 상품 자본의 순환 C-M-C의 연속적 수행이다. 특히 상업 자본은 구매 M-C와 판매 C-M라는 두 행위를 동시에 수행하는데, 이는 생산 과정의 연속성으로 인해 동일 자본이 두 국면에 항시 공존하기 때문이다. , 자본의 일부분이 상품 재전환을 위해 화폐로 전화하는 동안, 동시에 다른 부분은 화폐로 재전환되기 위해 상품으로 전화한다.

 

화폐가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지 또는 지불 수단으로 기능하는지의 여부는 상품 교환의 구체적 형태에 따라 결정된다. 자본가는 그 과정에서 다수의 거래 당사자와 끊임없이 화폐를 수수하게 되는데, 이러한 화폐의 지불과 수납이라는 기술적 활동은 그 자체로 하나의 노동을 형성한다. 특히 화폐가 지불 수단으로 기능할 경우, 해당 노동은 차액 계산 및 결제 업무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이러한 노동은 유통 비용의 일종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적 노동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특수한 대리인이나 자본가가 자본가 계급 전체를 대행하여 집중적으로 수행하면서 사회적 비용을 단축시킨다.

 

자본의 일정 부분은 퇴장 화폐, 잠재적 화폐 자본, 구매 및 지불 수단의 준비금, 또는 유휴 자본의 형태로 화폐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자본의 또 다른 일부는 순환을 거쳐 끊임없이 이 형태로 환류한다. 이에 따라 화폐 수납과 지불, 부기 업무 외에도 퇴장 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특수한 활동이 요구된다. 현실적으로 퇴장 화폐는 유통 수단 및 지불 수단으로 중단 없이 전환되는 동시에, 상품 판매 대금이나 만기 지불금의 유입에 따라 지속적으로 재형성된다. 이처럼 자본 본연의 생산적 기능과 분리되어 화폐 형태로 존재하는 자본 분량의 부단한 운동, 곧 순수 기술적 활동은 필연적으로 특수한 노동과 유통 비용을 발생시킨다.

 

자본의 제반 기능에서 파생된 이러한 기술적 활동들이 자본가 계급 전체를 위해 특수한 대리인이나 자본가에게 전문적 기능으로 위임되고 그들의 수중에 집중되는 것은 분업 발달의 결과이다. 여기에는 상업 자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중적 의미의 분업이 존재한다.

 

첫째, 해당 활동이 독립된 특수 사업으로 분화되어 계급 전체의 화폐적 기구를 대행하면서 대규모의 운영 효율과 집중을 달성한다.

 

둘째, 자립화된 이 특수 사업 내부에서도 다시 세부적인 분업 체계가 전개된다.

 

상호 독립적인 각종 분야로의 분할과 그 내부에서의 세부적인 업무 분담 (대규모 사무소, 다수의 회계 및 출납 인력 배치 등)이 전개된다. 화폐의 지불과 수납, 차액 결제, 당좌 계정 운영, 화폐 보관 등과 같은 기술적 활동들이 본래의 거래 행위로부터 분리되어 독립된 기능을 형성할 때, 해당 활동에 투하되는 자본은 화폐 거래 자본으로 규정된다. (CW 33: 166-168)

 

화폐 거래업을 성립시키는 이 특수한 사업들은 화폐 자체의 다양한 목적 및 자본이 화폐 자본의 형태로 수행해야 하는 제반 기능으로부터 파생된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화폐 일반은 본래 서로 다른 공동체 간의 생활 수단 교환 과정에서 최초로 발생하고 발달한 것이다.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CW 29: 282-283; 자본권 제2)].

 

그러므로 화폐 거래업, 곧 화폐 상품을 취급하는 상업은 세계 무역을 계기로 우선적 발달을 이룬다. 상이한 국가적 주화들이 유통됨에 따라 해외 구매 상인은 자국 주화를 현지 주화로 환전하거나, 각종 주화를 세계 화폐인 지금 형태의 순은 또는 순금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환전업은 근대적 화폐 거래업의 자연 발생적 기초 중 하나가 된다. 이후 환은행으로의 발달이 이어졌으며, 이곳에서 은 (또는 금)은 일반 유통 주화와 구별되는 세계 화폐, 곧 은행 화폐 내지 상업 화폐로 기능한다. 나아가 한 국가의 환전상이 타국의 환전상에게 여행자에 대한 지불을 지시하는 환거래 방식은, 이미 고대 로마와 그리스의 현실적 환전 업무에서부터 분화·발전한 형태였다.

 

상품으로의 귀금속 거래는 지금 거래업 및 세계 화폐로의 화폐 기능을 매개하는 상업의 자연 발생적 기초를 형성한다. 이러한 화폐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권 제33c)

 

첫째는 세계적 지불 결제와 이자 낳는 자본의 이동을 목적으로 국가 간 유통 영역 사이에서 발생하는 금·은의 유출입이며,

 

둘째는 귀금속 생산지에서 세계 시장으로의 유입 및 그 공급량이 개별 국가의 유통 영역으로 분배되는 과정이다. 영국의 경우 17세기 전반에 걸쳐 금세공업자가 은행업자의 기능을 겸행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환거래를 매개로 한 세계 지불 결제의 고도화된 양상이나 유가 증권 거래 등 신용 제도의 특수한 형태들은 본 고찰의 범위에서 제외한다.

 

세계 화폐로 국민적 화폐는 그 국지적 성격을 탈피한다. 각국의 화폐는 상호 간의 가치로 표현되며, 결과적으로 모든 국민적 화폐는 해당 화폐의 금·은 함유량으로 환산된다. 금과 은이라는 두 상품이 모두 세계 화폐로 유통됨에 따라, 이들 사이의 가치 비율 역시 끊임없이 변동하며 환산 과정을 거친다.

 

화폐 거래 업자는 이러한 중개 기능을 자신의 특수한 사업으로 영위한다. 이처럼 환전업과 지금 거래업은 화폐 거래업의 시초 형태이며, 이는 국민적 주화로의 기능과 세계 화폐로의 기능이라는 화폐의 이중적 속성에서 기인한다.

 

자본주의적 생산 과정에서는 일반적인 상업과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첫째, 퇴장 화폐로의 화폐 축적이다. 오늘날 이는 구매 및 지불 수단의 준비금으로 상시 화폐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 자본 부분의 축적을 의미한다. 이는 상인 자본의 발달과 함께 그 목적에 부합하도록 형성된 퇴장 화폐의 제1형태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 하에서도 지속된다. 이러한 퇴장 화폐는 국내외 유통 과정에서 끊임없이 유입과 유출을 반복하며 운동한다. 퇴장 화폐의 제2형태는 당분간 운용되지 않는 화폐 형태의 유휴 자본으로, 새로 축적되었으나 아직 투하되지 않은 화폐 자본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퇴장 화폐의 형성에는 주로 보관 및 부기와 같은 기능들이 수반된다.

 

둘째, 자본주의적 생산 과정과 상업 일반은 구매 시의 화폐 지불, 판매 시의 화폐 수납, 채무 상환 및 채권 회수, 지불 결제 등의 업무와 결부된다. 화폐 거래 업자는 초기에는 상인과 산업 자본가를 대행하는 단순한 현금 출납인으로 이러한 기능 (서비스)을 수행한다. 화폐 거래업은 그 본연의 기능에 대부·차입 기능 및 신용 거래가 결합되면서 비로소 충분히 발달하게 된다. 이와 관련된 논의는 이자 낳는 자본을 다루는 다음 편에서 상술한다.

 

지금 거래, 곧 국가 간 금·은의 이전은 본질적으로 상품 거래의 결과이며, 각국 시장의 세계 수지와 이자율 상태를 나타나는 환율에 따라 규정된다. 지금 거래 업자는 이러한 경제적 결과들을 매개하는 역할에 국한된다.

 

단순 상품 유통에서 화폐의 운동과 형태적 특징이 발전하는 과정을 고찰할 때 확인했듯이 (권 제3), 구매 및 지불 수단으로 유통되는 화폐량의 운동은 상품 형태 변화의 규모와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형태 변화 과정은 총 재생산 과정의 일면을 구성한다. 화폐 재료인 금·은을 생산지로부터 공급받는 행위는 상품으로의 귀금속과 여타 상품 간의 직접적 교환 결과이며, 이는 철과 같은 다른 금속의 확보와 마찬가지로 상품 교환의 영역에 속한다.

 

세계 시장에서의 귀금속 운동 또한 (상품 자본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대부 자본의 이전은 제외함), 국내 화폐 운동이 국내 상품 교환에 따라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계 상품 교환에 따라 완전히 규정된다.

 

국내 주화의 가치 하락이나 복본위제 시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가 간 귀금속 유출입은 진정한 의미의 화폐 유통 범위 밖에 있으며, 이는 국가 정책에 따른 왜곡을 시정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퇴장 화폐의 형성은, 그것이 대외 무역을 위한 지불 수단의 준비금이거나 일시적 유휴 자본의 형태인 한,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침전물에 불과하다.

 

화폐 유통의 범위·형태·운동이 본질적으로 상품 유통의 결과라면,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상품 유통은 자본의 유통 과정 (수입 지출에 따른 자본과 수입 간의 교환 및 수입 상호 간의 교환 포함)을 체계적으로 표현할 뿐이다. 따라서 화폐 거래업이 상품 유통의 결과적 현상인 화폐 유통을 단순히 매개할 뿐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이 화폐 유통은 상품 유통의 본질적인 한 계기로, 화폐 거래업의 활동에 앞서 이미 전제되어 있는 조건이다.

 

화폐 거래업이 매개하는 영역은 화폐 유통의 기술적 처리에 국한되며, 해당 업종은 이러한 처리를 집중·단축·단순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화폐 거래업은 퇴장 화폐 자체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퇴장 화폐의 형성이 경제적 자발성에 근거하는 한 (, 퇴장 화폐가 단순한 유휴 자본이나 재생산 과정의 교란을 나타내지 않는 한), 이를 경제적 최소 한도로 축소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을 제공한다. 구매 및 지불 수단을 위한 준비금을 개별 자본가가 각자 관리할 때보다 자본가 계급 전체의 차원에서 통합 관리할 때 그 필요 규모를 현저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 거래업은 귀금속을 직접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 거래업에 따라 구매된 귀금속의 분배 과정을 매개할 따름이다. 화폐가 지불 수단으로 기능할 경우, 화폐 거래업은 차액 결제를 용이하게 하며 결제 기구의 인위적 원리에 따라 소요 화폐량을 감소시킨다. 그러나 화폐 거래업은 이러한 상호 지불의 연관성이나 규모 자체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은행이나 어음 교환소에서 거래되는 어음과 수표는 개별적으로 완결된 독립적 거래의 산물이므로, 화폐 거래업의 역할은 단지 그 결과에 대한 기술적 결제 방식을 개선하는 데 국한된다. 화폐가 구매 수단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도 매매의 규모와 빈도는 화폐 거래업과는 무관하며, 화폐 거래업은 매매에 부수되는 기술적 절차를 단축하면서 회전에 필요한 현금 통화량을 절감시킬 뿐이다.

 

따라서 본 고찰의 대상인 순수 형태의 화폐 거래업, 곧 신용 제도와 분리된 화폐 거래업은 상품 유통의 한 계기인 화폐 유통의 기술적 측면 및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화폐 기능에만 관여한다.

 

이러한 특성은 화폐 거래업을 상품 거래업과 본질적으로 구분 짓는 요소가 된다. 상품 거래업은 상품의 형태 변화와 교환을 매개하며 상품 자본의 과정을 산업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자본 운동으로 부각시킨다. 상업 자본이 상품 자본의 순환 C-M-C과 대비되는 화폐 자본의 순환 M-C-M (상품의 위치 변경에 따른 화폐의 환류)이라는 특수한 유통 형태를 나타내는 것과 달리, 화폐 거래 자본은 그 자체로 이러한 독자적 유통 형태를 가질 수 없다.

 

특수한 자본가 계급이 화폐 유통의 기술적 매개를 위해 화폐 자본을 투하할 때, 이 자본은 개별 상인이나 산업 자본가들이 해당 목적을 위해 직접 투하해야 했을 추가 자본을 축소된 규모로 대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도 투하자에게 M+ΔM을 가져다주는 M-M´이라는 자본의 일반 공식은 성립한다. 그러나 M사이를 매개하는 과정은 형태 변화의 소재적 측면이 아닌, 오직 기술적 측면만을 포함한다.

 

화폐 거래업자가 취급하는 화폐 자본의 양은 본래 상인과 산업 자본가가 유통시키는 화폐 자본의 분량에 상응하며, 그가 수행하는 활동은 이들의 경제적 행위를 기술적으로 매개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또한 화폐 거래업자의 이윤이 잉여 가치의 분할로부터 확보된다는 점도 명백하다. 그는 이미 실현된 가치 (또는 채권의 형태로 실현 예정인 가치)를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할 뿐이기 때문이다.

 

상품 거래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화폐 거래업에서도 기능의 중복 현상이 발생한다. 화폐 유통에 수반되는 기술적 활동 중 일부는 여전히 상품 거래업자와 상품 생산자들이 직접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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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상업 자본의 회전. 가격

 

산업 자본의 회전이 생산 시간과 유통 시간의 통일 속에서 전체 생산 과정을 포괄하는 것과 달리, 상업 자본의 회전은 상품 자본의 운동이 자립화된 형태로 상품 형태 변화의 제1국면인 판매 C-M을 특수한 자본 환류 운동으로 나타낸다.

 

상인의 관점에서 상업 자본의 회전은 M-C-M´의 과정에서 화폐를 상품으로 전환했다가 다시 화폐로 회수하는 행위의 연속적 반복이다. 일반적인 유통 영역 내 산업 자본의 형태 변화는 C1-M-C2, 곧 생산된 상품의 판매 대금 C1으로 새로운 생산 수단 C2을 구매하는 상품 간 교환을 매개한다면, 상업 자본의 운동에서는 동일한 상품이 두 번 소유자를 바꾸며 화폐가 상인에게 환류하도록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상업 자본의 회전은 생산 과정과의 직접적인 결합 없이 오직 유통 영역 내부에서의 화폐 자본 증식과 환류에 집중되는 특성을 지닌다.

 

상인 자본 100으로 상품을 구매하여 110에 판매할 경우, 해당 자본은 1회전한 것으로 간주하며 연간 회전수는 M-C-M´ 운동의 연간 반복 횟수에 따라 결정된다.

 

이때 구매와 판매 가격 차이를 유발하는 제반 비용은 분석의 본질적 형태를 변화시키지 않으므로 고려하지 않는다.

 

상업 자본의 회전수는 단순 유통 수단으로 화폐가 반복 유통되는 원리와 비슷한다. 100의 화폐가 10번 유통되어 그 가치의 10배에 달하는 상품을 구매하듯, 100의 화폐 자본이 10회 회전하면 총 1,000의 상품 자본을 실현하게 된다.

 

다만 화폐 유통이 서로 다른 주체들 사이에서 동일한 기능을 반복하며 속도로 유통 화폐량을 보충하는 것과 달리, 상업 자본의 회전은 동일한 가치액이 상품의 매매를 반복하며 동일한 소유자에게 M+ΔM(가치+잉여 가치)의 형태로 환류한다는 점에 특수성이 있다. (CW 33: 48-49) 이처럼 유통에 투입한 것보다 더 많은 화폐를 회수하는 과정은 상업 자본 회전의 핵심적 특징을 구성한다. 또한 신용 제도의 발달로 지불 수단 기능이 강화되어 자본의 회전 속도가 가속화되면, 그에 대응하여 동일 화폐량의 유통 속도 역시 병행하여 상승하게 된다.

 

상업 자본의 회전이 단순한 매매의 반복에 국한되는 것과 달리, 산업 자본의 회전은 전체 재생산 과정의 주기성과 갱신을 구체화한다. 이러한 산업 자본의 운동은 상업 자본이 존립하기 위한 외부적 전제 조건이 된다. , 상업 자본의 신속한 회전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산업 자본이 시장에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다시 회수하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하며, 재생산 과정이 정체되면 상품 자본의 회전 역시 필연적으로 지연된다.

 

상업 자본은 유통 시간을 단축하면서 생산 자본의 회전을 보조하지만, 회전 시간의 또 다른 제약 요인인 생산 시간 자체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상업 자본의 회전을 규정하는 선차적 한계로 작용한다. 나아가 재생산적 소비를 제외할 때, 상업 자본의 회전은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개인적 소비 속도와 규모에 따라 제한된다. 소비 재원으로 투입되는 상품 자본의 실현 여부가 전적으로 최종 소비의 동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투기 국면에서 성행하는 상인 간의 내부 매매를 배제할 때, 상업 자본은 선차적으로 생산 자본의 판매 C-M 국면을 단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나아가 신용 제도 하에서 상업 자본은 사회적 총 화폐 자본의 상당 부분을 동원하면서, 이미 매입한 상품의 최종 판매 이전이라도 구매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할 수 있다. 이때 최종 소비자와의 단계적 거리나 중간 상인의 개입 여부는 본질적인 변수가 되지 않는다.

 

재생산 과정의 고유한 탄력성으로 인해 상인은 생산의 실질적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이를 지극히 가변적인 것으로 간주하게 되며, 이는 상품 형태에 내재된 구매 (M-C)와 판매 (C-M)의 분리만이 아니라, 유통 영역 내에서 가공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결과를 낳는다.

 

상업 자본의 운동은 유통 영역 내에서 자립화된 산업 자본의 운동에 불과함에도, 이러한 자립적 성격으로 인해 일정 범위 내에서는 재생산 과정의 제약을 무시하고 이를 한계점을 벗어나 추진시킨다. 결국 상업 자본이 지닌 내적 의존성과 외적 자립성 사이의 모순은, 그 불일치가 극에 달해 공황이라는 폭력적 수단을 매개로 내적 연관이 강제적으로 복구되는 지점까지 확대된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공황은 직접적 소비를 담당하는 소매업이 아니라, 사회적 화폐 자본을 집중적으로 운용하는 도매업과 은행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폭발한다.

 

생산자와 수출입업자, 도매상 간의 연쇄적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는 미처 판매되지 못한 재고가 축적되며 과잉 생산의 전조가 나타난다. 모순적으로 이 시기의 소비는 표면적으로 매우 왕성해 보이는데, 이는 산업 자본가 간의 연쇄적 활동과 고용 확대에 따른 노동자 및 자본가의 지출 증가에 기인한다. 또한 (권 제3) 개인적 소비와 직접 연계되지 않는 불변 자본 간의 유통 역시 축적 가속화에 힘입어 독립적으로 확장되지만, 이 또한 궁극적으로는 최종 소비재 생산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개인적 소비의 한계에 귀속된다.

 

결국 예상 수요에 근거한 불변 자본의 생산과 상업적 번영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으나, 원격지 시장에서의 자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은행의 상환 압박 및 어음 만기가 도래하는 순간 공황은 현실화된다. 채무 이행을 위한 투매가 시작됨과 동시에 허울뿐인 번영은 종식되고 파국적인 경제적 붕괴가 수반된다.

 

상업 자본의 회전은 다수의 생산 자본들의 회전을 동시적 또는 순차적으로 촉진하면서 그 피상적이고 불합리한 성격을 심화시킨다.

 

상업 자본은 단순히 여러 산업 자본의 회전을 도울 뿐만 아니라, 상품 형태 변화의 상반된 국면들을 매개하기도 한다. 가령 상인이 제조업자로부터 아마포를 구매하여 표백업자에게 판매할 경우, 동일한 상업 자본의 회전 (C-M)은 한 산업 자본의 판매 국면 (C-M)과 다른 산업 자본의 구매 국면 (M-C)을 동시에 매개하게 된다.

 

유통 비용 K과 그에 따른 추가 이윤 ΔK을 배제하고 고찰할 때, 상업 이윤과 회전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수학적으로 명확해진다.

 

상업 자본 100에 대해 연간 평균 이윤율이 15%로 설정되어 있다면, 취급하는 상품의 생산 가격 변동은 상인이 획득하는 총 이윤액 15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예컨대 설탕 매매업에서 설탕 1g의 생산 가격이 1에서 0.05로 하락할 때, 상인은 동일한 자본으로 더 많은 물량 (100g에서 2,000g)을 취급하게 되며, 단위당 부가되는 이윤은 0.15에서 0.0075 (1g 판매 가격 0.0575)로 미세하게 분산될 뿐이다. 그러나 생산 가격의 고저는 개별 상품 단위당 부가되는 상업 이윤의 크기, 곧 가격 추가분의 비중을 결정한다. 따라서 생산 가격이 하락하면 상인은 동일 자본으로 더 많은 물량을 취급해야 하며, 총 이윤 15는 방대한 상품량의 각 단위에서 미세하게 분산된다. 반대로, 생산 가격이 상승하면 개별 상품당 부가되는 이윤의 절대량은 커지게 된다.

 

결국 개별 상품에 낮은 이윤을 붙여 다량을 판매할 것인지, 아니면 높은 이윤을 붙여 소량을 판매할 것인지를 상인이 임의적으로 결정한다는 통속적 견해는 오류에 불과하다. 상인의 판매 가격을 규정하는 두 한계인 상품의 생산 가격과 평균 이윤율은 모두 상인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객관적 여건이기 때문이다. 상인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은 자신의 가용 자본 규모와 시장 상황에 따라 고가품과 저가품 중 어느 품목을 거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지점에 국한된다.

 

따라서 상인의 행위 양식은 전적으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발달 단계에 귀속되며, 상인 개인의 자의적 의향과는 무관하다. 과거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와 같이 생산 독점권을 보유한 특수한 상업 자본만이 초기 자본주의적 수법을 변화된 상황에서도 고수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 망상을 겨우 유지할 수 있었을 뿐이다.

 

개별 상품에 대한 이윤 가산 방식에 관한 통속적 편견은 상업 활동만을 단편적으로 관찰하는 선입견에서 비롯되며,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이러한 오류를 강화한다.

 

첫째, 경쟁의 양상이다. 이는 총 상업 이윤이 개별 상인들 사이에서 분할되는 과정일 뿐이며, 특정 상인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판매 가격을 인하하는 행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라이프치히 경제학자 로셔의 주장처럼 (1858: 192) 가격 변동의 원인을 생산 방식의 근본적 변혁이 아닌 주관적인 분별이나 인간성에서 찾으려는 비과학적 태도다.

 

셋째로, 노동 생산성 향상으로 생산 가격이 하락할 때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며 일시적으로 시장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다. 이 경우 판매 가격은 일시적으로 평균 이윤을 상회하는 초과 이윤을 산출하게 된다.

 

넷째, 자본의 회전 속도를 가속화하기 위해 상인이 스스로 가산 이윤을 삭감하고 판매 가격을 낮추는 전략적 선택이다.

 

결론적으로 위에서 열거한 제반 현상들은 자본의 본질적 운동 법칙이 아니라 오직 상인 간의 경쟁 원리에서 발생하는 파생적 현상들에 불과하다.

 

자본권에서 논증된 바와 같이, 상품 가격의 고저는 투하 자본이 창출하는 잉여 가치의 총량이나 잉여 가치율을 결정하는 직접적 요인이 아니다. 가치와 일치하는 상품의 단위 가격은 해당 상품에 대상화된 노동 총량에 따라 규정되며,

 

노동 생산성 향상으로 노동량이 다수의 상품에 분산될 경우 개별 상품 가격과 그에 포함된 잉여 가치의 절대량은 감소한다. 그러나 잉여 가치율은 개별 상품 내 잉여 가치의 절대적 크기가 아니라 임금에 대한 잉여 가치의 상대적 비율에 의존하므로, 단위당 잉여 가치량이 적더라도 잉여 가치율은 높게 유지될 수 있다. , 단위 상품의 잉여 가치액은 노동 생산성으로부터 선차적으로 결정되며, 노동의 지불·미지불 분할 비율에 의거하여 후차적으로 규정된다.

 

상업 자본의 관점에서 볼 때 생산 가격은 외부적으로 주어지는 객관적 전제다.

 

과거 상인의 판매 가격이 높게 형성되었던 원인은 낮은 노동 생산성으로 인한 높은 생산 가격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약되어 일반적 이윤율이 확립되지 않았던 경제적 여건에서 상업 자본이 잉여 가치의 상당 부분을 독점적으로 취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들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발전에 따라 점차 해소되었다.

 

상업 자본의 회전 속도는 업종별 특성과 경제 순환 국면에 따라 차이를 보이나, 실증적으로 산출되는 평균 회전수가 존재한다.

 

상업 자본의 회전은 산업 자본의 회전 과정 중 개별 국면이 독립적인 자본 운동으로 자립화된 것이라는 점에서 산업 자본의 회전과 구별되는 고유한 성격을 지닌다. 또한 이윤 형성 및 가격 결정 원리와 회전 사이의 상관관계 역시 산업 자본과는 상이한 원리에 따라 작동한다.

 

산업 자본에 있어 회전은 재생산의 주기성을 체현하며, 특정 기간 시장에 공급되는 상품량은 이 회전 속도에 규정된다. 이때 유통 시간은 생산 규모의 확장을 저해하고 가치 및 잉여 가치의 창출을 제약하는 탄력적 장애물로 작용한다. 따라서 산업 자본의 회전은 연간 잉여 가치 생산량과 일반적 이윤율 형성을 규정하는 제한적 요인으로 기능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업 자본에 있어 평균 이윤율은 외부에서 주어진 고정적 크기다. 상업 자본은 잉여 가치의 직접적 창출 과정에 관여하지 않으나, 사회적 총자본에서 차지하는 자기 비중에 비례하여 산업 자본이 생산한 이윤의 일부를 배당받으면서 일반적 이윤율의 형성에 참여한다. 결과적으로 상업 자본의 회전은 이윤 창출의 원천이 아니라, 이미 창출된 가치의 분배 및 실현 국면에서 그 독자적인 운동 법칙을 관철한다.

 

자본권 제2자본의 회전에서 규명된 바와 같이, 산업 자본의 회전수가 증가할수록 해당 자본이 창출하는 이윤 총량은 비례하여 확대된다. 일반적 이윤율이 확립된 조건에서 총이윤은 각 자본의 직접적인 이윤 생산 기여도가 아니라, 총자본 내 점유 비중 곧 자본의 개별 크기에 따라 배분된다. 그러나 이러한 배분 방식이 산업 자본 회전의 핵심적 성격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 총산업 자본의 회전수가 높을수록 연간 생산되는 이윤 (또는 잉여 가치)의 총량은 증가하며, 기타 제반 조건이 동일하다면 이윤율 또한 상승하게 된다.

 

반면, 상업 자본의 경우 이윤율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미리 정해진 수치로 나타난다. 이 이윤율의 크기는 선차적으로 산업 자본으로부터 생산된 이윤 총량에 따라 규정되며, 후차적으로는 사회적 총자본 (생산 및 유통 과정에 투하된 자본의 합계) 중 상업 자본이 차지하는 상대적 규모와 양적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상업 자본에 있어 회전은 이윤율 자체를 창출하기보다 주어진 이윤율 하에서 개별 자본의 수익성을 실현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총 상업 자본의 회전수는 사회적 총자본 대비 상업 자본의 점유 비율, 곧 유통 과정에 요구되는 상업 자본의 상대적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투하되는 상업 자본의 절대량과 그 회전 속도는 명확한 반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타 조건이 일정하다면 상업 자본의 상대적 크기, 곧 총자본 내 비중은 궁극적으로 총자본의 절대적 규모에 따라 규정된다.

 

예를 들어 총자본이 10,000일 때 상업 자본의 비중이 1/10이라면 그 절대량은 1,000이 되며, 총자본이 1,000인 경우 동일한 비율하에서의 절대량은 100이 된다. 이처럼 상업 자본의 상대적 비중이 고정되어 있더라도, 그 절대적 크기는 기초가 되는 총자본의 규모에 비례하여 변동한다. 본 고찰에서는 상업 자본의 상대적 크기가 총자본의 1/10이라는 주어진 상수로 전제한다.

 

상업 자본의 상대적 크기 또한 회전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 회전이 신속할 경우 상업 자본의 절대량은 총자본의 1/10 (1,000/10,000, 100/1,000) 수준인 1,000 또는 100에 머물 수 있으나, 회전이 지연되면 절대량이 2,000 또는 200으로 증가하여 상대적 비중 역시 1/10에서 1/5 (각각 2,000/10,000, 200/1,000)로 확대된다.

 

따라서 운수 수단의 발달과 같이 상업 자본의 평균 회전 시간을 단축시키는 요인들은 상업 자본의 필요 절대량을 감축시키며, 결과적으로 일반적 이윤율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발달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은 이전의 생산 단계와 비교했을 때, 상업 자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중적 영향을 미친다.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발달은 상업 자본에 대하여 이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선 재생산 과정의 가속화와 상업 자본의 신속한 회전으로 인해, 동일한 상품량을 유통하는 데 필요한 자본량이 절감되면서 산업 자본 대비 상업 자본의 비중은 감소한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생산이 상품 생산으로 전환됨에 따라 총생산물 대부분이 상업 자본의 영역으로 포섭된다. 소규모 생산 중심의 이전 양식에서는 생산자의 직접 소비나 주문 생산 비중이 높아 상업 자본의 개입 여지가 적었으나, 자본주의 하에서는 생산물 전체가 유통 담당자의 수중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변화에 따른 상업 자본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이전 생산 양식에서 상업 자본은 절대량 측면에서 현재보다 작았다. 총생산물 중 상품화되어 유통되는 비중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전 속도가 느린 데다 낮은 노동 생산성으로 인해 단위 상품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었으므로, 취급 상품량 대비 투하되는 상업 자본의 상대적 크기는 오히려 자본주의 단계보다 컸다.

 

둘째, 자본주의적 생산 기반 위에서는 상품 생산량 자체가 비약적으로 증가할 뿐만 아니라, 가치 하락에도 생산물 중 상업의 대상이 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상업 자본의 절대적 양이 팽창하며, 해운·철도·전신 등 유통 수단 (인프라)에 투하되는 자본 또한 동반 상승한다.

 

셋째,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발달과 함께 소매업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투기 및 유휴 자본이 과잉 공급됨에 따라, 실제 기능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가동되는 상업 자본이 축적된다. 이는 자본 간 경쟁 심화에 따른 파생적 결과로 나타난다.

 

총자본 대비 상업 자본의 상대적 규모가 고정되어 있다면, 개별 상업 부문 간의 회전수 차이는 상업 자본에 배분되는 총이윤의 크기나 일반적 이윤율 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상업 이윤은 유통되는 상품 자본의 총량이 아니라, 해당 회전을 매개하기 위해 실제로 투하된 화폐 자본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가령 연간 일반적 이윤율이 15%일 때, 100의 자본을 투하한 상인의 자본이 연간 1회 회전한다면 상품을 115에 판매하게 된다. 동일한 자본이 연간 5회 회전할 경우, 상인은 매 회전마다 100의 상품을 103에 판매하면서 연간 총 500의 상품 자본을 515에 실현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두 경우 모두 투하 자본 100에 대하여 동일한 15의 연간 이윤을 획득한다. 회전수에 비례하여 이윤이 증가한다면 상업 자본은 산업 자본보다 현저히 높은 이윤을 점유하게 되며, 이는 자본 간 등가 이윤을 보장하는 일반적 이윤율의 법칙에 모순된다.

 

따라서 개별 상업 부문별 상업 자본의 회전수는 상품의 상업 가격, 곧 상인의 판매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인이 개별 상품의 생산 가격에 부가하는 상업 이윤의 크기는 해당 부문 상업 자본의 회전수 또는 회전 속도에 반비례한다. 가령 특정 상업 자본이 연간 5회 회전할 경우, 이 자본이 동일 가치의 상품에 가산하는 이윤 폭은 연간 1회 회전하는 자본이 부가하는 금액의 1/5 수준으로 결정된다.

 

결과적으로 회전 속도의 차이는 투하 자본 대비 연간 총 이윤율을 평균화하는 기제로 작용하며, 이는 개별 상품 단위의 가격 가산율을 차등화하는 근거가 된다.

 

개별 상업 부문에서 자본의 평균 회전 시간이 판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이 규정된다. 상업 자본의 규모가 고정될 때 획득되는 상업 이윤의 총량은 연간 일반적 이윤율에 따라 결정되며, 이는 해당 자본이 수행하는 구체적인 상업 활동의 특성과는 무관한 독립적 변수다. 그러나 이 고정된 이윤 총량이 동일 가치의 상품량에 배분되는 비율은 회전 속도에 따라 반비례한다. 예컨대 연간 5회 회전하는 자본은 개별 상품 가격에 3% (15%1/5)만을 추가하는 반면, 연간 1회 회전하는 자본은 상품 가격에 이윤 전액인 15%를 직접 가산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본의 회전 속도는 개별 상품 단위당 부가되는 마진율을 결정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한다.

 

따라서 서로 다른 상업 분야 간에 상업 이윤율이 균등하게 형성되더라도, 상품 가치 대비 판매 가격의 비율은 상이하게 나타나며, 이는 각 상업 자본의 회전 시간에 정비례하여 상승한다.

 

반면, 산업 자본의 경우, 회전 시간은 개별 상품의 가치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다. 비록 회전 시간이 착취되는 노동량을 매개로 특정 기간 생산되는 가치와 잉여 가치의 총량에 영향을 미칠지라도, 개별 상품 가치 그 자체를 변화시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질적 관련성은 가치와 생산 가격의 불일치로 인해 표면적으로는 은폐될 수 있으나, 산업 자본의 생산 과정 전체와 그에 따른 총 상품량을 포괄적으로 고찰한다면 가치 법칙의 일반적 타당성은 명확히 확증된다.

 

산업 자본의 회전 시간이 가치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고찰하면, 상품 가치는 투하된 노동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경제학의 근본 법칙에 수렴하게 된다. 반면, 상업 자본의 회전이 상업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매개 항목들에 대한 심층적 분석이 결여될 경우 가격이 자본의 주관적 이윤 목표에 따라 자의적으로 결정된다는 착시를 일으킨다.

 

특히 이러한 회전의 효과는 유통 과정이 생산 과정으로부터 독립하여 상품 가격을 규정하는 듯한 현상적 형태를 띤다. 결과적으로 재생산 총 과정에 대한 피상적이고 왜곡된 견해들은 대부분 상업 자본의 고찰에서 비롯되며, 상업 자본 특유의 운동 방식이 유통 주체들의 의식 속에 각인시킨 관념적 잔상에 기인한다.

 

자본주의적 생산 과정에 내재된 진정한 인과 관계를 분석하는 작업은 고도의 복잡성과 난해함을 수반하며, 이는 독자들에게 상당한 지적 노고를 요구한다. 그러나 가시적인 현상적 운동을 그 기저에 자리한 실질적인 내적 운동으로 소급하는 것은 과학이 수행해야 할 핵심적 임무 중 하나다.

 

자본주의적 생산과 유통을 주도하는 행위자들의 의식 속에는 생산 법칙에 관한 고유한 관념이 형성되기 마련이나, 이는 생산의 진정한 법칙들로부터 완전히 불일치한 채 표면적 운동이 나타난 허상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의식적 전도는 자본주의적 관계가 외적으로 나타나는 방식에서 기인하는 필연적 결과물이다.

 

상인과 주식 거래인, 은행가의 관념은 그 경제적 지위로 인해 필연적으로 전도될 수밖에 없으며, 제조업자의 관념 또한 자신의 자본이 종속된 유통 행위와 일반적 이윤율의 균등화 과정에 따라 왜곡된다. 경쟁 원리 역시 이들의 인식 체계 안에서는 본래의 인과 관계와 상반되는 전도된 기능을 수행한다.

 

가치와 잉여 가치의 객관적 한계가 전제될 때 비로소 자본 간 경쟁이 가치를 생산 가격 및 상업 가격으로, 그리고 잉여 가치를 평균 이윤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내적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경쟁이 왜 일반적 이윤율을 특정 수준, 예컨대 1,500%가 아닌 15%로 수렴하게 만드는지 그 근거를 해명할 수 없다. 경쟁은 서로 다른 이윤율을 하나의 수준으로 평준화하는 기제일 뿐, 그 이윤율의 절대적 수준 자체를 결정하는 본질적 요소는 경쟁 내부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업 자본의 관점에서는 자본의 회전 자체가 가격을 결정하는 것으로 오인되기 쉽다. 산업 자본의 회전 속도는 일정 기간 착취되는 노동량을 규정하면서 이윤량과 일반적 이윤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상업 자본에 있어 이윤율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여건이며 이윤율과 잉여 가치 형성 사이의 내적 연관은 외견상 완전히 소멸되어 있다.

 

산업 자본의 경우 유기적 구성을 포함한 제반 조건이 동일할 때 회전수가 두 배로 증가하면 생산되는 잉여 가치와 이윤 또한 두 배로 증대하며, 이는 해당 자본이 혁신적 생산 방법을 독점할 때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반면, 상업 부문에서는 서로 다른 회전 시간이 다음과 같은 법칙, 곧 개별 상품 자본의 1회전당 이윤은 이를 매개하는 화폐 자본의 회전수에 반비례한다는 원리로 나타난다. 소매업자들이 내세우는 박리다매의 원칙은 이러한 회전의 법칙이 주체적 선택인 것처럼 오인된 것에 불과하며, 실상은 객관적인 자본 운동의 결과일 따름이다.


물론 각각의 상업 분야에서 관철되는 상업 자본의 회전 법칙은, 개별 자본의 회전 속도 편차가 상쇄된 해당 분야 전체의 평균 회전에만 타당하게 적용된다. 동일 분야 내에서 특정 자본 A의 회전수가 평균을 상회하거나 자본 B의 회전수가 평균을 하회할 수 있으나, 이러한 개별적 변동이 타 자본들을 매개로 상쇄되는 한 해당 분야에 투하된 상업 자본 전체의 총체적 회전 양상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개별 상인이나 소매상에게 평균을 상회하는 회전수는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이 경우 상인은 산업 자본가가 평균적인 생산 조건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초과 이윤을 획득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로 초과 이윤을 얻게 된다.

 

경쟁이 격화될 경우, 상인은 자신의 이윤율을 평균 이하로 저하시키지 않으면서도 경쟁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우위를 점한다. 신속한 회전을 추동하는 요인이 상점의 입지와 같이 구매하는 조건이라면, 상인은 해당 조건에 대해 특별 임대료를 지불하게 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그의 초과 이윤 일부가 지대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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