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신용 제도 아래의 유통 수단


통화 유통 속도를 규정하는 핵심 기제는 신용이며, 화폐 시장의 심각한 핍박은 통상 유통속도의 급격한 가속과 병행한다.’ (통화 이론 검토: 65)

 

해당 명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우선 유통 수단 (통화)을 절약하는 제반 방법이 신용 체계에 근거한다는 점이다. 가령 5,000단위의 은행권을 전제할 때, A가 어음 대금 지불을 위해 B에게 이를 양도하고, B는 이를 다시 은행에 예탁하며, 은행은 C의 어음 할인을 지원하기 위해 해당 자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어음 중개업자에게 대부하는 일련의 연쇄 과정이 발생한다. 이때 은행권의 유통 속도, 곧 구매 및 지불 수단으로의 기능 빈도는 해당 화폐가 예금과 대부의 형태를 취하며 경제 주체 간에 이전되는 속도에 규정된다.

 

유통 수단의 절약이 가장 고도화된 형태는 어음 교환소에서 나타난다. 이곳에서 만기 어음은 상호 상계되어 정리되며, 화폐는 오직 최종 차액을 결제하기 위한 지불 수단으로만 기능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제 기제는 산업가와 상인 간의 상호 신용을 전제로 성립한다. 따라서 신용이 위축되면 어음, 특히 장기 어음의 발행량이 감소하게 되며, 이는 결과적으로신용에 기반한 결제 방식의 경제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절약은 거래 체계에서 실물 화폐를 배제하며, 전적으로 신용에 기반한 화폐의 지불 수단적 기능에 의존한다. 지불 집중 기술의 발달 정도를 차치할 때, 이러한 절약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동일 은행 내에서 어음이나 수표로 대변되는 상호 채권을 계좌 간 이전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둘째, 서로 다른 은행들이 상호 결제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특히 오브렌드 거니 상사와 같은 어음 중개업자에게 막대한 규모의 어음을 집중시키는 행위는 지방 단위의 상호 결제 규모를 확장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했다. 이러한 절약 기제는 최종 차액 결제에 필요한 유통 수단의 양을 최소화하면서 그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다른 한편으로, 유통 수단으로 화폐의 유통 속도 또한 매매의 순환이나 지불 연쇄의 원활함에 규정되는데, 여기서도 신용은 유통 속도를 매개하고 가속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화폐의 이전이 신용의 개입 없이 단순한 현실적 매매에 국한될 경우, 화폐는 개별 주체의 수중에 비교적 장기간 정체하게 되어 제한적인 거래만을 성사시킨다.

 

그러나 예금과 어음 할인 등의 신용 활동이 개입되면 상황은 반전된다. 판매자가 대금을 은행에 예탁하고, 은행이 이를 다시 타인에게 대출하거나 어음 할인에 운용하면서 화폐는 실물 거래의 매개 없이도 소유주를 신속히 변경하게 된다. , 신용 활동은 화폐의 물리적 이동만이 아니라 소유권을 빠르게 이전시키면서, 주어진 시간 내에 성사시킬 수 있는 실물 거래의 횟수를 비약적으로 증폭시킨다.

 

결국 동일한 은행권이 여러 은행의 예금을 형성할 수 있으며, 단일 은행 내에서도 반복적인 예입과 대출 과정을 거쳐 다수의 예금을 창출하는 것이 성립된다. 예컨대 특정 주체가 예금한 은행권이 타인의 어음 할인에 사용되고, 이것이 다시 상거래를 거쳐 동일 은행에 재예치되는 순환 과정을 거쳐 화폐의 유통 경제와 신용 창출 효과는 극대화된다.

 

 

 단순 화폐 유통에 관한 이전의 고찰 (권 제32)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현실적인 화폐 유통량은 유통 속도와 지불 절약 기제가 고정적일 때 상품 가격 및 거래 총량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화폐 유통의 법칙은 은행권 유통 영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1844-1857년 잉글랜드 은행권 권종별 연평균 유통액 및 구성비 추이

 

(단위: 천 파운드, %)

 

연도

5-10파운드 (소액권)

20-100파운드 (중액권)

200-1,000파운드 (고액권)

총 유통액

1844

9,263 (45.7%)

5,735 (28.3%)

5,253 (26.0%)

20,241

1845

9,698 (46.9%)

6,082 (29.3%)

4,942 (23.8%)

20,722

1846

9,918 (48.9%)

5,778 (28.5%)

4,590 (22.6%)

20,286

1847

9,591 (50.1%)

5,498 (28.7%)

4,066 (21.2%)

19,155

1848

8,732 (48.3%)

5,046 (27.9%)

4,307 (23.8%)

18,085

1849

8,692 (47.2%)

5,234 (28.5%)

4,477 (24.3%)

18,403

1850

9,164 (47.2%)

5,587 (28.8%)

4,646 (24.0%)

19,398

1851

9,362 (48.1%)

5,554 (28.5%)

4,557 (23.4%)

19,473

1852

9,839 (45.0%)

6,161 (28.2%)

5,856 (26.8%)

21,856

1853

10,699 (47.3%)

6,393 (28.2%)

5,541 (24.5%)

22,653

1854

10,565 (51.0%)

5,910 (28.5%)

4,234 (20.5%)

20,709

1855

10,628 (53.6%)

5,706 (28.9%)

3,459 (17.5%)

19,793

1856

10,680 (54.4%)

5,645 (28.7%)

3,323 (16.9%)

19,648

1857

10,659 (54.7%)

5,567 (28.6%)

3,241 (16.7%)

19,467

 

자료: 은행법, 1858: xxvi.

 

1844년부터 1857년 사이 영국의 수출입 거래액은 두 배 이상 급증했으나, 잉글랜드 은행권의 총 유통액은 오히려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권종별 추이를 살펴보면, 5파운드 및 10파운드권의 소액권 유통량은 18449263천 파운드에서 18571,0659천 파운드로 증가하며 당시의 금 유통 확대와 추세를 같이했다. 반면, 2001,000파운드 대의 고액권은 18525856천 파운드에서 18573241천 파운드로 급감하며 250만 파운드 이상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고액권 유통의 급감은 지불 체계의 제도적 변화에 기인한다.

 

‘185468, 런던의 개인 은행업자들이 주식 은행들을 어음 교환소에 참여시키고 최종 결제를 잉글랜드 은행으로 단일화하면서 결제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이루어졌다. 매일 발생하는 대규모 결제가 각 은행이 잉글랜드 은행에 보유한 계좌 간 이체 방식으로 대체됨에 따라, 종래의 은행 간 상호 결제를 위해 필수적이었던 고액 은행권의 수요가 소멸하였기 때문이다.’ (은행법, 1858: v)

 

도매 상업에서 화폐 사용이 극도로 제어된 양상은 런던의 거대 도매상인 모리슨 딜론 상사가 은행법 위원회에 제출한 자료 (권 제3장 주54)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뉴마치의 증언 (은행법, 18571741)에 따르면, 1페니 우편제, 철도, 전신 등 교통 및 통신 수단의 혁신적 개선 역시 유통 수단의 절약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이러한 기술적 발달 덕분에 잉글랜드 은행은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은행권 유통액만으로도 기존보다 약 5-6배에 달하는 방대한 거래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는 10파운드 이상의 고액권이 실물 유통 영역에서 사실상 축출된 변화가 자리한다.

 

반면, 1파운드 소액권이 병행 유통되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 은행권 유통액이 약 31% 증가한 것은 지불 수단 구성의 차이에 기인한 필연적 결과라 할 수 있다 (1747). 당시 영국 전역의 은행권 총 유통액은 1파운드권을 포함해 3,700만 파운드 (1749), 금 유통액은 7,000만 파운드 규모였으며 (1750), 스코틀랜드의 경우 1834312, 1844302, 1854405만 파운드로 집계되었다 (1752).

 

이러한 통계적 사실은 은행권이 금속 화폐와 상시 태환될 수 있는 체제하에서 은행권 유통량의 증감을 결정하는 주체가 발권 은행이 아님을 입증한다. , 은행권 유통량은 은행의 자의가 아니라 경제적 거래의 필요와 신용 체계의 발달 정도에 따라 규정된다.

 

(엥겔스: 여기서 고찰되는 대상은 불환 지폐가 아니다. 불환 은행권이 일반적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은 러시아의 사례와 같이 국가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지탱되는 특수 상황에 한정되며, 이 경우 제권 제32c에서 규명한 주화. 가치의 표상으로의 불환 국가 지폐 법칙을 따르게 된다.)

 

은행권 유통량은 실재하는 거래상의 필요에 철저히 순응하며, 유통 과정에서 과잉된 은행권은 지체 없이 발행자에게 회수된다. 잉글랜드 은행권이 유일한 법정 통화로 지배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영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지방 은행권의 미미한 국지적 유통은 분석에서 배제해도 무방하다.

 

1858년 은행법 위원회에 출석한 잉글랜드 은행 총재 니브의 증언은 이러한 화폐 유통의 원리를 명확히 뒷받침한다.

 

질문자: 어떠한 통화 정책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경제 주체들이 보유하는 은행권의 양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보는데, 그 규모가 대략 2,000만 파운드 수준인가.

 

니브의 답변: 통상적인 시기에 경제 주체들이 필요로 하는 통화량은 약 2,000만 파운드이며, 연중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특수 시기에는 100-150만 파운드 가량 일시적으로 증가한다. 경제 주체들은 추가적인 통화 수요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 잉글랜드 은행으로부터 이를 충족할 수 있다. (947).’

 

질문자: 화폐 시장의 핍박기에는 경제 주체들이 은행권 보유량을 축소시키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니브의 답변: 공황기나 긴축기에는 경제 주체들이 가용할 수 있는 은행권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따라서 잉글랜드 은행에 채권 (예금 등)이 존재하는 한, 경제 주체들은 해당 채권에 근거하여 은행으로부터 은행권을 인출하면서 통화량을 유지하려 한다. (948).’

 

질문자: 그렇다면 약 2,000만 파운드 규모의 법화가 상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가.

 

니브의 답변: 경제 주체들이 실질적으로 보유하는 통화량은 상황에 따라 1,850만 파운드에서 2,100만 파운드 사이를 변동하지만, 평균적으로는 1,900-2,000만 파운드 선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949).’

 

이러한 증언은 은행권의 유통 규모가 발행 주체의 자의적 결정이 아니라, 시장의 화폐적 예비 및 지불 수요라는 객관적 요인으로부터 규정됨을 시사한다.

 

상업 불황에 관한 상원 위원회에서 투크는 다음과 같이 증언하였다 (상업 불황, 1848-1857, 3094).

 

잉글랜드 은행은 경제 주체들이 보유하는 은행권 유통량을 임의로 증대시킬 권능이 없다. 반면, 이를 축소할 수는 있으나, 이는 매우 강압적이고 극단적인 조치를 수반할 때에만 실현된다.’

 

30년간 노팅엄에서 은행업에 종사한 라이트 역시 지방 은행이 시장의 필요와 수요를 초과하여 은행권을 유통시키는 것은 불가함을 단언하며, 잉글랜드 은행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언하였다 (상업 불황, 1848-1857, 2844).

 

잉글랜드 은행권 발행 자체에는 별도의 제한이 없을지라도, 실질적인 유통 필요량을 초과하는 분량은 예금의 형태로 환류되어 다른 자산 형식을 취하게 된다.’

 

이러한 원리는 스코틀랜드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1파운드권 유통이 허용되고 금을 기피하는관습으로 인해 지폐 위주의 유통 체계를 갖춘 스코틀랜드에서, 은행 이사 케네디는 은행이 자의적으로 은행권 유통을 감축할 수 없음을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은행권이나 금을 매개로 하는 국내 거래가 존재하는 한, 은행업자는 예금자의 인출 요구든 여타의 방식이든 해당 거래에 수반되는 만큼의 통화를 공급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스코틀랜드의 은행들은 대충 등 자신의 업무 범위를 축소할 수는 있으나, 유통되는 통화량 자체를 직접 통제할 수는 없다.’ (상업 불황, 1848-1857, 3446, 3448).

 

이러한 제반 증언은 은행권의 유통 규모가 발행 기관의 공급 결정이 아니라, 경제 체제 내의 실질적인 화폐적 필요량에 따라 사후적으로 규정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유니온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의 이사 앤더슨은 다음과 같이 증언하였다 (상업 불황, 1848-1857, 3578).

 

질문자: 스코틀랜드 은행 간의 은행권 상호 교환 제도가 개별 은행의 과잉 발행을 억제하는가.

 

앤더스의 답변: 그렇다.’

 

(사실상 과잉 발행 억제와는 무관하며, 해당 제도는 각 은행권이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원활하게 통용되도록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할 뿐이다.)

 

그러나 은행권 상호 교환 제도보다 강력한 과잉 발행 방지 기제는 스코틀랜드의 고유한 일반적인 은행 계좌 보유 관습이다. 소액의 화폐라도 보유한 주체는 은행 계좌를 거쳐 당장 불필요한 자금을 매일 예금한다. 결과적으로 영업 종료 시점에는 개인의 수중을 떠난 거의 모든 화폐가 은행으로 환류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아일랜드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아일랜드 은행 총재 맥도널과 프로빈셜 뱅크 오브 아일랜드의 이사 머리의 증언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은행권 유통량은 발행 기관의 공급 정책은 물론, 은행권의 태환을 보증하는 금 준비금의 규모와도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18469182,090만 파운드였던 잉글랜드 은행권 유통액은 금 준비금이 1,6273,000파운드에서 1,0246,000파운드로 급감한 184745일에도 2,0815,000파운드를 유지하였다. 이는 약 600만 파운드의 금이 유출되었음에도 국내 통화량에는 실질적인 감축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키니어, 1847: 5).

 

물론 이러한 결론은 영국의 현행 경제 여건과 은행권 발행액 및 금속 준비율에 관한 현행 입법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한 타당성을 지닌다.

 

유통 화폐, 곧 은행권과 금의 양을 결정하는 요인은 경제 활동 자체의 실질적 요구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주목해야 할 지표는 일반적인 경기 변동과는 무관하게 매년 반복되는 주기적인 유통 화폐량의 변동이다. 뉴마치의 증언 (은행법, 1857, 1650)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유통 화폐량은 특정 월에 팽창하고 다른 월에 수축하며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는 규칙적인 등락 과정을 거쳐 왔다.’

 

가령 매년 8월에는 수확기 비용 결제를 위해 수백만 파운드 스털링 (주로 금화)이 잉글랜드 은행에서 국내 유통 부문으로 방출된다. 이는 주로 농업 노동자의 임금 지불을 목적으로 하기에 잉글랜드 내 금융 중심지에서는 거의 소비되지 않으며, 연말에 이르러 다시 잉글랜드 은행으로 환류한다. 반면, 금화 대신 1파운드 은행권이 지배적으로 통용되는 스코틀랜드에서는 매년 5월과 11월에 은행권 유통액이 약 300-400만 파운드 가량 일시적으로 급증한다. 이러한 증가는 지극히 단기적인 현상으로, 14일 경과 시점부터 이미 환류가 시작되어 1개월 이내에 전액 회수되는 양상을 보인다 (상업 불황, 1848-1857, 3595-3600, 앤더슨의 증언).

 

이러한 주기적 변동은 화폐의 유통량이 발권 은행의 정책적 의도보다는 실물 경제의 계절적 수요와 지불 관습에 따라 철저히 규정됨을 입증한다.

 

잉글랜드 은행권의 유통 규모는 매 분기 국채 이자 지급 주기에 따라서도 일시적인 변동을 나타낸다. 초기에는 조세 징수 과정을 거쳐 은행권이 유통 부문에서 회수되나, 이후 이자 지급을 거치며 경제 주체들에게 다시 방출되며, 이 중 상당량은 신속히 은행으로 환류한다. 웨겔린은 이러한 주기에 따른 은행권 유통의 변동액을 약 250만 파운드 규모로 산출하였다 (은행법, 1857, 38). 반면, 악명 높은 오브렌드 거니 할인 상사의 챕만은 이 과정이 화폐 시장에 미치는 압박 정도를 훨씬 심대하게 평가하였다.

 

국채 이자 지급을 위해 유통 부문으로부터 600-800만 파운드에 달하는 막대한 조세가 환수될 경우, 실제 이자가 지급되기 전까지 발생하는 자금의 공백을 메울 대체적인 공급 수단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은행법, 1857, 5196).

 

이는 조세 징수와 재정 지출 사이의 시차에서 발생하는 화폐적 압박이 시장의 유동성 구조에 가시적인 충격을 가함을 시사한다.

 

가장 중요하고 지속적인 변동은 산업 순환의 각 국면에 따라 발생하는 유통 화폐량의 변화다. 이에 관해 오브렌드 거니 상사의 사뮤엘 거니는 다음과 같이 증언하였다 (상업 불황, 1848-1857, 2645).

 

‘184710월 말 경제 주체들이 보유한 은행권은 2,080만 파운드에 달했으나, 당시 화폐 시장에서 은행권을 구하는 일은 극도로 어려웠다. 이는 1844년 은행법의 제약으로 인해 은행권을 입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된 결과였다. 반면, 공포가 사라진 현재 (18483)는 보유액이 1,770만 파운드에 불과함에도 필요 이상의 과잉 상태이며, 런던의 금융업자들은 활용되는 수준보다 훨씬 많은 은행권을 수중에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잉글랜드 은행 외부의 은행권 발행액이 상업적·신용적 상태를 배제한 채로는 실제 유통 상황을 가늠하는 지표로 불충분함을 시사한다 (2650).’

 

, 현재의 화폐액이 과잉이라 간주되는 것은 심각한 경기 침체 때문이며, 물가가 상승하고 거래가 활성화된다면 동일한 1,770만 파운드라도 턱없이 부족하게 평가될 것이다 (2651).’

 

(엥겔스: 경기가 호전되어 대부 환류가 원활하고 신뢰가 안정된 시기에는 유통 수단의 증감이 산업가와 상인의 실질적 필요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도매 상업에서 금화가 배제되고 금 유통액이 장기간 일정하게 유지되는 잉글랜드의 경우, 은행권 유통액은 이러한 변동을 측정하는 정밀한 지표가 된다. 통상 공황 이후 침체기에는 유통액이 최저치를 기록하나, 경기 반등과 함께 수요가 증대하여 과잉 투기 국면에서 정점에 도달한다. 그러나 공황이 발발하는 순간, 어제까지 풍부했던 은행권은 시장에서 소멸하며 지불 불능의 위기가 도래한다. 모든 상품 소유자가 지불을 위해 은행권을 갈구하며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려는 절박한 시점에, 1844년 은행법은 오히려 은행권 유통액 감축을 강제하면서 위기를 심화시킨다. (상업 불황, 1848-1857, 2930)

 

은행업자 라이트가 지적했듯, ‘공포에 직면한 시기에는 금융 주체들의 화폐 퇴장 현상으로 인해 평상시보다 두 배 이상의 유통 수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공황이 발발하면 경제의 모든 관심은 오직 지불 수단의 확보로 수렴된다. 각 경제 주체는 지불 수단의 입수를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으나, 연쇄적인 지불 불능에 대한 공포로 인해 시장 내 가용 은행권을 선점하려는 격렬한 경합이 전개된다. 개별 주체들이 확보한 은행권을 금고에 퇴장시키면서, 시장 수요와는 상반되게도 은행권은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유통 부문에서 자취를 감춘다. 사뮤엘 거니는 184710월 공황 당시 약 400-5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은행권이 이러한 매점으로 인해 퇴장된 것으로 추산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1857년 은행법 위원회에서 행한 챕만의 증언은 화폐 부족 사태가 특정 거대 자본의 주도로 인위적으로 제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통 수단이 고갈된 시기에, 격심한 화폐 핍박을 유도하여 화폐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개별 자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당하다. 현재 런던에는 단독으로 100-200만 파운드의 은행권을 유통에서 일시에 회수할 수 있는 자본가가 다수 존재한다 (4963).’

 

그의 증언에 따르면, 거대 투기 세력은 100-200만 파운드 규모의 콘솔 (영국 국채)을 일시에 매각하면서 시장의 화폐를 흡수할 수 있다. 이러한 종류의 제어는 실제로 최근 발생하여 심각한 화폐 핍박을 야기한 바 있다 (4965).’

 

비록 은행권을 수중에 사장시키는 행위 자체는 이자 수익 측면에서 비생산적이나, ‘투기꾼에게 이는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위적인 화폐 부족을 발판 삼아 증권 가격을 폭락시키는 데 있으며, 거대 자본은 이러한 시장 압박을 실행할 충분한 권능을 보유하고 있다 (4967).’

 

특정 사례를 빌려 이러한 시장 압박 과정을 구체화할 수 있다. 어느 날 아침 증권 거래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막대한 화폐 수요가 발생하였다. 한 주체가 챕만에게 당시 시장 금리를 상회하는 7%의 이율로 5만 파운드의 대부를 요청하자, 챕만은 이례적인 고금리에 놀라면서도 이를 수락하였다. 그러나 직후 동일한 주체가 7.5%5만 파운드를, 이어 8%10만 파운드를 추가로 차입하였으며, 심지어 8.5%의 금리로도 대부를 희망하기에 이르렀다.

 

이 시점에서 챕만은 극도의 위기감을 체감하였다. 사후적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는 거대 투기 세력이 시장의 유동성을 일시에 흡수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챕만은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다. ‘본인은 8%의 이율로 거액을 대부해주었으나, 향후 전개될 사태의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로 인해 그 이상의 추가 대부는 단행할 수 없었다.’

 

이는 인위적인 화폐 핍박이 금융 기관의 위기 수용 한계를 무너뜨리고 시장 전체의 신용 고갈을 어떻게 심화시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경제 주체들이 보유한 1,900만 파운드-2,000만 파운드 규모의 은행권 총량은 겉보기에 일정할지라도, 실질적으로 유통되는 부분과 금융 기관에 유휴 준비금으로 예치된 부분 사이의 비율은 끊임없이 등락한다. 화폐 시장에서 화폐의 풍부함이나 유통액의 충분함으로 표현되는 상태는 대개 준비금의 비중이 높고 실질 유통액이 낮은 경우를 의미한다. 반대로, 준비금이 고갈되고 실질 유통액이 포화점에 도달한 상태는 화폐 부족으로 규정되며, 이는 대부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는 유휴 화폐가 최소화되었음을 시사한다.

 

산업 순환의 총체적 순환과 별개로 발생하는 유통 화페액의 팽창과 수축은 주로 조세 징수나 국채 이자 지급과 같은 기술적 요인에 기인한다. 조세 납부 시기에는 막대한 양의 은행권과 금이 잉글랜드 은행으로 회수되며, 이는 실물 경제의 화폐적 필요와는 무관하게 유통 수단을 강제적으로 수축시킨다.

 

반면, 국채 이자 지급 시기에는 대규모 자금이 시장으로 방출되며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전자의 경우 경제 주체들은 부족한 유통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 차입에 의존하게 되며, 후자의 경우 준비금의 일시적 과잉으로 인해 시중 금리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다.

 

결국 이러한 변동은 유통 수단의 절대적인 총량 변화라기보다, 이를 운용하는 은행업자들의 대부 자본 양도 과정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은행업자는 이러한 자본의 유입과 유출을 매개하면서 이윤을 획득하며, 이 과정에서 화폐는 유통 수단인 동시에 대부 가용 자본으로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낸다.

 

특정한 경우 유통 수단의 일시적인 위치 이동이 발생하며, 잉글랜드 은행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분기별 (3개월마다) 납세일과 국채 이자 지불일 직전에 저금리 단기 대부를 시행한다. 이때 발행된 추가 은행권은 조세 납부로 인한 통화 부족분을 우선적으로 충당하며, 이후 국채 이자 지급을 방편으로 경제 주체들에게 방출된 과잉 은행권이 대부 상환 과정에서 다시 잉글랜드 은행으로 환류하면서 시장의 안전성이 유지된다.

 

다른 측면에서 유통 수단의 부족이나 풍부는 실제 통화량의 변동보다는, 동일한 자본량이 실물 경제의 능동적 유통 영역과 금융 기관의 예금 (대부 자본) 영역 사이에서 분배되는 비율의 변화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금의 유입으로 인해 잉글랜드 은행권 발행이 증가하더라도, 해당 은행권은 시중 신용 기관의 할인 업무를 지원한 뒤 대부 상환을 위해 다시 잉글랜드 은행으로 환류된다. 따라서 유통되는 은행권의 절대량은 오직 일시적인 팽창을 보일 뿐이다.

 

실물 경제의 확장으로 인해 현실의 유통액이 증가할 경우, 비록 물가가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이윤 증대나 새로운 투자 확대에 따른 대부 자본 수요 폭증으로 인해 이자율은 상승할 수 있다. 반대로 사업이 수축하거나 신용 공급이 원활해져 현실의 유통액이 감소한다면, 고물가 상황에서도 이자율은 오히려 하락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허바드, 1843 참조).

 

유통 수단의 절대량이 이자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오직 화폐 핍박기에 국한된다. 이 시기에 발생하는 충분한 유통 수단에 대한 요구는, 화폐의 유통 속도 저하나 대부 자본으로의 전환 지체 현상을 배제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신용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퇴장 수단의 확보 요구와 맞닿아 있다. 일례로 1847년의 은행법 정지는 유통 수단의 실질적인 팽창을 야기하지는 않았으나, 금고에 퇴장되었던 은행권을 다시 끌어내어 능동적인 유통 부문으로 복귀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반면, 1857년의 은행법 정지는 실제 유통 수단의 양적 증가를 동반하며 실물 경제의 필요를 충족시켰다.

 

이러한 특수 국면을 제외하면 유통 수단의 절대량은 이자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첫째, 유통 수단의 절약 기제와 속도가 일정할 때 화폐의 절대량은 상품 가격과 거래 총량에 따라 종속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설령 가격과 거래량이 변동하더라도 대개 반비례 관계를 형성하여 그 효과가 상쇄되며, 궁극적으로는 신용 상태가 통화량을 규정할 뿐 통화량이 신용 상태를 규정할 수는 없다. 둘째, 상품 가격의 등락과 이자율 사이에는 어떠한 필연적인 상관관계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 제한법 (1797-1820) 시행기에는 나폴레옹 전쟁의 여파로 잉글랜드 은행권의 금 태환이 정지되었으며, 당시 통화의 과잉 공급에도 이자율은 1821년 태환 재개 이후보다 항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이후 이자율은 오히려 은행권 발행이 제한되거나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급격히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구체적인 시기별 추이를 살펴보면, 1822, 1823, 1832년에는 통화량이 적었음에도 이자율은 낮게 형성된 반면, 1824, 1825, 1836년에는 통화량의 증대와 함께 이자율이 오히려 상승하였다. 또한 1830년 여름에는 통화량이 풍부했음에도 이자율은 저점을 기록하였다. 캘리포니아와 호주의 금광 개발 이후 유럽 전역에서 화폐 유통액이 비약적으로 팽창하였으나 이자율이 동반 상승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는 이자율의 변동이 유통 화폐액의 절대량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한다. 이자율을 규정하는 본질적인 동인은 통화의 양적 규모가 아니라, 산업 순환의 국면과 대부 자본에 대한 실질적 수요·공급의 상관관계에 있다.

 

유통 수단의 지출과 자본의 대부 사이의 본질적 차이는 현실의 재생산 과정에서 가장 명확히 드러난다. 권 제3편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생산물의 각 구성 부분은 상호 교환을 매개로 순환한다. 가변 자본은 소재적으로 노동자의 생활 수단이자 노동자 자신이 생산한 생산물의 일부이나, 형식적으로는 자본가를 거쳐 화폐 형태로 분할 지급된다. 자본가가 투하한 이 화폐가 신속히 회수되어 다음 주에 다시 새로운 가변 자본으로 지불될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신용 제도의 조직화 정도에 규정된다.

 

사회적 총자본의 상이한 구성 부분들, 예컨대 소비 수단과 생산 수단 사이의 교환 행위 역시 동일한 원리를 따른다. 상품 유통을 위한 화폐는 교환 당사자 중 일방 또는 쌍방을 매개로 투하되어야 하며, 해당 화폐는 유통 과정을 완수한 뒤 투하 주체에게 반드시 복귀한다. 이는 해당 화폐가 그가 운용하는 실물 산업 자본과는 별개로, 유통의 매개를 위해 추가로 투입된 것이기 때문이다 (권 제203절 참조).

 

신용 제도의 발달로 화폐가 은행에 집중되면, 화폐의 선대 주체는 명목상 은행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선대는 본질적으로 유통 과정에 있는 화폐와 관련된 것으로, 어음 할인과 같은 행위는 유통 수단의 선대일 뿐 그 자체가 자본의 선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 화폐가 유통 수단으로 수행하는 기능적 선대와 실물 자본으로의 대부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챕만의 증언 (은행법, 1857)은 공황기 화폐 유통의 특수성과 자금 순환의 구조적 원리를 명확히 규명한다.

 

은행권의 총량이 충분하더라도 경제 주체들의 수중에서 잠식되어 입수가 어려운 시기가 존재한다 (5062).’ 화폐는 공황 시기에도 물리적으로 존재하나, 경제 주체들이 이를 대부 가용 자본이나 화폐로 전환하기를 거부하고 현실적인 지불 수요에 대비해 퇴장시키기 때문이다.

 

질문자: 농촌 지방 은행들의 유휴 자금 처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챕만의 답변: 농촌 지방의 지방 은행들은 그들의 유휴 과잉 자금을 본인이나 다른 할인업자들에게 보낸다 (5099).’

 

질문자: 반대로, 랭커셔나 요커셔 같은 공업 지방의 상황은 어떠한가.

 

챕만의 답변: 그렇다. 그들 공업 지방은 사업 확장을 위해 필요한 자금의 할인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5100).’

 

질문자: 그렇다면 그러한 기제에 따라 국가 내 특정 지역의 과잉 화폐가 다른 지역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활용되는가.

 

챕만의 답변: 바로 그렇다 (5101).’

 

자금의 지역적 수급 불일치는 할인업자를 매개로 해소된다. 농촌 지역의 지방 은행들이 유휴 과잉 자금을 할인업자에게 송금하면 (5099), 랭커셔나 오크셔와 같은 공업 지대는 사업 운영에 필요한 어음 할인을 이들에게 요청한다 (5100). 이러한 기제에 따라 특정 지역의 과잉 화폐는 타 지역의 자금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적 자본으로 투입된다 (5105).

 

또한 챕만은 은행이 유휴 자본을 콘솔 (국채)이나 재무부 증권에 단기 투자하던 관습이 최근 수시불 대출’ (‘콜대출’)의 성행으로 급격히 감소했음을 언급한다. 그는 자산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단기 증권 매입보다 우량 어음 투자를 선호한다. 어음의 일부가 매일 만기에 도달함에 따라, 익일 운용 가용 유휴 화폐의 규모를 상시 파악하여 사업의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5101-5105).

 

수출의 증대는 모든 국가, 특히 신용 공여국의 국내 화폐 시장에서 자금 수요의 증대로 발현되나, 이러한 압박이 가시화되는 시점은 주로 화폐 핍박기에 국한된다. 수출 팽창기에는 제조업자가 해외 위탁 판매를 목적으로 수출상을 수취인으로 하는 장기 환어음을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다 (5126).

 

이와 관련하여 챕만은 해당 어음들의 갱신 여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하였다.

 

질문자: 이러한 어음들을 주기적으로 갱신하기로 합의하는 관행이 흔하지 않은가.

 

챕만의 답변: 그러한 사실은 대개 할인업자에게 은폐되는데, 우리는 갱신 목적의 어음을 인수하지 않는다. 그러한 행태가 실재할 개연성은 농후하나, 본인이 확정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5127).’ (순진한 챕만)

 

이어 수출 급증에 따른 자본 수요의 상관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언하였다.

 

질문자: 지난 한 해처럼 수출액이 2,000만 파운드 규모로 폭증할 경우, 해당 거래를 매개하는 어음 할인을 위해 막대한 자본 수요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챕만의 답변: 전적으로 그러하다 (5129).’

 

질문자: 영국이 모든 수출품에 대해 대외 신용을 제공하고 있기에, 그에 상응하는 추가 자본이 일정 기간 요구되는 것이 아닌가.

 

챕만의 답변: 영국은 거대한 규모의 신용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대외적으로 원료를 수입할 때는 역으로 신용을 제공받기도 한다. 예컨대 미국은 통상 60, 기타 지역은 90일 만기의 환어음을 우리 앞으로 발행한다. 반면, 우리가 독일에 상품을 수출할 때는 2-3개월의 신용 기간을 부여한다 (5130).’

 

결국 수출의 증대는 대외 신용 공여의 확대를 의미하며, 이는 국내 화폐 시장에서 어음 할인 형태의 대부 자본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요인이 된다.

 

1843이코노미스트의 창간자 윌슨은 수입 원료나 식민지 상품의 경우 선적과 동시에 영국을 수취인으로 하는 어음이 발행되며, 이 어음들이 선하 증권과 함께 도착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한다 (5131). 챕만은 이를 시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상거래의 실무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영역이라며 답변을 유보한다. 또한 그는 미국 수출의 경우 상품이 수송 중에 증권화된다고 언급하는데 (5133), 이는 영국의 수출상이 수출 상품을 담보로 런던 소재 미국 전문 은행 앞으로 4개월짜리 어음을 발행하여 자금을 융통하고, 해당 은행이 추후 미국 현지에서 대금을 회수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원거리 무역의 자본 운용 방식에 관해 챕만은 다음과 같이 부언한다.

 

질문자: 원거리 국가와의 거래는 일반적으로 상품이 최종 판매될 때까지 자본 회수를 기다리는 상인의 책임하에 수행되는가.

 

챕만의 답변: 자기 자본만으로 자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부유한 상인도 존재하나, 대다수는 유력 할인업자의 어음 인수를 매개로 한 선대 방식을 취한다 (5136).’

 

이러한 금융 기능을 수행하는 할인업자들은 주로 런던과 리버풀 등지에 포진해 있다 (5137).’

 

따라서 제조업자가 직접 자금을 지출하든, 할인업자로부터 선대를 받든 이는 모두 영국 내부에서 발생하는 자본 투하의 일환이다. 평시의 제조업자들은 자금 선대에 큰 우려를 개의치 않으나, (1847년 공황기와 같은 예외적 국면에서는 상황이 전적으로 반전되었다.) 통상적인 거래 구조를 예로 들면, 맨체스터의 공산품 상인은 상품을 매입하여 런던의 전문 상사를 매개로 해외로 수출한다. 거래 조건이 성립되면 맨체스터 상인은 인도나 중국 등지로 향하는 해당 상품을 근거로 런던 상사 앞으로 6개월짜리 어음을 발행하며, 은행업자가 이 어음을 할인하면서 금융적 매개가 완성된다. 결과적으로 맨체스터 상인은 원천 상품 대금을 지불해야 할 시점에 이미 어음 할인을 매개로 확보한 화폐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5138).’

 

이러한 신용 체계는 실물 상품의 이동과 화폐적 자본의 순환 사이의 시차를 극복하게 하면서 영국의 거대한 대외 무역 규모를 지탱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한다.

 

질문자: 상인이 화폐를 수중에 넣었다 하더라도, 이는 본질적으로 은행업자가 선대한 것이 아닌가.

 

챕만의 답변: 은행업자는 어음을 구입하여 소유하게 된다. , 그는 자신의 은행 자본을 상업 어음 할인이라는 특정 형태로 운용하는 것이다 (5139).’ (엥겔스: 챕만은 어음 할인을 단순한 대부 행위가 아니라, 상품 매매와 비슷한 자산의 취득으로 간주하고 있다.)

 

질문자: 그렇다면 어음 할인은 런던 화폐 시장의 수요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아닌가.

 

챕만의 답변: 당연하다. 할인은 화폐 시장과 잉글랜드 은행의 가장 중추적인 업무다. 잉글랜드 은행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어음들을 확보하길 원하는데, 이는 그것이 매우 안정적이고 수익성 높은 투자처임을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5140).’

 

질문자: 결과적으로 수출이 팽창하면 화폐 시장에 대한 수요도 연동하여 증대하는가.

 

챕만의 답변: 국가적 번영이 확대됨에 따라 할인업자들 (챕만 세력) 역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 수요의 이익을 수취하게 된다 (5141).’

 

질문자: 이러한 자본 활용처가 급격히 확대된다면, 이자율의 상승은 필연적인 결과가 아닌가.

 

챕만의 답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수순이다 (5142).’

 

한편, 챕만은 제5143호에서 수출이 이토록 거대한 규모로 이루어지는 상황임에도, 왜 이처럼 막대한 양의 금이 별도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상품 수출에 기반한 채권 확보와 실물 화폐로의 금 수요 사이의 모순적인 불일치를 시사한다.

 

5144호에서 윌슨은 영국의 대외 신용 구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가 수출 시 공여하는 신용의 총량이 수입 시 수혜받는 신용보다 크지 않은가. 가령 인도로 발송된 맨체스터 공산품을 담보로 발행된 어음의 경우 인수 시로부터 그 만기가 10개월에 달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인도로부터 대금을 회수하기 훨씬 이전에, 우리는 이미 미국에 면화 수입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타당하다). 그는 이러한 시차적 불일치가 실물 경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규명하는 일이 매우 난망함을 토로한다.

 

이어지는 제5145호에서 그는 수출과 수입의 상관관계를 다음과 같이 고찰한다. ‘지난해처럼 공산품 수출이 2,000만 파운드 규모로 급증했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해당 제품 생산을 위한 방대한 원료 수입이 선행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가.’ (이러한 논리는 과잉 수출을 과잉 수입과, 과잉 생산을 과잉 거래와 동일시하는 관점을 내포한다.) 이에 대해 챕만은 전적으로 동의를 표한다.

 

5146호에서는 이러한 거래의 결과로 나타나는 대외 수지 및 금의 이동을 다룬다. ‘해당 기간 영국은 막대한 수입 차액을 지불해야 하므로, 일시적인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과의 환율은 영국에 유리하게 형성되어 왔으며, 실제로 오랜 기간 미국으로부터 상당량의 금을 지속적으로 수취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 자금 압박에도 영국의 강력한 산업 경쟁력이 세계 결제 체제를 매개로 최종적으로는 금의 유입을 보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5148호에서 윌슨은 거대 고리대금업자인 챕만에게 고금리가 경제적 번영과 높은 이윤을 대변하는 지표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챕만은 이러한 아첨 섞인 질문에 동의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정직한 유보 조건을 덧붙인다.

 

어떤 이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청산해야 할 채무에 속박되어 있으며, 수익성 여부와 무관하게 그 의무를 이행해야만 한다. 다만 고금리의 지속은 전반적인 번영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두 인물은 1857년의 사례처럼 고금리가 신용 사기꾼들이 획책한 시장 왜곡의 산물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들은 타인의 자산으로 이자를 충당하며 높은 이자율을 감수하고, 가공의 예상 이윤을 근거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며 시장 전체의 이자율 상향을 압박한다. 이러한 투기적인 과열은 제조업자 등에게 일시적으로 유리한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듯 보이나, 선대 제도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자본의 환류는 극도로 불투명해진다.

 

이는 고금리 시기에 오히려 할인액이 증대된다는 챕만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다만 이는 잉글랜드 은행의 사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잉글랜드 은행은 시장 금리가 치솟는 시기에 통상 시중 은행보다 낮은 이율로 어음을 할인하면서 시장의 최후 보루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챕만은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본 상사의 할인액은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사상 최대 수준에 도달해 있다 (5156).’ (이는 공황이 본격적으로 발발하기 불과 수개월 전인 1857721일의 증언이다.)

 

반면, (이자율이 낮았던) 1852년의 경우’, ‘할인액은 현재와 같이 방대한 규모를 형성하지 않았다 (5157).’ (이는 당시의 산업 및 상업 활동이 현재보다 훨씬 더 건전한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하고 잉글랜드 은행의 이자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할 때, 통상 어음 할인 수요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1852년은 현재와 전혀 다른 국면이었으며, 당시의 수출입 규모 역시 작금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5159).’

 

결과적으로 현재의 높은 할인율에도 할인액 자체가 1854(당시 이자율 5-5.5%) 수준만큼 거대하게 유지되고 있다 (5161).’

 

이는 시장의 자금 수요가 이자 비용의 부담을 상회할 정도로 무분별한 팽창 국면에 진입했음을 반증한다.

 

챕만의 증언에서 특히 주목할 지점은 대형 할인업자들이 경제 주체들의 화폐를 사실상 자사 소유물로 간주하며, 자신들이 할인한 어음을 언제든 화폐로 태환할 권리가 있다고 확신한다는 점이다. 질문과 답변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소박한 인식은 가히 경이적이다.

 

이들은 주요 할인업자가 인수한 어음의 유동성을 상시 보장하고,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잉글랜드 은행이 이들 어음 중개업자를 위해 재할인을 단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입법적 의무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오만한 확신이 무색하게도, 1857년 당시 대형 어음 중개업자 3개 사가 파산에 직면하였다. 그들의 부채 총액은 약 800만 파운드에 달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자기 자본은 지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이들은 극소의 자기 자본만으로 거대한 타인 자본을 운용하면서도, 위기 시에는 공공 기관인 중앙은행이 그 부실의 최종 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기만적인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 셈이다.

 

질문자: 그렇다면 베어링이나 로이드 상사가 인수한 어음들이, 잉글랜드 은행권이 금과 법적으로 태환되는 것처럼 언제든 할인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지녀야 한다고 보는가.

 

챕만의 답변: 해당 어음들이 할인되지 못하는 상황은 매우 개탄할 만한 일이다. 스미스 페인이나 존스 로이드 같은 명망 있는 상사의 어음을 보유하고도 할인을 받지 못해 지불 정지에 이른다는 것은 금융 체계의 심각한 모순이다 (5177).’

 

질문자: 베어링 상사의 인수는 결국 어음 만기 시 특정 금액을 지불하겠다는 확정적 채무가 아닌가.

 

챕만의 답변: 그렇다. 하지만 베어링 상사를 비롯한 모든 인수 상사는 이러한 채무를 인수할 때, 그것을 실제 금화로 지불해야 하리라고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들은 어음 교환소를 경유한 장부상 결제만으로 충분할 것이라 신뢰한다 (5178).’

 

질문자: 경제 주체들이 어음 만기 전이라도 언제든 할인을 매개로 화폐를 선취할 수 있는 제도를 고안해야 한다는 뜻인가.

 

챕만의 답변: 아니다. 어음 인수자에게 직접 그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와 같은 중개업자들이 상업 어음을 재할인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면, 현행 금융 조직의 근간을 완전히 재편해야만 할 것이다 (5180).’ (5177-5180).

 

질문자: 그렇다면 상업 어음 역시 잉글랜드 은행권이 금으로 전환되는 것과 동일하게 화폐로의 전환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인가.

 

챕만의 답변: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분명히 그러해야 한다 (5182).’

 

질문자: 건실한 어음이라면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즉각적인 화폐 (금속 화폐) 태환이 담보되도록 통화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인가.

 

챕만의 답변: 그렇다 (5184).’

 

질문자: 잉글랜드 은행을 포함한 모든 경제 주체가 법적으로 어음을 화폐와 교환해 줄 의무를 지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챕만의 답변: 통화 관련 법령을 제정할 때, 국내 어음이 건전하고 정당한 한 그것이 화폐로 전환되지 못하는 사태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5185).’

 

이는 은행권의 태환성에 비견되는 상업 어음의 태환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 신용 자산이 화폐와 동일한 유동성을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다름아니다.

 

이 나라의 화폐 거래업자들은 사실상 경제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대표할 뿐이다 (5190).’

 

챕만은 이후 185811월 열린 데이비슨 사기 사건의 순회 재판에서도 이와 동일한 논리를 펼쳤다 (런던 금융 시장 대사기 사건, , 1869 참조). 이는 금융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사적 이익 추구 행위를 공공의 이익이나 경제 주체들의 권리로 교묘히 포장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매 분기 ‘3개월마다’ (국채 이자가 지불되는 시기에) ‘우리가 잉글랜드 은행에 의존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피하다. 이자 지불을 위해 조세 명목으로 600-700만 파운드의 화폐가 유통 부문에서 회수될 경우, 그 공백기 동안 해당 금액을 공급할 주체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5196).’

 

(엥겔스: 이 국면에서 핵심은 자본이나 대부 자본의 공급이 아닌, 순수한 화폐그 자체의 공급이다.)

 

상업 부문의 실태를 숙지하는 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 재무부 증권의 매각이 불발되고 동인도 회사의 채권이 무용지물되며 우량 상업 어음의 할인조차 차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경제 주체들의 요구에 따라 법정 유통 수단을 지불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은행업자들은 극도의 곤혹에 직면한다. 그 결과 모든 은행은 자기 준비금을 평소의 두 배로 확충하려 시도하게 된다. 전국의 지방 은행업자 약 500명이 각자의 거래 은행에 고작 5,000파운드씩의 은행권을 요구한다고 전제해 보라. 이 최소한으로 잡은 추산만으로도 총 250만 파운드의 화폐가 유통 부문에서 즉시 증발하게 되는데, 이 막대한 결손을 대체 무엇으로 보충할 수 있겠는가 (5169).’

 

결국 세입 징수라는 기술적 요인과 개별 은행들의 자기 보존적 화폐 퇴장이 결합될 때, 시장의 유동성 위기는 산술적인 계산을 상회하여 증폭된다.

 

화폐를 보유한 개인 자본가들은 이자율이 아무리 높게 형성되더라도 화폐를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 챕만이 지적한 바와 같이, 그들은 다음과 같은 태도를 견지한다.

 

우리가 정작 필요할 때 화폐를 구하지 못할 상황을 우려하느니, 차라리 이자를 전혀 받지 않고 화폐를 퇴장시키는 편이 낫다 (5195).’

 

우리의 금융 체계는 3억 파운드에 달하는 거대한 부채 위에 세워져 있으며, 이 부채는 이론적으로 어느 순간에나 법정 주화로의 지불이 요구될 수 있다. 그러나 가용 법정 주화는 전량을 합산해도 고작 2,300만 파운드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취약한 구조는 상시적인 전율과 공포의 근원이 된다 (5173).’

 

따라서 공황기에 진입하면 방대하게 확장되었던 신용 제도는 돌연 협소한 화폐 제도로 그 본 모습을 드러낸다.

 

국내의 특수한 공황 국면을 제외한다면, 화폐량의 본질적인 문제는 오직 금속 화폐, 곧 세계 화폐의 동향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챕만은 이러한 세계 화폐의 역할을 도외시한 채, 오직 2,300만 파운드라는 제한된 은행권 유통량만을 문제의 핵심으로 삼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챕만은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18474월과 10) ‘화폐 시장 동요의 제1차적 원인은 의심할 여지 없이 당해의 막대한 수입으로 인해 환율을 방어하는 데 투입된 방대한 화폐량에 있었다 (‘5218’).’

 

당시 상황을 분석하면 두 가지 핵심 요인이 도출된다.

 

첫째, 세계 시장 화폐인 귀금속의 준비금이 최소 한도로 감소하고 있었다.

 

둘째, 이 귀금속 준비금은 동시에 신용 화폐인 은행권의 태환 보증이라는 이중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능적 결합은 화폐의 본질적 성격에서 기인한다. 진정한 의미의 화폐는 언제나 세계 시장 화폐로 존재하며, 모든 신용 화폐는 결국 이 세계 시장 화폐를 그 존립 근거로 삼기 때문이다.

 

1847년에 1844년 제정된 은행법의 효력을 정지시키지 않았더라면, ‘결제 체계의 중추인 어음 교환소는 마비되었을 것이다 (5221).’

챕만은 1857년 당시에도 닥쳐올 공황을 직감하고 있었다.

 

화폐 융통이 극도로 어려워져 잉글랜드 은행의 구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현재 화폐 시장의 국면은 이미 그러한 상황에 진입해 있다) (5236).’

 

‘18471019(화요일), 20(수요일), 22(금요일)에 우리가 잉글랜드 은행으로부터 인출한 금액을 고려할 때, 우리는 차주 수요일에 해당 어음들을 회수할 수만 있어도 다행이라 여겼다. 그러나 공황이 타개되자마자, 퇴장되었던 화폐는 즉각 우리에게로 환류하기 시작했다 (5239).’ 1023(토요일)에 은행법 정지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적 강제력이 일시적으로 제거되면서 신용 체계가 복구되고, 마비되었던 화폐 순환이 재개되는 과정은 자본주의 금융 기제의 취약성과 그 해법의 모순적 성격을 동시에 보여준다.

 

챕만의 추산에 따르면, 런던 시내에서 유통되는 상업 어음의 규모는 상시 약 1억 파운드에서 2억 파운드에 달하며, 여기에는 지방 도시 간 거래되는 어음은 포함되지 않는다 (5274).

 

‘185610월 당시 경제 주체들이 보유한 은행권은 2,1155,000파운드라는 상당한 규모였음에도, 화폐 융통은 극도로 어려운 상태였다. 경제 주체들의 수중에 충분한 통화가 존재함에도 금융 기관이 이를 전혀 확보할 수 없었다 (5287).’ 그 이유는 동년 3월 이스턴 뱅크의 (18563) 금융 위기로 촉발된 주관적인 공포가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화폐 공황이 일단 해소되면 이자 수익을 본업으로 삼는 모든 은행업자는 즉각 유휴 화폐를 운용하기 시작하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5290).’

 

한편, 챕만은 은행 준비금 감소 시 발생하는 동요의 본질을 예금 지불 불능에 대한 공포가 아닌, 재할인 경로의 차단 관점에서 설명한다. 거액의 지불 의무를 지닌 경제 주체들은 화폐 시장이 핍박받는 극한의 상황에서 잉글랜드 은행을 최후의 보루로 삼을 수밖에 없음을 간파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준비금이 희소해질 경우, 은행이 중개업자의 어음 재할인 요청을 거절하게 된다 (5302).’는 사실 자체가 시장의 근원적인 공포를 야기하는 것이다.

 

준비금이 소멸하는 구체적인 기제를 규명하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일이다. 시중 은행은 통상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최소한의 준비금을 설정하며, 이를 자체 보유하거나 일부는 잉글랜드 은행에 예치한다. 반면, 어음 중개업자들은 시중 은행과 달리 별도의 준비금 없이 오직 전국의 유휴 은행 자금에만 의존하여 운영된다. 잉글랜드 은행 또한 예금 채무에 대한 준비금으로 은행업자 등의 예치금이나 정부 예금 등을 보유할 뿐이며, 이 준비금이 최저 수준 (200만 파운드)까지 급감하도록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 미미한 규모의 은행권을 제외한다면, 전체 신용 (사기) 제도는 화폐 핍박기에 금속 준비 () 외에는 어떠한 실질적인 완충 장치도 갖지 못하게 된다. 특히 핍박기에는 금 유출에 대응하여 환류하는 은행권이 법규에 따라 폐기되어야 하므로, 은행권 준비금은 더욱 축소된다. 따라서 금 유출로 인한 금속 준비의 감소는 유동성 고갈을 유발하여 공황을 극단적으로 격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어음 교환소의 차액 결제에 필요한 법정 화폐가 고갈된다면, 결국 경제 주체들이 합의하여 재무부 인수인 어음이나 스미스 페인 상사 발행 어음 등과 같은 최우량 어음으로 직접 결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5306).’

 

질문자: 정부가 충분한 유통 수단을 공급하지 못할 경우, 민간 부문에서 스스로 새로운 유통 수단을 창출하겠다는 의미인가.

 

챕만의 답변: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겠는가. 경제 주체들이 은행으로부터 유통 수단을 대거 인출해 가는 상황에서, 우리 수중에는 결제에 사용할 화폐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5307).’

 

질문자: , 화폐 부족 시 어음 자체가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 맨체스터의 관행을 런던 금융 시장에서도 실행하겠다는 것인가.

 

챕만의 답변: 전적으로 그러하다 (5308).’ (5306-5308)

 

이처럼 법정 화폐의 공급이 차단된 극한의 공황기에는 신용 자산인 어음이 실물 화폐의 지위를 대신하게 되며, 이는 금융 제도가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 민간 자생적 결제 수단에 의존하게 됨을 의미한다.

 

오브스톤의 추상적인 자본 개념에 대해, 캐일리 (버밍엄 학파)가 제기한 질문을 바탕으로 챕만은 실무적 관점에서 해답을 제시한다.

 

질문자: 1847년과 같은 공황기에 경제 주체들이 갈구하는 것은 화폐가 아니라 자본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챕만의 답변: 본인은 그러한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금융 현장에서 우리는 오직 화폐만을 거래할 뿐이다. 질문의 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5315).’

 

이어 챕만은 자본과 신용의 실질적 관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개인이 사업에 투입하는 자기 자본이란, 실상 은행업자 등을 매개로 경제 주체들로부터 제공받는 방대한 신용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한 파편에 불과하다 (5316).’

 

질문자: 우리가 은행권의 태환을 정지시키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 국가적 부의 부족 때문인가.

 

챕만의 답변: 결코 그렇지 않다. 이는 부의 부족이 아니라 지극히 인위적인 제도적 결함에 기인한다. 통화 수요가 폭증할 때 제도적 제약이 그 공급을 차단한다면, 국가 전체의 상업 활동과 통화 순환이 마비되는 파국을 맞이하게 될 뿐이다 (5339).’

 

챕만은 은행권의 태환 유지와 국가 산업의 보존 중 무엇이 우선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주저 없이 산업의 유지를 선택해야 한다 (5338).’고 피력한다.

 

또한, ‘화폐 핍박을 의도적으로 심화시켜 부당 이익을 취하려는 (5358)’ 화폐 퇴장 행위가 단 세 개의 대형 은행만으로도 충분히 실현될 수 있음을 증언한다.

 

결국, 자본가들이 공황이라는 극한의 위기를 기회 삼아 희생자들의 파멸로부터 막대한 불로 소득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은 런던 금융 시장의 구조적 원리를 직시할 때 의심의 여지가 없는 자명한 진실이다 (5383).’

 

우리는 챕만의 증언이 지닌 실증적 가치에 무게를 둘 수 있다. 비록 그 자신이 희생자들의 파멸로부터 막대한 이윤을취하려 획책하다가 결국 상업적 실패를 면치 못했을지라도 말이다. 그의 동업자인 거니가 시장의 모든 변동은 사정에 능통한 자들에게는 도리어 유리한 기회라고 피력했을 때, 챕만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사회의 개별 부문은 다른 부문의 내부 사정에 대해 전적으로 무지하다. 예컨대 유럽 대륙으로 상품을 수출하거나 원료를 수입하는 제조업자는 금덩이를 거래하는 금융업자의 원리를 알지 못한다.’ (5046).

 

결국 이러한 지식의 파편화와 상호 불신 속에서, 거니와 챕만 자신들조차 시장의 거대한 기제에 능통하지못했음이 증명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확신했던 신용의 올가미에 스스로 걸려들어, 끝내 불명예스러운 파산을 맞이하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전의 논의에서 확인했듯, 은행권의 발행은 반드시 자본의 선대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 1848년 상원 상업 불황 위원회에서 투크가 행한 증언은, 설령 자본의 선대가 새로운 은행권 발행의 형태로 이루어지더라도 그것이 은행권 유통량의 절대적 증대로 직결되지는 않음을 실증한다.

 

질문자: 잉글랜드 은행이 은행권의 추가 발행 없이도 대부 규모를 대폭 확장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가.

 

투크의 답변: 이를 입증할 사례는 충분하다. 가장 극명한 예는 1835년으로, 당시 잉글랜드 은행은 서인도 예금과 동인도 회사의 차입금을 활용해 민간 부문의 대부를 확대했으나, 경제 주체들의 보유 은행권 총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1846년 철도 예금이 유입될 당시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할인과 예탁을 매개로 한 유가 증권 보유액이 약 3,000만 파운드까지 급등했음에도, 시중의 은행권 유통량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3099).’

 

그러나 도매 상업의 영역에는 은행권을 상회하는 제2의 핵심 유통 수단인 어음이 존재한다. 챕만은 우량 어음이 어떠한 극한의 상황에서도 지불 수단으로 수용되는 것이 자본주의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필수 전제임을 피력한 바 있다. ‘유태의 율법 해석서 (타우스페스 욘토프)조차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면 대체 무엇이 구원이 되겠는가. 제발 도와주소서!’ (하이네, 종교 논쟁)라는 경구처럼, 신용의 붕괴 앞에서는 그 어떤 제도적 장치도 무력해진다. 그렇다면 화폐로의 은행권과 신용으로의 어음, 이 두 유통 수단은 과연 어떠한 유기적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가.

 

길바트는 은행권과 어음의 대체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1840: 31).

   

은행권 유통액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어음 유통액의 증가를 수반한다. 이러한 어음은 상업 어음과 은행업자 어음의 두 유형으로 분류된다. 화폐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화폐 대부업자들은 차입자에게 본인 앞으로 어음을 발행하면 이를 인수하겠다는 방식을 제안한다. 또한 지방 은행업자가 고객의 어음을 할인할 때, 현금을 지급하는 대신 런던 대리인 앞으로 발행된 21일 만기 어음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어음들은 실질적인 유통 수단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뉴마치의 증언으로 더욱 분명하게 확인된다 (은행법, 1857, 1426).

 

어음 유통액과 은행권 유통액의 변동 사이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규칙적으로 확인되는 현상은, 할인율 상승으로 대변되는 화폐 시장의 핍박이 발생할 때마다 어음 유통량이 현저히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화폐 시장이 완화될 경우에는 어음 유통량 또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법정 화폐인 은행권의 공급이 위축될수록 경제 주체들은 신용에 기반한 어음을 유통 수단으로 더욱 활발히 매개하며, 이는 화폐 시장의 압박이 신용 팽창을 강제하는 자기모순적 구조를 형성한다.

 

화폐 핍박기에 발행되는 어음은 길바트가 언급한 단기 은행 어음과는 성격이 판이하다. 대다수는 실질적인 상품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융통 어음이거나, 오직 어음 발행 자체를 목적으로 급조된 허위 거래를 기반으로 한다. 윌슨은 이코노미스트에서 은행권과 어음의 안정성을 비교하며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일람불 은행권은 태환 요구를 거쳐 은행으로 상시 환류하므로 시장에 과잉 보유될 수 없다. 반면, 2개월 만기 어음은 만기 도래 전까지 발행을 제어할 수단이 전무하며, 만기 시에도 또 다른 어음으로 대체되어 유통을 지속할 수 있기에 막대한 과잉 발행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처럼 결제가 원거리의 기한으로 유예되는 어음의 안전성은 확신하면서도, 즉시 지불이 보장되는 은행권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태도는 극히 모순적이다.’ (이코노미스트, 1847: 575)

 

어음 유통액 또한 은행권 유통액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는 거래상의 필요에 준하여 규정된다. 1850년대 영국의 평시 유통 구조를 보면, 3,900만 파운드의 은행권 배후에 약 3억 파운드 (런던 결제분 1-12,000만 파운드 포함)에 달하는 방대한 어음 체계가 존재했다. 평상시 어음 유통량은 은행권 유통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화폐 핍박기에 이르면 어음의 수량적 증가와 질적 저하가 동시에 진행되며 시장의 동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종적으로 공황의 정점에 이르면 어음 유통은 전면 중단된다. 모든 경제 주체가 오직 현금 결제만을 요구함에 따라 지불 약속으로의 어음은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 유일하게 유통력을 유지하는 것은 은행권뿐이다. 이는 경제 주체들이 국가의 총체적 부를 담보로 잉글랜드 은행의 공신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사회적 신용에 근거한다.

 

 

 1857년 화폐 시장의 실권자였던 챕만조차 런던 금융권의 소수 거대 화폐 자본가들이 행사하는 막강한 영향력에 대해 강력히 성토한 바 있다. 이들은 특정 시점에 화폐 시장 전체를 인위적인 혼란에 빠드리면서 중소 규모의 화폐 거래업자들을 무자비하게 수탈하는 지배력을 행사한다.

 

실제로 일부 대규모 화폐 자본가들은 100-200만 파운드 규모의 콘솔 (영국 국채)을 일시에 매각하고, 그에 상응하는 막대한 은행권을 시장에서 회수하면서 가용 대부 자본을 고갈시킨다. 이러한 행위는 이전의 화폐 핍박 사태를 극단적으로 악화시키는 도화선이 된다. 이 과정에서 세 곳의 대형 은행이 결탁한다면, 유동성 부족 상태를 파국적인 화폐 공황으로 비화시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런던에서 가장 압도적인 자본력을 보유한 주체는 단연 잉글랜드 은행이나, ()국가 기관이라는 공적 지위로 인해 여타 거대 자본가들처럼 노골적이고 잔인한 방식으로 지배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1844년 은행법 제정 이후, 잉글랜드 은행은 자신의 이익을 수호하고 시장에 영향력을 관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충분히 확보하게 되었다.

 

현재 잉글랜드 은행은 1,4553,000파운드의 자본금을 기반으로, 300만 파운드의 잉여금 (미배당 이윤)’과 조세 등으로 징수되어 지출 전까지 예치되는 정부 자금을 전방위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여기에 평상시 약 3,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기타 예금액과 금 준비 없이 발행되는 은행권 규모까지 합산한다면, 뉴마치가 제시한 평가치 (은행법 위원회 증언록, 1857, 1889)는 실제 영향력에 비해 상당히 과소평가되었다.

 

런던 화폐 시장에 상시 투하되어 있는 자금 총액을 약 12,000만 파운드로 추산하며, 이 중 약 15%에서 20%에 달하는 상당한 비중을 잉글랜드 은행이 지배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1889).’

 

잉글랜드 은행이 금속 준비로 보증되지 않는 은행권을 발행하는 한, 이는 단순한 가치 표상의 창출을 상회한다. 이는 해당 은행권이 단순한 유통 수단에 머물지 않고 명목 가치만큼 추가 자본을 은행에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비록 가공적인 성격일지라도 은행에 실질적인 추가 이윤을 창출하는 원천이 된다. 은행법 위원회 증언록, 1857에서 윌슨과 뉴마치 사이의 문답은 이러한 기제를 명확히 규명하고 있다.

 

윌슨의 질문: 은행이 발행하여 인민이 평균적으로 보유하는 은행권 유통액은 해당 은행의 유효 자본에 대한 추가분인가.

 

뉴마치의 답변: 그렇다 (1563).’

 

윌슨의 질문: 그렇다면 은행이 그 유통액을 매개로 획득하는 이윤은 전적으로 신용에 기반한 것이며, 은행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자본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가.

 

뉴마치의 답변: 전적으로 그러하다 (1564).’

 

이러한 논리는 은행권을 발행하는 사립 은행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뉴마치는 사립 은행이 은행권 발행액의 1/3만을 금속 준비로 보유하고 나머지 2/3는 금속 화폐를 절약하면서 그만큼의 자본 창출을 이룬다고 분석한다 (1866-1868). 은행업자의 개별 이윤율이 타 자본가에 비해 반드시 높지 않더라도, 그들이 금속 화폐의 사회적 절약을 매개로 사적 이윤을 취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사회적 절약이 사적 이윤으로 전환되는 현상은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에게 결코 경이로운 일이 아니다. 이윤의 본질 자체가 이미 인민 노동의 사적 점유에 있기 때문이다. 그 극단적인 사례로 1797년에서 1817년 사이의 잉글랜드 은행을 들 수 있다. 당시 국가의 공신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잉글랜드 은행은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권한, 곧 은행권이라는 종이 조각을 화폐로 전환하여 이를 다시 국가에 국채 형태로 대부하는 권한에 대해 국가로부터 국채 이자라는 명목으로 보상을 받았다. 이보다 더 기만적이고 기괴한 금융적 전도는 상정하기 어렵다.

 

은행은 은행권 발행 외에도 자본을 창출하는 여타 수단을 운용한다. 뉴마치에 따르면 지방 은행들은 잉글랜드 은행권과 같은 과잉 자금을 런던의 어음 중개업자들에게 송금하는 대신, 그들로부터 이미 할인된 어음을 취득한다. 지방 은행들은 이렇게 확보한 할인 어음을 자사 고객들에게 제공하면서 신용 중개를 수행한다.

 

지방 고객들의 세부적인 사업 활동이 해당 지역 사회에 누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방 은행들은 고객으로부터 직접 수취한 어음을 다시 시장에 내놓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대신 런던으로부터 인수한 어음을 런던 내 결제가 필요한 고객에게 발행하거나, 지방 은행의 이서를 거쳐 신용을 보증하면서 지역 내 지불 결제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방식은 매우 경제적이어서, 랭커셔 지역의 경우 이들 어음이 지방 은행권 전체와 잉글랜드 은행권 대부분을 유통 시장에서 축출하는 결과를 낳았다. (은행법, 1857, 1568-1574).

 

결과적으로 은행이 신용과 자본을 창출하는 구체적인 경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자기 자신의 은행권을 발행하여 직접적인 통화 공급력을 확보한다.

 

둘째, 현금을 수취하는 대가로 21일 만기 런던 앞 어음을 발행하여 단기 유동성을 창출한다.

 

셋째, 이미 할인된 어음에 자사의 이서를 부기하여 재사용하면서 해당 지방의 신용을 바탕으로 한 유통 수단을 제공한다.

 

잉글랜드 은행의 위력은 시장 이자율을 규제하는 권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경제 활동이 안정적인 궤도에 있는 시기에는 잉글랜드 은행이 할인율을 인상하더라도 금속 준비의 완만한 금 유출을 완전히 저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지불 수단에 대한 수요가 지난 30년간 막강한 자본력을 축적한 사립 주식 은행과 어음 중개업자들을 매개로 상당 부분 충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면에서 잉글랜드 은행은 이자율 운용 외의 다른 보조적 수단을 강구해야만 한다. 그러나 시장이 공황 국면에 진입하게 되면 상황은 급변한다. 글린, 밀즈, 커리 상사의 은행업자 글린이 상업 불황, 1848-1857에서 증언한 바와 같이, 위기 시에는 잉글랜드 은행의 절대적인 지배력이 다시금 관철된다.

 

국내 금융 시장의 핍박이 극심한 상황에서는 잉글랜드 은행이 이자율을 완전히 장악한다 (1709).’

 

격심한 위기로 인해 사립 은행이나 어음 중개업자의 할인 업무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시기에는, 모든 할인 수요가 잉글랜드 은행으로 집중된다. 따라서 잉글랜드 은행은 시장 이자율을 결정할 수 있는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다 (1710).’

 

다만 잉글랜드 은행은 정부의 보호와 특권을 부여받은 공공 기관으로, 이러한 지배력을 사기업처럼 무분별하게 휘두르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은행법, 1857에서 허바드의 증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질문자: 할인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잉글랜드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반대로 할인율이 최저일 때는 어음 중개업자를 찾는 것이 이득이지 않은가.

 

허바드의 답변: 항상 그러하다. 잉글랜드 은행은 시장 경쟁자들만큼 파격적으로 이자율을 낮추지 않으며, 동시에 이자율이 정점에 달했을 때도 그들만큼 극단적으로 인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2844).’

 

그러나 잉글랜드 은행이 시장 핍박기에 이른바 나사못 죄기를 단행하여 이미 고점인 이자율을 추가로 인상하기 시작하면, 산업 부문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잉글랜드 은행의 긴축이 시작되는 즉시 해외 수출을 위한 구매 활동은 전면 중단된다. 수출업자들은 상품 가격이 저점에 도달할 때까지 관망세를 유지하며, 실제 구매는 가격이 최저점에 이른 후에야 재개된다. 하지만 이 시점은 이미 금 유출이 멈추고 환율이 반전된 이후이기에 실익이 적다. 상품 수출에 따른 상품 매입이 해외로 유출된 금의 일부를 회수할 수는 있으나, 금의 유출 자체를 방지하기에는 그 시기가 너무 늦기 때문이다.’ (길바트, 1840: 35).

 

결국 환율 변동에 따른 유통 수단의 규제는 핍박기에 이자율을 폭등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길바트, 1840: 40).

 

환율 수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비용은 고스란히 국내 생산 부문이 부담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잉글랜드 은행은 더 적은 귀금속 준비금만으로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어 오히려 이윤이 증대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길바트, 1840: 52).

 

한편, 사뮤엘 거니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이자율의 격심한 변동이 은행업자와 화폐 거래업자에게 최적의 이익 기회를 제공한다. 시장의 모든 변동성은 시장 동향에 능통한 내부자들에게는 수익 창출의 비옥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거니를 필두로 한 투기 세력이 상업 공황의 전개 과정에서 막대한 이권을 독점할 때, 잉글랜드 은행 또한 비록 공적 제약 아래 있을지라도 거대한 이윤을 축적한다. 전반적인 사업 상황을 장악할 수 있는 중역들의 개인적 수탈을 제외하더라도, 1817년 상원 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잉글랜드 은행은 1797년부터 1817년까지 이어진 태환 정지라는 비상시적인 국면을 이용해, 기초 자본금 1,1642,400파운드 대비 2,928만 파운드라는 막대한 총이윤을 축적했다 (하드카슬, 1843: 120). 이러한 이윤 창출의 구조는 1797년에 역시 태환을 정지한 아일랜드 은행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그 구체적인 수치는 다음과 같다.

 

잉글랜드 은행 및 아일랜드 은행 이윤 현황 (1797-1817)

 

구분

잉글랜드 은행 (단위: 파운드)

아일랜드 은행 (단위: 파운드)

배당 및 상여금

7,451,136

5,991,085

신주 분배 및 자산 증가

7,276,500

1,214,800

자본 가치 증가

14,553,000

4,185,000

이윤 합계

29,280,636

11,360,885

기초 자본금

11,642,400

3,000,000

 

 

해당 수치는 기초 자본금 300만 파운드에 대해 발생한 이윤을 산출한 것이다. (하드카슬, 1843: 363-364).

 

집중에 대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러한 지표는 이른바 국립 은행과 그 주위를 둘러싼 대규모 화폐 대부업자 및 고리 대금업자들이 형성한 신용 제도의 가공할 만한 집중력을 보여준다. 이 불로 소득 계급 (기생 계급 )은 생산 현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산업 자본가들을 주기적으로 파멸시키고 실물 생산 과정에 가장 위험천만하게 간섭할 수 있는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1844년과 1845년의 은행 법령들은 금융업자와 주식 투기꾼을 포함한 이들 약탈적 세력의 권력이 제도적으로 공고화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물적 증거다.

 

이른바 존경받는 이 도둑들이 국내외의 생산 현장을 수탈하는 행위가 오직 생산자와 피착취자들의 공익 증진을 위한 것이라는 감언이설에 조금이라도 의심을 품는다면, 은행 자본가 집단이 스스로 설파하는 고도의 도덕적 궤변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은행은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신념을 구현하는 기관이다. 젊은 상인들이 소란스럽고 방탕한 무리들과 어울리는 것을 포기하는 이유는 대개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업자의 매서운 질책과 눈초리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은행으로부터 우호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시도한다. 이때 은행업자의 냉담한 표정은 동료들의 어떠한 야유나 만류보다 강력한 구속력을 발휘한다. 자금 융통이 제한되거나 중단되는 파국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아주 사소한 기만이나 실수조차 범하지 않으려 전전긍긍한다. 결과적으로 상인들에게 은행업자의 충고는 성직자의 조언보다 훨씬 절실하고 가치 있는 지침이 된다.’ (, 스코틀랜드의 은행 이사, 1840: 46,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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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가 불을 찾아 지상으로 내려왔을 때,

온 도시는 화염의 천국이었다.

문학의 시녀들은 둔하여 자신의 말을 쓸 수 없었고,

라스베거스에 펼쳐진 신기루가 마천루를 장밋빛으로 가렸다.

그곳은 자신의 조각을 새긴 기풍있는 가문의 벽화를 자랑한다.

당신이 영웅이라면 영원한 동상이 될 것이다.


응답하라. 여기는 포화.

시장통에 성경이 조각보처럼 찢기고,

예언서가 먼지처럼 흩날리며,

유러피안이 유토피아를 말한다. 

 

카스트로가 죽었고, 미국이 부활했다.

재림을 앞세운 군단이 시내를 폭격하며 깔끔하게 정복할 때,

파괴된 국민들은 식민지에 환호한다.


희망은 양면이 없는 동전 던지기.

종말의 서막을 앞당긴 화살은 군주로 향하고,

폭격기가 터뜨린 잔상은 지배자의 흉터를 남긴다. 


당신은 누구를 응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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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화폐적 자본과 현실적 자본 ()

 

산업 자본으로 재전환되어야 할 화폐 규모는 대규모 재생산 과정에 규정되나, 대부 가용 화폐 자본으로 전환될 경우 그 규모가 반드시 재생산 자본의 규모와 일치할 필요는 없다.

 

본 고찰에서 핵심적인 지점은 수입 중 소비되는 부분의 증대가 우선 화폐 자본의 축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화폐 자본의 축적에는 산업 자본의 현실적 축적과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요소가 개입한다. 연간 생산물 중 소비 영역에 투입되는 부분은 결코 자본으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입 중 소비되는 부분은 일부 소비 수단 생산자의 불변 자본을 보충하는데, 이것이 실제로 자본화되는 한 해당 자본은 불변 자본 생산자의 수입이라는 현물 형태로 존재한다 (, 2부문은 소비된 생산 수단을 보충하기 위해 제1부문의 잉여 가치 s로부터 생산 수단을 구매한다).

 

단순히 소비를 촉진하며 수입을 대표하는 바로 그 화폐는 규칙적으로 일정 기간 대부 화폐 자본으로 전환된다. 이 화폐가 임금을 대표할 때는 가변 자본의 화폐 형태가 되며, 소비 수단 생산자의 불변 자본을 보충할 때는 현물로 대체되어야 할 불변 자본 요소의 일시적 화폐 형태가 된다. 이러한 화폐는 재생산 규모에 따라 그 양이 증대될지언정 그 자체로 축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해당 화폐가 일시적으로 대부 자본의 기능을 수행함에 따라, 화폐 자본의 축적은 필연적으로 실제 진행 중인 자본 축적보다 과다하게 나타난다. 개인적 소비의 증대가 화폐에 매개되면서 화폐 자본의 축적으로 표상될 뿐만 아니라, 이것이 새로운 자본 투자를 개시하는 화폐 형태를 제공하여 현실적 축적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의 축적은 부분적으로 다음의 사실을 드러낸다. 산업 자본이 순환 과정에서 전환되는 모든 화폐는 재생산 주체들이 직접 투하하는 형태가 차입 화폐의 형태를 취하게 되며, 이에 따라 재생산 과정에 필수적인 화폐 투하가 실질적으로는 차입에 근거한 투하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상업 신용의 관점에서 개인이 타인에게 대부하는 화폐는 본래 자기 재생산 과정에 필요한 화폐이다. 그러나 은행 신용의 단계에 이르면 그 기제는 다음과 같이 변모한다. 은행업자가 재생산 주체들의 일정 계급으로부터 화폐를 차입하여 다른 계급에 대부하면서 스스로를 자본의 대변인으로 설정하며, 동시에 해당 자본에 대한 처분권은 전적으로 중개자인 은행업자에게 귀속되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화폐 자본 축적의 특수한 형태들을 고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원료 등 생산 요소의 가격 하락으로 인해 자본이 유출되는 경우이다. 산업가가 재생산 과정을 즉각 확대할 수 없다면, 잉여분으로 남은 화폐 자본의 일부는 순환 과정에서 축출되어 대부 화폐 자본으로 전환된다. 이는 동일한 화폐 자금으로도 재생산 확대가 수행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실질적으로는 재생산 과정이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반복됨을 시사한다.

 

둘째, 사업의 정체나 중단 (특히 상업 부문)으로 인해 자본이 화폐 형태로 유휴화되는 경우이다. 거래 청산 후 차기 거래까지 공백이 발생하면 실현된 화폐는 단순한 퇴장 화폐나 과잉 자본에 불과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의 축적을 직접적으로 표상하며, 거래 연쇄의 중단을 표현한다. 이상의 두 경우 모두 화폐는 대부 자본으로 전환되어 화폐 시장과 이자율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나, 전자가 현실적 축적 과정의 촉진을 나타낸다면 후자는 그 저지를 나타낸다는 차이가 있다.

 

끝으로, 재생산 과정에서 은퇴하는 주체들로부터 기인한 화폐 자본의 축적이다. 산업 순환 과정에서 이윤이 증대될수록 사업에서 물러나는 인원 또한 증가한다. 이 경우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의 축적은 일면으로는 현실적 축적의 상대적 규모를 나타내며, 타면으로는 산업 자본가가 단순한 화폐 자본가로 전향되는 정도를 표상할 뿐이다.

 

이윤 중 소비되는 않는 축적분의 화폐 자본 전환은, 해당 생산 부문에서 사업 확장에 직접투입될 수 없는 경우에만 발생한다. 이는 특정 부문의 자본이 포화 상태에 도달했거나, 축적분이 새로운 자본 투자에 적합한 일정 규모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축적분은 당분간 대부 가용 화폐 자본으로 전환되어 타 분야의 생산 확장에 기여하게 된다. 여타 조건이 동일하다면 자본으로 재전환되는 이윤량은 취득된 이윤의 크기와 재생산 과정의 확장 정도에 의존한다. 새로운 축적이 투자 영역의 부족이라는 난관에 부닥친다면, 곧 생산 부문의 포화와 대부 자본의 과잉 공급이 발생한다면, 이러한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의 과잉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내재적 한계를 실증한다. 이후 전개되는 신용 투기는 과잉 자본의 사용에 물리적 장애가 없음을 보여주는 듯하나, 자본의 가치 증식 법칙이 규정하는 한계라는 실질적 장애는 상존한다. 결국 화폐 자본의 과잉이 반드시 과잉 생산이나 자본 투자 영역의 절대적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 자본의 축적은 화폐가 대부 가용 형태의 화폐 자본으로 침전됨을 의미한다. 이는 화폐의 실질적인 자본 전환과는 상이하며, 단지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는 잠재적 형태로 화폐가 축적되는 과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미 고찰한 바와 같이 대부 자본의 축적은 현실적 축적과는 구분되는 여러 요소를 함축한다. 현실적 축적이 지속적으로 확장될 때, 화폐 자본의 축적 증대는 우선적으로는 해당 확장의 결과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신용 제도의 발달과 같이 현실적 축적에 수반하면서도 그 성격이 판이한 요소들의 산물일 수 있다. 심지어 이는 현실적 축적의 정체로 인한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부 자본의 축적이 현실적 축적과 무관한 요인들에 따라 증대된다는 사실은, 산업 순환의 특정 국면에서 화폐 자본의 과잉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신용 제도의 고도화에 따라 이러한 과잉이 더욱 심화됨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화폐 자본의 과잉은 생산 과정을 자본주의적 한계를 상회하여 확장하려는 동인으로 작용하여 과잉 거래, 과잉 생산, 과잉 신용을 유발하며, 결국 공황과 같은 퇴행적 형태를 거쳐 파국적으로 전개된다.

 

지대나 임금 등에 근거한 화폐 자본의 축적은 논외로 하더라도, 자본주의적 생산의 발달에 수반되는 분업의 양상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화폐 퇴장에 따른 현실적 저축과 절제의 과업은 정작 축적의 요소들을 최저 한도로 점유하며 때로는 은행 도산 시의 노동자처럼 그 미미한 저축분마저 상실하는 계급에게 전가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산업 자본가는 자신의 자본을 직접 저축하기보다 자본 규모에 비례하여 타인의 저축을 처분하며, 화폐 자본가는 타인의 저축을 자기 자본으로 전화시킨다. 나아가 화폐 자본가는 재생산적 자본가들 사이의 상호 신용과 사회 전체가 제공하는 신용을 개인적 치부의 원천으로 삼는다. 결국 자본은 개인의 노동과 저축의 산물이라는 자본주의 체제의 최후 신화는 파기된다. 이윤이 타인 노동의 사유화일 뿐만 아니라, 그 노동을 가동하여 착취하는 자본 자체도 실상은 타인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화폐 자본가는 이 타인의 재산을 산업 자본가의 처분에 맡기는 형식을 빌려, 모순적으로 산업 자본가를 수탈하는 구조를 확립한다.

 

신용 자본의 운용 기제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보충한다.

 

동일한 화폐 단위가 대부 자본으로 반복 기능할 수 있는 빈도는 전적으로 아래의 요소들에 달려 있다.

 

첫째, 동일 화폐가 상품 가치의 판매 및 지불 과정에서 몇 번이나 자본 또는 수입을 실현하며 이전되는가에 달려 있다. , 일정 화폐가 실현된 가치로 타인의 수중에 들어가는 횟수는 실질적인 거래의 규모와 빈도에 직결된다.

 

둘째, 지불 수단의 절약 기법과 신용 제도의 발달 및 조직화 정도에 의존한다.

 

셋째, 신용 연쇄의 속도, 곧 화폐가 특정 지점에 예금으로 유입된 후 다른 지점에서 대부 자본으로 재방출되기까지의 시차와 활동 속도에 결정된다.

 

대부 자본의 형태를 가치 척도로 기능하는 실물 화폐인 금이나 은으로 전제하더라도, 이러한 화폐 자본의 상당 부분은 필연적으로 가공적 성격을 띤다. , 가치 표상이나 보조 주화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가치 증서에 불과하다.

 

자본 순환 과정에서 기능하는 화폐는 특정 시점에서 화폐 자본의 지위를 가지나, 이것이 곧 대부 화폐 자본으로 전환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해당 화폐가 생산 자본의 요소와 교환되거나 수입의 실현 및 소비 지출을 위한 유통 수단으로 지불되는 한, 소유자에게 대부 자본으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폐가 대부 자본으로 전화하여 동일한 화폐가 반복적으로 대부 자본을 대표하게 될 때, 그 화폐는 오직 단일한 지점에서만 금속 화폐로 실재할 뿐이며, 그 외의 모든 지점에서는 자본에 대한 청구권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청구권의 축적은 상품 자본 등의 가치가 화폐로 전환되는 현실적 축적에 기인하나, 청구권 또는 증서 자체의 축적은 그 원천인 현실적 축적과 구별될 뿐만 아니라 화폐 대부를 매개로 이루어질 장래의 새로운 생산 과정과도 독자적인 궤적을 그린다.

 

대부 자본은 실질적으로 항상 화폐 형태 또는 화폐 청구권의 형태로 존재한다. 대부 자본의 시원적 형태인 화폐는 차입자의 수중에서 현실적 화폐로 기능하는 반면, 대부자에게는 화폐 청구권이나 소유권 증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동일한 양의 현실적 화폐라 할지라도 연쇄적인 대부 관계를 매개로 한 방대한 규모의 화폐 자본을 표상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한 화폐는 그것이 실현된 자본이든 수입이든 관계없이, 대부 행위나 예금 전환이라는 형식을 거쳐 대부 자본으로 전화한다. 이때 예금은 예금자의 관점에서는 화폐 자본의 지위를 가지나, 은행업자의 수중에서는 단지 잠재적 화폐 자본의 성격을 띨 뿐이다. 이는 해당 자금이 예금자의 금고가 아닌 은행업자의 금고에서 일시적으로 유휴 상태에 머물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질적 부의 팽창에 따라 화폐 자본가 계급은 필연적으로 비대해진다. 한편으로는 은퇴한 자본가, 곧 금리 생활자의 수와 자산 규모가 확대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신용 제도의 고도화에 힘입어 은행업자, 화폐 대부자, 금융업자 등의 저변이 넓어진다. 가용 화폐 자본의 확충은 국채나 주식과 같은 이자 낳는 증권 물량의 증대를 수반한다. 동시에 가용 화폐 자본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한다. 이자 낳는 증권을 매개로 투기를 행하는 증권 중개인들이 화폐 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권 매매가 전적으로 현실적 자본 투하의 산물에 불과하다면, 이는 대부 자본 수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매도자 A가 증권을 처분하여 회수하는 화폐액은 매수자 B가 해당 증권에 투입하는 금액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증권이 표상하는 원천 자본은 이미 실물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본에 대한 새로운 화폐적 수요가 상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전에는 B, 현재는 A가 처분권을 행사하는 대상은 실질적인 화폐 자본이다.

 

질문 (위원): 할인율이 오직 시장 내의 상업 자본량, 곧 다른 유가 증권과는 구별되어 오직 상업 어음의 할인에만 투입될 수 있는 자본의 양에 의거하여 결정된다는 견해가 있다. 이것이 할인율 결정 요인에 대한 올바른 지적이라고 보는가.

 

답변 (챕만): 그렇지 않다. 이자율이 화폐로 전화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유가 증권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한다. 이자율의 문제를 단순히 어음 할인이라는 범위에 국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질문 (위원): 그렇게 보는 구체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답변 (챕만): 최근의 경향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영구 공채 (콘솔: 1751년 각종 공채를 연리 3%로 통합 정리한 영구 연금형 공채)나 재무부 증권 등을 담보로 화폐를 수요하는 행위가 급격히 증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형성된 이자율이 일반적인 상업 이자율보다 훨씬 높아질 때, 우리 상업 부문이 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불합리한 주장이다. 실제로 우리의 상업 부문은 이러한 금융 시장의 변동에 매우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은행법, 1857, 4886).’

 

은행법, 18574886호의 챕만의 논의는 다음과 같다. 할인율이 상업 어음 할인에만 국한된 시장 자본량에 따라 결정된다는 견해는 타당하지 않다. 이자율은 화폐로 전환되는 모든 유가 증권의 동향에 따라 결정된다. 이자율의 범위를 어음 할인에만 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최근의 경향처럼 콘솔 (영구 공채)이나 재무부 증권을 담보로 한 화폐 수요가 급증하여 해당 이자율이 상업 이자율을 상회할 경우, 이것이 상업 부문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 실질적으로 상업 부문은 이러한 금융 시장의 변동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은행업자가 공인하는 우량하고 유동성 높은 증권이 시장에 존재하고 소유자가 이를 담보로 화폐를 차입하고자 할 때, 상업 어음의 금리는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가령 콘솔 등 유가 증권의 대부 금리가 6%를 형성할 경우, 상업 어음에 대한 대부 금리가 5% 수준에서 유지되기는 어렵다. 화폐 소유자가 6%의 수익률로 대부할 수 있는 상황에서 5.5%의 낮은 이율로 어음을 할인할 유인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4890).’

 

화폐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체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자면, 이는 단순히 수천 파운드 단위의 유가 증권을 구매하는 일반 투자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콘솔 담보 대부 이자율을 결정짓는 핵심 동인은 수십만 파운드를 운용하는 증권 중개인들이다. 이들은 거액의 공채를 공모하거나 시장에서 매입하며, 해당 채권의 유리한 매각 시점까지 이를 보유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화폐를 지속적으로 수요한다. 이들의 자금 차입 형태가 시장 전반의 이자율 형성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4892).’

 

신용 제도의 발달에 힘입어 런던과 같은 대규모 화폐 시장이 형성되며, 이는 필연적으로 유가 증권 거래의 중심지로 기능한다. 은행업자가 사회로부터 수탁한 방대한 화폐 자본을 증권 거래 업자들에게 공급함에 따라 투기적 거래 주체들은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당시 잉글랜드 은행 총재는 상원 특별 위원회에서 증권거래소의 화폐 가격은 일반적으로 타 시장보다 저렴하게 형성된다.’고 증언한 바 있다. (상업 불황, 1848-1857, 219)

 

이자 낳는 자본의 성격상, 수년에 걸친 평균 이자율은 여타 조건이 동일할 때 평균 이윤율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기업가 이득 (이윤에서 이자를 차감한 잔여)에 기반하여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상업 이자의 변동 과정을 고찰하면, 산업 순환의 특정 국면에서 이자율은 최저 수준을 지나 평균적 중간 수준에 도달하며 이후 그 수준을 상회하게 된다. 이러한 금리 상승 운동이 이윤 증대의 결과라는 점은 이미 논의된 바 있으며, 이하에서 보다 심층적으로 규명될 것이다.

 

본 고찰에서는 다음의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이자율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현상 (영국과 같이 중간 수준의 이자율이 장기 대부 이자 또는 사적 이자로 나타나는 경우)은 해당 기간의 이윤율 역시 높다는 명백한 증거이나, 이것이 반드시 기업가 이득률 (이윤율에서 이자율을 차감한 잔여)의 고공 행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자본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자본가는 스스로에게 이자를 지불하는 셈이므로, 높은 이윤율을 온전히 실현하나, 타인 자본에 의존하는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화폐 시장의 일시적 핍박 국면을 제외하고 고금리가 지속될 수 있는 토대는 높은 이윤율에서 마련되지만, 이 높은 이윤율이 고금리와 결합할 때 기업가 이득률은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일단 착수한 사업은 지속되어야 하기에 이윤율이 유지되더라도 기업가 이득은 감소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국면에서는 활동이 주로 신용 자본 (타인 자본)을 매개로 수행되며, 높은 이윤율 자체가 투기적 기대치에 불과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높은 이자는 이윤이 아닌 차입 자본 그 자체로 지불되기도 하며, 이러한 파행적 상황은 투기 국면에서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둘째, 이윤율의 상승으로 인해 화폐 자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그 결과 이자율이 상승한다는 논리는, 산업 자본에 대한 수요 증가가 이자율이 상승을 견인한다는 논리와는 엄격히 구별되어야 한다.

 

공황기에는 대부 자본에 대한 수요와 이자율이 최고조에 달하는 반면, 이윤율과 산업 자본에 대한 실질적 수요는 거의 소멸한다. 이 시기의 차입은 생산적 투자가 아닌, 단지 결제를 이행하고 기존의 부채를 청산하기 위한 긴급한 지불 수단 확보에 집중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공황 이후 경기가 복구 국면에 진입하면, 대부 자본은 구매력 확보 및 화폐 자본의 생산·상업 자본으로의 전환을 위해 수요된다. 이때 산업 자본가와 상인은 확보한 대부 자본을 매개로 생산 수단과 노동력에 투하하면서 현실적인 자본 축적 과정을 재개한다.

 

이자율이 이윤율에 규정되는 한, 노동력 수요의 증대 그 자체는 이자율 상승의 독립적 원인이 될 수 없다. 임금 상승은 산업 순환의 특정 국면에서 나타나는 이윤 상승의 결과일 수는 있으나, 이윤 상승을 견인하는 동력은 아니다.

 

노동력 수요는 노동 착취가 유리한 조건에서 증가할 수 있으나, 가변 자본에 대한 수요 증대는 본질적으로 이윤을 증대시키지보다 오히려 이를 잠식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가변 자본 확보를 위한 화폐 자본 수요가 팽창함에 따라 이자율은 상승한다. 노동력의 시장 가격이 평균 수준을 상회하고 고용 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화폐 자본에 대한 수요의 팽창은 필연적으로 이자율 상승을 초래한다.

 

노동력 수요의 증대는 여타 상품과 마찬가지로 해당 상품의 가격을 인상시키지만, 이윤은 도리어 저하된다. 이윤의 크기는 주로 노동력이라는 특수 상품의 상대적 저렴함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전제된 조건 하에서 노동력 수요의 증가는 화폐 자본 수요를 유도하여 이자율을 상향시킨다. 화폐 자본가가 화폐 대부를 중단하고 직접 산업 자본가가 된다면, 임금 지출의 증가는 이윤 증대의 요인이 아니라 이윤 감소의 직접적 원인임을 확인하게 된다. 설령 다른 요인들이 결합하여 이윤이 증대하더라도, 그것이 노동 비용의 부담 때문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노동 비용의 부담이 화폐 자본 수요를 유도하는 한, 그것은 이자율을 상승시키기에 충분한 조건이 된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 임금이 상승할 경우, 이는 일면으로는 이윤율을 저하시키고 타면으로는 화폐 자본 수요를 증대시켜 이자율을 상승시키는 이중적 압착을 가하게 된다.

 

오브스톤이 주장하는 자본에 대한 수요는 노동의 요소를 배제할 경우 실질적으로 상품에 대한 수요로 수렴하다. 상품 수요가 평균을 상회하거나 공급이 이에 미달할 때 상품 가격은 상승한다. 산업 자본가나 상인이 이전에는 100의 비용을 지출하던 동일 물량의 상품에 대해 현재 150을 지불해야 한다면, 차입 필요액 또한 100이 아니라 150으로 증대된다. 이에 따라 5%의 동일한 이자율 조건에서도 그가 부담해야 할 이자액은 5에서 7.5로 증가하게 된다. , 개별 지불 이자액의 증대는 차입 자본 총액의 팽창에 기인한다.

 

오브스톤은 대부 자본과 산업 자본의 이해관계가 일치함을 강변하고자 온갖 논변을 전개하나, 그가 주도한 은행법은 실질적으로 이들 간의 이해 대립을 화폐 자본의 이익으로 전유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상품 공급이 평균 이하로 급감하더라도 상품 수요가 반드시 이전보다 방대한 화폐 자본을 흡수하는 것은 아니다. 상품의 총가치에 투입되는 지출액이 종전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감소한다면, 이는 단순히 동일 화폐액으로 더 적은 양의 사용 가치를 획득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품 가격이 공급 부족으로 인해 등귀하고 수요가 공급을 상대적으로 상회할지라도, 대부 가용 화폐 자본에 대한 총수요가 증대하지 않는 한 이자율은 상승하지 않는다. 이자율의 변동은 오직 대부 자본에 대한 사회적 총수요의 실질적 팽창에 수반해서만 추동되기 때문이다.

 

곡물이나 면화 등의 흉작과 같이 특정 상품의 공급이 평균 이하로 급감할 때, 대부 자본에 대한 수요는 도리어 증대될 수 있다. 이는 향후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선취하려는 투기적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며, 가격 등귀를 유도하는 직접적 수단으로 상품 물량의 일부를 시장에서 인위적으로 퇴장시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매입한 상품을 즉시 처분하지 않고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상업적인 환어음 남발등을 매개로 화폐 창출이 이루어진다. 결과적으로 대부 자본에 대한 수요는 팽창하며, 상품 공급을 시장에서 차단하려는 시도가 지속되는 한 이자율은 상승하게 된다. 이 시기의 이자율 상승은 실질적으로 상품 자본 공급의 인위적인 축적과 삭감을 실증하는 지표가 된다.

 

다른 한편, 상품 공급의 확대와 가격 하락이 해당 상품에 대한 수요 증대를 견인할 수도 있다.

 

이 국면에서 대부 자본에 대한 수요는 불변이거나 오히려 감퇴할 수 있는데, 이는 동일한 화폐액으로 더 많은 물량의 상품 확보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리한 시점에 생산용 원자재를 확보하거나 장래의 가격 반등을 노린 투기적 재고 축적이 병행될 수 있다. 이 경우 대부 자본 수요가 팽창하면서 이자율이 상승하며, 이러한 금리 인상은 생산 자본 요소의 과잉 재고 형성을 위한 자본 투자를 현시하게 된다.

 

본 고찰의 대상은 상품 자본의 수급에 영향을 받는 대부 자본의 수요에 국한된다. 산업 순환의 각 국면에서 발생하는 재생산 조건의 변화는 대부 자본의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브스톤은 시장 이자율이 대부 자본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자명한 명제를 대부 자본은 곧 자본 일반이라는 자신의 가설과 자의적으로 결합시키다. 이로부터 그는 화폐 대부자를 유일한 자본가로, 대부 자본을 유일한 형태의 자본으로 격상시키려 시도한다.

 

화폐 핍박기 대부 자본에 대한 수요는 본질적으로 지불 수단 확보를 위한 요구일 뿐이며, 구매 수단으로의 화폐 수요와는 무관하다. 이 국면에서 이자율은 생산 자본이나 상품 자본 등 현실적 자본의 수급 상황과 관계없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상인과 생산자가 확실한 담보를 보유한 경우 지불 수단에 대한 수요는 단순히 담보의 화폐화 요구에 불과하나, 담보 능력을 상실한 주체들에게는 지불에 필요한 등가물 그 자체를 제공받으려는 화폐 자본에 대한 수요가 된다.

 

이 지점에서 공황론을 둘러싼 논쟁의 양측은 각각 타당성과 한계를 동시에 노정한다. 지불 수단의 부족만을 강조하는 이들은 건실한담보 소유자만을 고려하거나, 파산한 투기꾼을 화폐 발행만으로 지불 능력 있는 자본가로 회생시킬 수 있다고 믿는 오류를 범한다. 반면, 자본의 부족만을 주장하는 이들은 단순한 명분론에 매몰되거나, 타인 자본에 의존하던 신용 투기꾼들의 입장을 대변할 뿐이다. 후자의 경우, 과잉 수입 및 생산으로 인해 화폐화가 불능한 자본이 산적한 상황에서 은행이 상실된 자본을 보전하고 투기를 지속하게 해달라는 부당한 요구를 자본 부족이라는 논리로 포장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의 근간은 화폐가 가치의 자립적 형태로 상품과 대립하며, 교환 가치가 화폐를 매개로 독립적 외피를 획득해야 한다는 원리에 있다. 이는 특정 상품이 가치 척도의 재료가 되어 모든 상품의 가치를 측정하면서, 스스로가 여타 상품과 대립하는 일반적·독점적 상품의 지위를 점유할 때 비로소 성립한다.

 

신용 남발과 신용 화폐를 매개로 현금 유통이 대규모로 대체된 고도화된 자본주의 경제에서 이러한 원리는 다음의 두 가지 양상으로 관철된다.

 

첫째, 신용이 수축하거나 고갈되는 화폐 핍박기에 이르면, 화폐는 돌연 유일한 지불 수단이자 가치의 진정한 현존 형태로 모든 상품과 절대적으로 대립한다. 이 과정에서 상품 가치의 일반적 하락이 발생하며, 상품을 자신의 추상적 형태인 화폐로 전환하는 것은 극도로 곤란해지거나 봉쇄되는 국면에 직면한다.

 

둘째, 신용 화폐가 화폐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본질적 근거는, 그것이 표방하는 명목 가치만큼 진정한 화폐인 금속 화폐를 절대적으로 대표한다는 전제에 기반한다.

 

금 유출과 더불어 신용 화폐의 태환성, 곧 현실적 금과의 동일성은 근본적인 동요에 직면한다. 이에 따라 태환 조건을 보증하기 위해 이자율 인상 등과 같은 강제적인 조치가 동원된다. 이러한 조치들은 오브스톤 일파와 같은 화폐 대부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그릇된 화폐 이론과 은행법을 빌미로 더욱 가혹하게 추진되기도 하지만, 그 본질적 바탕은 자본주의 생산 양식 자체에 내재해 있다. 신용 화폐의 감가는 기존의 모든 경제적 관계를 동요시킨다. 따라서 가치의 자립적·추상적 존재 형태인 화폐를 보존하기 위해 실물 상품의 가치는 희생될 수밖에 없다. 상품의 화폐 가치는 오직 화폐 그 자체의 가치가 보증되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본주의 체제는 수천만 단위의 실물 상품 가치를 단 몇 백만의 화폐적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기꺼이 희생시키는 모순을 드러낸다.

 

이러한 현상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에서 불가피한 결과이자 그 체제가 지닌 기만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신용이나 신용 화폐가 발달할 수 없을 만큼 협소한 토대 위에서 가동되었던 이전의 생산 양식들에서는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 노동의 사회적 성격이 현실적 생산 과정의 외부에 존재하는 독립된 사물, 곧 화폐라는 형태로 현상하는 한, 산업 공황과는 별개로 존재하거나 또는 이를 심화시키는 화폐 공황의 발발은 필연적이다.

 

한편, 은행에 대한 공신력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는 은행이 신용 화폐의 수급을 제어하면서 화폐 공황을 완화하거나 반대로 격화시킬 수 있음이 명백하다. 근대 산업의 전 역사가 입증하듯, 국내 생산 체계가 유기적으로 조직되어 있다면 금속 화폐는 세계 무역의 일시적 불일치를 청산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요구될 뿐이다. 비상시마다 유일한 긴급 대책으로 채택되는 국립 은행들의 태환 정지 조치는, 모순적으로 국내 경제 운용에 있어 금속 화폐가 더 이상 필수적이지 않음을 실증한다.

 

두 개인 간의 거래에서 이들 모두가 지불 차액의 적자를 본다는 가설은 성립할 수 없다. 상호 채권·채무 관계에서 채권이 완전히 상쇄되지 않는 한, 어느 일방이 그 차액만큼 상대방의 채무자가 되는 것은 분명한 이치다. 그러나 국가 간 거래의 양상은 이와 다르다. 무역 차액은 장기적으로 일치를 지향하나, 특정 시점의 지불 차액은 흑자 또는 적자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경제학적 통설로 인정된다. 지불 차액은 특정 기일에 결제되어야 하는 무역 차액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구별된다.

 

공황은 지불 차액과 무역 차액 사이의 시차를 단기간으로 압축시킨다. 공황의 습격으로 지불 기일에 쫓기는 국가에서는 결제 기간의 강제적 단축이 수반된다. 이 과정에서 귀금속의 해외 유출을 시작으로, 위탁 상품의 투매, 국내 화폐 선대를 목적으로 한 급격한 상품 수출로 이어진다. 동시에 이자율 상승, 신용 회수, 유가 증권 가격 폭락 및 외국 증권의 투매가 발생하며, 가치가 하락한 증권을 매개로 해외 자본을 유치하려는 시도가 뒤따른다. 결국 파산 끝에는 대규모 채무 청산으로 귀결된다. 이때 공황 발생국으로 귀금속이 환류되기도 하는데, 이는 해당 국가가 발행한 어음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속 화폐를 매개로 한 직접 결제가 선호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든 자본주의 국가가 아시아에 대해 직간접적인 채무국 지위에 있다는 특수성이 가미된다. 이러한 요인들이 관련국 전반에 파급되면 해당 국가들 역시 금·은의 유출을 겪게 되며, 지불 기일의 도래와 함께 동일한 연쇄 반응이 반복된다.

 

상업 신용에 있어서 신용 가격과 현금 가격의 차액인 이자는 어음 기한이 통상적인 범위를 초과하는 경우에 한하여 상품 가격에 산입되며, 그 외의 경우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각 거래 주체가 신용의 수혜자인 동시에 제공자라는 상호 호혜적 관계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엥겔스: , 이에 대해서는 자신의 실무 사례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다만 할인료가 이자의 형태로 상품 가격에 체현되는 경우 그 결정 기제는 개별적인 상업 신용 관계가 아니라 화폐 시장의 전반적인 동향에 근거하여 규제된다.

 

이자율을 결정하는 화폐 자본의 수급이 오브스톤의 주장처럼 현실적 자본의 수급과 일치하다면, 고찰 대상인 상품의 종류나 동일 상품의 공정 단계 (원료, 반제품, 완제품)에 따라 이자율은 동일 시점에서도 상이하게 나타나야 한다.

 

실제 사례를 고찰하면, 1844년 잉글랜드 은행의 이자율은 연초 (1-9) 4%에서 연말 (11-연말) 2.5-3% 사이를 오갔으며, 1845년에는 1-10월까지 2.5-3%를 유지하다 연말에 3-5%로 상승하였다. 원료인 페어 올리언즈 면화의 평균 가격은 18446.25펜스에서 18454.875펜스로 하락하였고, 리버풀의 면화 재고 역시 184433일 약 627,042 베일에서 184533일 약 773,800 베일로 증가하였다. 이처럼 원료인 면화의 저가격과 과잉 재고를 기준으로 본다면 1845년의 이자율은 낮게 형성되어야 하며, 실제로도 한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완제품인 면사를 기준으로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당시 면사 가격은 상대적으로 높았고 방적업자의 이윤은 절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18459월과 10월경, 방적업자는 파운드당 4펜스의 면화에 4펜스의 방적 비용을 들여 총 8펜스에 생산한 면사 (40번수의 우량 2호 뮬 연사)10.5-11.5펜스에 판매할 수 있었다. 이처럼 높은 이윤율에 근거한다면 이자율은 마땅히 높게 형성되었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이자율이 개별 상품의 이윤율이나 실물 자본의 수급 상황과 직접적으로 일치하지 않음을 실증한다. (이후 와일리의 증언 참조).

 

문제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해결될 수 있다.

 

화폐 대부자가 존재하지 않는 대신, 대부 자본가들이 기계나 원료 등을 직접 소유하여 이를 산업 자본가에게 대부하거나 임대하는 구조라면, 대부 자본의 수급은 자본 일반의 수급과 일치하게 된다. (다만 자본 일반의 수급이라는 표현은 엄밀히 말해 불합리하다. 산업가나 상인에게 상품은 자본의 한 형태이나, 그가 실제로 수요하는 것은 자본 추상체가 아닌 곡물이나 면화 같은 특수한 상품이다. 그는 자본 순환상의 기능과 무관하게 해당 상품을 구매하고 그 대가를 지불할 뿐이다.)

 

이러한 조건하에서는 대부 자본의 공급이 산업 자본가에게는 생산 요소의 공급과, 상인에게는 상품의 공급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 경우 대부자와 차입자 사이의 이윤 분할은, 투하된 총자본 중 대부된 자본과 사용자 소유 자본이 차지하는 상대적 비율에 전적으로 종속된다는 점이 명백해진다.

 

웨겔린 (은행법, 1857)에 따르면 이자율은 유휴 자본량 (252)’에 근거하여 결정되며, 이는 투자처를 구하는 막대한 자본의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 (271)’에 불과하다. 그는 이 유휴 자본을 부동 자본 (485)’이라 명명하며, 그 구성 요소로 잉글랜드 은행권 및 통화, 지방 은행권, 국내 유통 주화 및 각 은행의 준비금을 지목한다 (503).’ 또한 여기에는 지금 역시 포함된다. (503)

 

이에 따라 웨겔린은 잉글랜드 은행이 유휴 자본의 대부분을 보유하는 (1198)’ 시기에 이자율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잉글랜드 은행이 자본을 취급하는 장소가 아니다.’라고 본 오브스톤의 증언과는 대치되는 견해다.

 

웨겔린은 이어 다음과 같이 논거를 전개한다. ‘할인율은 국내의 유휴 자본액에 근거하여 규제되며, 이 자본액은 사실상 금 준비와 다름없는 잉글랜드 은행의 준비금으로 대표된다. 따라서 금이 국외로 인출되면 국내 유휴 자본액은 감소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잔존하는 유휴 자본의 가치는 상승한다 (1258).’

 

존 스튜어트 밀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잉글랜드 은행이 은행부의 지급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준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은행은 준비금 유출이 감지되는 즉시 할인 업무를 축소하거나 보유 증권을 매각하면서 준비금을 확충해야 한다 (2102).’

 

은행부만을 독립적으로 고찰할 때, 준비금은 본질적으로 예금 인출에 대비한 지불 준비금의 성격을 갖는다. 오브스톤 일파의 견해에 따르면 은행부는 은행권의 자동적발행 기제에 관여하지 않고 오직 개별 은행업자로 처신해야 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화폐 핍박 국면에 직면하면 잉글랜드 은행은 은행권으로 구성된 은행부의 준비금 상황보다 금속 준비의 동향을 주시하게 된다. 이는 금속 준비가 고갈됨에 따라 은행권 준비금 역시 소멸하기 때문이며, 은행이 지급 불능 상태를 회피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조치다. 이러한 기제를 1844년 은행법에 설계한 오브스톤은 그 누구보다 이 연쇄 구조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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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화폐적 자본과 현실적 자본 ()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의 축적이 현실적 축적 및 재생산 과정의 확대와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의 문제는 여전히 미결로 남아 있다.

 

화폐가 대부 가용 화폐 자본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화폐가 생산 자본으로 전환되는 것에 비해 훨씬 단순한 기제를 갖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수준의 구별이 필수적이다.

 

첫째, 화폐가 단순히 대부 자본으로 전환되는 경우이다.

 

둘째, 자본 또는 수입이 대부 자본으로 운용될 화폐의 형태로 전환되는 경우이다.

 

오직 후자만이 산업 자본의 현실적 축적과 유기적 연관을 맺는 대부 자본의 적극적 축적을 내포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은 금융적 자산의 팽창과 실물 경제의 확장 사이의 동학을 규명하는 핵심적 단초가 된다


. 화폐가 대부 자본으로 전환

 

생산적 축적과 반비례 관계에 있는 대부 자본의 정체 또는 과잉이 발생하는 기제는 산업 순환의 두 가지 특정 국면에서 구체화된다.

 

첫째는 공황 직후의 순환 개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산업 자본이 생산 자본과 상품 자본의 형태에서 모두 수축하며, 이전 생산과 상업에 투입되었던 화폐 자본이 유휴 대부 자본의 형태로 시장에 출현한다. 이때의 대부 자본 과잉은 산업 자본의 침체를 실증하는 지표가 된다.

 

둘째는 경기 복구의 초기 단계이다. 화폐 자본의 실질적 수요는 증가하기 시작하나, 상업 신용이 은행 신용에 의존하지 않을 만큼 충분한 독립성을 유지하는 시기이다. 원활한 자본 환류와 단기 신용 위주의 거래, 그리고 자기 자본 중심의 영업 확장은 대부 자본의 상대적 과잉을 유도하며 이자율을 저점으로 유지시킨다. 이 국면에서의 과잉은 재생산 과정의 새로운 확대를 동반하는 전조로 규명된다.

 

결과적으로 두 시기 모두에서 나타나는 낮은 이자율은 이윤 중 기업가 이득의 비중을 높이면서 현실적 축적 과정의 확대를 촉진하는 촉매로 작용한다. 이러한 동학은 경기 정점 부근에서 이자율이 평균 수준으로 상승하더라도, 이윤의 증가폭이 이자율의 상승폭을 상회하는 한 지속적인 축적의 동인으로 기능한다.

 

대부 자본의 축적은 현실적 축적 과정과 무관하게 은행 제도의 확장 및 집중, 유통 준비금 및 경체 주체의 지불 수단 준비금의 절약과 같은 순수 기술적 기제만으로도 실현될 수 있다. 이른바 부동 자본이라 불리는 이러한 화폐 자본은 끊임없는 유입과 유출의 반복 속에서 단기 대부 자본의 형태를 유지한다. 특정 경제 주체의 인출이 타 주체의 예금으로 대체되는 순환 구조 하에서는, 어음 할인이나 예금 담보 대출에 투입되는 대부 가용 화폐 자본량은 실물 경제의 현실적 축적 경로와 독립적으로 증대될 수 있다.

 

질문: (조사 위원) ‘부동 자본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답변: (웨겔린, 잉글랜드 은행 총재) 그것은 단기 화폐 대부에 투입될 수 있는 운용 자본을 의미한다 (은행법, 1857, 질문 제501).’

 

질문: (조사 위원) 해당 자본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항목들은 무엇인가.

 

답변: (웨겔린) 잉글랜드 은행권과 지방 은행권, 그리고 국내에서 유통되는 주화량이 이에 해당한다 (502).’

 

은행법, 1857에 관한 질의에서 잉글랜드 은행 총재 웨겔린은 부동 자본을 단기 화폐 대부에 투입 가용 자본으로 정의하며, 잉글랜드 은행권과 지방 은행권, 그리고 국내 주화량을 그 구성 요소로 제시한다.

 

질문: 부동 자본이 현실의 유통액 (잉글랜드 은행권 등)을 의미한다면, 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상으로는 그 유통액에 큰 변동이 없는 듯 보이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엥겔스: 여기서 중요한 구별점이 있다. 현실의 유통액을 대부하는 주체가 누구인가. , 그것이 전문적인 화폐 대부자인가, 아니면 재생산에 종사하는 자본가 자신인가에 따라 경제적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답변 (웨겔린): 정의에서 부동 자본은 단순히 시중에 풀린 유통액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거기에 은행업자의 준비금을 포함시킨다. 그리고 이 준비금은 유통액과 달리 매우 큰 폭으로 변동하고 있다 (503).’

 

조사 위원회가 현실의 유통액에 큰 변동이 없음을 지적하자, 웨겔린은 부동 자본에 은행업자의 준비금을 포함시키며 이 준비금의 가변성을 강조한다. , 실질적인 변동은 예금 중 재대출되지 않고 준비금으로 적립되는 부분인 잉글랜드 은행 예치분에서 발생한다. 나아가 그는 지금을 포함한 금속 화폐 또한 부동 자본의 범주에 산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의는 화폐 시장의 신용 관계 용어법 내에서 경제학적 범주들이 기존의 의미로부터 전도되어 새로운 형태를 획득함을 보여준다. 여기서 부동 자본은 본래의 정의와 무관하게 원료나 임금에 투하되는 유동 자본을 지칭하며, 화폐와 지금은 자본으로, 은행권은 통화로, 자본은 상품으로, 심지어 채무조차 상품으로 치환된다. 또한 고정 자본은 매각이 용이하지 않은 증권에 고착된 화폐 자본을 의미하게 된다.

 

런던 주식 은행의 예금액은 1847885774파운드에서 18574,310724파운드로 급증하였다. 조사 위원회의 증언에 따르면, 이 방대한 자금의 상당 부분은 이전 금융 체계에 흡수되지 않았던 새로운 원천에서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전에는 자본을 은행에 예치하지 않았던 (!) 여러 계급 사이에서 예금 관행이 폭넓게 확산된 결과다. 주식 은행과 구별되는 지방 개인 은행 협회 회장 로드웰의 증언은 이러한 경향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한다. 입스위치 지역의 경우, 차지 농업 경영자와 소매상들 사이에서 예금 관행이 4배가량 증가하였으며, 연간 지대 50파운드 수준의 차지 영세 농민들조차 현재는 은행 계좌를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예금 총액은 경제 활동 전반에 투입되는데, 특히 상업의 중심지인 런던으로 집중되어 어음 할인이나 은행 고객에 대한 대부 자금으로 운용된다. 은행업자들이 당장 운용할 필요가 없는 잉여 자금은 대부분 어음 중개인에게 전달된다. 어음 중개인은 이러한 대부액에 대한 담보로 자신이 이미 런던이나 지방의 거래처를 위해 할인해 둔 상업 어음을 제공하면서 자본의 유동성을 확보한다.’ (은행법, 1858: v, 8)

 

은행업자가 어음 중개인에게 대부하는 행위는 실질적으로 어음 중개인이 이미 할인한 어음을 재할인하는 과정과 다름없다. 대다수의 어음은 어음 중개인을 거쳐 이미 재할인된 상태이며, 어음 중개인은 은행업자로부터 융통한 바로 그 화폐를 사용하여 다시 새로운 어음을 재할인하는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융통 어음과 무담보 신용을 매개로 한 거대한 가공 신용이 창출된다. 이러한 기제는 지방 주식 은행이 발행 어음을 할인한 후, 어음 자체의 질적 수준과는 무관하게 해당 은행의 신용도에만 의존하여 런던 시장의 어음 중개인에게 재할인받는 관행으로 인해 더욱 심화된다. 이는 신용 체계 내에서 실제 가치와 단절된 자본의 가공적 팽창을 야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은행법, 1858: xxi, 54)

 

대부 화폐 자본의 기술적 증대가 신용 투기를 자극하는 기제에 관해 이코노미스트는 매우 시사점 있는 분석을 제공한다.

 

지난 수년간 영국 내 자본 축적과 그 운용 수단의 증가율은 지역별로 비대칭하게 나타났다. 순수 농업 지대의 은행업자들은 유휴 자본의 안전한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한 반면, 대상업 도시와 광공업 지대의 은행업자들은 극심한 자본 수요에 직면하였다. 이러한 지역적 격차는 자본 배분을 전문으로 하는 어음 중개인이라는 새로운 금융 자본가 계급의 급격한 대두를 견인하였다. 사실상 거대 규모의 은행업자로 기능하는 이들 중개 상사는 농촌 은행의 잉여 자본과 기업의 일시적 유휴 화폐를 차입하여, 자본 수요가 높은 지역의 은행업자들에게 더 높은 이율로 재대부하거나 고객의 어음을 재할인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이로 인해 런던의 롬바드 스트리트는 유휴 자본의 공급처와 수요처를 매개하는 거대한 중앙 집중적 이전 매개처 (센터)로 부상하였다. 초기에는 은행 보유 담보에 국한되었던 이러한 거래는 자본 축적이 가속화됨에 따라 점차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그 결과 할인 상사들은 부두 보관 상품 증권은 물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수입품을 대표하는 창고 증권과 선하 증권에까지 대부를 실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행은 영국 상업의 성격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롬바드 스트리트의 신용 편의는 민싱 레인 (식민지 생산물 도매상이 집중된 런던 거리)의 상품 중개인과 수입 상인에게 막강한 자금력을 제공하였고, 이전에는 신용 추락의 전조로 여겨졌던 증권 담보 대출이 이제는 보편적인 상거래 통례로 정착하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신용 체계는 롬바드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원격지 식민지의 차기 작물을 담보로 발행된 어음까지 수용할 정도로 확장되었다. 이처럼 과도하게 제공된 신용은 수입 상인들로 하여금 대외 거래를 무리하게 확장하게 하였으며, 본래 사업 운영에 투입되어야 할 유동 자본을 통제권 밖의 해외 농장과 같은 위험 자산에 고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코노미스트, 1847: 1334)

 

결국 농촌의 소액 예금에서 시작되어 롬바드 스트리트로 집중된 자본은 광공업 지대의 사업 확장과 해외 생산물의 수입 신용으로 이어지며 세련된신용의 사슬을 형성한다. 이는 상인 자본의 유동성을 강제로 동원하여 가장 기피해야 할 해외 투자를 유도하는 모순적 구조를 만들어낸다. 농촌의 예금자는 자신의 자금이 부수적인 개인 대출에 사용된다고 믿지만, 실상은 본인이나 지역 은행의 통제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채 런던 어음 중개인의 거대한 투기적 동학 속에서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철도 건설과 같은 대규모 공공 사업은 일시적으로 대부 자본의 총량을 증가시키는 기제로 작용한다. 이는 투입된 자본 납입금이 실제 지출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일정 기간 은행에 예치되어 금융 기관의 처분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부 자본량은 국가 전체의 유통 화폐량, 곧 모든 은행권과 금속 화폐 및 귀금속 총액과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유통 화폐량의 일부를 구성하는 은행 준비금의 크기는 시장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동한다.

 

‘1844년 은행법이 정지되었던 18571112일 당시, 잉글랜드 은행의 준비금 총액은 약 58751파운드에 불과했으나 예금 총액은 2,250만 파운드 (이 중 약 650만 파운드는 런던 은행업자의 예치금)에 달하며 극심한 불일치를 드러낸 바 있다.’ (은행법, 1858: I, vii)

 

이자율의 변동은 제반 요인이 불변이라는 전제하에 대부 자본의 공급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물론 장기적인 변동은 일반적 이윤율에 따라, 국가 간의 격차는 이윤율과 신용 발전의 차이에 따라 규정되지만, 여기서는 이러한 변수들을 무시하고 오직 대부 자본의 공급에만 주목한다. 이러한 대부 자본은 금속 화폐나 은행권의 형태를 띠며, 재생산 과정의 주체들이 상업 신용을 매개로 상품이나 산업 자본의 형태로 상호 대부하는 자본과는 그 본질을 달리한다.

 

대부 가용 화폐 자본량은 실제 유통되는 화폐량과는 구별되며, 이 두 지표 사이에는 독립적인 동학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20의 화폐 단위가 하루에 다섯 번 대부된다면 총 100의 화폐 자본이 대부된 결과를 낳는다. 이는 해당 화폐가 적어도 네 번은 구매 또는 지불 수단으로 기능했음을 의미한다. 화폐가 구매나 지불을 매개하면서 자본의 전환 형태 (노동력이나 상품)를 대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100의 자본을 형성하는 대신 단순히 20씩의 가치를 지닌 다섯 개의 개별적 채권에 머물게 된다.

 

, AB에게 대부하고 B가 순차적으로 C, D, E, F에게 동일한 화폐를 단순히 재대부하기만 한다면 각 주체는 20에 대한 채권만을 보유하게 된다. 그러나 A의 대부 이후 B가 상품을 구매하고, 그 대금을 받은 C가 다시 D에게 대부하는 과정이 반복된다면, 동일한 20의 화폐는 다섯 번의 대부와 네 번의 구매를 매개하며 실질적인 자본 축적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처럼 화폐의 유통 속도와 신용 창출의 연쇄는 실제 화폐량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의 대부 자본 형성을 이루게 된다.

 

신용 체계가 고도로 발달한 국가에서는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의 전량이 예금 형태로 은행이나 화폐 대부업자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진정한 투기가 발흥하기 전의 호황기에는 신뢰 증진과 신용 거래의 원활화에 힘입어, 실물 화폐의 개입 없이 단순한 신용 이체만으로도 유통 기능의 상당 부분이 수행된다.

 

이처럼 제한된 유통 수단하에서도 예금 총액이 증대될 수 있는 기제는 다음의 두 가지 요인에 규정된다.

 

첫째, 동일한 화폐 단위가 수행하는 구매와 지불의 빈도이다.

 

둘째, 해당 화폐가 예금의 형태로 은행에 복귀하는 환류의 속도이다.

 

화폐가 예금으로 반복 환류됨에 따라 구매 및 지불 수단으로의 기능 또한 연쇄적으로 재생된다. 가령 소매상이 매주 100의 화폐를 은행에 예금하고, 은행이 이를 제조업자의 예금 인출금으로 지급한다고 전제하자. 제조업자가 이를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지불하고, 노동자가 다시 소매상에게 물품 대금으로 지불하면, 소매상은 해당 화폐를 다시 은행에 예금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최초의 100은 제조업자의 예금 지불, 노동자의 임금 수령, 소매상의 매출 확보를 거쳐 다시 소매상의 추가 예금으로 기능한다. 결과적으로 소매상이 직접 자금을 인출할 필요가 없다면, 그는 동일한 100의 화폐를 매개로 20주 후에 총 2,000의 예금 자산 (채권)을 창출하게 된다. 이는 화페의 환류 속도가 실질 화폐량을 초과하는 거대한 가공의 대부 자본을 형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화폐 자본의 유휴 정도는 은행 준비금의 변동에서 가시화된다. 이에 따라 1857년 잉글랜드 은행 총재 웨겔린은 은행이 보유한 금을 국가의 유일한준비 자본으로 규정하였다.

 

국내 할인율은 실질적으로 유휴 자본액에 따라 결정되며, 이 유휴 자본은 사실상 금 준비인 잉글랜드 은행의 준비금으로 대표된다. 따라서 금의 유출은 국내 유휴 자본의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잔여 자본의 가치 상승, 곧 이자율의 등귀를 초래한다 (1258).’

 

결국 잉글랜드 은행의 금 준비는 국가 전체 거래의 근간을 이루는 중앙 집중적 준비금이자 부의 저수지로 기능한다. 이 퇴장된 자본의 총량은 환율의 변동에 끊임없이 노출되며, 대외 거래의 향방에 따라 국내 대부 자본의 수급 불일치를 제어하는 최종적 보루가 된다 (1364).’ (은행법, 1857: 119)

 

 

 생산 자본과 상품 자본을 포괄하는 현실적 자본의 축적 양상은 수출입 통계에서 구체적으로 실증된다. 1815년부터 1870년까지 10년 주기의 순환을 반복한 영국 산업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일정 주기 공황 직전 번영기의 최고점은 다음 주기 침체기의 최저점이 되어 다시금 새로운 고점을 향해 상승하는 계단식 팽창 구조를 보인다.

 

구체적인 수치로 볼 때, 1824년 번영기의 수출 가치는 4,0396,300파운드였으나 1825년 공황으로 인해 그 이하로 축소되었다. 그러나 1834년 다시 도래한 번영기에 수출액은 이전 고점을 상회하는 4,1649,191파운드를 기록했고, 1836년에는 5,3368,571파운드라는 새로운 정점에 도달했다. 이후 1837년의 후퇴기에도 수출액은 4,200만 파운드 수준을 유지했는데, 이는 이전 주기의 정점보다 높은 수치였다.

 

이러한 경향은 이후에도 지속되어 1845년에는 6,0111,082파운드에 달했으며, 1848년의 일시적 정체기인 5,300만 파운드조차 1836년의 최고 수준과 대등하였다. 1850년대에 들어 축적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어 1857년에는 12,200만 파운드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1861년의 침체기에도 수출액은 12,500만 파운드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이전의 최고점이 차기의 새로운 저점이 되는 자본주의적 재생산 과정의 확대 경향을 여실히 드러낸다. 1863년에 이르러 수출액은 14,650만 파운드에 도달하며 축적의 거대한 규모를 확증하였다.

 

시장 확대의 또 다른 지표인 수입 통계에서도 동일한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본 고찰의 주된 목적은 생산 규모의 실질적 팽창에 있다. (엥겔스: 이러한 분석은 영국의 사실상 공업 독점 시기에 국한되어 적용되는 측면이 있으나, 세계 시장이 지속적으로 팽창하는 한 근대적 대공업국 전반에 대해서도 보편적인 타당성을 지닌다.)


. 자본 또는 수입이 대부 자본으로 전환되는 화폐로 전환한다

 

본 고찰의 목적은 화폐 자본의 축적이 상업 신용의 정체나 유통 수단의 절약, 또는 재생산 주체의 준비 자본 절약에 기인하지 않는 특수 사례를 규명하는 데 있다.

 

이러한 예외적 상황을 제외할 때, 화폐 자본의 축적은 1852년과 1853년 오스트레일리아 및 캘리포니아의 신규 금광 발굴에 따른 이례적인 금 유입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기인하여 발생할 수 있다. 당시 유입된 금이 잉글랜드 은행에 예치되었으나, 예금자들이 수령한 은행권을 즉시 재예금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유통 수단은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은행법 1857, 웨겔린의 증언, 1329).

 

이에 따라 1853년 상반기 6개월 동안 잉글랜드 은행의 금 보유고는 2,200만 내지 2,300만 파운드 규모로 팽창하였으며, 은행 측은 과잉 축적된 예금을 운용하기 위해 할인율을 2%까지 인하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이는 실물 경제의 축적 동학과는 별개로 귀금속의 물리적 유입이 대부 자본의 공급과 이자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전형적 사례이다.

 

화폐 대부 자본가들이 직접적인 화폐 형태로 자본을 축적하는 것과 달리, 산업 자본가의 현실적 축적은 주로 재생산 자본 요소의 실질적 증대에 힘입어 이루어진다. 신용 제도의 발달과 화폐 대부 업무의 대형 은행 집중은 현실적 축적과 상이한 대부 가용 자본의 독자적 축적을 가속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부 자본의 급격한 증대는 본질적으로 현실적 축적의 산물이다. 대부 자본은 재생산 과정의 발전 결과물이며, 화폐 자본가의 축적 원천인 이자는 결국 재생산 주체가 창출한 잉여 가치의 분할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부 자본은 종종 산업 및 상업 자본가의 희생을 발판 삼아 축적된다. 산업 순환의 경기 하락 국면에서 이자율이 급등하면, 취약한 사업 부문의 이윤은 이자 비용으로 흡수된다. 이 시기에 화폐 자본가들은 가격이 하락한 국채와 기타 유가 증권을 대량 매입하며, 이후 경기 상승 국면에서 가격이 액면 수준 이상으로 등귀하면 이를 매각하여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두면서 사회의 화폐 자본을 흡수한다.

 

매각하지 않은 유가 증권 역시 저가 매수에 따른 고수익률을 보장한다. 화페 자본가는 획득한 모든 이윤을 우선 대부 가용 화폐 자본으로 전환하며, 이는 현실적 축적에서 파생되었으나 그와는 구별되는 특수 자본가 계급 (화폐 자본가·은행업자 등)의 독자적 축적 형태로 고착된다. 결국 화폐 자본의 축적은 재생산 과정의 현실적 확대에 수반하는 신용 제도의 팽창과 함께 필연적으로 증대될 수밖에 없다.

 

이자율이 저하될 때 발생하는 화폐 자본의 가치 하락은 주로 예금자의 부담으로 전가되며, 은행의 수익성에는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않는다. 영국 주식 은행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모든 은행 예금의 3/4이 무이자로 운용되었으며, 이자가 지급되는 현재의 경우에도 예금 이자율은 시장 이자율보다 최소 1%포인트 이상 낮게 유지되면서 은행의 영업 마진을 구조적으로 보장하기 때문이다.

 

기타 자본가들의 화폐 축적 중, 이자 낳는 증권에 투자되어 자산 형태로 축적되는 부분은 제외한다. 본 고찰은 오직 대부 자본 시장에 유입되어 실질적인 대부용 화폐 자본으로 기능하는 부분에만 집중할 것이다.

 

산업 자본가가 수행하는 화폐 축적 기제를 고찰할 때, 이윤 중 당장 생산 과정에 재투입되지 않는 부분은 상품 자본의 실현으로 화폐 형태로 전환된다. 이 유휴 이윤은 생산 요소로 재전환되기 전까지 일정 기간 화폐 형태로 존재하게 되는데, 이윤율이 저하하더라도 전체 자본량이 증대함에 따라 그 절대적 규모는 증가한다. 수입으로 지출되는 이윤이나 축적 예비 자본 모두 실제 소비나 투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은행에 예치되어 대부 자본의 원천이 된다.

 

결과적으로 신용 제도의 고도화는 산업 및 상업 자본가의 수입 증대뿐만 아니라 지대, 고액 봉급, 비생산 계급 수입 등 모든 형태의 화폐 수입을 예금과 대부 자본으로 전환시킨다. 이러한 수입들은 화폐로 실현된 상품 자본 가치의 일부로 현실적 축적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가령 방적업자가 면사를 판매하여 얻은 잉여 가치는 화폐로 전환되는 순간 그 가치의 순수한 존재 형태를 띠게 되며, 예금 과정을 거쳐 즉각 대부 자본의 요소가 된다. 다만 이 화폐가 다시 생산 자본으로 재전환되어 현실적 축적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개별 자본가 수준에서 기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임계 규모에 도달해야 한다. 따라서 개별 자본의 재투입 대기 시간 동안 화폐는 대부 시장에 머물며 신용 팽창의 원천으로 기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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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화폐적 자본과 현실적 자본 ()

 

신용 제도와 관련하여 고찰해야 할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화폐 자본 그 자체의 축적이 실물 자본의 축적, 곧 확대 재생산의 지표로 기능하는 범위에 관한 문제이다. 이자 낳는 자본 (화폐 자본)에 국한되어 사용되는 자본의 과다라는 표현이 단순히 산업적 과잉 생산의 특수한 발현 형태인지, 또는 그와는 독립된 별개의 현상인지 규명해야 한다. 아울러 화폐 자본의 과잉 공급이 대량의 현실적 화폐 (, 금주화, 은행권) 축적과 반드시 일치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현실적 화폐의 과잉이 곧 대부 자본의 과다라는 현상의 발현이자 형태인지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화폐의 핍박과 대부 자본의 부족이 현실적 자본 (상품 자본과 생산 자본)의 결핍을 어느 정도까지 대변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나아가 화폐의 핍박이 실물 자본의 문제와 무관하게 화폐 그 자체의 절대적 부족이나 유통 수단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현상인지에 대한 논리적 검토가 요구된다.

 

지금까지 고찰한 화폐 자본 (화폐 재산 일반) 축적의 특수 형태는 결국 노동에 대한 청구권의 축적에 귀결된다. 국채 형태의 자본 축적은 이미 규명한 바와 같이, 조세 총액 중 일정액을 수취할 권리를 지닌 채권자 계급의 형성을 의미할 뿐이다. 특히 채무의 축적조차 자본의 축적으로 현상한다는 사실, 예컨대 예금의 증가가 은행 자본의 축적으로 간주되는 현상은 신용 제도로 인해 왜곡이 극단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차입을 매개로 이미 오래전에 소비된 자본에 대하여 발행된 이 채무 증서인 국채는 비록 실체적 자본이 소멸한 종이 사본에 불과할지라도, 시장에서 매각이 용이하여 자본으로 재전환될 수 있는 한 소유자에게는 여전히 자본으로 기능한다.

 

주식회사, 철도, 광산 등의 소유권 증서인 주식은 실질적으로 현실적 자본에 대한 권리 증서의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이 증서는 현실적 자본에 대한 직접적인 처분권이나 자본 회수권을 부여하지 않으며, 단지 해당 자본이 창출하는 잉여 가치의 일부를 수취할 법적 청구권만을 제공할 뿐이다. 선하 증권이 화물과 별개로 가치를 획득하듯, 소유권 증서는 현실적 자본의 종이 사본이 되어 실재하지 않는 자본을 명목상으로 대표하게 된다. 현실적 자본은 법인인 주식회사 내에 별도로 존재하므로, 이 사본의 매매가 자본 자체의 소유 구조를 변경시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유권 증서는 일정 수입을 보장하고 증서 매각을 매개로 투하 자본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자 낳는 자본의 형태를 취한다. 주식의 축적이 철도, 광산, 해운 등의 실물 축적을 대변하는 한, 이는 현실적 재생산 과정의 확대를 의미하며, 이는 동산 과세액의 증가가 동산 자체의 확대를 시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주식이 독립된 상품으로 자본 가치로 유통되는 사본인 이상, 그 가치는 가공적 성격을 띠며 현실적 자본의 가치 변동과는 무관하게 운동할 수 있다. 특히 주가는 이윤율 저하 경향에 따른 이자율 하락에 대응하여 필연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자본주의 생산이 발달할수록 명목 가치에 기반한 이 가공적인 부는 더욱 증대된다. 이러한 소유권 증서의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과 자본가 수중으로의 주식 집중은 점차 투기적 성격을 띠게 된다. 이로부터 투기는 노동이나 직접적 폭력을 대신하여 자본을 획득하는 독자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 이와 같은 가상적 화폐 재산은 오늘날 개인의 자산뿐만 아니라 은행 자본에서도 매우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화폐 자본의 축적은 직업적 화폐 대부자인 은행업자, 곧 사적 화폐 자본가와 국가·지방 정부 및 재생산 과정에 종사하는 차입자 사이를 매개하는 자들의 수중에 부가 집중됨을 의미할 수 있다. 이는 신용 제도의 비약적 팽창에 힘입어 사회 전체의 신용이 은행업자의 사적 자본으로 전용되기 때문이다. 은행업자는 자본과 수입을 상시로 화폐 형태나 화폐에 대한 직접적 청구권의 형태로 보유한다. 이들 계급이 주도하는 부의 축적 방식은 현실적 축적 과정과는 상이하게 전개될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그들은 현실적 축적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게 된다.

 

분석의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한정하면 다음과 같다. 국채, 주식 및 모든 종류의 유가 증권은 이자 낳는 자본으로 대부 자본의 투자 대상이자 대부의 한 형태일 뿐, 그 자체가 대부 자본 (그것에 투하되는 자본)인 것은 아니다. 재생산 과정에서 신용이 직접적인 기능을 수행할 때, 산업가나 상인이 어음을 할인받거나 대부를 받고자 할 때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유가 증권 (주식이나 국채)이 아닌 화폐이다. 따라서 화폐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에 직면해서야 비로소 이러한 유가 증권의 매각이나 담보 제공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핵심은 대부 자본의 축적, 특히 대부 가용한 화폐 자본의 축적이다. 이는 가옥, 기계 등 고정 자본의 대부를 의미하지 않으며, 산업가와 상인들이 재생산 과정의 순환 속에서 상호 간에 상품 형태로 제공하는 대부와도 구별된다. 본 고찰은 오직 중개자인 은행업자가 산업가와 상인에게 집행하는 화폐 대부만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따라서 재생산 과정에 종사하는 자본가들이 상호 간에 제공하는 신용인 상업 신용의 분석에서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상업 신용은 신용 제도 전반의 토대를 형성하며, 이를 대표하는 수단은 확정된 지불 기일을 명시한 채무 증서 (‘후불 증서’)인 환어음이다. 이 과정에서 각 경제 주체는 신용의 제공자인 동시에 수취인이 된다. 본 고찰에서는 우선 은행업자의 신용을 상업 신용과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판이한 요소로 간주하여 논외로 한다.

 

환어음이 상인 간의 이서를 거쳐 별도의 할인 없이 지불 수단으로 유통될 경우, 이는 채권이 A에서 B로 이전되는 것에 불과하며 사태의 본질적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 단지 채권자의 지위가 승계될 뿐이며, 결제 과정에서 화폐의 개입은 생략될 수 있다. 예컨대 방적업자 A가 면화 중개인 B에게, B가 수입업자 C에게 지불 의무가 있다고 전제하자. C가 면사 수출을 겸하고 있다면, CA로부터 면사를 구매하면서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이 경우 AC로부터 받은 B의 어음을 활용해 B에 대한 자신의 채무를 결제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극히 일부의 차액만이 화폐로 정산된다. 결과적으로 이 거래 전체는 면화와 면사 간의 실물 교환을 매개할 뿐이며, 각 중개인은 원료 재배자와 생산자를 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순수한 상업 신용의 순환과 관련하여 다음 두 가지 사항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상호 채권의 결제는 자본의 환류, 곧 연기된 상품 판매 (C-M)의 실현 여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방적업자가 수취한 환어음의 대금 지불은 면제품 제조업자가 시장에 내놓은 제품을 만기 전까지 판매하여 대금을 회수할 때 비로소 담보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환 구조는 재생산 및 생산·소비 과정의 원활성에 기반하며, 각 경제 주체의 지불 능력은 타인의 지불 능력과 연동된다. 어음 발행 시 자신의 사업이나 제3자의 사업에서 발생할 자본 환류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예상된 환류가 지체될 경우, 지불은 오직 어음 발행인이 보유한 준비 자본에 의존하여 이행될 수 있다.

 

둘째, 상업 신용 제도가 현금 지불의 필요성을 완전히 소멸시키지는 않는다. 임금이나 조세와 같은 주요 비용은 상시 현금으로 결제되어야 하며, 어음을 수취한 경제 주체가 자신의 채무 만기에 직면했을 때 수취 어음의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별도의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재생산의 원활한 순환에 기반한 (권 제3편 제206) 채권·채무의 상쇄는 불변 자본 생산자 간의 교환이나 생산의 상향 연쇄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발생할 뿐이며, 모든 거래 체계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생산 부문 간 생산물의 성격이 상이하여 재생산 과정의 요소로 환류되지 않는 경우, 해당 채권은 반드시 화폐로 결제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상업 신용의 한계는 (1) 산업가와 상인의 준비 자본 규모 및 자본 환류의 안정성에 규제된다. (2) 환류는 시간적 지체, 가격 하락, 공급 과잉 등 각종 변수에 따라 불확실해지며, 어음 기간이 장기화될수록 이러한 위험성과 준비 자본의 필요량은 증대된다. 특히 노동 생산성의 향상과 생산 규모의 확대로 인해 (1) 시장이 원격화됨에 따라 (2) 신용의 장기화와 (3) 투기적 요소의 개입은 불가피해진다. 대규모 생산물 전체를 상업 자본만으로 수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신용은 필수적이며, 생산 가치의 증대와 시장의 확장은 신용의 규모와 기간을 동반 확장시킨다. 이 과정에서 생산 과정의 발달이 신용을 확대하고, 다시 신용이 산업 및 상업 활동을 촉진하는 상호 작용이 발생한다.

 

상업 신용을 은행 신용과 분리하여 고찰할 때, 상업 신용의 규모가 산업 자본의 확장과 비례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단계에서 대부 자본과 산업 자본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범주를 형성한다. 대부되는 자본은 곧 상품 자본으로, 이는 개인적 소비로 이어지거나 생산 자본의 불변적 요소를 보전하는 데 투입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부 자본으로 현상하는 것은 재생산 과정의 특정 단계에 놓인 자본이며, 매매를 거쳐 소유권이 이전된 후 약정된 기일에 그 등가가 지불되는 구조를 취한다.

 

예컨대 면화가 어음과 교환되어 방적업자에게 인도되고, 생산된 면사가 다시 어음과 교환되어 직포업자에게, 직포는 상인과 수출업자를 거쳐 최종적으로 해외 시장의 구매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상정할 수 있다. 이 연쇄적인 이전 과정 동안 면화는 완제품으로 변모하고, 최종 판매를 거쳐 획득한 등가는 다시 새로운 원료를 구매하는 자본을 환류되어 재생산 과정에 재투입된다. 이처럼 재생산의 각 단계는 신용을 매개로 하며, 방적업자나 직포업자 및 상인은 해당 물품에 대한 즉각적인 현금 지불 없이 생산과 유통을 지속한다.

 

이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된다. 첫째는 신용이 상품 생산의 실질적이고 순차적인 단계들을 매개하는 국면이며, 둘째는 완성된 상품이 상인 간의 수송과 이전 (C-M)을 거치며 유통되는 국면이다. 비록 후자가 단순히 소유권의 이전을 매개할 뿐이라 할지라도, 상품은 그 과정 전반에서 끊임없이 유통 행위 속에 머물며 재생산 과정의 필수적 일환을 구성하게 된다.

 

따라서 여기서 대부되는 대상은 결코 유휴 자본이 아니라, 소유자의 수중에서 필연적으로 형태를 변경해야 하는 자본이다. , 소유자에게는 단순히 상품 자본의 형태로 존재할 뿐이어서 재생산을 위해 최소한 화폐 형태로 재전환되어야만 하는 자본을 의미한다. 이 국면에서 신용이 매개하는 것은 상품의 상품 형태 (C-M M-C)과 현실의 생산 과정 그 자체다. 재생산 순환 과정에서 은행 신용을 제외한 상업 신용의 규모가 방대하다는 사실은, 대부를 위해 유리한 투자처를 모색 중인 유휴 자본이 많다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재생산 과정 내에서 자본이 고도로 가동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따라서 여기서 신용이 수행하는 매개적 기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산업 자본가의 관점에서는 산업 자본을 한 공정에서 다음 공정으로 이전시키고,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된 생산의 제반 영역들을 연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둘째, 상인의 관점에서는 상품을 한 상인으로부터 다른 상인에게 수송 및 이전시키면서, 화폐와의 교환을 매개로 한 최종적 판매를 실현하거나 다른 상품과의 교환을 완결 짓는다.

 

이 국면에서 신용의 최대 한도는 산업 자본의 가장 완전한 운용, 곧 소비의 제약을 도외시한 채 산업 자본의 재생산력을 극한으로 발휘하는 상태와 일치한다. 이러한 재생산 과정의 극대화는 소비의 한계를 스스로 확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본의 생산력 발휘가 한편으로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수입을 늘려 개인적 소비를 증대시키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과정 자체가 생산적 소비의 질적·양적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재생산 과정의 원활한 순환에 따라 환류가 담보되는 한 상업 신용은 지속적으로 확장되며, 이러한 신용의 증대는 재생산 과정 자체의 외연적 확대에 그 근거를 둔다. 그러나 환류가 지체되거나 시장 포화 및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정체가 발생하면, 산업 자본의 과잉 상태가 가시화된다. 이때의 과잉은 자본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형태의 과잉을 의미한다. , 방대한 상품 자본이 존재하나 매각되지 않으며, 대규모 고정 자본 또한 재생산의 정체로 인해 가동이 중단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러한 국면에서 상업 신용은 급격히 수축된다. 그 원인은,

 

첫째, 산업 자본이 형태 변화를 완결하지 못한 채 재생산의 특정 단계에 정체되면서 유휴화되기 때문이다.

 

둘째, 재생산 과정의 연속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붕괴하기 때문이다.

 

셋째, 상업 신용 자체에 대한 수요가 감퇴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방적업자는 생산을 축소하고 미판매된 면사 재고를 대량으로 보유하게 되므로, 신용에 기반한 면화 구입의 유인이 사라지며, 상인 또한 과잉 재고로 인해 신용에 기반한 추가 상품 매입을 중단하게 된다.

 

재생산 과정의 확대나 원활한 가동에 교란이 발생하면 신용의 결핍이 나타나며, 신용을 매개로 한 상품 매입은 극도로 어려워진다. 특히 신용 판매를 기피하고 현금 결제를 고집하는 현상은 산업 순환 중 파국을 통과한 직후 국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파국 직전의 공황 단계에서는 모든 주체가 판매할 상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처분이 저지되며, 특히 누적된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매각이 절박해진다. 이로 인해 재생산 과정에 묶여 있는 자본량은 신용 부족이 정점에 달하고 은행 할인율이 최고조에 이르는 바로 그 시기에 최대 규모에 도달한다. 이미 투하된 자본은 재생산의 정체로 인해 사실상 유휴 상태에 빠지며, 공장은 가동을 멈추고 원료와 완제품은 시장에 과잉 축적된다.

 

따라서 이러한 위기 상황을 생산 자본의 절대적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축소된 재생산의 적정 규모에 비해서나, 위축된 사회적 소비 수준에 비해서나 생산 자본이 극심한 과잉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오직 산업 자본가와 임금 노동자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전제하자. 아울러 총자본의 원활한 보충을 저해하는 가격 변동이나 신용 제도에서 기인하는 투기적 거래 및 사기적 사업 등 부수적 요인을 배제한다면, 공황은 생산 부문 간의 불비례나 자본가의 소비와 축적 사이의 불일치만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생산에 투하된 자본의 회수는 금리 생활자와 같은 비생산 계급의 소비 능력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반면, 노동자의 소비 능력은 임금 규제 법칙과 더불어, 오직 자본가 계급의 이윤 창출에 기여할 때만 고용될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에 종속된다. 결국 모든 실질적 공황의 궁극적 원인은 사회의 절대적 소비 능력만이 생산의 한계인 양 생산력을 맹목적으로 확장하려는 자본주의적 맹동과, 그에 대비되는 인민의 빈곤 및 제한된 소비 능력 사이의 모순에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국가에서 생산 자본의 실질적 부족이 발생하는 유일한 경우는 흉작으로 인해 식량이나 주요 공업 원료가 절대적으로 결핍되는 상황뿐이다.

 

이러한 상업 신용의 토대 위에는 실질적인 화폐 신용이 결부되어 있다. 산업가와 상인 간의 대부는 은행업자 및 화폐 대부자의 화폐 대부와 밀접하게 결합한다. 어음 할인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부는 명목적으로는 어음의 매매이나, 실질적으로는 어음 중개인이 은행의 신용을 빌려 주는 것이며, 은행은 다시 산업가, 상인, 노동자 (저축 은행), 지주 등 비생산 계급의 예금을 재원으로 대부를 실행하는 구조다. 이로부터 개별 자본가는 막대한 준비 자본을 보유하거나 현실적 환류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융통 어음의 남발이나 어음 발행만을 목적으로 한 허위 상품 거래는 순환의 전 과정을 극도로 왜곡한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환류가 중단되어 화폐 대부자와 생산자가 잠재적 손실을 입고 있음에도, 사업은 겉보기에 원활하고 건전한 것처럼 위장된다.

 

따라서 공황 직전의 사업 상태는 언제나 기만적일 만큼 건전해 보이기 마련이다. 18578월 공황이 폭발하기 불과 한 달 전까지,은행법 (1857, 1858)조사에 소환된 오브스톤을 비롯한 은행 이사들과 상인들이 경제적 번영을 예찬했던 기록은 이를 뒷받침하는 명백한 증거다. 공황의 역사가인 투크조차 물가와 통화 상태의 역사(1848: 329-348; 뉴마치와 공저. 1857: 218-229)에서 이러한 착시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은 이례적이나, 자본주의 경제에서 사업은 갑작스러운 붕괴의 순간까지 항상 극도의 번영을 유지하는 속성이 있다.

 

 

 화폐 자본의 축적 문제로 다시 고찰하면 다음과 같다.

 

대부 가용한 화폐 자본의 증가가 반드시 실질적인 자본 축적이나 재생산 과정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공황 이후 대부 자본이 대규모로 유휴화되는 산업 순환 국면에서 가장 명확히 드러난다. 실제로 1847년 공황 이후 영국 공업 지대의 생산이 1/3만큼 줄었듯이, 생산 과정이 축소되고 상품 가격이 최저치로 하락하며 기업가 정신이 침체되는 시기에는 이자율이 저하하는데, 이는 산업 자본의 위축과 정체로 인해 대부 가용 자본이 상대적으로 과잉된 결과일 뿐이다.

 

상품 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 임금 자본의 수축으로 유통 수단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고, 금 유출이나 파산 등에 따른 대외 부채 청산 이후 세계 화폐 수요가 소멸하며, 할인 대상 어음이 급감함에 따라 할인 업무 규모 또한 축소된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투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지불 수단으로의 화폐 수요가 감퇴함에 따라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은 상대적 과잉 상태에 놓이게 된다. 나아가 이러한 상황에서는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의 공급 자체가 적극적으로 증가하는 현상도 수반된다.

 

일례로 1847년 공황 이후 발생한 거래의 격감과 화폐의 거대한 과잉국면에서는 상업의 파괴로 인해 화폐의 사용처가 부재했으며, 이자율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상업 불황, 1847-1848: 증언 제1664호 및 45, 로얄 뱅크 오브 리버풀 이사 호지슨의 증언). 당시 이러한 현상을 해명하기 위해 제시된 다음의 주장은 신용 제도의 본질을 오도하는 전형적인 사례이며, 호지슨의 견해가 그 대표적인 논리이다.

 

‘1847년의 화폐 핍박은 수입 대금의 금 결제와 유동 자본의 고정 자본화로 인한 국내 대부 자본의 실질적 감소에서 기인했다.’는 식의 논리는 현상에 대한 단편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유동 자본이 고정 자본으로 흡수되면서 일국의 화폐 자본이 감소한다는 주장은 그 논리적 근거가 빈약하다. 당시 주요 투자처였던 철도 건설의 사례를 보면, 교량이나 선로 구축에 금이나 은행권이 직접 소모되는 것은 아니다. 철도 주식에 투하된 화폐는 납입 자본금으로 예탁되는 동안 은행 내의 다른 예금과 동일하게 기능하며, 오히려 대부 가용 화폐 자본을 일시적으로 증대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또한 해당 자본이 실제 건설 비용으로 집행될 때에도 이는 국내에서 구매 및 지불 수단으로 유통될 뿐이다. 고정 자본의 형성이 화폐 자본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려면, 수출에 기여할 수 없는 자본의 축적으로 인해 해외로부터 유입되어야 할 현금이나 금의 유입이 차단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시 영국의 상황은 수출품이 해외 시장에서 매각되지 못해 대규모 재고로 체화되어 있었을 뿐이다.


맨체스터 등의 상인이나 제조업자들이 영업 자본의 일부를 철도 주식에 고정하고 본업 운영을 차입 자본에 의존했다면, 이는 개별 주체의 유동 자본의 고착된 문제이지 화폐 자본 전체의 소멸로 볼 수 없다. 그들이 본업 자본을 인출하여 철도 대신 유동 자본의 범주에 속하는 광산이나 그 생산물인 철, 석탄, 구리 등에 투자했더라도 결과는 동일했다. 흉작으로 인한 곡물 수입과 그에 따른 금 유출이야말로 화폐 자본의 현실적 감소를 초래한 원인이며, 이는 철도 투기와는 무관한 독립적 사건이다.

 

그럼에도 당시의 증언들은 거의 모든 상사가 상업 자본의 일부를 철도에 투하하며 본업을 위축시켰고, 무리한 투자의 결과, 상업 활동 유지를 위해 은행 어음 할인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었다.’ (상업 불황, 1847-1848: 67, 호지슨의 증언)거나 맨체스터에서는 철도 투기로 인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 (상업 불황, 1847-1848: 가드너의 증언, 4884)는 점을 지적하며 개별 자본의 유동성 위기를 화폐 자본 일반의 결핍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1847년 공황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동인도 시장에서의 막대한 공급 과잉과 동인도 무역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사기 사건이었다. 이와 더불어 여러 부수적 요인들이 동인도 무역을 주도하던 부유한 상인들의 연쇄적 몰락을 가속화했다.

 

이들 상인은 표면적으로는 막대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를 즉각 화폐로 전환할 수는 없었다. 그들의 자본 전액이 모리셔스의 농장이나 염료 및 설탕 공장 등에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50만 내지 60만 파운드에 달하는 부채 상환 기일이 도래했을 때, 이들에게는 어음을 결제할 가용 자산이 전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결과적으로 이들의 사업 전체가 실체 없는 신용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음이 판명되었다.’ (상업 불황, 1847-1848: 리버풀의 대규모 동인도 상인 터너의 증언, 730)

 

‘18428월 난징 조약 체결 직후 중국 시장의 확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확산되면서 대규모 면직물 공장들이 증설되었다.’ (상업 불황, 1847-1848, 가드너의 증언, 4872).

 

실제 거래 결과는 파멸적이었다. 1844년과 1845년 중국으로 선적된 총액 중 2/3 이상이 회수되지 못했는데, 이는 주요 대금 상환 품목인 차 ()의 관세가 인하될 것이라는 제조업자들의 오판에서 기인했다 (4874).’

 

이 과정에서 영국 제조업자들의 특유한 신념이 드러난다.

 

해외 시장과의 무역은 상대국의 구매 능력이 아니라 수출품의 대가로 받는 물품에 대한 영국의 소비 능력에 제약된다.’

 

이는 빈곤한 교역 상대국이 영국 제품을 무진장하게 소비할 수 있음에도, 부유한 영국이 그 대가로 받은 생산물을 흡수하지 못해 무역이 정체된다는 아전인수 격 해석이다.

 

상품 수출에서 약 15%의 손실을 보더라도 수입한 차에 기대어 이를 상쇄하고 큰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도리어 25-50%의 추가 손실을 보았다 (4876).’

 

초기에는 제조업자들이 직접 자기 계산으로 수출을 주도했으나, 위험 부담을 간파한 상인들이 제조업자들에게 직접 수출 대신 위탁 판매를 권장하며 책임을 전가하려 했다 (4877).’

 

그러나 1857년의 공황기에는 제조업자들이 상인들로 하여금 상인 자신의 계산으로해외 시장에 상품을 투하하도록 유도하면서, 거액의 손실과 파산의 부담은 주로 상인 계급에 귀착되었다.

 

 

 은행 제도의 보급으로 인해 종전 개인의 퇴장 화폐나 주화 예비금이었던 자산이 일정 기간 대부 자본으로 상시 전환됨에 따라 증가한 화폐 자본은 결코 생산적 자본의 증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1857년 직전 입스위치 은행에서 차지 농업가의 예금이 4배 이상 증가한 사례나, 런던 주식 은행들이 예금 이자를 지급하기 시작하며 예금액이 급증한 현상 역시 생산적 자본의 실질적 확대와는 무관하다. 생산 규모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화폐 자본의 확충은 실물 생산 자본에 비해 대부 가용 화폐 자본만을 상대적으로 과잉하게 할 뿐이며, 결과적으로 이자율 하락을 유도하는 요인이 될 뿐이다.

 

재생산 과정의 과도한 확장 이전인 번영기에는 상업 신용이 비약적으로 팽창하며, 이는 원활한 환류와 생산 확대를 뒷받침하는 실질적이고 건전한토대를 형성한다. 이 시기의 이자율은 최저 수준을 상회하나 여전히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 사실상 낮은 이자율, 곧 대부 자본의 상대적 과잉이 산업 자본의 현실적 확대와 보조를 맞추는 유일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환류의 용이성과 규칙성이 상업 신용의 확대와 결합함에 따라, 수요의 증대에도 대부 자본의 공급이 원활히 보장되어 이자율의 급격한 상승을 저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시기는 자기 자본이나 준비 자본 없이 오직 화폐 신용에만 의존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모험적 투기꾼들이 대거 등장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여기에 모든 형태의 고정 자본이 대대적으로 확장되고 새로운 대규모 사업체들이 우후죽순 설립되면서, 이자율은 비로소 평균 수준까지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공황의 전조가 나타나는 즉시 이자율은 다시 최고점에 도달한다. 신용은 급격히 결핍되고 지불 체계가 정체되며 재생산 과정 전반이 마비되는 가운데, 유휴 산업 자본의 과잉 현상과 대부 자본의 절대적 부족 현상이 동시에 가시화된다.

 

그러므로 이자율에 집약된 대부 자본의 운동은 대체로 산업 자본의 운동 방향과 역행하는 궤적을 그린다. 공황 이후 경기가 호전되고 신뢰가 복원되면서 이자율이 최저 수준을 상회하되 여전히 낮은 상태를 유지하는 국면, 그리고 이자율이 최저와 최고 사이의 평균적 수준에 도달하는 국면만이 대부 자본의 과잉과 산업 자본의 강력한 팽창이 공존하는 시기이다.

 

반면, 산업 순환의 초기 국면에서는 낮은 이자율과 산업 자본의 수축이 병행되며, 순환의 종말 국면에서는 높은 이자율과 산업 자본의 과잉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경기 호전기에 확인되는 낮은 이자율은 상업 신용이 여전히 자생적 결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은행 신용에 대한 의존도가 극히 낮은 상태임을 실증한다.

 

산업 순환은 일단 최초의 동력이 가해지면 동일한 주기를 반복하는 구조를 지닌다. 불황 국면에서 생산은 직전 주기에 도달했던 지점은 물론, 현존하는 기술적 토대가 달성할 수 있는 수준 이하로 급격히 위축된다. 이후 전개되는 번영 국면 및 중간 단계에 이르러 생산은 해당 기술적 토대 위에서 더욱 고도화된 발전을 이룩한다. 최종적으로 과잉 생산과 투기의 국면에서는 생산력이 극한으로 발휘되며, 마침내 생산 과정이 지닌 자본주의적 한계선을 돌파하기에 이른다.

 

공황기에는 지불 수단의 결핍 현상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이는 상품 자체의 가치 실현 (형태 변화)보다 어음의 현금화 여부가 생존의 결정적 요인이 되기 때문이며, 특히 이 시기에는 실체 없이 전적으로 신용에만 의존해 온 기업들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1844-1845년의 은행법과 같이 경제적 실상에 무지한 불합리한 입법은 이러한 화폐 공황을 더욱 심화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 다만, 어떠한 형태의 은행 입법이라 할지라도 자본주의적 생산 체계가 내포한 공황 그 자체를 근본적으로 소멸시킬 수는 없다.

 

재생산 과정의 전반적인 상호 유기적 연관이 신용에 기초한 생산 체제에서는, 신용이 갑자기 중지되고 현금 결제만이 강제될 때 지불 수단을 확보하려는 격렬한 쇄도와 함께 공황이 발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공황은 표면적으로는 어음을 화폐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순한 신용 · 화폐 공황의 양상을 띤다. 그러나 이러한 어음들의 대다수가 실제 매매를 체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황의 근저에는 사회적 필요를 초과하여 비대해진 매매의 팽창이 자리 잡고 있다. 나아가 상당수의 어음은 붕괴 직전의 사기적 거래나 차입 자본에 기반한 투기 실패, 가치가 감가되어 매각이 봉쇄된 상품 자본, 또는 회수 불능 상태에 빠진 자본의 환류를 대변할 뿐이다.

 

여기서 명백한 사실은, 잉글랜드 은행과 같은 발권 은행이 투기꾼들의 부족한 자본을 무제한 공급하거나 감가된 상품을 명목 가치로 매입해 준다고 해서, 재생산의 확장을 강요해 온 인위적 제도 전체가 구제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른바 종이 세계에서는 실질 가격과 그 구성 요소들이 은폐된 채 지금, 주화, 어음, 은행권, 유가 증권만이 가시화되기에 모든 경제적 현상이 왜곡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왜곡은 국가의 화폐 거래가 집중되는 런던과 같은 중심지에서 특히 심화되며, 이로 인해 공황의 본질적 전개 과정은 생산 중심지에서보다 훨씬 파악하기 어려운 형태로 고착된다.

 

공황기 산업 자본의 과잉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점은, 상품 자본이 그 내재적 속성상 이미 화폐 자본 (상품 가격으로 환산된 일정 가치액)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용 가치의 측면에서 상품 자본은 특정한 유용물들의 집합이며, 공황기에는 이러한 유용물의 절대적 과잉이 발생한다. 그러나 잠재적 화폐 자본으로의 상품 자본은 가치의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특히 공황 직전과 공황기에는 잠재적 화폐 자본으로 상품 자본의 지위가 위축된다. 상품 자본은 소유주나 채권자에게, 또는 어음 할인 및 대부의 담보로, 최초 매입 시점이나 담보 설정 당시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의 화폐 가치만을 대변하게 된다. 화폐 핍박기에 일국의 화폐 자본이 감소한다는 주장이 이러한 현상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이는 결국 상품 가격의 일반적 하락을 의미할 뿐이다. 또한 이러한 가격 하락은 실상 이전의 이례적인 가격 등귀를 상쇄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비생산적 계급 및 고정 수입에 의존하는 계급의 소득은 과잉 생산과 과잉 투기가 수반되는 가격 등귀의 시기에도 대개 변동 없이 유지된다. 따라서 물가 상승에 따라 이들의 실질적 소비 능력은 상대적으로 감퇴하며, 총 재생산물 중 이들의 소비로 보충되던 부분의 회수 능력 또한 저하된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수요는 명목상 동일한 수준을 유지할지라도 실질적으로는 감소하게 된다.

 

수출입과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모든 국가가 순차적으로 공황에 휩쓸린다는 사실이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과잉 수출과 과잉 수입이 동시에 발생하며, 이에 따라 개별 국가의 지불 차액은 예외 없이 적자로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공황의 본질적 원인이 단순한 지불 차액의 불일치에 있지 않음이 분명해진다.

 

영국이 금 유출로 타격을 입는 상황을 예로 들면, 표면적으로는 영국의 과잉 수입이 원인인 듯 보이나 실제로는 타국 시장 역시 영국산 상품으로 포화 상태에 있다. , 타국들 또한 과잉 수입을 했거나 이를 강요받는다. 여기서 신용을 주로 제공하는 국가 (영국)와 신용에 의존해 수입하는 국가 간의 차이가 발생한다. (, 후자는 신용으로 수입하는데, 상품이 위탁 판매로 후자에게 수출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영국의 무역 차액이 흑자임에도 즉시 결제해야 할 만기 지불들의 차액이 적자를 기록하여 공황이 영국에서 선제적으로 폭발할 수 있는데, 이는 영국이 제공한 막대한 대외 신용과 해외 투기 자본의 환류 지체에서 기인한다. 때로는 영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신용을 제공받은 미국 등지에서 공황이 촉발되기도 한다.

 

금 유출로 촉발된 영국의 공황은 수입업자의 파산, 해외 시장에서의 상품 투매, 외국 유가 증권의 매각 등으로 지불 차액을 강제로 청산한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공황의 여파는 타국으로 이전된다. 일시적으로 흑자였던 타국의 지불 차액은 공황의 확산과 함께 무역 차액과의 간극이 상쇄되며, 모든 지불들의 즉각적인 결제가 요구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결국 영국에서는 금이 유입되고 타국에서는 금이 유출되는 동일한 현상이 반복된다.

 

결론적으로 일반적 공황 국면에서 나타나는 각국의 과잉 수입과 과잉 수출은 신용 팽창과 그에 따른 일반적 가격 등귀가 추동한 과잉 생산의 결과물이다. 한 나라의 과잉 수입이 다른 나라의 과잉 수출로 현상할 뿐, 그 실체는 전 세계적인 자본주의적 과잉 생산에 있다.

 

1857년 미국에서 발발한 공황은 영국으로부터의 금 유출을 촉발했다. 그러나 미국의 거품이 붕괴함과 동시에 광황의 여파가 영국에 상륙하자, 금의 순환은 다시 미국에서 영국으로 역전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영국과 유럽 대륙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일반적 공황기에 상업이 발달한 모든 국가는 지불 차액의 적자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는 각국의 결제 시점이 도래함에 따라 연쇄적인 폭발 양상으로 나타난다. 영국과 같은 중심지에서 공황이 시작되면 각국의 지불 기일은 극히 짧은 기간 내로 압축되며, 이로부터 모든 국가가 동시적으로 과잉 생산 (과잉 수출)과 과잉 무역 (과잉 수입)을 자행했음이 드러난다. 모든 국가에서 발생한 가격 등귀와 신용의 과도한 팽창은 결국 동일한 붕괴가 야기한다.

 

이러한 각국을 순차적으로 엄습하는 금 유출 현상은 다음의 사실을 명증한다.

 

첫째, 금 유출은 공황의 본질적 원인이 아닌 공황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단순한 현상에 불과하다.

 

둘째, 금 유출이 국가별로 이전되는 순서는 단지 개별 국가의 총결산 시점이 언제 도래하는지, 그리고 각국에 내재한 공황의 잠재적 요소들이 어느 시점에 분출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1830년 이후 통화, 신용, 공황을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아온 영국의 경제학 저술가들은 공황기의 귀금속 수출 현상을 환율의 변동이 일어남에도 순수하게 자국 내의 국지적 현상으로만 한정하는 한계를 보인다. 이들은 잉글랜드 은행의 이자율 인상이 여타 유럽 은행들의 연쇄적인 금리 인상을 촉발한다는 사실과, 영국에서 발령된 금 유출 비상 경보가 시차를 두고 미국, 독일, 프랑스로 확산되는 세계적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철저히 방관하고 있다.

 

‘1847년 영국의 막대한 곡물 수입 채무는 상당 부분 파산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매개로 청산되었다. , 부유한 영국이 대륙과 미국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위기를 모면한 셈이다. 파산으로 처리되지 않은 잔여 채무만이 지금 수출을 거쳐 해결되었을 뿐이다.’ (은행법, 1857)

 

이러한 관점에서 영국의 은행법은 공황을 격화시키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기근 시기에 곡물 수출국으로부터 곡물을 우선 사취한 뒤 그 대금 지급을 회피하는 약탈적 수단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영국발 파산에 따른 채무 청산 전략에 대응하여, 곡물 수출국들이 자국 내 물가 등귀를 방어하기 위해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는 지극히 합리적인 자구책이다. 수출국의 생산자와 투기꾼의 입장에서도 영국의 자본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자신의 자본을 희생하는 것보다, 자국 내 이윤의 일부를 포기하는 것이 훨씬 전략적으로 우월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 상품 자본은 공황기나 일반적 불황기에 잠재적 화폐 자본으로의 가치 실현 능력을 크게 상실한다. 이러한 현상은 증권 거래소에서 화폐 자본으로 유통되는 가공 자본, 곧 이자 낳는 증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자율이 상승하면 이자 낳는 증권의 가격은 하락하며, 신용 부족에 직면한 증권 소유자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증권을 대량 매도 (방출)할 경우 그 하락 폭은 더욱 확대된다.

 

주식의 경우, 기업 수익의 감소나 사업 자체의 사기적 성격이 폭로됨에 따라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가공적 화폐 자본의 가치 급락은 공황 중 해당 자산의 담보 능력을 현저히 약화시키며, 결과적으로 시장에서의 화폐 차입력을 극도로 위축시킨다. 증권 시세표상의 명목 가치 하락은 그것이 대표하는 현실 자본의 실체와는 직접적으로 무관할 수 있으나, 증권 소유자들의 실질적인 지불 능력에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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