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신용 제도 아래의 유통 수단


통화 유통 속도를 규정하는 핵심 기제는 신용이며, 화폐 시장의 심각한 핍박은 통상 유통속도의 급격한 가속과 병행한다.’ (통화 이론 검토: 65)

 

해당 명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우선 유통 수단 (통화)을 절약하는 제반 방법이 신용 체계에 근거한다는 점이다. 가령 5,000단위의 은행권을 전제할 때, A가 어음 대금 지불을 위해 B에게 이를 양도하고, B는 이를 다시 은행에 예탁하며, 은행은 C의 어음 할인을 지원하기 위해 해당 자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어음 중개업자에게 대부하는 일련의 연쇄 과정이 발생한다. 이때 은행권의 유통 속도, 곧 구매 및 지불 수단으로의 기능 빈도는 해당 화폐가 예금과 대부의 형태를 취하며 경제 주체 간에 이전되는 속도에 규정된다.

 

유통 수단의 절약이 가장 고도화된 형태는 어음 교환소에서 나타난다. 이곳에서 만기 어음은 상호 상계되어 정리되며, 화폐는 오직 최종 차액을 결제하기 위한 지불 수단으로만 기능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제 기제는 산업가와 상인 간의 상호 신용을 전제로 성립한다. 따라서 신용이 위축되면 어음, 특히 장기 어음의 발행량이 감소하게 되며, 이는 결과적으로신용에 기반한 결제 방식의 경제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절약은 거래 체계에서 실물 화폐를 배제하며, 전적으로 신용에 기반한 화폐의 지불 수단적 기능에 의존한다. 지불 집중 기술의 발달 정도를 차치할 때, 이러한 절약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동일 은행 내에서 어음이나 수표로 대변되는 상호 채권을 계좌 간 이전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둘째, 서로 다른 은행들이 상호 결제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특히 오브렌드 거니 상사와 같은 어음 중개업자에게 막대한 규모의 어음을 집중시키는 행위는 지방 단위의 상호 결제 규모를 확장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했다. 이러한 절약 기제는 최종 차액 결제에 필요한 유통 수단의 양을 최소화하면서 그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다른 한편으로, 유통 수단으로 화폐의 유통 속도 또한 매매의 순환이나 지불 연쇄의 원활함에 규정되는데, 여기서도 신용은 유통 속도를 매개하고 가속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화폐의 이전이 신용의 개입 없이 단순한 현실적 매매에 국한될 경우, 화폐는 개별 주체의 수중에 비교적 장기간 정체하게 되어 제한적인 거래만을 성사시킨다.

 

그러나 예금과 어음 할인 등의 신용 활동이 개입되면 상황은 반전된다. 판매자가 대금을 은행에 예탁하고, 은행이 이를 다시 타인에게 대출하거나 어음 할인에 운용하면서 화폐는 실물 거래의 매개 없이도 소유주를 신속히 변경하게 된다. , 신용 활동은 화폐의 물리적 이동만이 아니라 소유권을 빠르게 이전시키면서, 주어진 시간 내에 성사시킬 수 있는 실물 거래의 횟수를 비약적으로 증폭시킨다.

 

결국 동일한 은행권이 여러 은행의 예금을 형성할 수 있으며, 단일 은행 내에서도 반복적인 예입과 대출 과정을 거쳐 다수의 예금을 창출하는 것이 성립된다. 예컨대 특정 주체가 예금한 은행권이 타인의 어음 할인에 사용되고, 이것이 다시 상거래를 거쳐 동일 은행에 재예치되는 순환 과정을 거쳐 화폐의 유통 경제와 신용 창출 효과는 극대화된다.

 

 

 단순 화폐 유통에 관한 이전의 고찰 (권 제32)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현실적인 화폐 유통량은 유통 속도와 지불 절약 기제가 고정적일 때 상품 가격 및 거래 총량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화폐 유통의 법칙은 은행권 유통 영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1844-1857년 잉글랜드 은행권 권종별 연평균 유통액 및 구성비 추이

 

(단위: 천 파운드, %)

 

연도

5-10파운드 (소액권)

20-100파운드 (중액권)

200-1,000파운드 (고액권)

총 유통액

1844

9,263 (45.7%)

5,735 (28.3%)

5,253 (26.0%)

20,241

1845

9,698 (46.9%)

6,082 (29.3%)

4,942 (23.8%)

20,722

1846

9,918 (48.9%)

5,778 (28.5%)

4,590 (22.6%)

20,286

1847

9,591 (50.1%)

5,498 (28.7%)

4,066 (21.2%)

19,155

1848

8,732 (48.3%)

5,046 (27.9%)

4,307 (23.8%)

18,085

1849

8,692 (47.2%)

5,234 (28.5%)

4,477 (24.3%)

18,403

1850

9,164 (47.2%)

5,587 (28.8%)

4,646 (24.0%)

19,398

1851

9,362 (48.1%)

5,554 (28.5%)

4,557 (23.4%)

19,473

1852

9,839 (45.0%)

6,161 (28.2%)

5,856 (26.8%)

21,856

1853

10,699 (47.3%)

6,393 (28.2%)

5,541 (24.5%)

22,653

1854

10,565 (51.0%)

5,910 (28.5%)

4,234 (20.5%)

20,709

1855

10,628 (53.6%)

5,706 (28.9%)

3,459 (17.5%)

19,793

1856

10,680 (54.4%)

5,645 (28.7%)

3,323 (16.9%)

19,648

1857

10,659 (54.7%)

5,567 (28.6%)

3,241 (16.7%)

19,467

 

자료: 은행법, 1858: xxvi.

 

1844년부터 1857년 사이 영국의 수출입 거래액은 두 배 이상 급증했으나, 잉글랜드 은행권의 총 유통액은 오히려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권종별 추이를 살펴보면, 5파운드 및 10파운드권의 소액권 유통량은 18449263천 파운드에서 18571,0659천 파운드로 증가하며 당시의 금 유통 확대와 추세를 같이했다. 반면, 2001,000파운드 대의 고액권은 18525856천 파운드에서 18573241천 파운드로 급감하며 250만 파운드 이상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고액권 유통의 급감은 지불 체계의 제도적 변화에 기인한다.

 

‘185468, 런던의 개인 은행업자들이 주식 은행들을 어음 교환소에 참여시키고 최종 결제를 잉글랜드 은행으로 단일화하면서 결제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이루어졌다. 매일 발생하는 대규모 결제가 각 은행이 잉글랜드 은행에 보유한 계좌 간 이체 방식으로 대체됨에 따라, 종래의 은행 간 상호 결제를 위해 필수적이었던 고액 은행권의 수요가 소멸하였기 때문이다.’ (은행법, 1858: v)

 

도매 상업에서 화폐 사용이 극도로 제어된 양상은 런던의 거대 도매상인 모리슨 딜론 상사가 은행법 위원회에 제출한 자료 (권 제3장 주54)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뉴마치의 증언 (은행법, 18571741)에 따르면, 1페니 우편제, 철도, 전신 등 교통 및 통신 수단의 혁신적 개선 역시 유통 수단의 절약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이러한 기술적 발달 덕분에 잉글랜드 은행은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은행권 유통액만으로도 기존보다 약 5-6배에 달하는 방대한 거래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는 10파운드 이상의 고액권이 실물 유통 영역에서 사실상 축출된 변화가 자리한다.

 

반면, 1파운드 소액권이 병행 유통되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 은행권 유통액이 약 31% 증가한 것은 지불 수단 구성의 차이에 기인한 필연적 결과라 할 수 있다 (1747). 당시 영국 전역의 은행권 총 유통액은 1파운드권을 포함해 3,700만 파운드 (1749), 금 유통액은 7,000만 파운드 규모였으며 (1750), 스코틀랜드의 경우 1834312, 1844302, 1854405만 파운드로 집계되었다 (1752).

 

이러한 통계적 사실은 은행권이 금속 화폐와 상시 태환될 수 있는 체제하에서 은행권 유통량의 증감을 결정하는 주체가 발권 은행이 아님을 입증한다. , 은행권 유통량은 은행의 자의가 아니라 경제적 거래의 필요와 신용 체계의 발달 정도에 따라 규정된다.

 

(엥겔스: 여기서 고찰되는 대상은 불환 지폐가 아니다. 불환 은행권이 일반적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은 러시아의 사례와 같이 국가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지탱되는 특수 상황에 한정되며, 이 경우 제권 제32c에서 규명한 주화. 가치의 표상으로의 불환 국가 지폐 법칙을 따르게 된다.)

 

은행권 유통량은 실재하는 거래상의 필요에 철저히 순응하며, 유통 과정에서 과잉된 은행권은 지체 없이 발행자에게 회수된다. 잉글랜드 은행권이 유일한 법정 통화로 지배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영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지방 은행권의 미미한 국지적 유통은 분석에서 배제해도 무방하다.

 

1858년 은행법 위원회에 출석한 잉글랜드 은행 총재 니브의 증언은 이러한 화폐 유통의 원리를 명확히 뒷받침한다.

 

질문자: 어떠한 통화 정책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경제 주체들이 보유하는 은행권의 양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보는데, 그 규모가 대략 2,000만 파운드 수준인가.

 

니브의 답변: 통상적인 시기에 경제 주체들이 필요로 하는 통화량은 약 2,000만 파운드이며, 연중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특수 시기에는 100-150만 파운드 가량 일시적으로 증가한다. 경제 주체들은 추가적인 통화 수요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 잉글랜드 은행으로부터 이를 충족할 수 있다. (947).’

 

질문자: 화폐 시장의 핍박기에는 경제 주체들이 은행권 보유량을 축소시키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니브의 답변: 공황기나 긴축기에는 경제 주체들이 가용할 수 있는 은행권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따라서 잉글랜드 은행에 채권 (예금 등)이 존재하는 한, 경제 주체들은 해당 채권에 근거하여 은행으로부터 은행권을 인출하면서 통화량을 유지하려 한다. (948).’

 

질문자: 그렇다면 약 2,000만 파운드 규모의 법화가 상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가.

 

니브의 답변: 경제 주체들이 실질적으로 보유하는 통화량은 상황에 따라 1,850만 파운드에서 2,100만 파운드 사이를 변동하지만, 평균적으로는 1,900-2,000만 파운드 선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949).’

 

이러한 증언은 은행권의 유통 규모가 발행 주체의 자의적 결정이 아니라, 시장의 화폐적 예비 및 지불 수요라는 객관적 요인으로부터 규정됨을 시사한다.

 

상업 불황에 관한 상원 위원회에서 투크는 다음과 같이 증언하였다 (상업 불황, 1848-1857, 3094).

 

잉글랜드 은행은 경제 주체들이 보유하는 은행권 유통량을 임의로 증대시킬 권능이 없다. 반면, 이를 축소할 수는 있으나, 이는 매우 강압적이고 극단적인 조치를 수반할 때에만 실현된다.’

 

30년간 노팅엄에서 은행업에 종사한 라이트 역시 지방 은행이 시장의 필요와 수요를 초과하여 은행권을 유통시키는 것은 불가함을 단언하며, 잉글랜드 은행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언하였다 (상업 불황, 1848-1857, 2844).

 

잉글랜드 은행권 발행 자체에는 별도의 제한이 없을지라도, 실질적인 유통 필요량을 초과하는 분량은 예금의 형태로 환류되어 다른 자산 형식을 취하게 된다.’

 

이러한 원리는 스코틀랜드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1파운드권 유통이 허용되고 금을 기피하는관습으로 인해 지폐 위주의 유통 체계를 갖춘 스코틀랜드에서, 은행 이사 케네디는 은행이 자의적으로 은행권 유통을 감축할 수 없음을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은행권이나 금을 매개로 하는 국내 거래가 존재하는 한, 은행업자는 예금자의 인출 요구든 여타의 방식이든 해당 거래에 수반되는 만큼의 통화를 공급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스코틀랜드의 은행들은 대충 등 자신의 업무 범위를 축소할 수는 있으나, 유통되는 통화량 자체를 직접 통제할 수는 없다.’ (상업 불황, 1848-1857, 3446, 3448).

 

이러한 제반 증언은 은행권의 유통 규모가 발행 기관의 공급 결정이 아니라, 경제 체제 내의 실질적인 화폐적 필요량에 따라 사후적으로 규정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유니온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의 이사 앤더슨은 다음과 같이 증언하였다 (상업 불황, 1848-1857, 3578).

 

질문자: 스코틀랜드 은행 간의 은행권 상호 교환 제도가 개별 은행의 과잉 발행을 억제하는가.

 

앤더스의 답변: 그렇다.’

 

(사실상 과잉 발행 억제와는 무관하며, 해당 제도는 각 은행권이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원활하게 통용되도록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할 뿐이다.)

 

그러나 은행권 상호 교환 제도보다 강력한 과잉 발행 방지 기제는 스코틀랜드의 고유한 일반적인 은행 계좌 보유 관습이다. 소액의 화폐라도 보유한 주체는 은행 계좌를 거쳐 당장 불필요한 자금을 매일 예금한다. 결과적으로 영업 종료 시점에는 개인의 수중을 떠난 거의 모든 화폐가 은행으로 환류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아일랜드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아일랜드 은행 총재 맥도널과 프로빈셜 뱅크 오브 아일랜드의 이사 머리의 증언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은행권 유통량은 발행 기관의 공급 정책은 물론, 은행권의 태환을 보증하는 금 준비금의 규모와도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18469182,090만 파운드였던 잉글랜드 은행권 유통액은 금 준비금이 1,6273,000파운드에서 1,0246,000파운드로 급감한 184745일에도 2,0815,000파운드를 유지하였다. 이는 약 600만 파운드의 금이 유출되었음에도 국내 통화량에는 실질적인 감축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키니어, 1847: 5).

 

물론 이러한 결론은 영국의 현행 경제 여건과 은행권 발행액 및 금속 준비율에 관한 현행 입법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한 타당성을 지닌다.

 

유통 화폐, 곧 은행권과 금의 양을 결정하는 요인은 경제 활동 자체의 실질적 요구다. 이와 관련하여 우선 주목해야 할 지표는 일반적인 경기 변동과는 무관하게 매년 반복되는 주기적인 유통 화폐량의 변동이다. 뉴마치의 증언 (은행법, 1857, 1650)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유통 화폐량은 특정 월에 팽창하고 다른 월에 수축하며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는 규칙적인 등락 과정을 거쳐 왔다.’

 

가령 매년 8월에는 수확기 비용 결제를 위해 수백만 파운드 스털링 (주로 금화)이 잉글랜드 은행에서 국내 유통 부문으로 방출된다. 이는 주로 농업 노동자의 임금 지불을 목적으로 하기에 잉글랜드 내 금융 중심지에서는 거의 소비되지 않으며, 연말에 이르러 다시 잉글랜드 은행으로 환류한다. 반면, 금화 대신 1파운드 은행권이 지배적으로 통용되는 스코틀랜드에서는 매년 5월과 11월에 은행권 유통액이 약 300-400만 파운드 가량 일시적으로 급증한다. 이러한 증가는 지극히 단기적인 현상으로, 14일 경과 시점부터 이미 환류가 시작되어 1개월 이내에 전액 회수되는 양상을 보인다 (상업 불황, 1848-1857, 3595-3600, 앤더슨의 증언).

 

이러한 주기적 변동은 화폐의 유통량이 발권 은행의 정책적 의도보다는 실물 경제의 계절적 수요와 지불 관습에 따라 철저히 규정됨을 입증한다.

 

잉글랜드 은행권의 유통 규모는 매 분기 국채 이자 지급 주기에 따라서도 일시적인 변동을 나타낸다. 초기에는 조세 징수 과정을 거쳐 은행권이 유통 부문에서 회수되나, 이후 이자 지급을 거치며 경제 주체들에게 다시 방출되며, 이 중 상당량은 신속히 은행으로 환류한다. 웨겔린은 이러한 주기에 따른 은행권 유통의 변동액을 약 250만 파운드 규모로 산출하였다 (은행법, 1857, 38). 반면, 악명 높은 오브렌드 거니 할인 상사의 챕만은 이 과정이 화폐 시장에 미치는 압박 정도를 훨씬 심대하게 평가하였다.

 

국채 이자 지급을 위해 유통 부문으로부터 600-800만 파운드에 달하는 막대한 조세가 환수될 경우, 실제 이자가 지급되기 전까지 발생하는 자금의 공백을 메울 대체적인 공급 수단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은행법, 1857, 5196).

 

이는 조세 징수와 재정 지출 사이의 시차에서 발생하는 화폐적 압박이 시장의 유동성 구조에 가시적인 충격을 가함을 시사한다.

 

가장 중요하고 지속적인 변동은 산업 순환의 각 국면에 따라 발생하는 유통 화폐량의 변화다. 이에 관해 오브렌드 거니 상사의 사뮤엘 거니는 다음과 같이 증언하였다 (상업 불황, 1848-1857, 2645).

 

‘184710월 말 경제 주체들이 보유한 은행권은 2,080만 파운드에 달했으나, 당시 화폐 시장에서 은행권을 구하는 일은 극도로 어려웠다. 이는 1844년 은행법의 제약으로 인해 은행권을 입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된 결과였다. 반면, 공포가 사라진 현재 (18483)는 보유액이 1,770만 파운드에 불과함에도 필요 이상의 과잉 상태이며, 런던의 금융업자들은 활용되는 수준보다 훨씬 많은 은행권을 수중에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잉글랜드 은행 외부의 은행권 발행액이 상업적·신용적 상태를 배제한 채로는 실제 유통 상황을 가늠하는 지표로 불충분함을 시사한다 (2650).’

 

, 현재의 화폐액이 과잉이라 간주되는 것은 심각한 경기 침체 때문이며, 물가가 상승하고 거래가 활성화된다면 동일한 1,770만 파운드라도 턱없이 부족하게 평가될 것이다 (2651).’

 

(엥겔스: 경기가 호전되어 대부 환류가 원활하고 신뢰가 안정된 시기에는 유통 수단의 증감이 산업가와 상인의 실질적 필요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도매 상업에서 금화가 배제되고 금 유통액이 장기간 일정하게 유지되는 잉글랜드의 경우, 은행권 유통액은 이러한 변동을 측정하는 정밀한 지표가 된다. 통상 공황 이후 침체기에는 유통액이 최저치를 기록하나, 경기 반등과 함께 수요가 증대하여 과잉 투기 국면에서 정점에 도달한다. 그러나 공황이 발발하는 순간, 어제까지 풍부했던 은행권은 시장에서 소멸하며 지불 불능의 위기가 도래한다. 모든 상품 소유자가 지불을 위해 은행권을 갈구하며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려는 절박한 시점에, 1844년 은행법은 오히려 은행권 유통액 감축을 강제하면서 위기를 심화시킨다. (상업 불황, 1848-1857, 2930)

 

은행업자 라이트가 지적했듯, ‘공포에 직면한 시기에는 금융 주체들의 화폐 퇴장 현상으로 인해 평상시보다 두 배 이상의 유통 수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공황이 발발하면 경제의 모든 관심은 오직 지불 수단의 확보로 수렴된다. 각 경제 주체는 지불 수단의 입수를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으나, 연쇄적인 지불 불능에 대한 공포로 인해 시장 내 가용 은행권을 선점하려는 격렬한 경합이 전개된다. 개별 주체들이 확보한 은행권을 금고에 퇴장시키면서, 시장 수요와는 상반되게도 은행권은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유통 부문에서 자취를 감춘다. 사뮤엘 거니는 184710월 공황 당시 약 400-5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은행권이 이러한 매점으로 인해 퇴장된 것으로 추산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1857년 은행법 위원회에서 행한 챕만의 증언은 화폐 부족 사태가 특정 거대 자본의 주도로 인위적으로 제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통 수단이 고갈된 시기에, 격심한 화폐 핍박을 유도하여 화폐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개별 자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당하다. 현재 런던에는 단독으로 100-200만 파운드의 은행권을 유통에서 일시에 회수할 수 있는 자본가가 다수 존재한다 (4963).’

 

그의 증언에 따르면, 거대 투기 세력은 100-200만 파운드 규모의 콘솔 (영국 국채)을 일시에 매각하면서 시장의 화폐를 흡수할 수 있다. 이러한 종류의 제어는 실제로 최근 발생하여 심각한 화폐 핍박을 야기한 바 있다 (4965).’

 

비록 은행권을 수중에 사장시키는 행위 자체는 이자 수익 측면에서 비생산적이나, ‘투기꾼에게 이는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위적인 화폐 부족을 발판 삼아 증권 가격을 폭락시키는 데 있으며, 거대 자본은 이러한 시장 압박을 실행할 충분한 권능을 보유하고 있다 (4967).’

 

특정 사례를 빌려 이러한 시장 압박 과정을 구체화할 수 있다. 어느 날 아침 증권 거래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막대한 화폐 수요가 발생하였다. 한 주체가 챕만에게 당시 시장 금리를 상회하는 7%의 이율로 5만 파운드의 대부를 요청하자, 챕만은 이례적인 고금리에 놀라면서도 이를 수락하였다. 그러나 직후 동일한 주체가 7.5%5만 파운드를, 이어 8%10만 파운드를 추가로 차입하였으며, 심지어 8.5%의 금리로도 대부를 희망하기에 이르렀다.

 

이 시점에서 챕만은 극도의 위기감을 체감하였다. 사후적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는 거대 투기 세력이 시장의 유동성을 일시에 흡수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챕만은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다. ‘본인은 8%의 이율로 거액을 대부해주었으나, 향후 전개될 사태의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로 인해 그 이상의 추가 대부는 단행할 수 없었다.’

 

이는 인위적인 화폐 핍박이 금융 기관의 위기 수용 한계를 무너뜨리고 시장 전체의 신용 고갈을 어떻게 심화시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경제 주체들이 보유한 1,900만 파운드-2,000만 파운드 규모의 은행권 총량은 겉보기에 일정할지라도, 실질적으로 유통되는 부분과 금융 기관에 유휴 준비금으로 예치된 부분 사이의 비율은 끊임없이 등락한다. 화폐 시장에서 화폐의 풍부함이나 유통액의 충분함으로 표현되는 상태는 대개 준비금의 비중이 높고 실질 유통액이 낮은 경우를 의미한다. 반대로, 준비금이 고갈되고 실질 유통액이 포화점에 도달한 상태는 화폐 부족으로 규정되며, 이는 대부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는 유휴 화폐가 최소화되었음을 시사한다.

 

산업 순환의 총체적 순환과 별개로 발생하는 유통 화페액의 팽창과 수축은 주로 조세 징수나 국채 이자 지급과 같은 기술적 요인에 기인한다. 조세 납부 시기에는 막대한 양의 은행권과 금이 잉글랜드 은행으로 회수되며, 이는 실물 경제의 화폐적 필요와는 무관하게 유통 수단을 강제적으로 수축시킨다.

 

반면, 국채 이자 지급 시기에는 대규모 자금이 시장으로 방출되며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전자의 경우 경제 주체들은 부족한 유통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 차입에 의존하게 되며, 후자의 경우 준비금의 일시적 과잉으로 인해 시중 금리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다.

 

결국 이러한 변동은 유통 수단의 절대적인 총량 변화라기보다, 이를 운용하는 은행업자들의 대부 자본 양도 과정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은행업자는 이러한 자본의 유입과 유출을 매개하면서 이윤을 획득하며, 이 과정에서 화폐는 유통 수단인 동시에 대부 가용 자본으로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낸다.

 

특정한 경우 유통 수단의 일시적인 위치 이동이 발생하며, 잉글랜드 은행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분기별 (3개월마다) 납세일과 국채 이자 지불일 직전에 저금리 단기 대부를 시행한다. 이때 발행된 추가 은행권은 조세 납부로 인한 통화 부족분을 우선적으로 충당하며, 이후 국채 이자 지급을 방편으로 경제 주체들에게 방출된 과잉 은행권이 대부 상환 과정에서 다시 잉글랜드 은행으로 환류하면서 시장의 안전성이 유지된다.

 

다른 측면에서 유통 수단의 부족이나 풍부는 실제 통화량의 변동보다는, 동일한 자본량이 실물 경제의 능동적 유통 영역과 금융 기관의 예금 (대부 자본) 영역 사이에서 분배되는 비율의 변화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금의 유입으로 인해 잉글랜드 은행권 발행이 증가하더라도, 해당 은행권은 시중 신용 기관의 할인 업무를 지원한 뒤 대부 상환을 위해 다시 잉글랜드 은행으로 환류된다. 따라서 유통되는 은행권의 절대량은 오직 일시적인 팽창을 보일 뿐이다.

 

실물 경제의 확장으로 인해 현실의 유통액이 증가할 경우, 비록 물가가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이윤 증대나 새로운 투자 확대에 따른 대부 자본 수요 폭증으로 인해 이자율은 상승할 수 있다. 반대로 사업이 수축하거나 신용 공급이 원활해져 현실의 유통액이 감소한다면, 고물가 상황에서도 이자율은 오히려 하락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허바드, 1843 참조).

 

유통 수단의 절대량이 이자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오직 화폐 핍박기에 국한된다. 이 시기에 발생하는 충분한 유통 수단에 대한 요구는, 화폐의 유통 속도 저하나 대부 자본으로의 전환 지체 현상을 배제하더라도, 본질적으로 신용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퇴장 수단의 확보 요구와 맞닿아 있다. 일례로 1847년의 은행법 정지는 유통 수단의 실질적인 팽창을 야기하지는 않았으나, 금고에 퇴장되었던 은행권을 다시 끌어내어 능동적인 유통 부문으로 복귀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반면, 1857년의 은행법 정지는 실제 유통 수단의 양적 증가를 동반하며 실물 경제의 필요를 충족시켰다.

 

이러한 특수 국면을 제외하면 유통 수단의 절대량은 이자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첫째, 유통 수단의 절약 기제와 속도가 일정할 때 화폐의 절대량은 상품 가격과 거래 총량에 따라 종속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설령 가격과 거래량이 변동하더라도 대개 반비례 관계를 형성하여 그 효과가 상쇄되며, 궁극적으로는 신용 상태가 통화량을 규정할 뿐 통화량이 신용 상태를 규정할 수는 없다. 둘째, 상품 가격의 등락과 이자율 사이에는 어떠한 필연적인 상관관계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 제한법 (1797-1820) 시행기에는 나폴레옹 전쟁의 여파로 잉글랜드 은행권의 금 태환이 정지되었으며, 당시 통화의 과잉 공급에도 이자율은 1821년 태환 재개 이후보다 항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이후 이자율은 오히려 은행권 발행이 제한되거나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급격히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구체적인 시기별 추이를 살펴보면, 1822, 1823, 1832년에는 통화량이 적었음에도 이자율은 낮게 형성된 반면, 1824, 1825, 1836년에는 통화량의 증대와 함께 이자율이 오히려 상승하였다. 또한 1830년 여름에는 통화량이 풍부했음에도 이자율은 저점을 기록하였다. 캘리포니아와 호주의 금광 개발 이후 유럽 전역에서 화폐 유통액이 비약적으로 팽창하였으나 이자율이 동반 상승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는 이자율의 변동이 유통 화폐액의 절대량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한다. 이자율을 규정하는 본질적인 동인은 통화의 양적 규모가 아니라, 산업 순환의 국면과 대부 자본에 대한 실질적 수요·공급의 상관관계에 있다.

 

유통 수단의 지출과 자본의 대부 사이의 본질적 차이는 현실의 재생산 과정에서 가장 명확히 드러난다. 권 제3편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생산물의 각 구성 부분은 상호 교환을 매개로 순환한다. 가변 자본은 소재적으로 노동자의 생활 수단이자 노동자 자신이 생산한 생산물의 일부이나, 형식적으로는 자본가를 거쳐 화폐 형태로 분할 지급된다. 자본가가 투하한 이 화폐가 신속히 회수되어 다음 주에 다시 새로운 가변 자본으로 지불될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신용 제도의 조직화 정도에 규정된다.

 

사회적 총자본의 상이한 구성 부분들, 예컨대 소비 수단과 생산 수단 사이의 교환 행위 역시 동일한 원리를 따른다. 상품 유통을 위한 화폐는 교환 당사자 중 일방 또는 쌍방을 매개로 투하되어야 하며, 해당 화폐는 유통 과정을 완수한 뒤 투하 주체에게 반드시 복귀한다. 이는 해당 화폐가 그가 운용하는 실물 산업 자본과는 별개로, 유통의 매개를 위해 추가로 투입된 것이기 때문이다 (권 제203절 참조).

 

신용 제도의 발달로 화폐가 은행에 집중되면, 화폐의 선대 주체는 명목상 은행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선대는 본질적으로 유통 과정에 있는 화폐와 관련된 것으로, 어음 할인과 같은 행위는 유통 수단의 선대일 뿐 그 자체가 자본의 선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 화폐가 유통 수단으로 수행하는 기능적 선대와 실물 자본으로의 대부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챕만의 증언 (은행법, 1857)은 공황기 화폐 유통의 특수성과 자금 순환의 구조적 원리를 명확히 규명한다.

 

은행권의 총량이 충분하더라도 경제 주체들의 수중에서 잠식되어 입수가 어려운 시기가 존재한다 (5062).’ 화폐는 공황 시기에도 물리적으로 존재하나, 경제 주체들이 이를 대부 가용 자본이나 화폐로 전환하기를 거부하고 현실적인 지불 수요에 대비해 퇴장시키기 때문이다.

 

질문자: 농촌 지방 은행들의 유휴 자금 처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챕만의 답변: 농촌 지방의 지방 은행들은 그들의 유휴 과잉 자금을 본인이나 다른 할인업자들에게 보낸다 (5099).’

 

질문자: 반대로, 랭커셔나 요커셔 같은 공업 지방의 상황은 어떠한가.

 

챕만의 답변: 그렇다. 그들 공업 지방은 사업 확장을 위해 필요한 자금의 할인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5100).’

 

질문자: 그렇다면 그러한 기제에 따라 국가 내 특정 지역의 과잉 화폐가 다른 지역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활용되는가.

 

챕만의 답변: 바로 그렇다 (5101).’

 

자금의 지역적 수급 불일치는 할인업자를 매개로 해소된다. 농촌 지역의 지방 은행들이 유휴 과잉 자금을 할인업자에게 송금하면 (5099), 랭커셔나 오크셔와 같은 공업 지대는 사업 운영에 필요한 어음 할인을 이들에게 요청한다 (5100). 이러한 기제에 따라 특정 지역의 과잉 화폐는 타 지역의 자금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적 자본으로 투입된다 (5105).

 

또한 챕만은 은행이 유휴 자본을 콘솔 (국채)이나 재무부 증권에 단기 투자하던 관습이 최근 수시불 대출’ (‘콜대출’)의 성행으로 급격히 감소했음을 언급한다. 그는 자산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단기 증권 매입보다 우량 어음 투자를 선호한다. 어음의 일부가 매일 만기에 도달함에 따라, 익일 운용 가용 유휴 화폐의 규모를 상시 파악하여 사업의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5101-5105).

 

수출의 증대는 모든 국가, 특히 신용 공여국의 국내 화폐 시장에서 자금 수요의 증대로 발현되나, 이러한 압박이 가시화되는 시점은 주로 화폐 핍박기에 국한된다. 수출 팽창기에는 제조업자가 해외 위탁 판매를 목적으로 수출상을 수취인으로 하는 장기 환어음을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다 (5126).

 

이와 관련하여 챕만은 해당 어음들의 갱신 여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하였다.

 

질문자: 이러한 어음들을 주기적으로 갱신하기로 합의하는 관행이 흔하지 않은가.

 

챕만의 답변: 그러한 사실은 대개 할인업자에게 은폐되는데, 우리는 갱신 목적의 어음을 인수하지 않는다. 그러한 행태가 실재할 개연성은 농후하나, 본인이 확정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5127).’ (순진한 챕만)

 

이어 수출 급증에 따른 자본 수요의 상관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부언하였다.

 

질문자: 지난 한 해처럼 수출액이 2,000만 파운드 규모로 폭증할 경우, 해당 거래를 매개하는 어음 할인을 위해 막대한 자본 수요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챕만의 답변: 전적으로 그러하다 (5129).’

 

질문자: 영국이 모든 수출품에 대해 대외 신용을 제공하고 있기에, 그에 상응하는 추가 자본이 일정 기간 요구되는 것이 아닌가.

 

챕만의 답변: 영국은 거대한 규모의 신용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대외적으로 원료를 수입할 때는 역으로 신용을 제공받기도 한다. 예컨대 미국은 통상 60, 기타 지역은 90일 만기의 환어음을 우리 앞으로 발행한다. 반면, 우리가 독일에 상품을 수출할 때는 2-3개월의 신용 기간을 부여한다 (5130).’

 

결국 수출의 증대는 대외 신용 공여의 확대를 의미하며, 이는 국내 화폐 시장에서 어음 할인 형태의 대부 자본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요인이 된다.

 

1843이코노미스트의 창간자 윌슨은 수입 원료나 식민지 상품의 경우 선적과 동시에 영국을 수취인으로 하는 어음이 발행되며, 이 어음들이 선하 증권과 함께 도착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한다 (5131). 챕만은 이를 시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상거래의 실무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영역이라며 답변을 유보한다. 또한 그는 미국 수출의 경우 상품이 수송 중에 증권화된다고 언급하는데 (5133), 이는 영국의 수출상이 수출 상품을 담보로 런던 소재 미국 전문 은행 앞으로 4개월짜리 어음을 발행하여 자금을 융통하고, 해당 은행이 추후 미국 현지에서 대금을 회수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원거리 무역의 자본 운용 방식에 관해 챕만은 다음과 같이 부언한다.

 

질문자: 원거리 국가와의 거래는 일반적으로 상품이 최종 판매될 때까지 자본 회수를 기다리는 상인의 책임하에 수행되는가.

 

챕만의 답변: 자기 자본만으로 자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부유한 상인도 존재하나, 대다수는 유력 할인업자의 어음 인수를 매개로 한 선대 방식을 취한다 (5136).’

 

이러한 금융 기능을 수행하는 할인업자들은 주로 런던과 리버풀 등지에 포진해 있다 (5137).’

 

따라서 제조업자가 직접 자금을 지출하든, 할인업자로부터 선대를 받든 이는 모두 영국 내부에서 발생하는 자본 투하의 일환이다. 평시의 제조업자들은 자금 선대에 큰 우려를 개의치 않으나, (1847년 공황기와 같은 예외적 국면에서는 상황이 전적으로 반전되었다.) 통상적인 거래 구조를 예로 들면, 맨체스터의 공산품 상인은 상품을 매입하여 런던의 전문 상사를 매개로 해외로 수출한다. 거래 조건이 성립되면 맨체스터 상인은 인도나 중국 등지로 향하는 해당 상품을 근거로 런던 상사 앞으로 6개월짜리 어음을 발행하며, 은행업자가 이 어음을 할인하면서 금융적 매개가 완성된다. 결과적으로 맨체스터 상인은 원천 상품 대금을 지불해야 할 시점에 이미 어음 할인을 매개로 확보한 화폐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5138).’

 

이러한 신용 체계는 실물 상품의 이동과 화폐적 자본의 순환 사이의 시차를 극복하게 하면서 영국의 거대한 대외 무역 규모를 지탱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한다.

 

질문자: 상인이 화폐를 수중에 넣었다 하더라도, 이는 본질적으로 은행업자가 선대한 것이 아닌가.

 

챕만의 답변: 은행업자는 어음을 구입하여 소유하게 된다. , 그는 자신의 은행 자본을 상업 어음 할인이라는 특정 형태로 운용하는 것이다 (5139).’ (엥겔스: 챕만은 어음 할인을 단순한 대부 행위가 아니라, 상품 매매와 비슷한 자산의 취득으로 간주하고 있다.)

 

질문자: 그렇다면 어음 할인은 런던 화폐 시장의 수요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아닌가.

 

챕만의 답변: 당연하다. 할인은 화폐 시장과 잉글랜드 은행의 가장 중추적인 업무다. 잉글랜드 은행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어음들을 확보하길 원하는데, 이는 그것이 매우 안정적이고 수익성 높은 투자처임을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5140).’

 

질문자: 결과적으로 수출이 팽창하면 화폐 시장에 대한 수요도 연동하여 증대하는가.

 

챕만의 답변: 국가적 번영이 확대됨에 따라 할인업자들 (챕만 세력) 역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 수요의 이익을 수취하게 된다 (5141).’

 

질문자: 이러한 자본 활용처가 급격히 확대된다면, 이자율의 상승은 필연적인 결과가 아닌가.

 

챕만의 답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수순이다 (5142).’

 

한편, 챕만은 제5143호에서 수출이 이토록 거대한 규모로 이루어지는 상황임에도, 왜 이처럼 막대한 양의 금이 별도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상품 수출에 기반한 채권 확보와 실물 화폐로의 금 수요 사이의 모순적인 불일치를 시사한다.

 

5144호에서 윌슨은 영국의 대외 신용 구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가 수출 시 공여하는 신용의 총량이 수입 시 수혜받는 신용보다 크지 않은가. 가령 인도로 발송된 맨체스터 공산품을 담보로 발행된 어음의 경우 인수 시로부터 그 만기가 10개월에 달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인도로부터 대금을 회수하기 훨씬 이전에, 우리는 이미 미국에 면화 수입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타당하다). 그는 이러한 시차적 불일치가 실물 경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규명하는 일이 매우 난망함을 토로한다.

 

이어지는 제5145호에서 그는 수출과 수입의 상관관계를 다음과 같이 고찰한다. ‘지난해처럼 공산품 수출이 2,000만 파운드 규모로 급증했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해당 제품 생산을 위한 방대한 원료 수입이 선행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가.’ (이러한 논리는 과잉 수출을 과잉 수입과, 과잉 생산을 과잉 거래와 동일시하는 관점을 내포한다.) 이에 대해 챕만은 전적으로 동의를 표한다.

 

5146호에서는 이러한 거래의 결과로 나타나는 대외 수지 및 금의 이동을 다룬다. ‘해당 기간 영국은 막대한 수입 차액을 지불해야 하므로, 일시적인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과의 환율은 영국에 유리하게 형성되어 왔으며, 실제로 오랜 기간 미국으로부터 상당량의 금을 지속적으로 수취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 자금 압박에도 영국의 강력한 산업 경쟁력이 세계 결제 체제를 매개로 최종적으로는 금의 유입을 보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5148호에서 윌슨은 거대 고리대금업자인 챕만에게 고금리가 경제적 번영과 높은 이윤을 대변하는 지표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챕만은 이러한 아첨 섞인 질문에 동의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정직한 유보 조건을 덧붙인다.

 

어떤 이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청산해야 할 채무에 속박되어 있으며, 수익성 여부와 무관하게 그 의무를 이행해야만 한다. 다만 고금리의 지속은 전반적인 번영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두 인물은 1857년의 사례처럼 고금리가 신용 사기꾼들이 획책한 시장 왜곡의 산물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들은 타인의 자산으로 이자를 충당하며 높은 이자율을 감수하고, 가공의 예상 이윤을 근거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며 시장 전체의 이자율 상향을 압박한다. 이러한 투기적인 과열은 제조업자 등에게 일시적으로 유리한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듯 보이나, 선대 제도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자본의 환류는 극도로 불투명해진다.

 

이는 고금리 시기에 오히려 할인액이 증대된다는 챕만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다만 이는 잉글랜드 은행의 사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잉글랜드 은행은 시장 금리가 치솟는 시기에 통상 시중 은행보다 낮은 이율로 어음을 할인하면서 시장의 최후 보루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챕만은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본 상사의 할인액은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사상 최대 수준에 도달해 있다 (5156).’ (이는 공황이 본격적으로 발발하기 불과 수개월 전인 1857721일의 증언이다.)

 

반면, (이자율이 낮았던) 1852년의 경우’, ‘할인액은 현재와 같이 방대한 규모를 형성하지 않았다 (5157).’ (이는 당시의 산업 및 상업 활동이 현재보다 훨씬 더 건전한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하고 잉글랜드 은행의 이자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할 때, 통상 어음 할인 수요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1852년은 현재와 전혀 다른 국면이었으며, 당시의 수출입 규모 역시 작금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5159).’

 

결과적으로 현재의 높은 할인율에도 할인액 자체가 1854(당시 이자율 5-5.5%) 수준만큼 거대하게 유지되고 있다 (5161).’

 

이는 시장의 자금 수요가 이자 비용의 부담을 상회할 정도로 무분별한 팽창 국면에 진입했음을 반증한다.

 

챕만의 증언에서 특히 주목할 지점은 대형 할인업자들이 경제 주체들의 화폐를 사실상 자사 소유물로 간주하며, 자신들이 할인한 어음을 언제든 화폐로 태환할 권리가 있다고 확신한다는 점이다. 질문과 답변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소박한 인식은 가히 경이적이다.

 

이들은 주요 할인업자가 인수한 어음의 유동성을 상시 보장하고,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잉글랜드 은행이 이들 어음 중개업자를 위해 재할인을 단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입법적 의무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오만한 확신이 무색하게도, 1857년 당시 대형 어음 중개업자 3개 사가 파산에 직면하였다. 그들의 부채 총액은 약 800만 파운드에 달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자기 자본은 지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이들은 극소의 자기 자본만으로 거대한 타인 자본을 운용하면서도, 위기 시에는 공공 기관인 중앙은행이 그 부실의 최종 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기만적인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 셈이다.

 

질문자: 그렇다면 베어링이나 로이드 상사가 인수한 어음들이, 잉글랜드 은행권이 금과 법적으로 태환되는 것처럼 언제든 할인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지녀야 한다고 보는가.

 

챕만의 답변: 해당 어음들이 할인되지 못하는 상황은 매우 개탄할 만한 일이다. 스미스 페인이나 존스 로이드 같은 명망 있는 상사의 어음을 보유하고도 할인을 받지 못해 지불 정지에 이른다는 것은 금융 체계의 심각한 모순이다 (5177).’

 

질문자: 베어링 상사의 인수는 결국 어음 만기 시 특정 금액을 지불하겠다는 확정적 채무가 아닌가.

 

챕만의 답변: 그렇다. 하지만 베어링 상사를 비롯한 모든 인수 상사는 이러한 채무를 인수할 때, 그것을 실제 금화로 지불해야 하리라고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들은 어음 교환소를 경유한 장부상 결제만으로 충분할 것이라 신뢰한다 (5178).’

 

질문자: 경제 주체들이 어음 만기 전이라도 언제든 할인을 매개로 화폐를 선취할 수 있는 제도를 고안해야 한다는 뜻인가.

 

챕만의 답변: 아니다. 어음 인수자에게 직접 그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와 같은 중개업자들이 상업 어음을 재할인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면, 현행 금융 조직의 근간을 완전히 재편해야만 할 것이다 (5180).’ (5177-5180).

 

질문자: 그렇다면 상업 어음 역시 잉글랜드 은행권이 금으로 전환되는 것과 동일하게 화폐로의 전환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인가.

 

챕만의 답변: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분명히 그러해야 한다 (5182).’

 

질문자: 건실한 어음이라면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즉각적인 화폐 (금속 화폐) 태환이 담보되도록 통화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인가.

 

챕만의 답변: 그렇다 (5184).’

 

질문자: 잉글랜드 은행을 포함한 모든 경제 주체가 법적으로 어음을 화폐와 교환해 줄 의무를 지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챕만의 답변: 통화 관련 법령을 제정할 때, 국내 어음이 건전하고 정당한 한 그것이 화폐로 전환되지 못하는 사태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5185).’

 

이는 은행권의 태환성에 비견되는 상업 어음의 태환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 신용 자산이 화폐와 동일한 유동성을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다름아니다.

 

이 나라의 화폐 거래업자들은 사실상 경제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대표할 뿐이다 (5190).’

 

챕만은 이후 185811월 열린 데이비슨 사기 사건의 순회 재판에서도 이와 동일한 논리를 펼쳤다 (런던 금융 시장 대사기 사건, , 1869 참조). 이는 금융 자본가들이 자신들의 사적 이익 추구 행위를 공공의 이익이나 경제 주체들의 권리로 교묘히 포장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매 분기 ‘3개월마다’ (국채 이자가 지불되는 시기에) ‘우리가 잉글랜드 은행에 의존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피하다. 이자 지불을 위해 조세 명목으로 600-700만 파운드의 화폐가 유통 부문에서 회수될 경우, 그 공백기 동안 해당 금액을 공급할 주체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5196).’

 

(엥겔스: 이 국면에서 핵심은 자본이나 대부 자본의 공급이 아닌, 순수한 화폐그 자체의 공급이다.)

 

상업 부문의 실태를 숙지하는 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 재무부 증권의 매각이 불발되고 동인도 회사의 채권이 무용지물되며 우량 상업 어음의 할인조차 차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경제 주체들의 요구에 따라 법정 유통 수단을 지불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은행업자들은 극도의 곤혹에 직면한다. 그 결과 모든 은행은 자기 준비금을 평소의 두 배로 확충하려 시도하게 된다. 전국의 지방 은행업자 약 500명이 각자의 거래 은행에 고작 5,000파운드씩의 은행권을 요구한다고 전제해 보라. 이 최소한으로 잡은 추산만으로도 총 250만 파운드의 화폐가 유통 부문에서 즉시 증발하게 되는데, 이 막대한 결손을 대체 무엇으로 보충할 수 있겠는가 (5169).’

 

결국 세입 징수라는 기술적 요인과 개별 은행들의 자기 보존적 화폐 퇴장이 결합될 때, 시장의 유동성 위기는 산술적인 계산을 상회하여 증폭된다.

 

화폐를 보유한 개인 자본가들은 이자율이 아무리 높게 형성되더라도 화폐를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 챕만이 지적한 바와 같이, 그들은 다음과 같은 태도를 견지한다.

 

우리가 정작 필요할 때 화폐를 구하지 못할 상황을 우려하느니, 차라리 이자를 전혀 받지 않고 화폐를 퇴장시키는 편이 낫다 (5195).’

 

우리의 금융 체계는 3억 파운드에 달하는 거대한 부채 위에 세워져 있으며, 이 부채는 이론적으로 어느 순간에나 법정 주화로의 지불이 요구될 수 있다. 그러나 가용 법정 주화는 전량을 합산해도 고작 2,300만 파운드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취약한 구조는 상시적인 전율과 공포의 근원이 된다 (5173).’

 

따라서 공황기에 진입하면 방대하게 확장되었던 신용 제도는 돌연 협소한 화폐 제도로 그 본 모습을 드러낸다.

 

국내의 특수한 공황 국면을 제외한다면, 화폐량의 본질적인 문제는 오직 금속 화폐, 곧 세계 화폐의 동향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챕만은 이러한 세계 화폐의 역할을 도외시한 채, 오직 2,300만 파운드라는 제한된 은행권 유통량만을 문제의 핵심으로 삼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챕만은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18474월과 10) ‘화폐 시장 동요의 제1차적 원인은 의심할 여지 없이 당해의 막대한 수입으로 인해 환율을 방어하는 데 투입된 방대한 화폐량에 있었다 (‘5218’).’

 

당시 상황을 분석하면 두 가지 핵심 요인이 도출된다.

 

첫째, 세계 시장 화폐인 귀금속의 준비금이 최소 한도로 감소하고 있었다.

 

둘째, 이 귀금속 준비금은 동시에 신용 화폐인 은행권의 태환 보증이라는 이중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능적 결합은 화폐의 본질적 성격에서 기인한다. 진정한 의미의 화폐는 언제나 세계 시장 화폐로 존재하며, 모든 신용 화폐는 결국 이 세계 시장 화폐를 그 존립 근거로 삼기 때문이다.

 

1847년에 1844년 제정된 은행법의 효력을 정지시키지 않았더라면, ‘결제 체계의 중추인 어음 교환소는 마비되었을 것이다 (5221).’

챕만은 1857년 당시에도 닥쳐올 공황을 직감하고 있었다.

 

화폐 융통이 극도로 어려워져 잉글랜드 은행의 구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현재 화폐 시장의 국면은 이미 그러한 상황에 진입해 있다) (5236).’

 

‘18471019(화요일), 20(수요일), 22(금요일)에 우리가 잉글랜드 은행으로부터 인출한 금액을 고려할 때, 우리는 차주 수요일에 해당 어음들을 회수할 수만 있어도 다행이라 여겼다. 그러나 공황이 타개되자마자, 퇴장되었던 화폐는 즉각 우리에게로 환류하기 시작했다 (5239).’ 1023(토요일)에 은행법 정지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적 강제력이 일시적으로 제거되면서 신용 체계가 복구되고, 마비되었던 화폐 순환이 재개되는 과정은 자본주의 금융 기제의 취약성과 그 해법의 모순적 성격을 동시에 보여준다.

 

챕만의 추산에 따르면, 런던 시내에서 유통되는 상업 어음의 규모는 상시 약 1억 파운드에서 2억 파운드에 달하며, 여기에는 지방 도시 간 거래되는 어음은 포함되지 않는다 (5274).

 

‘185610월 당시 경제 주체들이 보유한 은행권은 2,1155,000파운드라는 상당한 규모였음에도, 화폐 융통은 극도로 어려운 상태였다. 경제 주체들의 수중에 충분한 통화가 존재함에도 금융 기관이 이를 전혀 확보할 수 없었다 (5287).’ 그 이유는 동년 3월 이스턴 뱅크의 (18563) 금융 위기로 촉발된 주관적인 공포가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화폐 공황이 일단 해소되면 이자 수익을 본업으로 삼는 모든 은행업자는 즉각 유휴 화폐를 운용하기 시작하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5290).’

 

한편, 챕만은 은행 준비금 감소 시 발생하는 동요의 본질을 예금 지불 불능에 대한 공포가 아닌, 재할인 경로의 차단 관점에서 설명한다. 거액의 지불 의무를 지닌 경제 주체들은 화폐 시장이 핍박받는 극한의 상황에서 잉글랜드 은행을 최후의 보루로 삼을 수밖에 없음을 간파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준비금이 희소해질 경우, 은행이 중개업자의 어음 재할인 요청을 거절하게 된다 (5302).’는 사실 자체가 시장의 근원적인 공포를 야기하는 것이다.

 

준비금이 소멸하는 구체적인 기제를 규명하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일이다. 시중 은행은 통상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최소한의 준비금을 설정하며, 이를 자체 보유하거나 일부는 잉글랜드 은행에 예치한다. 반면, 어음 중개업자들은 시중 은행과 달리 별도의 준비금 없이 오직 전국의 유휴 은행 자금에만 의존하여 운영된다. 잉글랜드 은행 또한 예금 채무에 대한 준비금으로 은행업자 등의 예치금이나 정부 예금 등을 보유할 뿐이며, 이 준비금이 최저 수준 (200만 파운드)까지 급감하도록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 미미한 규모의 은행권을 제외한다면, 전체 신용 (사기) 제도는 화폐 핍박기에 금속 준비 () 외에는 어떠한 실질적인 완충 장치도 갖지 못하게 된다. 특히 핍박기에는 금 유출에 대응하여 환류하는 은행권이 법규에 따라 폐기되어야 하므로, 은행권 준비금은 더욱 축소된다. 따라서 금 유출로 인한 금속 준비의 감소는 유동성 고갈을 유발하여 공황을 극단적으로 격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어음 교환소의 차액 결제에 필요한 법정 화폐가 고갈된다면, 결국 경제 주체들이 합의하여 재무부 인수인 어음이나 스미스 페인 상사 발행 어음 등과 같은 최우량 어음으로 직접 결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5306).’

 

질문자: 정부가 충분한 유통 수단을 공급하지 못할 경우, 민간 부문에서 스스로 새로운 유통 수단을 창출하겠다는 의미인가.

 

챕만의 답변: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겠는가. 경제 주체들이 은행으로부터 유통 수단을 대거 인출해 가는 상황에서, 우리 수중에는 결제에 사용할 화폐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5307).’

 

질문자: , 화폐 부족 시 어음 자체가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 맨체스터의 관행을 런던 금융 시장에서도 실행하겠다는 것인가.

 

챕만의 답변: 전적으로 그러하다 (5308).’ (5306-5308)

 

이처럼 법정 화폐의 공급이 차단된 극한의 공황기에는 신용 자산인 어음이 실물 화폐의 지위를 대신하게 되며, 이는 금융 제도가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 민간 자생적 결제 수단에 의존하게 됨을 의미한다.

 

오브스톤의 추상적인 자본 개념에 대해, 캐일리 (버밍엄 학파)가 제기한 질문을 바탕으로 챕만은 실무적 관점에서 해답을 제시한다.

 

질문자: 1847년과 같은 공황기에 경제 주체들이 갈구하는 것은 화폐가 아니라 자본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챕만의 답변: 본인은 그러한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금융 현장에서 우리는 오직 화폐만을 거래할 뿐이다. 질문의 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5315).’

 

이어 챕만은 자본과 신용의 실질적 관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개인이 사업에 투입하는 자기 자본이란, 실상 은행업자 등을 매개로 경제 주체들로부터 제공받는 방대한 신용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한 파편에 불과하다 (5316).’

 

질문자: 우리가 은행권의 태환을 정지시키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 국가적 부의 부족 때문인가.

 

챕만의 답변: 결코 그렇지 않다. 이는 부의 부족이 아니라 지극히 인위적인 제도적 결함에 기인한다. 통화 수요가 폭증할 때 제도적 제약이 그 공급을 차단한다면, 국가 전체의 상업 활동과 통화 순환이 마비되는 파국을 맞이하게 될 뿐이다 (5339).’

 

챕만은 은행권의 태환 유지와 국가 산업의 보존 중 무엇이 우선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주저 없이 산업의 유지를 선택해야 한다 (5338).’고 피력한다.

 

또한, ‘화폐 핍박을 의도적으로 심화시켜 부당 이익을 취하려는 (5358)’ 화폐 퇴장 행위가 단 세 개의 대형 은행만으로도 충분히 실현될 수 있음을 증언한다.

 

결국, 자본가들이 공황이라는 극한의 위기를 기회 삼아 희생자들의 파멸로부터 막대한 불로 소득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은 런던 금융 시장의 구조적 원리를 직시할 때 의심의 여지가 없는 자명한 진실이다 (5383).’

 

우리는 챕만의 증언이 지닌 실증적 가치에 무게를 둘 수 있다. 비록 그 자신이 희생자들의 파멸로부터 막대한 이윤을취하려 획책하다가 결국 상업적 실패를 면치 못했을지라도 말이다. 그의 동업자인 거니가 시장의 모든 변동은 사정에 능통한 자들에게는 도리어 유리한 기회라고 피력했을 때, 챕만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사회의 개별 부문은 다른 부문의 내부 사정에 대해 전적으로 무지하다. 예컨대 유럽 대륙으로 상품을 수출하거나 원료를 수입하는 제조업자는 금덩이를 거래하는 금융업자의 원리를 알지 못한다.’ (5046).

 

결국 이러한 지식의 파편화와 상호 불신 속에서, 거니와 챕만 자신들조차 시장의 거대한 기제에 능통하지못했음이 증명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확신했던 신용의 올가미에 스스로 걸려들어, 끝내 불명예스러운 파산을 맞이하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전의 논의에서 확인했듯, 은행권의 발행은 반드시 자본의 선대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 1848년 상원 상업 불황 위원회에서 투크가 행한 증언은, 설령 자본의 선대가 새로운 은행권 발행의 형태로 이루어지더라도 그것이 은행권 유통량의 절대적 증대로 직결되지는 않음을 실증한다.

 

질문자: 잉글랜드 은행이 은행권의 추가 발행 없이도 대부 규모를 대폭 확장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가.

 

투크의 답변: 이를 입증할 사례는 충분하다. 가장 극명한 예는 1835년으로, 당시 잉글랜드 은행은 서인도 예금과 동인도 회사의 차입금을 활용해 민간 부문의 대부를 확대했으나, 경제 주체들의 보유 은행권 총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1846년 철도 예금이 유입될 당시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할인과 예탁을 매개로 한 유가 증권 보유액이 약 3,000만 파운드까지 급등했음에도, 시중의 은행권 유통량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3099).’

 

그러나 도매 상업의 영역에는 은행권을 상회하는 제2의 핵심 유통 수단인 어음이 존재한다. 챕만은 우량 어음이 어떠한 극한의 상황에서도 지불 수단으로 수용되는 것이 자본주의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필수 전제임을 피력한 바 있다. ‘유태의 율법 해석서 (타우스페스 욘토프)조차 허수아비에 불과하다면 대체 무엇이 구원이 되겠는가. 제발 도와주소서!’ (하이네, 종교 논쟁)라는 경구처럼, 신용의 붕괴 앞에서는 그 어떤 제도적 장치도 무력해진다. 그렇다면 화폐로의 은행권과 신용으로의 어음, 이 두 유통 수단은 과연 어떠한 유기적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가.

 

길바트는 은행권과 어음의 대체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1840: 31).

   

은행권 유통액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어음 유통액의 증가를 수반한다. 이러한 어음은 상업 어음과 은행업자 어음의 두 유형으로 분류된다. 화폐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화폐 대부업자들은 차입자에게 본인 앞으로 어음을 발행하면 이를 인수하겠다는 방식을 제안한다. 또한 지방 은행업자가 고객의 어음을 할인할 때, 현금을 지급하는 대신 런던 대리인 앞으로 발행된 21일 만기 어음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어음들은 실질적인 유통 수단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뉴마치의 증언으로 더욱 분명하게 확인된다 (은행법, 1857, 1426).

 

어음 유통액과 은행권 유통액의 변동 사이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규칙적으로 확인되는 현상은, 할인율 상승으로 대변되는 화폐 시장의 핍박이 발생할 때마다 어음 유통량이 현저히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화폐 시장이 완화될 경우에는 어음 유통량 또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법정 화폐인 은행권의 공급이 위축될수록 경제 주체들은 신용에 기반한 어음을 유통 수단으로 더욱 활발히 매개하며, 이는 화폐 시장의 압박이 신용 팽창을 강제하는 자기모순적 구조를 형성한다.

 

화폐 핍박기에 발행되는 어음은 길바트가 언급한 단기 은행 어음과는 성격이 판이하다. 대다수는 실질적인 상품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융통 어음이거나, 오직 어음 발행 자체를 목적으로 급조된 허위 거래를 기반으로 한다. 윌슨은 이코노미스트에서 은행권과 어음의 안정성을 비교하며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일람불 은행권은 태환 요구를 거쳐 은행으로 상시 환류하므로 시장에 과잉 보유될 수 없다. 반면, 2개월 만기 어음은 만기 도래 전까지 발행을 제어할 수단이 전무하며, 만기 시에도 또 다른 어음으로 대체되어 유통을 지속할 수 있기에 막대한 과잉 발행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처럼 결제가 원거리의 기한으로 유예되는 어음의 안전성은 확신하면서도, 즉시 지불이 보장되는 은행권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태도는 극히 모순적이다.’ (이코노미스트, 1847: 575)

 

어음 유통액 또한 은행권 유통액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는 거래상의 필요에 준하여 규정된다. 1850년대 영국의 평시 유통 구조를 보면, 3,900만 파운드의 은행권 배후에 약 3억 파운드 (런던 결제분 1-12,000만 파운드 포함)에 달하는 방대한 어음 체계가 존재했다. 평상시 어음 유통량은 은행권 유통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화폐 핍박기에 이르면 어음의 수량적 증가와 질적 저하가 동시에 진행되며 시장의 동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종적으로 공황의 정점에 이르면 어음 유통은 전면 중단된다. 모든 경제 주체가 오직 현금 결제만을 요구함에 따라 지불 약속으로의 어음은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 유일하게 유통력을 유지하는 것은 은행권뿐이다. 이는 경제 주체들이 국가의 총체적 부를 담보로 잉글랜드 은행의 공신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사회적 신용에 근거한다.

 

 

 1857년 화폐 시장의 실권자였던 챕만조차 런던 금융권의 소수 거대 화폐 자본가들이 행사하는 막강한 영향력에 대해 강력히 성토한 바 있다. 이들은 특정 시점에 화폐 시장 전체를 인위적인 혼란에 빠드리면서 중소 규모의 화폐 거래업자들을 무자비하게 수탈하는 지배력을 행사한다.

 

실제로 일부 대규모 화폐 자본가들은 100-200만 파운드 규모의 콘솔 (영국 국채)을 일시에 매각하고, 그에 상응하는 막대한 은행권을 시장에서 회수하면서 가용 대부 자본을 고갈시킨다. 이러한 행위는 이전의 화폐 핍박 사태를 극단적으로 악화시키는 도화선이 된다. 이 과정에서 세 곳의 대형 은행이 결탁한다면, 유동성 부족 상태를 파국적인 화폐 공황으로 비화시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런던에서 가장 압도적인 자본력을 보유한 주체는 단연 잉글랜드 은행이나, ()국가 기관이라는 공적 지위로 인해 여타 거대 자본가들처럼 노골적이고 잔인한 방식으로 지배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1844년 은행법 제정 이후, 잉글랜드 은행은 자신의 이익을 수호하고 시장에 영향력을 관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충분히 확보하게 되었다.

 

현재 잉글랜드 은행은 1,4553,000파운드의 자본금을 기반으로, 300만 파운드의 잉여금 (미배당 이윤)’과 조세 등으로 징수되어 지출 전까지 예치되는 정부 자금을 전방위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여기에 평상시 약 3,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기타 예금액과 금 준비 없이 발행되는 은행권 규모까지 합산한다면, 뉴마치가 제시한 평가치 (은행법 위원회 증언록, 1857, 1889)는 실제 영향력에 비해 상당히 과소평가되었다.

 

런던 화폐 시장에 상시 투하되어 있는 자금 총액을 약 12,000만 파운드로 추산하며, 이 중 약 15%에서 20%에 달하는 상당한 비중을 잉글랜드 은행이 지배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1889).’

 

잉글랜드 은행이 금속 준비로 보증되지 않는 은행권을 발행하는 한, 이는 단순한 가치 표상의 창출을 상회한다. 이는 해당 은행권이 단순한 유통 수단에 머물지 않고 명목 가치만큼 추가 자본을 은행에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비록 가공적인 성격일지라도 은행에 실질적인 추가 이윤을 창출하는 원천이 된다. 은행법 위원회 증언록, 1857에서 윌슨과 뉴마치 사이의 문답은 이러한 기제를 명확히 규명하고 있다.

 

윌슨의 질문: 은행이 발행하여 인민이 평균적으로 보유하는 은행권 유통액은 해당 은행의 유효 자본에 대한 추가분인가.

 

뉴마치의 답변: 그렇다 (1563).’

 

윌슨의 질문: 그렇다면 은행이 그 유통액을 매개로 획득하는 이윤은 전적으로 신용에 기반한 것이며, 은행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자본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가.

 

뉴마치의 답변: 전적으로 그러하다 (1564).’

 

이러한 논리는 은행권을 발행하는 사립 은행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뉴마치는 사립 은행이 은행권 발행액의 1/3만을 금속 준비로 보유하고 나머지 2/3는 금속 화폐를 절약하면서 그만큼의 자본 창출을 이룬다고 분석한다 (1866-1868). 은행업자의 개별 이윤율이 타 자본가에 비해 반드시 높지 않더라도, 그들이 금속 화폐의 사회적 절약을 매개로 사적 이윤을 취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사회적 절약이 사적 이윤으로 전환되는 현상은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에게 결코 경이로운 일이 아니다. 이윤의 본질 자체가 이미 인민 노동의 사적 점유에 있기 때문이다. 그 극단적인 사례로 1797년에서 1817년 사이의 잉글랜드 은행을 들 수 있다. 당시 국가의 공신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잉글랜드 은행은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권한, 곧 은행권이라는 종이 조각을 화폐로 전환하여 이를 다시 국가에 국채 형태로 대부하는 권한에 대해 국가로부터 국채 이자라는 명목으로 보상을 받았다. 이보다 더 기만적이고 기괴한 금융적 전도는 상정하기 어렵다.

 

은행은 은행권 발행 외에도 자본을 창출하는 여타 수단을 운용한다. 뉴마치에 따르면 지방 은행들은 잉글랜드 은행권과 같은 과잉 자금을 런던의 어음 중개업자들에게 송금하는 대신, 그들로부터 이미 할인된 어음을 취득한다. 지방 은행들은 이렇게 확보한 할인 어음을 자사 고객들에게 제공하면서 신용 중개를 수행한다.

 

지방 고객들의 세부적인 사업 활동이 해당 지역 사회에 누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방 은행들은 고객으로부터 직접 수취한 어음을 다시 시장에 내놓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대신 런던으로부터 인수한 어음을 런던 내 결제가 필요한 고객에게 발행하거나, 지방 은행의 이서를 거쳐 신용을 보증하면서 지역 내 지불 결제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방식은 매우 경제적이어서, 랭커셔 지역의 경우 이들 어음이 지방 은행권 전체와 잉글랜드 은행권 대부분을 유통 시장에서 축출하는 결과를 낳았다. (은행법, 1857, 1568-1574).

 

결과적으로 은행이 신용과 자본을 창출하는 구체적인 경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자기 자신의 은행권을 발행하여 직접적인 통화 공급력을 확보한다.

 

둘째, 현금을 수취하는 대가로 21일 만기 런던 앞 어음을 발행하여 단기 유동성을 창출한다.

 

셋째, 이미 할인된 어음에 자사의 이서를 부기하여 재사용하면서 해당 지방의 신용을 바탕으로 한 유통 수단을 제공한다.

 

잉글랜드 은행의 위력은 시장 이자율을 규제하는 권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경제 활동이 안정적인 궤도에 있는 시기에는 잉글랜드 은행이 할인율을 인상하더라도 금속 준비의 완만한 금 유출을 완전히 저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지불 수단에 대한 수요가 지난 30년간 막강한 자본력을 축적한 사립 주식 은행과 어음 중개업자들을 매개로 상당 부분 충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면에서 잉글랜드 은행은 이자율 운용 외의 다른 보조적 수단을 강구해야만 한다. 그러나 시장이 공황 국면에 진입하게 되면 상황은 급변한다. 글린, 밀즈, 커리 상사의 은행업자 글린이 상업 불황, 1848-1857에서 증언한 바와 같이, 위기 시에는 잉글랜드 은행의 절대적인 지배력이 다시금 관철된다.

 

국내 금융 시장의 핍박이 극심한 상황에서는 잉글랜드 은행이 이자율을 완전히 장악한다 (1709).’

 

격심한 위기로 인해 사립 은행이나 어음 중개업자의 할인 업무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시기에는, 모든 할인 수요가 잉글랜드 은행으로 집중된다. 따라서 잉글랜드 은행은 시장 이자율을 결정할 수 있는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다 (1710).’

 

다만 잉글랜드 은행은 정부의 보호와 특권을 부여받은 공공 기관으로, 이러한 지배력을 사기업처럼 무분별하게 휘두르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은행법, 1857에서 허바드의 증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질문자: 할인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잉글랜드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반대로 할인율이 최저일 때는 어음 중개업자를 찾는 것이 이득이지 않은가.

 

허바드의 답변: 항상 그러하다. 잉글랜드 은행은 시장 경쟁자들만큼 파격적으로 이자율을 낮추지 않으며, 동시에 이자율이 정점에 달했을 때도 그들만큼 극단적으로 인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2844).’

 

그러나 잉글랜드 은행이 시장 핍박기에 이른바 나사못 죄기를 단행하여 이미 고점인 이자율을 추가로 인상하기 시작하면, 산업 부문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잉글랜드 은행의 긴축이 시작되는 즉시 해외 수출을 위한 구매 활동은 전면 중단된다. 수출업자들은 상품 가격이 저점에 도달할 때까지 관망세를 유지하며, 실제 구매는 가격이 최저점에 이른 후에야 재개된다. 하지만 이 시점은 이미 금 유출이 멈추고 환율이 반전된 이후이기에 실익이 적다. 상품 수출에 따른 상품 매입이 해외로 유출된 금의 일부를 회수할 수는 있으나, 금의 유출 자체를 방지하기에는 그 시기가 너무 늦기 때문이다.’ (길바트, 1840: 35).

 

결국 환율 변동에 따른 유통 수단의 규제는 핍박기에 이자율을 폭등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길바트, 1840: 40).

 

환율 수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비용은 고스란히 국내 생산 부문이 부담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잉글랜드 은행은 더 적은 귀금속 준비금만으로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어 오히려 이윤이 증대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길바트, 1840: 52).

 

한편, 사뮤엘 거니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이자율의 격심한 변동이 은행업자와 화폐 거래업자에게 최적의 이익 기회를 제공한다. 시장의 모든 변동성은 시장 동향에 능통한 내부자들에게는 수익 창출의 비옥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거니를 필두로 한 투기 세력이 상업 공황의 전개 과정에서 막대한 이권을 독점할 때, 잉글랜드 은행 또한 비록 공적 제약 아래 있을지라도 거대한 이윤을 축적한다. 전반적인 사업 상황을 장악할 수 있는 중역들의 개인적 수탈을 제외하더라도, 1817년 상원 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잉글랜드 은행은 1797년부터 1817년까지 이어진 태환 정지라는 비상시적인 국면을 이용해, 기초 자본금 1,1642,400파운드 대비 2,928만 파운드라는 막대한 총이윤을 축적했다 (하드카슬, 1843: 120). 이러한 이윤 창출의 구조는 1797년에 역시 태환을 정지한 아일랜드 은행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그 구체적인 수치는 다음과 같다.

 

잉글랜드 은행 및 아일랜드 은행 이윤 현황 (1797-1817)

 

구분

잉글랜드 은행 (단위: 파운드)

아일랜드 은행 (단위: 파운드)

배당 및 상여금

7,451,136

5,991,085

신주 분배 및 자산 증가

7,276,500

1,214,800

자본 가치 증가

14,553,000

4,185,000

이윤 합계

29,280,636

11,360,885

기초 자본금

11,642,400

3,000,000

 

 

해당 수치는 기초 자본금 300만 파운드에 대해 발생한 이윤을 산출한 것이다. (하드카슬, 1843: 363-364).

 

집중에 대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러한 지표는 이른바 국립 은행과 그 주위를 둘러싼 대규모 화폐 대부업자 및 고리 대금업자들이 형성한 신용 제도의 가공할 만한 집중력을 보여준다. 이 불로 소득 계급 (기생 계급 )은 생산 현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산업 자본가들을 주기적으로 파멸시키고 실물 생산 과정에 가장 위험천만하게 간섭할 수 있는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1844년과 1845년의 은행 법령들은 금융업자와 주식 투기꾼을 포함한 이들 약탈적 세력의 권력이 제도적으로 공고화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물적 증거다.

 

이른바 존경받는 이 도둑들이 국내외의 생산 현장을 수탈하는 행위가 오직 생산자와 피착취자들의 공익 증진을 위한 것이라는 감언이설에 조금이라도 의심을 품는다면, 은행 자본가 집단이 스스로 설파하는 고도의 도덕적 궤변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은행은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신념을 구현하는 기관이다. 젊은 상인들이 소란스럽고 방탕한 무리들과 어울리는 것을 포기하는 이유는 대개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업자의 매서운 질책과 눈초리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은행으로부터 우호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시도한다. 이때 은행업자의 냉담한 표정은 동료들의 어떠한 야유나 만류보다 강력한 구속력을 발휘한다. 자금 융통이 제한되거나 중단되는 파국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아주 사소한 기만이나 실수조차 범하지 않으려 전전긍긍한다. 결과적으로 상인들에게 은행업자의 충고는 성직자의 조언보다 훨씬 절실하고 가치 있는 지침이 된다.’ (, 스코틀랜드의 은행 이사, 1840: 46,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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