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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많은 인디언의 영토를 미국인들이 모두 빼앗았음에도 지금 그 어느 누구도 미국인들이 침략자라고, 부당하다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 인디언들의 권리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쫓겨난 것도 모자라 미국인들이 정해놓은 지정된 작은 땅덩어리 [인디언 보호구역] 안에서 살아가던가,,세상속으로 나와 미국인들 틈에 끼어 미국인으로 살아가던가 해야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우리가 일제점령기에 당했던 수모와 아픔과 억울함은, 비록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뼈속까지 사무침이 남아있다. 하물며 인디언들의 돌이킬수 없는 억울함을 어디에 비할수 있겠는가.. 부당한 처우에 항거조차 하지 못하며 , 조용히 하나, 둘 사라지는 그들의 세상을....
잊혀져 가는 기억을.. 작가는 추억하고 있다.
미국 영웅들의 얼굴이 조각된 Rushmore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성난 말(Crazy Horse) 이라는 인디언 추장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으며, 그 얼굴은 미국을 향해 있다고 한다. 성난 말은 미국인들에 대항에 끝까지 싸웠지만, 싸움이 아닌 식량고로 거대 미국앞에서 죽어간 인디언부족의 추장이었다. 그의 위대함을 기리고자 인디언들은 조각가에게 "우리에게도 영웅이 있다..그를 기억하게 해달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다른 기억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다.
이 책은 작가가 어릴적 조부모와 함께했던 시절을 덤덤하게 써내려간 이야기다.
그 어린 시절 기억속에 가려졌던 인디언생활의 아픔과 부당함을 함께 들추어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인디언으로 그들의 손자가 세상가운데서 살아가더라도 그들의 피가 있는 한 느끼고 받아야할 세상의 험난함을 알고 있었으리라. 그런 손자를 강하게 키우고 싶었겠고. 할 수만 있다면 언제까지고 지켜주고 싶었을것이다. 많은것을 가르치고 싶었을 것이며, 좀 더 많이 남겨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결코 큰소리로 강권하지 않으며, 단지 아이의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다. 그들의 걸음으로 걷지않고, 천천히....아이의 느린 걸음에 기다려 주었다. 사랑한다고, 모든것을 말로 설명해주고 하나에서 열까지 꼼꼼하게 일러주고.....넘어지면 일으켜주고, 눈물 흘릴때 닦아주고...이런것들이 다는 아니라고 이 책은 들려준다. 내 아이가 추워 꽁꽁 얼어있다고 불을 쥐어줄수는 없다. 불 옆에서 기다리게 해 주어야한다. 진정 사랑한다면...
그렇게 천천히.. 내가 아이에게 더이상 다 해주려고하지말고, 기다리라고 말한다.
책을 덮을즈음엔 나의 영혼도 누군가의 위로를 받은듯, 아주 많이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