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 2단계 ㅣ 문지아이들 8
수지 모건스턴 지음, 김예령 옮김, 미레유 달랑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9월
평점 :
68페이지분량밖에 안되는 얇고 간결한 동화.
그러나 많은 것을 남긴 동화예요.
주름투성이에다 목소리마저 상냥하지 않은 노엘 선생님을 아이들이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을까?
노엘 선생님만의 창의롭고 자유로운 교육방법을 찾아냈기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신선한 아이디어와 수업 방식, 질문들을 고안해서, 학생들이 살아 오면서 늘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대답하게끔 유도하지요.
"선물을 준다"라고 선생님은 표현합니다. 이름하여...조커
(노엘이란 이름은 프랑스어로 크리스마스를 뜻하기도 한답니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숙제한 것을 잃어버릴 때 쓰는 조커
떠들고 싶을 때 쓰는 조커
바보 짓을 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제기랄" 이라고 말하고 싶을 때 쓰는 조커
이런 조커들을 나누어 주고 한 장씩 필요할 때 한 번의 조커를 쓰게 합니다.
수업시간에 떠들기..조커를 다 함께 사용한 아이들의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죠. 물론 노엘 선생님은 이 일로
교장선생님에게 불려가 굴욕을 당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께 뽀뽀해주기 조커를 단체로 써서
선생님을 위로합니다. 이 장면을 상상하노라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잔잔한 감동이 일어나요.
어느 날,
아이들은 알게됩니다. 조커를 다 함께 쓰는일이 더 재미있다는것을.그래서 그들은 아무도 학교에 등교하지 않죠.
모든 조커를 척척 다 써버린 샤를르만 학교에 나왔을 때,(반 아이들 모두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를 써서)
노엘 선생님은 샤를르에게 장기나 두자고 제안하죠
"저는 장기 둘 줄 모르는데요. 선생님"
"그러니까 네가 학교를 오는 거다. 내가 가르쳐 주마"
그러면서 노엘 선생님과 샤를르는 장기도 두고, 색다른 조커도 만들며
둘만의 거리를 좁히는 사랑스런 수업을 합니다.
그래요..정말 그래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건데..
우리나라 교육현실 때문에 갑자기 답답해졌습니다.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 모는, 교육정책과 갈대처럼 흔들리는 우리 엄마들...이 더 각성해야겠죠.
그렇다고해도.
선생님들께 서운한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조금은 더 노엘 선생님같은 마음을 품어 주실수는 없나요?
이 구절이 많이 씁쓸했습니다. 먼 남의 나라 얘기같아서 말이죠.
우리에게도 그런날이 올까요.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원한다면 우리가 해 낼수 있을거라는 생각이듭니다.
그러나 교장 선생님은 이런 노엘 선생님이 부러우면서도 얄미웠지요.
그래서 잘라버립니다.. 나쁜 교장 아줌마 같으니라구...
은퇴하는 수밖에 없는 노엘 선생님에게 샤를르는 멋진 조커를 선물합니다.
행복하고 영예로운 은퇴 생활을 위한 조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