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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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인가 어딘가에서 합의 국제 조약에...일본군은 그것을 위반하고 마음대로 포로를 학대하고 고문하고 죽인다고 현옥은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현옥은 정작 자신의 눈앞에 얼마나 애처롭고 불쌍한 포로가 붙잡혀 있는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깊은 한숨에 학대 받고
짧은 미소에 고문당하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향한 뜨거운 눈빛에 살해되었다.-218쪽

"평양 기생 열 번을 얻어도 정은 다 든다고 했어. 사랑이, 인생이 끝나지 않을 거라고 믿는 작자들은 아무런 교훈도 남기지 못하고 죽게 되어 있어."

그럼에도 나는 멈출수가 없었다. 속도를 조절해 늦출 수도 없었다. 다만 그 어느 설득과 으름장보다 두려웠던 말은 실떡실떡 사랑이 영 사랑 되고 턱턱 사랑이 영 이별 된다는 속담뿐이었다. 천천히 가지 못하고 너무 빨리 가서 그녀를 잃게 될까 봐, 그 생각만으로 가슴이 빠개지듯 아팠다.-153쪽

나는 최선을 다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경박하고 밥맛없고 덜떨어지게 굴었다.
현옥은 기가 막힌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내 어릿광대짓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나는 소리 죽여 한숨을 삼켰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271쪽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 지극한 고통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밖에 다른 고통의 이유가 또 있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 그런데 더더욱 큰 문제는 사랑의 적수가 너무 막강하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그 사람은. 바로 형이었다. -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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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6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임종기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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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런 의구심도 없이 투명성이 한 인간에게 미칠 엄청난 비전, 그 미스터리, 권력, 그리고 자유를 예견해보았어. 
허점이라곤 보이지 않았어." p.146



투명인간이 한 번쯤 돼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가져봤다. 타임머신만큼이나 멋진 유혹이다. 아주 어릴 적에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나를 꼬드겼던 끔직한 박하사탕 때문이었고, 조금 더 커서는 누군가를 골탕 먹이고 싶은 때 그랬고, 어른이 되어서는 어느 누구의 간섭도 없이 혼자만의 자유를 즐기고 싶을 때문이다. 꿈 꾸는 그것에, 두려워해야 할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이 작품은, 우리가 상상하는 단순한 자유와 이상에 대한 무지한 동경을 깨뜨리며 예기치 못한 진실을 얘기한다. 다름에서 오는 무한한 공포, 두려움의 실체를 소름끼치도록 사실화했다. 보이지 않던, 내재된 공포가 투명인간을 통해 비로소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리핀도, 우리가 상상하던 자유를 꿈 꾸며 실험에는 성공했지만 그 댓가는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에 등장하는 그루누이의 고통을 동반한다. 그리핀의 형체나 그르누이의 냄새는 결국 인간 존재 가치를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투명인간이 되었어. 하지만 나는 보통 인간과 다름없어. 그저 네가 알던 한 인간이 보이지 않게 된 거라고."p.126

그리핀은 켐프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리핀이 포악한 공포정치를 운운하며 히스테리컬한 행동은, 그가 말하는 진실을 왜곡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켐프는 그리핀을 좀 더 이해해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세상에 홀로 버려진 듯한 지독한 외로움, 낯선 세계로 들어선 혼돈의 공포로부터 그리핀을 보듬었으면 좋았을텐데...그가 그리핀의 방황중에 우연히라도 끼어들게 되었을 때 작가의 의도를 선의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작가는 켐프를 통해, 투명인간을 벼랑으로 몰아 넣는다. 내게 적지않은 가르침을 주는 우리집 강아지 얘기를 하자면, 이 녀석은 평소에 양 같은 외모만큼이나 순하디 순하다. 그런데 복도를 지나는 낯선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 사정없이 짖어댄다. 짖지말라고 엉덩이라도 철썩거리면 더욱 흥분한다. 그런데 품에 보둠어 "괜찮아..괜찮단다. " 면서 어루만지면 금방 짖기를 멈춘다. 녀석은 두렵고 무서워 짖어대는 것이다. 품에 안겨 안전을 확인받고 싶어한다. 그리핀도 켐프의 다독임이 필요했다고 보여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실질적 공감의 유대는 켐프에게 느낀다. 내 옆에 투명인간이 버젓이 버티고 있다면 나는 그보다 더한 본능적 이기심을 발휘했을테니까. 이기심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절실한 보호본능.  


"켐프, 나는 생각하면 할수록 투명인간이 얼마나 무력하고도 바보같은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더군." p.194

도깨비 감투를 쓰면 사라지곤 하던 우리나라 토종 투명인간의 애기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작가의 의도된 플롯은 제쳐두고라도 도깨비감투의 그는, 감투를 벗으면 언제든 본래의 모습을 찾았다는 것에도 안도의 흥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핀은 다시 자신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궁극적 절망을 안고 있다. 이해받지 못한,  단지 보이지 않을 뿐이라던 그리핀이 차가운 주검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서야 "그의 표정에 깃든 분노와 절망"을 본다. 그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더이상 가진 게 없는 나약한 인간이었을 뿐이었다. 인간이 어쩔 수 없이 저지르게 되는 배타적 이기심을 질타하며, 수없이 반복되어질 ’투명인간’의 죽음을 경고하는 이 작품은 단순히 흥미로움을 자극하는 과학소설 범주를 넘어선다. 애들이나 읽는 책이라고 생각했던,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순간적 오판과 내가 가진 이율배반적이며 이타적인 갈등앞에 자숙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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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19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 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데뷔 초기 사회 변화와 함께 불어닥친 혼란을 개인적 감성으로 써내려간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개인적 체험]을 발표해 젊은 작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후 소재의 다각화에 몰두한 [축구전쟁]으로 호평을 받았다. 30대에 접어들어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영영이별] [논개][백범][열애]등을 펴냄으로써 실존인물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작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소설집 [꿈의 부족]을 펴냈다. 

 

익히 [미실]로 대변되는 그녀를, 나는 [가미가제 독고다이]로 만났다. 드라마로 이미 볼짱을 다 본 [미실]에 대한 미련까지 다시 부추키는 [가미가제 독고다이]는,  "대부분의 작가나 화가는 정상에서 멈춰버린다. 그 다음은 성공작에 대한 자기 모방이 시작된다. 요컨대 우려먹기다. 창조가 아니라 자기증식이다."라며 자기복제를 경고하는 훗타 요시에의 말을 인용하는 그녀의 용기와 다짐이 필연처럼 녹아있는 소설이다. 기성세대의 시대 이질적인 언어와 젊은 패기로만 똘똘 다져진 신세대 작가들의 무모하리만큼 실험정신에 바탕한 작품들 사이에서 그녀의 작품이 빛을 발하는 건, 시대의 아픔을 표현함에 있어서 한치의 움츠림도 없이  발찍하게 곁들어진 언어의 배합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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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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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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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판타지
김별아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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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
김별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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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 정호승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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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막한 광야를 한 마리 벌레처럼 헤매는 듯할때, 우리는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합니다 . 
추운 겨울 저녁에 먹는 뜨끈한 국밥 같은 위안과 격려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이 책에 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바로 그러한 것들입니다.", 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 중에서도 강렬한 한 마디..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이 말은 시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정말 사랑하다가 죽으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죽음에 이르도록 진정 사랑하라는 말이다. 뜨뜨미지근한 사랑만이 
감동적이고 죽을만큼 하는 사랑은 격정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내 안에 있었다. 
언제나 사랑 앞에서는 한 발 물러서서 가슴보다 먼저 머리로 받아들이려고 했다. 나는,
그런 나를 옹호하기 위해 언제나 사랑이란 단어보다 ’애정’이란 말로 둘러댔다. 
나의 사랑에게..미안하다.
언젠가 사랑이 내게 오면, 그것이 사람이든, 책이든, 여행이든 죽을만큼 최선을 다해 사랑하리라. 
신앙의 끝자락일지라도...


<그에게 힘이 되어 준 67마디 말 중에서 나에게 다가온 말들> 

신은 우리가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고통만 허락하신다
과거는 현재를 가두는 감옥이 아니다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됩니다
절망이라는 죄는 신이 용서하지 않는다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친구는 한 사람이면 족하고, 두 사람이면 많고, 세 사람이면 불가능하다
어머니의 웃음 속에는 신비가 있습니다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 꿈을 꾸어라
너무 빨리 떠나지 말라, 하지만 너무 늦도록 매달려 있지도 말라.
 



누구에게나 힘들고 어려울때가 있다. 혼자라고 느낄때가 있다. 이게 끝이라고 느낄때도...
그럴때마다 위로가 되어줄 한마디가 여기 있다. 
그 한마디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 이 책의 표지에 피어난 꽃처럼  환하게 웃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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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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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구른다면, 그 계단이 두어개 남짓해도 아프다. 피라도 맺혔으면 더 아프다. 주위에 사람들 시선이 느껴지면 아무렇지도 않은듯 털고 일어나 가던 길 가야할 때, 날밤을 새워 기획안을 올렸음에도 "당신, 이 정도 밖에 못해?", 라는 상사의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힐 때도... 울기엔 좀 애매한 경우들이다. 그냥 확 울어버려야 할 상황을 빗대 끼워 울어야 한다. 비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거나 엄청 슬픈 드라마에 기댈수 밖에...

마냥 깔깔거리며 연신 휴대폰 문자를 날리는가 하면, 늘상 귀에 음악을 꽂고 다니고 꼭 두 서너명씩 셋트로 다녀야 할 것같은 청소년들, 그들은 지금 무엇에 고민하는가. 그들 중 하나의 고민을 최규석이 들려준다. 원빈, 그림에 미쳐보고 싶은 아이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무슨 그림이야?", 라고 말씀하시는 일반적 부모님에 대한 반항적 고민이 아닌, 부모의 가난을 껴안은 고민중이다. 사교육, 아니 고상한 단어로 겨우 품위 유지하시는 학원비 때문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어렵사리 학원비를 충당하지만,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하늘도 시큰둥하고, 행운의 여신은 다른 일로 바쁘시다. 여기에 기성세대의 파렴치한 술수까지 더해지는 것에, 좌절된 꿈에 대한 미련 때문에, 그를 바라보는 태섭쌤의 시선 때문에 원빈은 울고싶다. 그도 나처럼 비 올날만 기다려야겠지.

"용이 날래도 개천이나마 있어야지, 맨땅에서 용 나겠어?"

날로 버거워지는 학원비앞에서도, 아이의 이런 투정에도 속수무책인 이 시대 부모들의 고민도 숨어있다. 우리 자랄 때는...이미 호랑이 담배를 배우기도 전의 이야기가 되버렸다. 미래는 아이들에게 있다, 고 하는데 있기만 하지 밝을 줄을 모른다. 학원비가 넉넉하다고 고민이 덜하고, 미래가 눈부실거라 믿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들은 그들대로 버거운 공부를 쫓아가느라 꿈은 잠을 잘 때만 꾼다. 물론 세상 천지에 지문 같은 사람 없듯, 와중에도 꿈에 희망을 얹어 키우며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성공담에서 ’우와~’하고 바라볼 뿐 우리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슬로우 새드 무비다. 

"그래 어차피 안 되는거 뭘 어쩌겠어" 
라는 마음을 먹으라고 최규석 작가가 붓을 든게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대해야 한다. 우리가, 부모님과 세상에 얻어 터져가며 이만큼이라도 이룩했던 것처럼 우리의 아이들은 더 크게 성장하리란 것에 동의한다. 언제 끝날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니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해도 우리는 계속해야 한다. 학원비 부어가며  애들 닥달하는 일만 계속하지 말고, 다른 거.
"원빈, 애매할 거 없어. 울어. 펑펑 울어보는 거야. 그러면서 강해져야 해.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는 현실이 아프고 답답하다. 내가 하고싶었던 일이 뭘까? 무얼 할 때 마음껏 행복했지?...라는 생각을 자주 떠올려보면 우리 아이들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도, 덜 수도 있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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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1-20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회 리뷰대회 당선작이군요~ 축하합니다!
님에게 최규석 책을 안겨준 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느껴요~ 요거 때문에 누군지 알게 됐어요.
파랑새도 잘 있겠죠? 까꿍~ ㅋㅋ

모름지기 2011-01-21 00:12   좋아요 0 | URL
리뷰대회가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당선이라니..오기님이 맹글어주신 상은 아니겠죠?^^
책도 안겨주시고 당선소식까지 날라다주시고, 다...덕분이옵니다.
아마..잘 있을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