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인가 어딘가에서 합의 국제 조약에...일본군은 그것을 위반하고 마음대로 포로를 학대하고 고문하고 죽인다고 현옥은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현옥은 정작 자신의 눈앞에 얼마나 애처롭고 불쌍한 포로가 붙잡혀 있는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깊은 한숨에 학대 받고 짧은 미소에 고문당하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향한 뜨거운 눈빛에 살해되었다.-218쪽
"평양 기생 열 번을 얻어도 정은 다 든다고 했어. 사랑이, 인생이 끝나지 않을 거라고 믿는 작자들은 아무런 교훈도 남기지 못하고 죽게 되어 있어."
그럼에도 나는 멈출수가 없었다. 속도를 조절해 늦출 수도 없었다. 다만 그 어느 설득과 으름장보다 두려웠던 말은 실떡실떡 사랑이 영 사랑 되고 턱턱 사랑이 영 이별 된다는 속담뿐이었다. 천천히 가지 못하고 너무 빨리 가서 그녀를 잃게 될까 봐, 그 생각만으로 가슴이 빠개지듯 아팠다.-153쪽
나는 최선을 다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경박하고 밥맛없고 덜떨어지게 굴었다. 현옥은 기가 막힌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내 어릿광대짓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나는 소리 죽여 한숨을 삼켰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271쪽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 지극한 고통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밖에 다른 고통의 이유가 또 있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 그런데 더더욱 큰 문제는 사랑의 적수가 너무 막강하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그 사람은. 바로 형이었다. -15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