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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카프카의 고백 - KAFKA's Dialogue
카프카 글, 이우일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이런 맹랑한 고양이를 봤나.
이 책의 저자가 카프카와 이우일 공동작이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나는 강아지를 키운다. 가끔 멀뚱히 앉아 창밖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는 녀석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진다. 정말 사람만 생각을 하는 걸까? 뭐 그런. 그러면서 또 가끔 녀석의 입장에서 나를 돌아보곤 한다. 이 년여의 시간동안 함께하면서 녀석은 이제 정말 가족처럼 느껴진다. 비록 한 솥밥을 먹지는 않아도 반려동물, 그 이상의 의미로 생활한다.
카프카가 딱 그렇다. 이씨네 일가를 마치 자기가 돌보는 반려가족인양 푸념하고 챙기고, 나름대로 잔소리를 한다. 생긴건 귀족적인데 하는 짓은 앙큼하고 귀엽기 짝이 없는 생활력 강한 고양이, 그 자체다. 내가 궁금해하던 강아지의 생각을 카프카가 죄다 털어놓는다. 순간순간 엉뚱한 생각이 든다. 밤이면 몰래 이우일 저자에게 귓속말로 원고를 불러주지는 않았을까, 하는 우스운 생각. 그렇지 않고서야 어쩜 이렇게 고양이다운 생각을 앙칼지게 털어 놓을 수 있느냔 말이지. 아마도 이씨 가족과 카프카는 쥔님과 반려동물 이상의 유대로 묶여 있는 듯하다.
지금 같아서는 당장 고양이 한 마리 데려와야 할 것 같다.
어디 고양이 없는 사람 서러워 살겠나.
리뷰를 쓰고 있는 내 무릎에 앉아 조용히 올려다 보는 강아지.
’그럼 못 써요!’ 라고 말 하는 듯. ^^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소중하고 행복한 느낌일 것이다. 애정을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이야 우리 집 강아지만 할까. 나이 어린 조카가 와서 이쁘다고 안아주면 시큰둥해진 강아지는 슬그머니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다가 내가 딴 일을 하는 사이 조카의 바지 가랑이를 물고 늘어진다. 샘이 많다. 고양이는 좀 다른 줄 알았다. 왜냐면 그앤 시크한, 차가운 도시 고양이니까. 한데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의 영역에서 밥 먹고, 용변 보고, 장난감 가지고 노는 꼴(?)을 못 보는 걸 보니 말이다.
카프카, 네가 고백을 하니 나도 한 말씀.
"너의 반려가족이 너를 힘들게 할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 반려가족 돌보는 일이 그리 쉽겠어?"
싸우기도 하고 서로 안아주기도 하고, 웃기도 울기도 하면서 사는 게 가족이라면, 카프카는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