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송필환 옮김 / 해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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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소심하고 수동적인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중앙등기호적보관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주제씨. 그가 바로 이야기의 주인공인 소심하고 수동적인 남자다.
그는 그토록이나 오래 등기소에서 근무했지만 아직 정식직원이 되지 못한 사무보조원일뿐이고, 50이 넘었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못 해 등기소에 딸린 관사에서 처량맞게 혼자살고 있다.
그렇게 지지리궁상처럼 보이는 그도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유명인사들에 관한 자료수집.
등기소 직원이라는 자신의 직업을 십분 발휘하여 남들보다 많은 자료를 은밀하게 수집할 수 있는 주제씨는 이 취미에도 자신만의 룰을 정해놓고 있다.
유명인사 100명의 리스트. 주제씨에게 있어 이 일은 그 무엇보다도 그의 열정을 필요로하는 일이다. 유행의 흐름이 있듯 금세 나타났다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유명인사 100인의 리스트를 항상 손을 봐줘야 하는것이 귀찮기는 해도,
이 자료수집은 주제씨에게 있어 그저그런 삶 속의 하나의 활력소가 아니었을까?


그런 주제씨에게 어느날 엉뚱한 여자의 기록부가 들어온다.

유명인사도 아니고, 주제씨가 찾아보려고 의도도 하지 않았던 그냥 그렇게 평범한 여자의 기록부.
그 기록부는 평온하다못해 지루한 주제씨의 삶을 온통 뒤흔들어버린다.
뭔가에 홀린 듯 기록부의 여자에게 주의를 빼앗긴 주제씨. 그는 그 여자를 뒤쫓기로 마음먹는다.
소심한 주제씨로서는 상상도 못했을 일들이 마구 벌어지고, 주제씨를 비롯한 등기소 직원들은 모두 그러한 주제씨의 변화에 어리둥절한다.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는 십여년 전 [모든 이름들]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출간되었던 적이 있다.
[모든 이름들]이라는 제목과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라는 제목, 그리고 그 두 이름을 가진 하나의 이야기.


이 이야기는 등기소라는 곳에서 근무하는 주제씨가 주인공이다.
주제씨가 근무하는 그 곳은 그가 살고있는 이름모를 도시의 모든 사람의 이름이 적혀진 서류가 보관되어있다. 지금 살고있는 사람과 죽어서 무덤에 묻힌사람들까지. 그야말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것이다. 탄생과 죽음을 알리는 서류들은 매일 쌓이고 쌓여서 천장까지 닿을듯 하다. 그리고 서류들이 번식을 하듯이 매일매일 그 서류들은 불어나기만 한다.  이런 모습은 여자의 흔적을 따라 주제씨가 찾은 중앙묘지도 마찬가지이다.


"산 자든 죽은 자든, 공동묘지의 경우엔, 종착지라는 그 본질적 의미로 언제나 사망자의 이름이 적혀있어야만 했다. 시간을 가지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이곳으로 오게 되어 있지라고 생각했던 묘지 관리인의 말대로라면, 중앙등기소는 이 중앙 공동묘지의 한 가지에 불과한 것이었다."


중앙묘지에 간 주제씨는 등기소의 산처럼 끝없이 쌓여있는 기록부같은 묘지들을 보게된다. 매일매일 죽어서 장사를 치루는 사람들의 행렬은 주말을 가리지 않았고, 중앙묘지는 끝없이 그 덩치를 키워나갔다. 중앙묘지의 담들이 사라진 것은 오래전이다. 그리고 그 중앙묘지에서 주제씨는 묘지의 번호표를 바꾸어 놓는 양치기를 만난다.

 

이름...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이름 혹은 명칭과 그 명칭을 가지는 본질. 이게 바로 사라마구가 이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주제 사라마구는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에서 자신과 이름이 같은 주제씨를 등장시킨다.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손에 들어온 기록부의 여자. 그 이름을 가지고 여자를 찾아선 주제씨. 그리고 묘비의 번호표를 바꾸어 그 묘비의 주인을 바꾸어 놓는 양치기. 마지막으로 기록부 위조에 동참하는 등기소장과 주제씨.
이름에 관한 집착과 이름의 뒤에 숨어있을 지도 모르는, 그리고 영영 찾기 힘들 진실들.

사라마구는 자신의 이름과 같은 인물을 이야기 안에 등장시켜 '이름'에 관한 고찰을 한다. 과연 이름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이름 ,그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이름 그것은 그 모든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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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발
크리스티 브라운 지음, 양영철 옮김 / 노마드북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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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어두운 화면, 온몸이 잔뜩 긴장해 힘이 들어가 바들바들 떨고있는 온전치 못한 남자.
내가 크리스티 브라운에 알게 된 것은 십 몇 년 전 tv를 통해서였다.
tv에서는 [나의 왼발]이라는 영화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 영화를 잠시 보다 채널을 돌리고 말았다.
말하는 것 조차 힘이 들어보이고, 똑바로 말을 하려고 할 수록 얼굴에는 더 심한 경련이 일었다.
그런 그 모습을 보는 것은, 보는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불편했다.
그리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나는 다시 크리스티 브라운을 만나고 말았다.


"...그러자 엄마는 당장 그 자리에서 모든 문제를 자기 자신이 떠 맡기로 결심했다. 난 엄마의 자식이었고 가족의 일부였다. 내가 아무리 바보같은 인간으로 자란다 하더라도 엄마는 손님들이 방문할 때마다 '바보'를 뒷방에 몰래 감춰두는 그런 괴상한 엄마'가 아니었다.나를 다른사람들과 똑같이 대해 주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엄청난 난산끝에 세상에 태어난 크리스티. 그는 생후 1년 만에 '가망 없는 선천성 뇌성마비 환자'라는 진단을 받는다.
의사들은 크리스티의 부모에게 크리스티가 치료가 불가능한 구제불능의 백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하였지만, 크리스티의 엄마는 그러기를 거부한다. 엄마는 위대하다, 크리스티의 엄마는 그 말을 몸소 실천한다.
크리스티 이후로도 16명의 자식을 더 낳고, 궁핍한 가정을 꾸려가면서도 그녀는 크리스티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크리스티의 곁에서 글을 읽어주고, 말을 건네고 끊임없이 크리스티를 자극한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의 노력은 빛을 발한다.
크리스티는 5살이 된 그 해 겨울, 모나 누나의 손에서 분필을 빼앗아 쥔다. 그의 왼발로... 그리고 힘겹게 알파벳 A를 따라써낸다. 몇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그려낸 삐뚤빼뚤한 알파벳 A. 그것은 단순한 알파벳 A 가 아니라 크리스티의 지능적 부분은 전혀 장애를 갖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린 신호탄이었다.
크리스티는 그 이후로 알파벳 A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워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누구의 글씨를 따라그린 것이 아닌 온전히 크리스티의 의지로 "MOTHER"라는 단어를 완성했을때, 크리스티의 엄마는 눈물을 흘리고 만다.

 

크리스티에게는 21명의 형제가 있었고 그 중 몇은 불운하게도 죽음을 맞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겐 살아남은 형제가 12명이나 되었고, 때문에 그렇게 심한 장애가 있었음에도 크리스티는 그로인한 소외감을 느끼지 못했다. 자동차 헨리가 부서져버리기 전까지는...
자동차 헨리는 크리스티에게 있어 이동수단 그 이상의 의미였다. 크리스티는 헨리를 타고 형들과 친구들과 어울렸으며 세상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헨리가 망가지고 나서, 크리스티는 자신이 형이나 친구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크리스티는 자신을 보는 타인의 시선을 피하게됐다. 그들의 시선은 크리스티를 아프게 만들었다. 그래서 크리스티는 점차 말 수가 적어지고 집안에 틀어박히게 되었다.
집 안에 츨어박힌  크리스티는 왼발을 이용해 글을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자신이 노력해 낸 재능으로 다시 세상에 나선다. 몸이 불편한 뇌성마비 환자가 왼발로 그린 그림은 금새 매스컴을 탔다. 하지만 이미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버린 크리스티에게 있어 그 것은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했다.


"무엇을 다른, 또 어디로 향하든 항상 쇠사슬에 묶여있는 느낌이었다. 내 정신이 성숙할수록 내 육신에 대한 절망감도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내 인생의 '새로운' 날은 더 이상 없었다. 하루하루가 아무런 변화없이 흘러갔다. 모든게 희망없이 단순히 반복될 뿐이었다. 허망하고 또 허망했다."

13명의 형제 중 몇몇의 형과 누나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크리스티는 자신이 가진 장애 때문에 한번도 이성에게 '애정'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 이후로 시간이 흐를수록 크리스티는 그 사실에 괴로워했다. 때문에 크리스티는 자신의 장애가 나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회가 찾아왔을때 용감히 뛰어들었다. 그동안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외발을 묶어두는 큰 대가를 걸어야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가진다는 것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슬프고 외로운 일인지. 크리스티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가졌던 그 간의 외로움과 소외감, 슬픔을 토로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에는 크리스티는 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들보다 분명 한가지는 더 행복했다. 바로 그의 어머니.크리스티는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이 글을 썼다.
그녀는 크리스티를 위해 건축의 '건'자도 모르면서 크리스티만의 집을 만들었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했다.
사실 크리스티가 세상에 태어났을때 부터 그를 포기하라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었음에도 자시이 가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자식이 가진 장애를 숨기고 수치스러워 하지 않았다. 그녀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크리스티를 위해 직접 글을 가르쳤고, 교회에 가지 못하는 크리스티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쳤다.


크리스티는 자신의 자서전 [나의 왼발]에서 어머니와 함께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크리스티는 어머니가 없는 자신의 삶은 아마도 상상할 수 없을것이다. 크리스티의 장애를 사람들이 수군거릴 때에도, 크리스티가 자신의 장애를 숨기지 않고 당당히 세상에 섰을때, 그리고 모두가 그의 '왼발'을 대단하고 아름답다고 칭할 때에도 그의 어머니는 언제나 그의 뒤에 서 있었다. 그토록이나 대단한 그의 왼발은 바로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 그리고 크리스티의 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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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시커 2 - 별을 쫓는 아이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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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곳에 있지 못하고, 어느 하나 누구도 자신을 이해해 주는 이 없는 루크.

루크는 엄마와 세상에 반항을 하며 스킨패거리와 어울려 스스로를 망가트려간다. 더이상 피아노 레슨도 받기 싫고, 학교도 빠지고, 술도 마시고 담배도 핀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루크는 스킨패거리와 같이 될 수 없다. 스킨 패거리들도 그걸 안다.

아무리 자기들과 같이 학교를 빼먹고, 온갖 나쁜짓을 하며 어울려도 스킨패거리와 루크는 같아질 수 없다. 이는 바로 루크의 재능 때문이다. 이 재능 때문에 루크는 '특별'하다.

그래서 일까? 스킨패거리, 특히 스키너의 루크에 대한 괴롭힘은 도를 넘어선다. 툭하면 루크의 (피아노를 치기에 완벽한) 손가락을 부러트리겠다고 을러댄다. 그리고 엄청난 린치를 가하며 도둑질을 시키기도한다.

소심한 소년 루크에게 스킨패거리의 괴롭힘은 엄마의 재혼과 함께 넘어야할 큰 문제거리 중 하나다.

 

도둑질을 하러 들어갔던 리틀부인의 저택에서 만난 눈먼 소녀 나탈리.

루크는 그 나탈리와의 만남으로 큰 깨달음을 얻는다. 바로 별!!

아빠가 헨델의 메시아를 들으면서 그린 오각형의 별은 나탈리가 먼지위에 그린 오각형과 일치하며, 이는 루크가 차이코프스키의 '달콤한 꿈'을 들으며 떠올린 오각형과 일치한다.

소리를 단순한 소리가 아닌 음과 색 그리고 모양으로까지 만들어낼 줄 아는 재능, 아빠와 나탈리, 그리고 루크는 많이 닮아 있었다.

 

"루크, 어쩌면 우린 모두 일종의 소리굽쇠일지도 몰라. 다만 어떤사람들은 다른사람들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게지. 너와 네 아빠처럼 민감한 사람들은 에테르를 통해 울리는, 다른사람들과 동물의 진동을 느끼는 건지도 몰라. 어쩌면 우주 전체의 진동을 느끼는 지도 모르고."

 

귀를 통해 들리는 소리들로 인해 루크가 많이 혼란스럽과 괴로웠듯이, 루크는 세상의 변화에서 오는 진동으로 인해 요동을 친다. 아주 민감한 심성을 가진 루크이기에 그는 아버지의 죽음과 엄마의 재혼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 그렇듯 요동을쳐 댄 것이다. 하지만 그토록이나 자신을 괴롭히던 소리의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루크는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와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미 2년전 자신의 곁을 떠나 이세상에 없는 아버지이지만, 루크는 가끔씩 그리고 간절히 아버지의 존재를 느낀다. 이제 세상에 혼자가 아니다. 때문에 루크는 혼자였으면 하지 못했을 일들을 한다. 눈 먼 소녀 나탈리, 아니 발리와 세상에 숨어 은둔하는 리틀부인. 루크는 이 복잡한 인연을 끊어낸다. 그리고 루크 자신또한 스킨패거리와의 악연을 끊을 수 있게된다. 비록.. 아버지와의 추억이 함께한 물푸레 나무가 다 타버리고, 자신이 죽을뻔하고, 길모어씨가 크게 다치지만...

 

"나무가 노래해, 다시 깨어나고 있어. 상처받았지만 치유될 거야."

 

팀 보울러가 [스타시커]를 통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 바는 루크의 이 말 한마디에 모두 축약되어있다. 기름이 끼얹어진채, 불에 타고 이제는 살아날 가망이 없을거란 선고를 받은 물푸레 나무에게서, 루크는 삶의 기운을 느낀다.

팀 보울러가 만들어낸 세상 속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이다. 눈마저 멀어 낯선 곳에서 살아가던 소녀 나탈리는 소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았고, 마침내는 그리웠던 부모님과 만나게 된다. 못생긴 얼굴을 숨기고 괴팍한 노인으로 혼자 늙어가던 리틀부인은 음악회에 찾아와 루크의 연주를 듣고, 세상사람들과 교류를 해간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피폐해졌던 루크또한 자신의 처지에서 스스로 벗어난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받지만 스스로 그 상처를 치유하며 자라난다. 나도 그리고 당신도.. '

팀 보울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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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시커 1 - 별을 쫓는 아이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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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보이]의 후속작, [스타시커]가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리버보이]작가의 작품답게 [스타시커]또한 성장소설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하다.

"나한테 일어나고 있는 일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래"

[스카시커]의 주인공, 루크. 그는 2년전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후 상실감으로 인해 빠르게 변해갔다. 피아노를 치며 행복했던 시절은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세상에서 사라졌다. 이 세상에서 루크가 의지할 곳이란 없다. 길모어씨와 미묘한 감정을 나누는 엄마, 루크의 변화에 빠르게 그를 떠나간 예전 친구들, 그리고 친하다기 보다는 루크를 그냥 괴롭히는 대상쯤으로 보는 스킨 패거리.

루크는 아버지의 죽음 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혼란스럽다. 어머니에게서 오는 배신감과 아버지의 빈자리에서 오는 허전함. 모든 것은 루크를 신경질적이고 거칠게만 만들뿐이다. 자신을 괴롭히긴 하지만 유일하게 어울릴 수 있는 스킨 패거리는 동네에서 지탄의 대상이고, 그로 인해 루크와 어머니의 관계는 점점 더 금이 간다. 루크는 이 엉망이 된 현실이 싫고 벗어나고 싶기만 하다.

"너의 세계는 항상 소리로 가득 차있어"

그런 루크에게 있어 한가지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소리다. 루크자신에게만 들리는 그 소리. 루크에 귀에는 세상의 모든 소리가 들린다.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그리고 그 모든 소리가 음으로 바뀌어 들린다. 그렇다. 루크는 절대음감을 가졌다.
뛰어난 음악가였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능. 루크는 뛰어난 음감과 피아노치기에 적당한 손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하지만 이 모두를 가졌어도, 이제 더이상 아버지가 없는 루크에게 있어 귀를 통해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들은 괴로움만 더해줄 뿐이다.

하딩선생님은 이런 루크에게 방향을 제시해주고 싶어한다. 루크를 독려해 그의 재능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어한다. 하지만 피아노를 치는 것은 더이상 루크의 자랑이 아니다. 스킨패밀리의 놀림거리일 뿐이다.

"네 재능은 다른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소속감을 잃고 방황하는 루크는 스킨패거리에게 등떠밀려서 리틀부인의 집에 침입한다. 2년전 마을에서 가장 큰 저택을 구입해 혼자 살고 있는 리틀부인. 너무나도 못생긴 그녀는 동네에서 외톨이이다. 그런 그녀의 집에 침입한 루크는 자신의 귀를 괴롭히던 소리의 주인공과 만나게 된다. 리틀부인의 눈 먼 소녀 나탈리. 10살인데도 불구하고 4살정도의 지능을 소유한 소녀이다.  루크는 떨리는 발걸음을 소녀에게 옮긴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얼마나 무섭고 외로울까?
루크는 소녀에게서 비슷한 동질감을 느낀것일까? 아니면 동정일까? 아무튼 미묘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자신만이 그 소녀를 도울수 있다는 말에 루크는 강요나 억지마음이 아닌 자연스러운 마음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게된다.

루크. 그는 아주 어린소년이다.

비록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고 한껏 치기어린 행동을 하며 엄마와 세상을 향해 반항을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사랑때문에 엄마를 미워하는 소년일 뿐이다.

그가 스킨패거리와 다른 이유는 바로 그가 가진 재능 '피아노실력과 절대음감'때문이다. 루크는 자신의 재능이 남을 도울수 있을거라는 하딩선생님의 말을 귀로 흘려들었지만, 그 기회는 예상보다 빨리 그를 찾아왔다. 눈이 보이지 않는 나탈리, 때문에 그녀의 청각은 보통사람보다 예민하다. 청각과 소리.. 루크와 나탈리는 세상에서 동떨어진 동류항이다.  물론 자의와 타의의 차이만이 있을뿐.
그리고 둘은 만나게 되었다. 루크의 재능이 루크자신과 나탈리 모두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2권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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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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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약간은 당황스럽고, 약간은 도발적 분위기를 폴폴 풍기는 제목의 책을 알게 된 것은 [파고]의 코엔형제들 덕분이다. 토미 리 존스가 출현하는, 세계영화제에서 다수의 수상을 한 동명의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개봉하기 전에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추격자와 도망자

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기본적으로 도망자와 추격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용접일을 주로 하는 모스는 어느 날 사막에서 무참히 총격당한 차량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갈증을 호소하며 죽어가는 남자 하나와 돈이 제법 든 가방을 찾아낸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 모스는 그 주인 잃은 돈 가방을 가지고 돌아온다. 한번 나쁘려면 끝까지 나빠야 하는 것을 모스는 갈증을 호소하던 남자를 위해 물을 가지고 현장으로 돌아가고. 악몽 같은 추격극은 시작된다.




돈과 마약을 잃은 사람에 의해 고용된 시거. 그는 보안관마저 죽인 그야말로 눈에 보이는 게 없는 악인이다. 동전던지기로 사람을 죽일지 말지를 결정하는 매우 독특한 삶의 방식을 가진 그는 돈을 가지고 사라진 모스를 뒤쫓으며 무참한 살인을 저지른다.




모스와 시거. 이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목숨을 건 절체절명의 추격극에 동참하게 된 또 한사람, 바로 보안관 벨이다. 벨은 오랜 생활의 직감으로 모스가 시거에게 잡히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때문에 벨은 사라진 모스를 시거보다 빨리 찾아내서 모스의 목숨만은 건지게 해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번번이 사건현장에서 벨을 맞이하는 것은 모스를 뒤쫓는 시거가 남겨놓은 참혹함 뿐이다.




과연, 노인은 누구인가

시선이 분산되고 내용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은, 그리고 읽기도 수월찮은 두께의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나서 생각을 해봤다. 과연 노인은 누구일까. 그건 바로 보안관 벨이었다.




모스도 시거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에 더할나위없이 알맞은 사람들이다. 어린아이들마저도 총을 들고 설치는 세상에서 모스도 시거도 삶의 방식으로 총과 피를 택했다. 이렇게 망가져가는 세계에서 예전을 추억하는 벨은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다. 그는 여전히 보안관마저도 총을 소지하지 않았던 예전을 그리워한다. 더 이상 이 세상에서는 보안관의 권위도 먹히지 않고, 또 인간의 생명도 한낱 버러지의 생명만큼만 소비되어진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제목만큼 모호한...

사막의 모래처럼 점성 없이 부서지는, 바람에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글을 읽기는 쉽지 않았다. 약간은 생뚱맞게도 보이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 이 책은 읽는 낸내 사람을 피곤하게 했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이루어지는 살인극을 보는 것으로도 피곤했지만, 내용자체가 그렇게 쉬운 이야기는 아닌 듯 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극찬을 하는, 아카데미상을 휩쓸어버린 영화의 원작이니만큼 나같은 범인은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는 걸작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뿌연 모래바람에 정체를 숨긴 선인장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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