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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송필환 옮김 / 해냄 / 2008년 2월
평점 :
이 이야기는 소심하고 수동적인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중앙등기호적보관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주제씨. 그가 바로 이야기의 주인공인 소심하고 수동적인 남자다.
그는 그토록이나 오래 등기소에서 근무했지만 아직 정식직원이 되지 못한 사무보조원일뿐이고, 50이 넘었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못 해 등기소에 딸린 관사에서 처량맞게 혼자살고 있다.
그렇게 지지리궁상처럼 보이는 그도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유명인사들에 관한 자료수집.
등기소 직원이라는 자신의 직업을 십분 발휘하여 남들보다 많은 자료를 은밀하게 수집할 수 있는 주제씨는 이 취미에도 자신만의 룰을 정해놓고 있다.
유명인사 100명의 리스트. 주제씨에게 있어 이 일은 그 무엇보다도 그의 열정을 필요로하는 일이다. 유행의 흐름이 있듯 금세 나타났다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유명인사 100인의 리스트를 항상 손을 봐줘야 하는것이 귀찮기는 해도,
이 자료수집은 주제씨에게 있어 그저그런 삶 속의 하나의 활력소가 아니었을까?
그런 주제씨에게 어느날 엉뚱한 여자의 기록부가 들어온다.
유명인사도 아니고, 주제씨가 찾아보려고 의도도 하지 않았던 그냥 그렇게 평범한 여자의 기록부.
그 기록부는 평온하다못해 지루한 주제씨의 삶을 온통 뒤흔들어버린다.
뭔가에 홀린 듯 기록부의 여자에게 주의를 빼앗긴 주제씨. 그는 그 여자를 뒤쫓기로 마음먹는다.
소심한 주제씨로서는 상상도 못했을 일들이 마구 벌어지고, 주제씨를 비롯한 등기소 직원들은 모두 그러한 주제씨의 변화에 어리둥절한다.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는 십여년 전 [모든 이름들]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출간되었던 적이 있다.
[모든 이름들]이라는 제목과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라는 제목, 그리고 그 두 이름을 가진 하나의 이야기.
이 이야기는 등기소라는 곳에서 근무하는 주제씨가 주인공이다.
주제씨가 근무하는 그 곳은 그가 살고있는 이름모를 도시의 모든 사람의 이름이 적혀진 서류가 보관되어있다. 지금 살고있는 사람과 죽어서 무덤에 묻힌사람들까지. 그야말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것이다. 탄생과 죽음을 알리는 서류들은 매일 쌓이고 쌓여서 천장까지 닿을듯 하다. 그리고 서류들이 번식을 하듯이 매일매일 그 서류들은 불어나기만 한다. 이런 모습은 여자의 흔적을 따라 주제씨가 찾은 중앙묘지도 마찬가지이다.
"산 자든 죽은 자든, 공동묘지의 경우엔, 종착지라는 그 본질적 의미로 언제나 사망자의 이름이 적혀있어야만 했다. 시간을 가지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이곳으로 오게 되어 있지라고 생각했던 묘지 관리인의 말대로라면, 중앙등기소는 이 중앙 공동묘지의 한 가지에 불과한 것이었다."
중앙묘지에 간 주제씨는 등기소의 산처럼 끝없이 쌓여있는 기록부같은 묘지들을 보게된다. 매일매일 죽어서 장사를 치루는 사람들의 행렬은 주말을 가리지 않았고, 중앙묘지는 끝없이 그 덩치를 키워나갔다. 중앙묘지의 담들이 사라진 것은 오래전이다. 그리고 그 중앙묘지에서 주제씨는 묘지의 번호표를 바꾸어 놓는 양치기를 만난다.
이름...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이름 혹은 명칭과 그 명칭을 가지는 본질. 이게 바로 사라마구가 이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주제 사라마구는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에서 자신과 이름이 같은 주제씨를 등장시킨다.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손에 들어온 기록부의 여자. 그 이름을 가지고 여자를 찾아선 주제씨. 그리고 묘비의 번호표를 바꾸어 그 묘비의 주인을 바꾸어 놓는 양치기. 마지막으로 기록부 위조에 동참하는 등기소장과 주제씨.
이름에 관한 집착과 이름의 뒤에 숨어있을 지도 모르는, 그리고 영영 찾기 힘들 진실들.
사라마구는 자신의 이름과 같은 인물을 이야기 안에 등장시켜 '이름'에 관한 고찰을 한다. 과연 이름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이름 ,그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이름 그것은 그 모든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