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왼발
크리스티 브라운 지음, 양영철 옮김 / 노마드북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거칠고 어두운 화면, 온몸이 잔뜩 긴장해 힘이 들어가 바들바들 떨고있는 온전치 못한 남자.
내가 크리스티 브라운에 알게 된 것은 십 몇 년 전 tv를 통해서였다.
tv에서는 [나의 왼발]이라는 영화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 영화를 잠시 보다 채널을 돌리고 말았다.
말하는 것 조차 힘이 들어보이고, 똑바로 말을 하려고 할 수록 얼굴에는 더 심한 경련이 일었다.
그런 그 모습을 보는 것은, 보는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불편했다.
그리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나는 다시 크리스티 브라운을 만나고 말았다.


"...그러자 엄마는 당장 그 자리에서 모든 문제를 자기 자신이 떠 맡기로 결심했다. 난 엄마의 자식이었고 가족의 일부였다. 내가 아무리 바보같은 인간으로 자란다 하더라도 엄마는 손님들이 방문할 때마다 '바보'를 뒷방에 몰래 감춰두는 그런 괴상한 엄마'가 아니었다.나를 다른사람들과 똑같이 대해 주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엄청난 난산끝에 세상에 태어난 크리스티. 그는 생후 1년 만에 '가망 없는 선천성 뇌성마비 환자'라는 진단을 받는다.
의사들은 크리스티의 부모에게 크리스티가 치료가 불가능한 구제불능의 백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하였지만, 크리스티의 엄마는 그러기를 거부한다. 엄마는 위대하다, 크리스티의 엄마는 그 말을 몸소 실천한다.
크리스티 이후로도 16명의 자식을 더 낳고, 궁핍한 가정을 꾸려가면서도 그녀는 크리스티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크리스티의 곁에서 글을 읽어주고, 말을 건네고 끊임없이 크리스티를 자극한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의 노력은 빛을 발한다.
크리스티는 5살이 된 그 해 겨울, 모나 누나의 손에서 분필을 빼앗아 쥔다. 그의 왼발로... 그리고 힘겹게 알파벳 A를 따라써낸다. 몇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그려낸 삐뚤빼뚤한 알파벳 A. 그것은 단순한 알파벳 A 가 아니라 크리스티의 지능적 부분은 전혀 장애를 갖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린 신호탄이었다.
크리스티는 그 이후로 알파벳 A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워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누구의 글씨를 따라그린 것이 아닌 온전히 크리스티의 의지로 "MOTHER"라는 단어를 완성했을때, 크리스티의 엄마는 눈물을 흘리고 만다.

 

크리스티에게는 21명의 형제가 있었고 그 중 몇은 불운하게도 죽음을 맞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겐 살아남은 형제가 12명이나 되었고, 때문에 그렇게 심한 장애가 있었음에도 크리스티는 그로인한 소외감을 느끼지 못했다. 자동차 헨리가 부서져버리기 전까지는...
자동차 헨리는 크리스티에게 있어 이동수단 그 이상의 의미였다. 크리스티는 헨리를 타고 형들과 친구들과 어울렸으며 세상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헨리가 망가지고 나서, 크리스티는 자신이 형이나 친구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크리스티는 자신을 보는 타인의 시선을 피하게됐다. 그들의 시선은 크리스티를 아프게 만들었다. 그래서 크리스티는 점차 말 수가 적어지고 집안에 틀어박히게 되었다.
집 안에 츨어박힌  크리스티는 왼발을 이용해 글을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자신이 노력해 낸 재능으로 다시 세상에 나선다. 몸이 불편한 뇌성마비 환자가 왼발로 그린 그림은 금새 매스컴을 탔다. 하지만 이미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버린 크리스티에게 있어 그 것은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했다.


"무엇을 다른, 또 어디로 향하든 항상 쇠사슬에 묶여있는 느낌이었다. 내 정신이 성숙할수록 내 육신에 대한 절망감도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내 인생의 '새로운' 날은 더 이상 없었다. 하루하루가 아무런 변화없이 흘러갔다. 모든게 희망없이 단순히 반복될 뿐이었다. 허망하고 또 허망했다."

13명의 형제 중 몇몇의 형과 누나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크리스티는 자신이 가진 장애 때문에 한번도 이성에게 '애정'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 이후로 시간이 흐를수록 크리스티는 그 사실에 괴로워했다. 때문에 크리스티는 자신의 장애가 나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회가 찾아왔을때 용감히 뛰어들었다. 그동안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외발을 묶어두는 큰 대가를 걸어야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가진다는 것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슬프고 외로운 일인지. 크리스티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가졌던 그 간의 외로움과 소외감, 슬픔을 토로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에는 크리스티는 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들보다 분명 한가지는 더 행복했다. 바로 그의 어머니.크리스티는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이 글을 썼다.
그녀는 크리스티를 위해 건축의 '건'자도 모르면서 크리스티만의 집을 만들었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했다.
사실 크리스티가 세상에 태어났을때 부터 그를 포기하라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었음에도 자시이 가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자식이 가진 장애를 숨기고 수치스러워 하지 않았다. 그녀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크리스티를 위해 직접 글을 가르쳤고, 교회에 가지 못하는 크리스티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쳤다.


크리스티는 자신의 자서전 [나의 왼발]에서 어머니와 함께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크리스티는 어머니가 없는 자신의 삶은 아마도 상상할 수 없을것이다. 크리스티의 장애를 사람들이 수군거릴 때에도, 크리스티가 자신의 장애를 숨기지 않고 당당히 세상에 섰을때, 그리고 모두가 그의 '왼발'을 대단하고 아름답다고 칭할 때에도 그의 어머니는 언제나 그의 뒤에 서 있었다. 그토록이나 대단한 그의 왼발은 바로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 그리고 크리스티의 노력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