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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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건강법>이라는 다소 독특한 제목의 이 책.
이 책은 나와 아멜리 노통브의 첫만남이다.
구불구불 잔 웨이브가 들어간 긴 머리의 또랑또랑한 두 눈을 가진 그녀가 책의 뒷 표지에 살포시 자리잡은 이책. 책의 표지도 제목도 그다지 유쾌해보이지도 산뜻해 보이지도 않는 이 책을 읽으려고 집어든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같이 <살인자의 건강법>이라는 책 제목에 흥미가 동했기 때문일것이다.
 
프레텍스타 타슈라는 괴상쩍은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여든이 넘은 남자 작가.
너무 먹어대서 이젠 더이상 두다리로는 운신을 할 수 없고, 목욕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해야하며, 휠체어를 타고 외출하는 때는 오직 먹거리를 사러나갈때 뿐인 이 괴팍한 노인은 자신의 사샐활에서만 아니라 자신의 공적인 일에서도 마찮가지로 괴팍스럽다.
노벨상 수상자로 사람들은 세계 속속에서 자신들의 언어로 번역된 그의 작품을 읽고있고, 지금 그는 "엘젠바이베르플라츠"라는 희귀병에 걸려 세상의 이목을 다시한번 자신에게로 주목 시킨다.
수용소에 갖힌 살인자들만 걸렸다는 희귀한 골수암을 앓게 된 그를 취재하기 위해-" 죽음을 앞둔 세계적 거장의 마지막 인터뷰"라는 특종을 만들어 내기 위해- 몇몇의 엄선된 기자들만이 그와 인터뷰를 허락받는다.
 
그런데.. 이 타슈라는 노인네... 만만찮다.
죽을날을 받아놓은 사람답지 않게 너무 정정한데다.. 정정한 도를 넘어서 오히려 인터뷰를 하러온 기자들을 골탕먹인다. 말꼬리 잡기는 기본이고, 듣기만해도 느끼해서 비위가 역할것 같은 자신만의 비율로 만들어낸 칵테일을 권하고, 이를 거절한 기자를 흠씬 괴롭혀준다.
이렇게 괴팍한 노인네는 희귀병에 걸린 사실마저도 자신의 천재적인 유전자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고전에서 형편없는 부분 찢어내기"를 취미로 할 정도로 오만하기 그지 없다.

그렇게 괴팍함과 오만함으로 자신을 철옹성처럼 둘러싼 그가.. 그가 그토록 혐오하는 여자, 더욱이 그의 기준에서는 너무나 늙은 여자로 인해 무너져 내린다.
 
가족사도 유년기도 비밀로 둘러쌓인 이 늙은 작가 앞에 나타난 여기자는 생긴거나 풍기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그녀의 목적을 달성시키고자 철저히 준비를 하고 나타났다. 그가 자신이 천재이기 때문에 출간하였다는 죽기전에 발간된 미완성작 <살인자의 건강법>에서 그가 자신의 과거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여기자는 타슈의 입으로 그의 과거를 듣기위해 노력한다.
그의 오만방자함도 그의 말꼬리 잡기와 화제바꾸기에 끄떡도 않고...
그리고 ..... 그녀는 그녀의 목적을 달성한다.
 
여기자에 의해 세상에 까발려진 그의 과거는 곧 그의 현실의 모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자신의 추악한 과거를 써서 책으로 내도 아무도 알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살인자를 대문호이며 거장으로 추앙하고 떠받드는 언론과 사람들을 보면서 타슈는 희열과 함께 역겨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렇게 멋지고 대담하게 세상을 속여넘긴 타슈는 자신의 과거를 까발려도 알아채지 못하는 세상을 자신보다 못하고 자신이 최고라고 여겼을 것이고.. 당연히 그의 안하무인에 오만방자한 행동과 언행을 불러왔을 것이다.

자신의 말처럼 "허위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타슈 자신은 그러한 시대에서 자신의 과거를 숨기려고 노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면서 즐거움과 환희를 느낀다. 그렇게 온 생애를 살아왔던 그가 자신의 과거를 자신의 입으로 밝히게한 여기자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불쌍해 보이게 까지한다. 
무너져 내리지 않기 위해 온갖 궤변까지 늘어놓았는데 말이다.
 
혹시 노통브는 이 작품을 통해서 현실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유명세를 타기만 하면 그 사람을 떠받들고.. 오히려 추악한 사건을 통해 악랄한 인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타슈의 사후 -아마도 그 여기자는 그의 과거를 밝혀낸 특종을 써냈을.. 그후에 그의 책은 날개돋힌듯 팔려나간다.- 의 모습을 통해서 그런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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