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벌써 여섯 해나 되었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교복을 입고 매일 아침마다 버스정류장에서 동동거리던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나는 이제 더 이상 교복을 입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교복을 입었던 때가 어제 같은데’ 라는 상투적인 생각을 하면서 교복 입은 아이들을 보는 내가 우습게도 또 생각해보면 내 고등학교시절은 특별한 기억이 없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색도 텁텁한 회색인데다 질도 좋지 않은 갱지 같은 이미지랄까? 뭐라도 써볼까 연필을 가져다 대면 금방이라도 거칠거칠한 보풀에 연필심이 걸려 찢겨질 듯한 질이 아주 좋지 않은 그런 종이 말이다.
 
때문일까? 나는 온다 리쿠의 [여섯 번째 사요코]를 읽으면서 슈와 사요코에게 한없는 질투심을 느꼈다. 아마도 슈와 사요코가 실존하는 인물이라면 그들이 어른이 되어 돌이켜본 고등학교시절은 나와 많이 다를 것이다. 아마도 그들에게 있어 고교시절은 화려한 장미의 붉은 색이 아닐까?

 

약간은 미스터리 한 분위기에 추리소설적 분위기 플러스, 2.5%의 스릴러의 이 오묘한 분위기의 작품은 일본의 한 명문고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나름 도내에서 굉장한 대학진학률을 자랑하는 고등학교와 그 고등학교에 전해오는 전설과 전통, 그리고 전통이 실행되는 해에 우연찮게도 전학을 온 – 전설의 주인공과 동명인- 사요코.  그리고 그 사요코와 전설의 사요코 사이에서 전설의 실체에 다가가고자 하는 슈.

 

사실 이 [여섯번째 사요코]는 전설이라는 미스터리하고도 꽤나 구미가 당기는 소재를 제외하면 일본 순정만화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수험만으로도 지칠 수험생들과 너무나 뛰어난 외모에 머리까지 받쳐주는 전학생, 그리고 운동을 잘하는 인기 있는 남학생. 꽤나 흔하고 간단한 구도이다. 하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는 [사요코]라는 학교의 전통과 조화를 이루면서 작품의 분위기를 청소년의 그렇고 그런 감정을 다룬 것에서 한 층 업그레이드 시킨다.

 

왠지 개운치 않은 이야기의 결말에서 과연 이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본질은 무엇일까…? 아무튼 전설의 그 [사요코]는 누군가를 수험노이로제에 걸리게 만들만큼 무서운 것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사요코]는 고되게 공부에 시달리는 수험생들에게는 하나의 청량제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슈와 사요코에게는 잊혀지지 않을 고교시절의 추억-일대의 대 사건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읽는 개인마다 느끼는 것도 깨닫는 것도 읽는 사람의 수만큼 제각각 다양하겠지만, 나는 이 학교의 전설을 만들어 내고 앞으로도 이어나갈 사람과 하나의 행사를 전통에서 전설로 만들어낸 사람들의 입심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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