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뜨거워 Heat
빌 버포드 지음, 강수정 옮김 / 해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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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두께에 노오란 것표지, 검은색 활자로 심플하게 쓰여진 제목.
빌 버포드의 Heat 앗! 뜨거워는 보는 이로 하여금 굉장히 군침이 나게할만큼 먹음직 스러워 보이는 책인다.
두툼한 두께도 두께려니와 페이지마다 촘촘히 박혀있는 활자들을 다 먹어치우고 나면 한동안 배가 불러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을만큼, 덩치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책이다.
버포드의 이책은 이미 여러 광고문구에서 사용해서  알려졌듯이, 파스타를 삶기위해 신문사를 때려친 <뉴요커>의 기자 빌버포드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탈리아 요리를 굉장히 유명한 주방장의 도제로 들어가서 배우는 이야기라고만 하기엔 뭔가 찜찜하다.
 
혹시 오동통한팔뚝으로 열심히 조물락거리며, 쉴새없이 시청자를 향해 말을 쏟아내는 올리버 제이미를 아는지? 아니면, 자신이 호스트인 "헬's 키친"에서 도전자들을 향해 독설을 내뱉으며 과연 저 사람의 까칠함은 어디까지인가... 고민케 하는 고든램지는? 그도 아니면.. 온갖 셀러브리티 행사에서 음식을 도맡아한다는 볼프강 퍽 이라는 사람은?
아마도 이들 중 한사람의 이름은 다들 들어보았지 않았을까?
요즘은 주방장, 아니 요리사가 스타화 되어가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출연하는 각종 tv프로그램과 그로인해 생겨나는 부가가치가 엄청난 부가 산업들.. 요즘 미국의 음식업계, 조리업계는 그야말로 음식으로 성공하면 돈도벌고, 스타가 되고, 다시 스타가 되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를 하고 있다.
 
앗! 뜨거워 에도 앞서 언급한 세사람만큼이나 유명한 "밥보"-개인적으로 이이름이 너무좋다... 왠지 떡보나 먹보를 연상시켜서..^^;) -의 요리사인 마리오 바탈리가 나온다.
음식을 하나 만들려면 요리가 끝난후 주방을 초토화시키는 요리초보 "빌버포드"와 요리에 있어서 자신의 괴팍함만큼이나 뛰어난 천재적 능력을 소유한 요리고수 "마리오 바탈리". 왠지 흥미로운 대결구도가 아닐수 없다.
 
물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두 사람의 요리대결은 아니다. 하지만 요리초보 빌버포드가 요리고수밑에 도제로 들어가 요리의 기초부터 다시 배우고(실은 다시 배울만한 기본 실력도 없긴했다.), 고수 마리오가 이탈리아 요리, 그것도 제대로 된 이탈리아 요리를 만들기 위해 다녔던,그리고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난다. 빌 버포드는 선배인 마리오의 행적을 따라가며 진정한 이탈리아 요리를 배운다.
시대에 영합하여 본래와 달라진 요리의 맛이 아닌, 정통적인 진짜 이탈리아 사람들이 먹는 요리를 배우기 위해 마리오가 그랬던것 처럼 빌 또한 미국의 뉴욕,영국과 이탈리아에서 기초부터 다시 배운다.
 
각 페이지마다 나열되는 음식의 이름과 그에 대한 설명. 나로서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재료들. 주방의 모습또한 만만치는 않다. 매일매일 주방으로 쏟아지는 음식주문서 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주방의 뒷모습 또한 이 책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마리오 바탈리-오~!! 최고 주방장은 영예와 돈이 모이는 자리이다!- 그리고 자신의 영역을 다른 사람이 침범해올까봐 마치 야수처럼 으르렁대는 주방 스텝들. 그리고 뛰어난 기술을 가졌음에도, 주방일을 거의 다 맡아함에도 주방장은 될 수 없는 라틴계 하급 스텝들 까지...
뉴욕의 "밥보"라는 레스토랑의 주방안에서 만들어진 그들만의 조그만 세상은 진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이름이 높은 요리사와 화려하게 세팅이 되어있는 홀의 모습에 감춰진 읍습하고, 때로는 엄청나게 뜨겁고, 눈물나게 매운 주방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처음엔 두께에 놀랐고, 두번째로는 작가의 엄청난 결심과 실행력에 놀랐다.(요리한번 배워보고자 앞날이 창창한 .. 기자직을 때려치다니!!1)
그리고.. 다시한번 놀란것은 요리를 대하는 마리오 바탈리의 모습과 또 그 일을 하나하나 처음부터 배워가는 요리에 무식한 빌의 모습에 놀랐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너무 생소한 이름과 재료들.. 그리고 많은 등장인물들로 인해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아아~!!!!삽화라도 그려줬으면.. 좀더 읽기편한 책이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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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캐더린 패터슨 지음, 최순희 옮김, 정태련 그림 / 대교출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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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처음 알게 된건 영화덕분이다. 아직 개봉을 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지만 예고편을 본 적이 있다. 어린애들이 숲에서 모험을 하면서 한층 더 성장한다는 내용의 영화라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영화예고편을 보면 왠지 나니아연대기나 반지의 제왕, 그리고 해리포터같이 환상적인 모험이 이 이야기의 주된 내용같았는데..
어찌된 이유인지 영화의 예고편화면에서 본 이야기와 이 책의 내용은 엄청난 갭이 있는듯하다.
 
이 이야기는 심약한 소년인 제시의 이야기이다. 이 제시는 꿈이 단지 학교에서 제일 빨리 달리는 아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 엄마와 누나들의 등쌀에도 달리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렇게 달리기 일등을 위해 매진하던 어느날. 제시 앞에 라이벌이 등장한다. 선머슴같은 여자아이 레슬리이다. 여느 여자아이처럼 스커트를 입지도 않고, 남자아이들보다 빨리 달릴줄아는 레슬리는 제시의 이웃으로 이사를 온다.
자신이 일등이 되는 것을 막아선 레슬리에게 제시는 질투심같은 감정도 느끼지만, 어느새 레슬리와 제시는 친구가 된다.
그리고 집 근처의 숲에서 자신들의 환상으로 나니아왕국과 같은 테라비시아를 건설한다. 눈에 보이는 거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들을 왕과 왕비로 떠받들어줄 국민들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레슬리와 제시에게 있어 그 둘이 만들어낸 비밀의 왕국 테라비시아는 그 어느것보다도 소중한 장소였다.
 
제시는 레슬리를 만나서 소심하고 심약하던 제시에서 좀더 어른이 되어간다. 레슬리와의 만남으로 그는 학교를  주름잡는 패거리의 우두머리에게 맞서 골탕을 먹여줄만큼 대범해 지기도 한다.
 
그렇게 제시에게서 중요한 레슬리와 이별을 하게되면서, 제시는 한층더 발전한다. 자신을 따라다니며 귀찮게하던 동생을 구해내고, 자신과 레슬리만의 비밀을 공유한다.  레슬리와의 이별은 현실을 정확히 바라볼수 없게 할 정도로 엄청난 고통이었지만, 제시는 결국엔 그 슬픔을 극복해 낸다.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는 제목만으로는 환타지 소설이나 동화일듯 하지만, 사실은 제시라는 소년이 성숙해지는 과정을 다룬 성장소설이다. 레슬리와의 이별이라는 성장통을 겪으며 한층더 성숙해지는 제시의 모습이 안쓰럽긴하지만... 어렸을적 내가 어렸을때 다락방이나 기타등등의 장소에서 나만의 왕국을 꿈꿈었던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서 그때의 추억에 젖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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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케의 여정
소냐 나자리오 지음, 하정임 옮김, 돈 바트레티 사진 / 다른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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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너무 예뻤다. 은은하게 깔린 펄에,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오색에서 무광으로 무광에서 금빛으로 변하는 제목 활자까지.. 너무 예쁘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만약 "사선을 넘나드는 한 소년의 122일 생생한 기록!"이라는 저 문구만 아니었더라면, 아마도 예쁜 기행에세이쯤으로 여길만한 책이었다.

 

엔리케의 여정. 이 책은 미국으로 엄마를 찾아 밀입국을 시도한 한 소년이 겪은 122일 간의 경험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재구성한 책이다.

 

나는 미국드라마-특히 C.S.I나 THE CLOSER 같은 수사물을 즐겨본다. 그런 수사물을 보다보면, 많은 불법이민자들이 피해자나 가해자, 혹은 가해자로 의심받는 용의자로 출연한다. 드라마안에서 그들은 항상 마약에 절어 여자 등이나 쳐먹고 다니는 인간 쓰레기 이거나, 아니면 가족을 위해 돈 벌기에 매진하는 사람들로 묘사된다.

 

사실. 이렇게 몇몇 경우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에는 엄청나게 많은 밀입국자들이 존재한다. 거기엔 우리 한국사람들도 섞여있다. 이렇게 인종도, 국가도 다른 사람들이 미국에 간 이유는 엔리케의 엄마와 마찬가지로,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드림. 미국에 가기만 하면 온가족이 굶지 않고, 좀더 풍족하게 살 수 있을거라는 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고 있다.

 

이런 얘길 들은적이 있다. 미국과 캐나다간의 국경은 정말로 한산하기 그지 없지만, 미국과 멕시코 간의 국경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한다고... 혹시 맨인블랙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많은 남미인들이 밤을 틈타서 미국 월경을 도모한다. 때문에 미국정부는 점점 과격하게 대응에 나서고, 무참히 죽어가는 국민을 살리기 위해 멕시코 정부에서는 안전하게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법을 기술한 책까지 냈을 정도다.

 

가족에게 더 많은 돈을 보내 가족이 행복하게 살기위해. 많은 밀입국자들처럼 엔리케의 엄마도 국경을 넘는다. 코요테에게 건네줄 돈을 마련하기위해, 가족을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엔리케의 엄마는 열심히 일하지만 불법이민자 신세로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그런 상황에서 돈 모으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엔리케는 엄마를 기다리다 못해 직접 밀입국을 시도한다. 기차에 몰래 올라타고, 부패한 경찰에게 돈을 뺏기고, 몇번이나 국경 근처에서 적발되 되돌려 보내지기도 한다. 구타당해 목숨을 잃을 고비도 있었지만. 엔리케에게는 엄마를 만나러 미국에 가야한다는 꿈은 더욱더 강해졌다.

 

그렇게 온갖 고비와 위험을 겪으며 도착한 미국에서 엔리케는 과연 행복했을까?

만약엔 이 이야기가 엔리케를 주인공으로한 동화나 가족용 영화였다면. 엔리케는 엄마를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끝이 나겠지만.

현실에서 엔리케는 불행했다. 아버지가 다른 나이어린 여동생, 어머니의 남자친구. 현실은 엔리케가 상상만 해왔던 풍경과는 너무 달랐다.그래서 엔리케는 다시 마약을 하고, 반항을 하며 어머니와 자신을 힘들게한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던가? 결국 엔리케는 자신의 고향에 자신의 자식만을 남겨두고 여자친구와 미국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 엔리케의 엄마가 가족을 위해 일에 매달려야 했듯이. 엔리케와 여자친구 또한 고향에 두고온 아기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엄마를 그렇게 그리워 했던 엔리케가 엄마의 전철을 밟게 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의 국경을 넘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이며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다. 운이 좋은 그들 중 몇몇은 엔리케처럼 국경을 넘을 것이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이 성폭행당하거나 죽어갈 것이다. 이제는 정말  세계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밀입국자로 골치를 썩는것은 비단 미국만의 일도 아니고, 또 밀입국을 하는 사람들이 비단 남미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가족과 살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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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에 집중하라 - 이노베이터의 성공조건
김현 지음 / 토네이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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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쉽게 하는 말들중의 하나가 바로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라는 말이다.
이건 곧 시간의 흐름을 의미하는것이고,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과 일백상통한다.
이 변화라는 것은 어떠한 장벽이나 한계가 없다.
변화는 우리생활 전반을 통과하며, 또 곧 우리생활 그 자체이기도하다.
때문에 세일즈전략이나 마케팅전략에서도 이 변화라는 것은 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처음엔 싸게, 그리고 그 다음엔 보다 나은 질로, 그리고 서비스로 점점 세일즈 포인트가 변화해갔다.
그리고 지금은 바로 디자인! 이다.
나만하더라도 엠피3나 핸드폰, 심지어 책을 살때도 디자인을 먼저본다.
내가 소지한 물건의 디자인은 곧 나의 안목을 대변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디자인에 집중하라"는 이 디자인이 우리 산업과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실제적인 예를 들어 보여준다.
비록 빌게이츠의 어마무지한 후광에 가려져 있긴했지만, 스티브잡스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그가 만들어낸 아이북, 아이팟은 소프트웨어적인 결함-윈도나 다른것에 비해 약간 거추장스런 사용방법-에도 불구하고 끝장나는 디자인하나로 누구도 무시못할 거대한 왕국을 이루었다.
 
또 우리가 사랑하는 L모, C모사의 명품만봐도 그렇다. 
사람들이 단지 실용성만 추구한다면 남대문에가서 만원짜리 가방만 줄창 들고다니지,
수십수백만원을 들여서 가방을 사진 않을 것이다.
 
이미 디자인은 우리 생활에서 중요한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안목!
바로 우리는 안목때문에 디자인에 신경을 쓰고, 좀더 나은 예쁜 디자인에 열광하는 것이다.
 
"디자인에 집중하라"를 읽으며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책 표지...^^; 디자인에 집중하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는 제목과는 달리... 표지 디자인이 구매욕이 있게 생기진 않았다. 사실 책 표지가 이쁘면 한번쯤 더 눈이 가게 되는데... 깔끔함을 추구한 것인진 몰라도.. 디자인과 혁신을 주장하는 책 치고는 너무 보수적이며, 또 안전한 길을 택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점만 빼면 디자인이라던가 기업간의 경쟁관계에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는 사람에게는 정말 구미가 당길만한 책일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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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열차 - 꿈꾸는 여행자의 산책로
에릭 파이 지음, 김민정 옮김 / 푸른숲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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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보다 아름다운. 밤
밤은 특별한 힘이 있다. 조용하고 어둡고, 또 까맣다. 너무 어둡고 까매서 한치앞도 볼수 없지만, 너무 조용해서 바닥에 떨어지는 바늘소리도 들을수 있을만큼 청각이 예민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모두들 죽은듯이 잠들어있는 이 시간에 죽은것같은 만물이 성장을한다. 뭔가 매력적인 시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내가 밤을 낮처럼 지새워봤던게 언제였더라? 아마 가장근래는... 시험때문에 도서관에서 날 새본게 가장 최근인것 같다. 11시가되면 교문도 잠기고, 도서관도 문을 닫는다. 도서관에서 빠져나온 친구와 나는 친구의 동아리방에서 다음날 시험볼 "전자회로"에 탐닉 ㅡ.ㅡ;했다.
학점과 시험에 쫓겨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지만, 조용한 침묵의 무게감에 괜시리 어깨가 뻐근하게 느껴졌다.
 
밤, 매력적인 힘
시험이라는 원흉탓이 아니라 내 자의로 날을 새고,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했던건... 대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던때였다. 그날이 대통령 선거날이어서, 아주 또렷이 기억이 난다. 한창 전국에서 개표가 진행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그곳에 쏠려있을때, 나는 친한친구 두명과 별로 안친한 친구 하나와 함께 정동진행 기차를 타고 있었다. 일출을 보기위해 기차를 타고 정동진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태어나서 집에서 가장 멀리떨어진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기차에는 우리일행 이외에도 아줌마들, 연인들..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모두들 시끄럽게 수다를 떨면서 시끌벅적하게 정동진으로 향할듯 했지만, 밤이라는 시간의 위력앞에 모두들 조용해졌다. 정동진에 도착할 때까지 사람들은 불편한 자세로 잠이 들었다. 나는 잠자리가 바뀌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타입이라 날을 본의아니게 뜬눈으로 지샜는데.... 아직도 어스름한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던 - 곱게 쌓여있던 눈이 펼쳐진 광경을 잊지 못한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소리와 평범하면서도 새롭게 와닿던 그 날의 풍경... 나는 그날 밤이라는 시간이 가져오는 그 매력적인 분위기와 힘을 느낄수 있었다.
 
에릭파이, 꿈꾸는 여행자
에릭파이... 이 사람은 그 밤의 매력에 흠뻑 도취된 사람인것같다. 그는 밤이 주는 매력, 특히 열차를 타고 낯선곳을 지나가면서 익숙하지만 낯선 광경들을 보는 매력에 푹 빠진 사람임이 분명하다.그래서 그는 열차여행객이되어 열차가 닿은 어느 곳이든 달려간다.
 
까만 풍경을 지나면 새로운 곳에 도착해있는 진기한 경험들때문에 그는 열차에 빠졌다. 그래서 그는 될 수 있으면 열차를 타고 여행하기를 즐긴다. 이건 아마도 그가 프랑스인... 유렵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커다란 유럽대륙을 관통하는 철도, 너무나도 다른 나라들이 철로를 통해 얼기설기 이어져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사는 프랑스 근처의 나라는 물론 중국까지 기차를 타고 여행할 수 있었다.
 
서유럽에서 동유럽,러시아에서 몽골, 몽골을 통해 중국까지.
그는 실로 어마어마한 거리를 기차의 좌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여행했다.
그냥 앉아만 있었을 뿐인데...
시간이 저절로 뒤로 가는 경험도 하고, 때로는 알수 없는 그림같은 문자들에 둘러쌓이기도했다. 그는 열차를 타고 여행하면서 공산주의국가에 불어온 민주화의 바람도 즐겼다.
 
어떠한 변화에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그 변화를 즐기는 그의 모습 - 알수 없는 말을 억양을 달리하며 내뱉어 보기도 하고, 문자를 그려 보기도 한다. -은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는 자유인이었고, 그 자체가 완벽한 여행객의 자세였다.
 
경의선에 열차가 달리기 시작하면...
오감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그 자체를 만끽하는 에릭파이를 보고 있자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남은 저러고 다니는데.... 난 지금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아마 그때 난 이불을 뒤집어 쓰고 과자를 먹으며 따뜻한 온돌의 기운으로 온몸을 지지고 있었을거다.
 
그리고 은근히 기대감을 갖게됐다.
경의선 철도위로 기차가 달릴수가 있다면, 나도 에릭파이처럼 여행을 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울란바토르나, 프랑스의 어디 시골역에서 정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말이다.
하루빨리 경의선 철도위를 달려서 에릭파이가 온 길을 되집어 가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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