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케의 여정
소냐 나자리오 지음, 하정임 옮김, 돈 바트레티 사진 / 다른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표지가 너무 예뻤다. 은은하게 깔린 펄에,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오색에서 무광으로 무광에서 금빛으로 변하는 제목 활자까지.. 너무 예쁘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만약 "사선을 넘나드는 한 소년의 122일 생생한 기록!"이라는 저 문구만 아니었더라면, 아마도 예쁜 기행에세이쯤으로 여길만한 책이었다.

 

엔리케의 여정. 이 책은 미국으로 엄마를 찾아 밀입국을 시도한 한 소년이 겪은 122일 간의 경험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재구성한 책이다.

 

나는 미국드라마-특히 C.S.I나 THE CLOSER 같은 수사물을 즐겨본다. 그런 수사물을 보다보면, 많은 불법이민자들이 피해자나 가해자, 혹은 가해자로 의심받는 용의자로 출연한다. 드라마안에서 그들은 항상 마약에 절어 여자 등이나 쳐먹고 다니는 인간 쓰레기 이거나, 아니면 가족을 위해 돈 벌기에 매진하는 사람들로 묘사된다.

 

사실. 이렇게 몇몇 경우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에는 엄청나게 많은 밀입국자들이 존재한다. 거기엔 우리 한국사람들도 섞여있다. 이렇게 인종도, 국가도 다른 사람들이 미국에 간 이유는 엔리케의 엄마와 마찬가지로,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드림. 미국에 가기만 하면 온가족이 굶지 않고, 좀더 풍족하게 살 수 있을거라는 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고 있다.

 

이런 얘길 들은적이 있다. 미국과 캐나다간의 국경은 정말로 한산하기 그지 없지만, 미국과 멕시코 간의 국경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한다고... 혹시 맨인블랙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많은 남미인들이 밤을 틈타서 미국 월경을 도모한다. 때문에 미국정부는 점점 과격하게 대응에 나서고, 무참히 죽어가는 국민을 살리기 위해 멕시코 정부에서는 안전하게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법을 기술한 책까지 냈을 정도다.

 

가족에게 더 많은 돈을 보내 가족이 행복하게 살기위해. 많은 밀입국자들처럼 엔리케의 엄마도 국경을 넘는다. 코요테에게 건네줄 돈을 마련하기위해, 가족을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엔리케의 엄마는 열심히 일하지만 불법이민자 신세로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그런 상황에서 돈 모으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엔리케는 엄마를 기다리다 못해 직접 밀입국을 시도한다. 기차에 몰래 올라타고, 부패한 경찰에게 돈을 뺏기고, 몇번이나 국경 근처에서 적발되 되돌려 보내지기도 한다. 구타당해 목숨을 잃을 고비도 있었지만. 엔리케에게는 엄마를 만나러 미국에 가야한다는 꿈은 더욱더 강해졌다.

 

그렇게 온갖 고비와 위험을 겪으며 도착한 미국에서 엔리케는 과연 행복했을까?

만약엔 이 이야기가 엔리케를 주인공으로한 동화나 가족용 영화였다면. 엔리케는 엄마를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끝이 나겠지만.

현실에서 엔리케는 불행했다. 아버지가 다른 나이어린 여동생, 어머니의 남자친구. 현실은 엔리케가 상상만 해왔던 풍경과는 너무 달랐다.그래서 엔리케는 다시 마약을 하고, 반항을 하며 어머니와 자신을 힘들게한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던가? 결국 엔리케는 자신의 고향에 자신의 자식만을 남겨두고 여자친구와 미국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 엔리케의 엄마가 가족을 위해 일에 매달려야 했듯이. 엔리케와 여자친구 또한 고향에 두고온 아기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엄마를 그렇게 그리워 했던 엔리케가 엄마의 전철을 밟게 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의 국경을 넘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이며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다. 운이 좋은 그들 중 몇몇은 엔리케처럼 국경을 넘을 것이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이 성폭행당하거나 죽어갈 것이다. 이제는 정말  세계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밀입국자로 골치를 썩는것은 비단 미국만의 일도 아니고, 또 밀입국을 하는 사람들이 비단 남미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가족과 살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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