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을 디자인하라
허은아 지음 / 무한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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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한살 두살 먹어가고, 성인이 되어가면서 느낀 것이지만... 한국이란 사회에서는 인맥이란게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구나 깨닫게 됩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처지가 되니 저의 좁다란 인맥이 한탄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얕고 넓은 인간관계를 자랑하던 저이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니 그 넓다랗던 인간관계는 다 떨어져 나갔고 얕은 인간관계만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지금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도 좀더 친근하고 쓸모있는 인맥을 만들어 보자~!!! 이런 마음에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인맥이라는 이 단어는 왠지 모르게 음습하고 쿰쿰한 냄새를 풍깁니다. 인맥이 중요한 사회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 인맥이라는 단어가 바르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되기 보다는 낙하산이라던가 밀실담합같은 부정적인 곳에 더 많이 사용된 탓이겠지요.
그래서 일까요?
이 책은 우선 인맥이라는 단어의 이미지부터 새롭게 환기시키려고 합니다. 무언가 자신에게 이로운 결과를 이루어 내려는 인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러니까 다시말해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 중심이 되는 인맥을 디자인 하라고 주창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인맥을 만들고 확대할 수 있을것인가에 대해 말할 것 같은 책이지만, 사실 그 속을 살펴보면 나 자신을 브랜드화 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머님들이 삼성이란 브랜드에 무한한 신뢰를 보이는 것 처럼 나 자신도 삼성같은 브랜드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나 자신을 브래드화 하여 신뢰를 얻게 된다면 그것으로도 인맥을 디자인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삼성이나 현대같이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들이 지금 이 위치에 서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그 오류에 대한 수정과정이 수반되었듯이 나도 나 자신을 브랜드화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과정이 필요합니다. 내이름 000을 들으면 확~! 떠오르는 무언가를 창조해내고, 남을 이용하기보다는 남을 도와줄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남을 도와주고, 내 능력을 남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때 내가 만들려고 애쓰지 않아도 내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게되어있습니다.
 
이책은 꽤나 유명한 사람들-코엑스 전 CEO와 KTF의 임원등-의 실례를 들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인맥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집어든 책이지만... 책을 덮을 즈음이 되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나의 이익만을 위해 만든 인맥이 정말 내가 힘들때 도와줄수 있는 인맥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목적을 가지고 사람을 만난다면 내가 만나는 사람도 나를 목적을 이루기위한 수단으로 대할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실 이 책은 인맥을 디자인 하기 위한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 아니라 자신을 다시 일깨우고 능력을 증진시키려는 사람이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P.S 119PAGE의 "하드(HARD)하기보다는 소프트(SOFT)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강한것이 약한것을 이긴다)"의 표현이 틀린것 같습니다. '강한것이 약한것을 이긴다'가 아니라 '유연한 것이 강한것을 이긴다' 정도의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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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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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왜인지 모르게 요즘들어 추리소설이 땡깁니다. 저에게 있어 봄은 추리소설의 계절이 되버린걸까요?
아무튼 그런 연유로 구입하게 된 책입니다.
시공사에서 나온 "점성술 살인사건"을 읽고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추리소설을 찾던중 눈에 띤 이책!!!
 
"살육에 이르는 병"...
제목이 독특한 탓인지 눈에 화악~!!들어오더군요.
개인적으로 19세 미만 구독 불가라고 쓰여진 책은 사드백작의 "소돔 120일"이 전부라 약간 놀랐습니다. 추리소설이 설마 야할리는 없고... 차마 심신이 미약한 사람은 눈뜨고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소설인가 해서 말입니다.
왠지 표지에 쓰여진 "19세 미만 구독 불가"라는 문구때문에 엄마앞에서 책 펴들기가 두렵더군요.ㅎㅎㅎ 뭐랄까... 제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죄책감일지도...
 
"살육에 이르는 병"은 좀 독특합니다.
추리소설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대표적인 작품 몇개와 일본 추리소설 몇권을 읽어본 것이 전부인 저에게 이 책의 형식은 약간 독특하단 인상을 풍겼습니다.
일단 책은 살인사건의 범인이 체포되면서 시작됩니다.
다른 추리소설처럼 탐정역할을 하는 사람의 시점에서 사건을 파헤쳐가며 최종적으로 범인을 잡는 것을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범인이 체포된 이후, 범인이 저지를 사건의 행적을 쫓아가는 식으로 되어있습니다.
또한 서술의 방식에 있어서도 약간은 다른데...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구로자와 아키라의 라쇼몽이란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물론 아쿠다카와 류노스케가 떠올라야 겠지만.. 저는 영화를 먼저봐서...^^;
 
시간(屍奸)을 당한 젊은 여자의 사체가 발견된 이후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사건들이 거의 1달씩의 시간간격으로 발견이 됩니다. 유방이 잘려나가고 후에는 성기부분까지 도려지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범행수법은 잔인해 집니다.
이렇게 센세이션한 사건은 범인인 미노루와 범인의 어머니인 마사코, 그리고 미노루에 의해 참혹하게 사해된 도시코가 연정을 가졌던 전직 경부 히구치. 세사람의 시점에서 서술됩니다. 미노루는 범행의 처음부터 사건을 서술해 나가고, 마사코는 두번째 사건이 발생한 즈음부터 아들을 의심하게 되면서 이야기를 서술해 갑니다. 또 히구치는 3번째 피해자인 도시코가 시체로 발견된 이후부터 사건을 뒤쫓으면서 이야기 서술에 뛰어들게 됩니다.
때문에 이 이야기는 동일한 시간의 흐름으로 서술된다기 보다는 과거와 현재와 상대적인 미래의 이야기가 혼재되어 서술됩니다.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할까요?
이야기는 매우 흡입력이 있게 진행됩니다.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렸을 정도라면 어느정도인지 이해하실까요?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진행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누가 범인인지 추리하는 형식의 이야기보다 덜 재밌다거나, 흥미가 떨어진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 전반에는 실제로 일본에서 일어났던 엽기적인범죄들이 언급됩니다. 또한 심리학적인 부분에서 바라본 범죄자의 심리등도 엿볼수 있습니다.
도시코의 동생 가오루와 히구치가 범인을 뒤쫓는 모습은 흡사 FBI의 프로파일링을 떠올리게합니다.
 
사실 가오루 덕분에(때문에라고 해야할지 덕분에 라고 해야할지 어떤 표현이 적합할지 아리송합니다. )범인이 잡히고 사건이 마무리되는 부분은 굉장히 충격적입니다. 믿었던 친구한테 뒷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아~ 밝히고 싶지만 밝히지 못하는 저의 심정이란.... 다만 모든 남자는 누군가의 아들이란... 힌트만 드리고 싶군요...^^

같은 일본 태생이지만,  이 소설은 "점성술 살인사건"이나 "김전일 류"와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소설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확실히 일본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뚜렷히 내보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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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알고 있다 - 제3회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니키 에츠코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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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연한 기회에 읽은 책이다. 내 딴에 나쓰메소세키의 "고양이로소이다"를 시켰다고 믿었는데, 사실 눈이 착각을 일으켜 "고양이는 알고있다"를 "고양이로소이다"로 착각을 하고 결제까지 끝마쳤다. 그리고 책이 배송되서 내 손에 도착해서야.... 겨우.. 그때야 내가 "고양이로소이다"가 아니라 "고양이는 알고있다"를 주문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땐 왠지 모르겠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고양이로소이다"가 미칠듯, 못견디게 읽고싶었었기에 잘못 배송되온 책을 반품도 하지 못하고 몇장을 뒤적이다가 책장 한귀퉁이에 꽂아놓은채 방치해왔다. 그리고 며칠전 "점성술살인사건"을 읽고 추리소설이 그야말로 미칠듯이, 못견디게 읽고싶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고양이는 알고있다"가 생각났다.
 
표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검은 고양이.
이 고양이가 무언가를 알고있단 말이지....?
일본의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니키에츠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고양이는 알고있다"는 화자 니키에츠코에 의해서 진행된다. 작가이름과 책속 화자의 이름이 같다? 그래서 처음엔 표지를 다시 확인했다. 설마 작가가 자기를 등장인물... 그것도 중요한 인물로 등장시키다니... 아무래도 일본작가들은 이런데 취미가 있나보다.. 만화가 CLAMP도 꼭 자기 작품에 CLAMP라는 이름의 인물을 등장시키는데.. 실제 자신과 작품속의 인물을 동일화 시켜서 독자로 하여금 현실과 픽션사이에서 혼돈을 일으키게끔 하고 싶은 마음이 작용한 것일까?
 
아무튼, 이 소설은 음악교육을 전공하는 니키에츠코와 식물학을 전공하는 그의 오빠가 원래 살던 집에서 쫓겨나 아는사람의 소개로 한 병원에서 하숙을 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의사의 딸에게 피아노 교습을 시켜주는 대신에 집세를 반만 내기로 하고 들어가 곳은 가정집이 아니라 병원의 2층 병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사온 다음날 만성맹장염 수술을 받은 환자가 퇴원을 며칠 앞두고 사라지고, 의사의 장모가 실종된다. 앞문과 뒷문 어느곳에서도 그둘이 밖으로 나간것을 본 사람은 없고, 할머니의 시체가 집뒤의 방공호에서 발견된다.
집안사람 누구도 존재자체를 알지 못했던 방공호,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된 다이아몬드 백금반지, 목졸려 살해당한 할머니의 시신.
모두들 실종된 환자가 할머니 살해범일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뒤에도 살인 사건과 살인미수사건이 벌어지고, 실종된 환자는 흔적도 찾을 수없다.
 
마치 밀실사건처럼, 병원내의 누군가가 살인범임은 분명하지만 그 살인범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미스테리한 분위기에 우울함을 끌고다니는 여고생 유리, 집과 일체의 연락을 끊은채 신분을 감추고 추리소설을 쓰는 둘째아들, 실종된 환자의 부인과 과거에 연인사이였던 큰아들. 추잡스런 과거가 있던 실종된 환자. 과연 누가 범인일까?
 
원래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누가 범인일지 추리를 해보지않는 타입인데, 이번에는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 계속 신경쓰이는-바로 얘가 범인일것 같다-인물이 있었다. 하지만.. 여러모로 수상스럽긴 하지만 마침내 밝혀진 사건의 전모는 내 얼토당토않은 추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혁신적이라거나 신선한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을것 같다. 워낙에 추리쪽으로는 국민적으로도 관심이 많고 인기가 많은 일본이라 그런가? 범인이 밝혀질때의 의외성은 다른 일본추리작품들에서도 몇번이나 보았음직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처녀작인 작품이 이정도라면... 음...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기대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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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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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년전 일인가보다. 아직 언니와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때,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언니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책을 3권이나 사서 읽은 일이 있다. 그 책은 비록 지금 집에 보관중이진 않지만... 왠일인지 내 기억속에 선명하게 살아있다. 그 책을 샀던 장소가 법회장소여서 였을까? 아니면 책이랑 근 10미터 두께의 벽을 쌓고 지내던 언니가 엄마를 졸라서 산 책이었기 때문일까? 잘은 모르겠다.
아무튼 그때 언니가 산 책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정채봉님의 "내 가슴속의 램프", "멀리가는 향기","향기자욱" 이라는 세권의 책이었다.
내가 기억의 먼지속에 쌓여있던 정채봉님의 "멀리가는 향기"와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 것은 바로 아지즈 네신의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이라는 책 때문이었다.
 
책을 손으로 받아들고 글을 읽어내려가기전에, 앞표지부터 뒷표지까지 한번 주욱 훑어보았다. 마치 아기자기한 그림책을 받은듯한 착각을 일으킬만큼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책이었다.
과연 이렇게 이쁜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책을 읽기도 전에 예쁜 삽화들이 준 기대감과 그 기대감에 대한 불안함으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은 내게서 10년전 기억속에서 언니와 정채봉님의 책에 관한 추억을 찾아냈다.
 
"향기자욱"이었을까? 세권중 어느 책에 담긴 이야기인지 그것까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랑을 이루기위해서 고통을 감수해야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은 신데렐라는 왕자님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면서 이야기의 끝을 맺는 동화가 아니었다. 사랑의 끝은 두사람 중 하나가 존재하지 않을때가 되어야만 엔딩을 알 수 있는 것이고, 사실 사랑은 해피엔딩만큼이나 새드엔딩도 존재한다. 두사람의 이별을 엔딩을 새드앤딩이라고 할때,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해피엔딩보다는 새드엔딩을 이야기한다.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은 사랑을 한사람의 시선으로 지켜보는 드라마도 아니었다. 사랑을 혼자서만 하는 것이 아니듯, 아지즈 네신은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에서 사랑을 두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죽음에 가까워야 겨우 사랑에 도달할 수 있거나, 자신과 맞는 소울메이트를 찾기까지 많은 고통과 많은 이별을 겪어야 한다거나.  아지즈 네신은 사랑이라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얼굴 뒤에 가려진 또다른 얼굴을 그려내는데 고심했다.
슬픈 이야기이지만, 사실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했더라도 아지즈 네신이 그려낸 사랑의 또다른 얼굴은 흉칙하거나 고통스럽지 않다. 사랑의 또다른 말은 미움이라는 말은 바꿔야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아름다운 이야기들이었다.
 
몸통을 꿰뚫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현실에 쫓겨 어느새 꿈을 버리고 현실에 충실해져버렸다 하더라도...아지즈네신은 비록 당신의 사랑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할지라도 계속 사랑해야 한다고 외친다. 이 책 맨 마지막에 수록된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에서 그러한 아지즈 네신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 마침내 정점을 이룬다. 한 남자가 아주 어렸을때부터 노인이 될때까지 찾아다닌 튤슈를 통해 아지즈 네신은 사랑은 사람이 일생동안 해야하는 하나의 임무이며, 그러한 임무에 대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나의 튤슈는 과연 누구일까?
책장을 덮고나서 지금까지 나의 튤슈는 누구인지 생각해보고 있다.
초등학교시절 매일아침 마음을 설레게 했던 짝꿍일까?
아니면 존경의 마음이 더 컸던 선생님일까?
어쩌면 나의 튤슈는 지금 저만치서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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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바이올린
진창현 지음, 이정환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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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깊게 파인 주름, 하얗게 샌 머리카락.
표지에 찍힌 진창현이라는 사람의 사진은... 그가 살아온 세월이 그다지 녹록치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만약에 내가 진창현이라는 사람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책을 보았더라면 어떻게 느꼇을까? 과연 그때도 그의 얼굴에 파인 주름에서,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카락에서 그의 고단한 삶을 읽어낼 수 있었을까?
 
내가 처음 그의 이름을 들은건 우리나라에 초난강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일본그룹 smap의 멤버 쿠사나기 츠요시 덕분이었다. 코믹한 이미지로 알려진 그이지만, 사실 그는 일본에서는 꽤난 진지한 역활로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한다. "초난강"이라는 한국말로 된 방송을 하고, 한국에 대한 무지무지한 애정을 과시한 그이기에.... 진창현이라는 인물이 되기로 마음먹엇던건 아닐까?
"해협을 건너는 바일올린"이라는 제목의 특집드라마는 재일조선인인 진창현을 주인공으로 그의 실화를 그려냈다. 그리고 그 드라마에서 쿠사나기 츠요시는 진창현이라는 실존인물을 연기했다. 그렇게 풍문으로만. 그것도 쿠사나기 츠요시가 재일한국인을 연기한다는 사실정도만 전해들었던 내가 진창현이라는 인물을 처음본 건 어느날 밤 tv를 통해서 였다. 아마도 kbs1에서한 방송이었던것 같다. 사실 그 방송도 처음부터 본것이 아니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서야 본 것이다.
내가 방송에서 본 그는 환하게 웃으며 정트리오로 유명한 정경화씨와 해외 어디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계가 인정한 바이올리니스트와 세계가 인정한 바이올린 장인의 만남. 한쪽 가슴이 뻐근해졌다. 원래 열혈 애국자는 아니지만.. 이러한 장면을 보고 가슴이 뻐근해 지지 않을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진창현이란 인물에 대한 -재일 한국인에 세계의 인정을 받는 바이올린 제작자라는- 뭉뚱그려진 이미지와 인상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던 난 책을 일는 내내 무거운 마음을 가눌수가 없었다. 마치 뜨거운 탕속에 목께까지 몸을 담그고 있을때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진창현씨가 재일한국인이라는 사실만을 가지고도 그가 얼마나 차별을 당하며 살아왔을지.. 짐작은 하고도 남았지만, 그 스스로고 직접 해주는 이야기는 너무나 가슴에 와 닿았다. 조선인이기 때문에 소년시절부터 가져온 "선생님"이라는 꿈을 접어야 했고, 또 조선인이기 때문에 바이올린 제작법을 배울수도 없었다.
재일한국인, 이제 지도에서 사라져버린 조선인으로서 그가 겪어야 했던 고통은 그뿐이 아니었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진 조국의 현실또한 그를 괴롭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머니와 동생을 만나서 행복하기 위해 찾은 조국땅에서 그는 아무것도 모른채 국가기관으로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태어난 곳에서나 자라온 곳에서나 그는 환영받지 못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버림받았던 그가 진심으로 열정을 다해 뛰어들엇던 바이올린 제작자로서, 장인으로서 인정을 받던 순간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비록 어머니의 임종은 지키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이 역경을 뚫고 이루어낸 그 환희의 결정체로서 어머니의 무덤에서 음악을 연주했다. 아마도 그의 어머니는 그 음악을 들으면서, 자기 자식이 이루어낸 그 결과를 지켜보면서 정말 편하게 하늘나라로 떠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힘들고 괴로울때 받아들여주지 않았던 두 나라. 일본과 한국... 그난 온갖고난을 이겨내고 나서야 비로소 두 나라는 그를 인정해주었다. 나라면 정말 두나라쪽으로는 눈도 돌리고 싶지 않을텐데.. 그는 그 두나라를 포용한다. 자신을 낳아준 나라, 그리고 자신을 길러준 나라.
 
세계가 그를 인정하는 순간, 그는 비로소 구성원이고 일원으로서 받아들여졌다. 나라면 외면해버렷을텐데.. 그는 그 사실은 기쁘게 받아들였다.
소년시절부터 가져온 꿈을 접어야 했고, 아무도 기술을 전수해 주지 않으려 하고, 차별대우를 당하고, 또 간첩으로 무고한 누명까지 뒤집어 썼던 그 죽고 싶엇을 순간에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했던 진창현. 그는 진정으로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2002년 월드컵에서 사용되고, 그후에도 여러 곳에도 다른 버전으로 변주되어 사용되었던말...
진창현이라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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