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바이올린
진창현 지음, 이정환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깊게 파인 주름, 하얗게 샌 머리카락.
표지에 찍힌 진창현이라는 사람의 사진은... 그가 살아온 세월이 그다지 녹록치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만약에 내가 진창현이라는 사람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책을 보았더라면 어떻게 느꼇을까? 과연 그때도 그의 얼굴에 파인 주름에서,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카락에서 그의 고단한 삶을 읽어낼 수 있었을까?
 
내가 처음 그의 이름을 들은건 우리나라에 초난강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일본그룹 smap의 멤버 쿠사나기 츠요시 덕분이었다. 코믹한 이미지로 알려진 그이지만, 사실 그는 일본에서는 꽤난 진지한 역활로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한다. "초난강"이라는 한국말로 된 방송을 하고, 한국에 대한 무지무지한 애정을 과시한 그이기에.... 진창현이라는 인물이 되기로 마음먹엇던건 아닐까?
"해협을 건너는 바일올린"이라는 제목의 특집드라마는 재일조선인인 진창현을 주인공으로 그의 실화를 그려냈다. 그리고 그 드라마에서 쿠사나기 츠요시는 진창현이라는 실존인물을 연기했다. 그렇게 풍문으로만. 그것도 쿠사나기 츠요시가 재일한국인을 연기한다는 사실정도만 전해들었던 내가 진창현이라는 인물을 처음본 건 어느날 밤 tv를 통해서 였다. 아마도 kbs1에서한 방송이었던것 같다. 사실 그 방송도 처음부터 본것이 아니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서야 본 것이다.
내가 방송에서 본 그는 환하게 웃으며 정트리오로 유명한 정경화씨와 해외 어디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계가 인정한 바이올리니스트와 세계가 인정한 바이올린 장인의 만남. 한쪽 가슴이 뻐근해졌다. 원래 열혈 애국자는 아니지만.. 이러한 장면을 보고 가슴이 뻐근해 지지 않을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진창현이란 인물에 대한 -재일 한국인에 세계의 인정을 받는 바이올린 제작자라는- 뭉뚱그려진 이미지와 인상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던 난 책을 일는 내내 무거운 마음을 가눌수가 없었다. 마치 뜨거운 탕속에 목께까지 몸을 담그고 있을때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진창현씨가 재일한국인이라는 사실만을 가지고도 그가 얼마나 차별을 당하며 살아왔을지.. 짐작은 하고도 남았지만, 그 스스로고 직접 해주는 이야기는 너무나 가슴에 와 닿았다. 조선인이기 때문에 소년시절부터 가져온 "선생님"이라는 꿈을 접어야 했고, 또 조선인이기 때문에 바이올린 제작법을 배울수도 없었다.
재일한국인, 이제 지도에서 사라져버린 조선인으로서 그가 겪어야 했던 고통은 그뿐이 아니었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진 조국의 현실또한 그를 괴롭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머니와 동생을 만나서 행복하기 위해 찾은 조국땅에서 그는 아무것도 모른채 국가기관으로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태어난 곳에서나 자라온 곳에서나 그는 환영받지 못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버림받았던 그가 진심으로 열정을 다해 뛰어들엇던 바이올린 제작자로서, 장인으로서 인정을 받던 순간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비록 어머니의 임종은 지키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이 역경을 뚫고 이루어낸 그 환희의 결정체로서 어머니의 무덤에서 음악을 연주했다. 아마도 그의 어머니는 그 음악을 들으면서, 자기 자식이 이루어낸 그 결과를 지켜보면서 정말 편하게 하늘나라로 떠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힘들고 괴로울때 받아들여주지 않았던 두 나라. 일본과 한국... 그난 온갖고난을 이겨내고 나서야 비로소 두 나라는 그를 인정해주었다. 나라면 정말 두나라쪽으로는 눈도 돌리고 싶지 않을텐데.. 그는 그 두나라를 포용한다. 자신을 낳아준 나라, 그리고 자신을 길러준 나라.
 
세계가 그를 인정하는 순간, 그는 비로소 구성원이고 일원으로서 받아들여졌다. 나라면 외면해버렷을텐데.. 그는 그 사실은 기쁘게 받아들였다.
소년시절부터 가져온 꿈을 접어야 했고, 아무도 기술을 전수해 주지 않으려 하고, 차별대우를 당하고, 또 간첩으로 무고한 누명까지 뒤집어 썼던 그 죽고 싶엇을 순간에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했던 진창현. 그는 진정으로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2002년 월드컵에서 사용되고, 그후에도 여러 곳에도 다른 버전으로 변주되어 사용되었던말...
진창현이라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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