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벌써 10년전 일인가보다. 아직 언니와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때,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언니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책을 3권이나 사서 읽은 일이 있다. 그 책은 비록 지금 집에 보관중이진 않지만... 왠일인지 내 기억속에 선명하게 살아있다. 그 책을 샀던 장소가 법회장소여서 였을까? 아니면 책이랑 근 10미터 두께의 벽을 쌓고 지내던 언니가 엄마를 졸라서 산 책이었기 때문일까? 잘은 모르겠다.
아무튼 그때 언니가 산 책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정채봉님의 "내 가슴속의 램프", "멀리가는 향기","향기자욱" 이라는 세권의 책이었다.
내가 기억의 먼지속에 쌓여있던 정채봉님의 "멀리가는 향기"와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 것은 바로 아지즈 네신의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이라는 책 때문이었다.
 
책을 손으로 받아들고 글을 읽어내려가기전에, 앞표지부터 뒷표지까지 한번 주욱 훑어보았다. 마치 아기자기한 그림책을 받은듯한 착각을 일으킬만큼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은 아기자기하고 예쁜 책이었다.
과연 이렇게 이쁜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책을 읽기도 전에 예쁜 삽화들이 준 기대감과 그 기대감에 대한 불안함으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은 내게서 10년전 기억속에서 언니와 정채봉님의 책에 관한 추억을 찾아냈다.
 
"향기자욱"이었을까? 세권중 어느 책에 담긴 이야기인지 그것까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랑을 이루기위해서 고통을 감수해야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은 신데렐라는 왕자님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면서 이야기의 끝을 맺는 동화가 아니었다. 사랑의 끝은 두사람 중 하나가 존재하지 않을때가 되어야만 엔딩을 알 수 있는 것이고, 사실 사랑은 해피엔딩만큼이나 새드엔딩도 존재한다. 두사람의 이별을 엔딩을 새드앤딩이라고 할때,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해피엔딩보다는 새드엔딩을 이야기한다.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은 사랑을 한사람의 시선으로 지켜보는 드라마도 아니었다. 사랑을 혼자서만 하는 것이 아니듯, 아지즈 네신은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에서 사랑을 두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죽음에 가까워야 겨우 사랑에 도달할 수 있거나, 자신과 맞는 소울메이트를 찾기까지 많은 고통과 많은 이별을 겪어야 한다거나.  아지즈 네신은 사랑이라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얼굴 뒤에 가려진 또다른 얼굴을 그려내는데 고심했다.
슬픈 이야기이지만, 사실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했더라도 아지즈 네신이 그려낸 사랑의 또다른 얼굴은 흉칙하거나 고통스럽지 않다. 사랑의 또다른 말은 미움이라는 말은 바꿔야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아름다운 이야기들이었다.
 
몸통을 꿰뚫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현실에 쫓겨 어느새 꿈을 버리고 현실에 충실해져버렸다 하더라도...아지즈네신은 비록 당신의 사랑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할지라도 계속 사랑해야 한다고 외친다. 이 책 맨 마지막에 수록된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에서 그러한 아지즈 네신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 마침내 정점을 이룬다. 한 남자가 아주 어렸을때부터 노인이 될때까지 찾아다닌 튤슈를 통해 아지즈 네신은 사랑은 사람이 일생동안 해야하는 하나의 임무이며, 그러한 임무에 대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나의 튤슈는 과연 누구일까?
책장을 덮고나서 지금까지 나의 튤슈는 누구인지 생각해보고 있다.
초등학교시절 매일아침 마음을 설레게 했던 짝꿍일까?
아니면 존경의 마음이 더 컸던 선생님일까?
어쩌면 나의 튤슈는 지금 저만치서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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