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과 매혹의 고고학 - C.W.쎄람의 사진으로 보는 고고학 역사 이야기
C. W. 세람 지음, 강미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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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 이름만 들어도 모래먼지가 폴폴 날리는 이집트의 모래사막과 우뚝 솟은 피라미드가 연상된다. 내가 고고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알게된 것은 내가 어린시절 유행했던 "괴담"책을 통해서였다. 일명 '무서운 이야기'로 불리던 책들에 꼭 빠지지 않고 수록되어있던 이야기가 바로 <투탕카멘의 복수>라는 이야기였다. 수 천년간 깊은 잠에 빠져있던 투탕카멘의 잠을 방해하고 예의없이 그의 무덤을 파헤친 이들의 잇달은 의문의 죽음. 이렇듯 괴담의 일부로만 각인되었던 고고학의 이미지를 좀더 밝고 활기차게 만들어 준것이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시리즈이다. 옛 유적을 찾아 온갖 모험을 하는 멋있는 아저씨의 모습. 아마도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인디아나 존스'를 통해 고고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사실 고고학이라는 학문은 그다지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학문인듯 하다. 어느 분야에서나 그러하지만 특히 고고학은 발굴된 유물에 많은 관심이 꽂히지, 그 유물을 발구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에는 관심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C.W. 쎄람의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은 그동안 이처럼 우리의 관심밖에 있었던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결과'를 다룬 책들은 많았지만 '과정'을 다룬 책은 거의 없지 않았나? 때문에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은 "인디아나 존스"를 보면서 즐거워했던 사람들에게 "인디아나 존스"와는 다른 의미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그리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남미.

이 네 곳은 고고학의 역사가 새로 쓰여진 역사 발굴의 장소이다. 저주받은 땅 폼페이의 발굴과 피라미드의 신비, 바벨탑과 설형문자의 비밀, 그리고 황금의 땅 마야. 수천년 전에 사람들이 만들어낸 역사의 산물은 현재를 사는 사람에게 있어 신비함과 탐구의 대상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 역사의 산물들의 실체를 밝히고 좀더 다가가기 위해서 기꺼히 목숨을 걸고 신비의 땅으로 갔다.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에는 이렇게 목숨을 걸고, 때로는 흥미를 가지고, 그리고 가끔은 다른 이유로 신비의 땅을 찾은 사람들이 고고학자가 되고 새로운 이론과 발견을 세상에 내어놓는 과정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비단 '그들이 역사의 신비를 벗겨내는데 얼마나 열심이었나'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발견'의 뒤에 숨어있는 '강대국의 약탈'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사실 이집트보다 더 많은 미이라와 부장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 바로 대영 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이라는 사실을 돌이켜볼때,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일종의 침략의 역사와 그 행보를 같이 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놀라울 것이 없다. 더더구나 그리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남미에서 미라를 발견하고 설형문자를 해독한 사람들은 현지학자들이 아닌 영국, 미국, 프랑스등의 학자들이었다. 때문에 강대국의 시선에서 약소국(혹은 지배국)의 문화를 폄하하는 쪽으로 연구를 한 학자들도 당연히 눈에 띈다. 오만과 편견에서 온 그들의 무지한 행위는 많은 유물은 한낱 쓰레기, 먼지 덩어리로 만들어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했다.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은 고고학의 '과정'을 다룸으로써 '결과'만을 보고 찬탄을 뱉어내기에 급급한 우리에거 한걸음 물러나 역사를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많은 오류를 범하고 박물관 유리벽에 감금된 유물을 바라보는 것은 이제 그만되었으면한다. 앞으로는 보다 '옳바른' 과정을 통한 '옳바른'결과로 역사와 고고학이 일반인들에게 다다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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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사 전(傳) - 한국사에 남겨진 조선의 발자취
김경수 지음 / 수막새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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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사극의 시대다. 몇년 전에 대한민국을 한차례 뜨겁게 달구고 지나갔던 사극의 시대가 돌아왔다. 요즘은 채널만 돌리면 케이블 방송에서도 사극을 쉽게볼 수 있다. 예전처럼 딱딱한 사극, 역사 사서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 왕의 로맨스나 일반 백성을 주인공으로 한 사극이 대중을 끌어당기고 있다.

하지만, 역시 사극이라면 역사와 사실을 토대로 탄탄하게 쓰여진 이야기여야 더 매력적일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역사만큼 재미나고 흥미진진한 것도 없는 듯 하다. 누군가 "이미 쓰여져야 할 이야기들은 모두 고전에 쓰여졌다."라는 식의 말을 남겼다. 이 말처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도 크게보면 과거 역사의 한페이지가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조선왕조 500년.

지금 세계의 어느나라는 채 100년도 되지못하는 국가의 역사를 가졌다. 이미 이름은 바뀌고 대한민국이 되었지만, 조선은 거대한 중국대륙과 시시탐탐 대륙진출을 꿈꾸던 왜구 사이에서 600년이나 되는 긴 시간을 굳건히 지켜왔다.

태조에서 순종에 이르기까지. 모두 27분의 왕이 조선이라는 국가를 통치했다. 조선은 왕이 있고, 그 왕에 의해서 존재한 나라이다. 권력의 정점인 임금의 자리에 오른 그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알아가는 것은 전체적인 조선이란 국가의 형세를 훑어볼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조선왕조사 傳]은 조선시대 왕을 둘러싼 정치전국을 이야기한다. 소론과 노론, 혹은 사림 등 계파로 나뉘어지고 서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기위해 왕의 눈을 들기위해, 때로는 왕 보다 더한 권력을 가지고 휘두르기 위해 아전투구를 벌인다.

27명의 왕, 50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그들은 참 지칠줄도 모른다. 굳건한 심지를 가지고 초석처럼 버티는 왕이던, 든든한 받침대 하나 없이 하루하루 목숨의 위협을 받아 위축되어버린 왕이건 그들은 가리지 않는다.

이러한 그들의 다툼은 많은 일들을 가져온다. 무수한 죽음과 귀향, 그리고 권력의 이동.

 

책을 통해 이런 조선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요즘 국내 정세가 눈에 들어온다. 이제 총선이 20여일도 채 남지 않았다. tv를 통해 연일 보도되는 각 당의 총선후보들과 공천에 관한 이런저런 소란스러운 일들. 과연 어떤식으로 결말이 날지 궁금하다.

어느 편이 정권을 잡아야 나같은 일개 국민이 좀 편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지... 아마 조선시대 백성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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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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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파리에 가면 센 강을 따란 죽 늘어선 헌책방들을 볼 수 있다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흐릿한 내 기억에 그 글을 소설에서 읽었는지, 아니면 여행에세이에서 읽었는지, 이도저도 아니면 헌책방에 관한 칼럼에서 읽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글을 읽고 언젠가는 나도 센 강을 따라 늘어선 헌책방을 찾아가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헌책방. 그 곳에는 그 곳에 있는 책들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문가에 서기만 해도 서점 저 안쪽부터 풍겨오는 헌책 특유의 냄새, 퀴퀴한 세월의 냄새가 손님을 먼저 반긴다.


요즘 한국은 새 책을 파는 서점들도 경영난 때문에 문을 닫는다. 동네에 소규모 서점들도 폐업을 하는데, 헌책방은 어련하겠나. 그래서 헌책방은 점점 주위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이미 절판된 희귀서적을 구입할 수도 있고, 가격도 저렴한 헌책방의 매력은 여전하다.

 

제레미 머서가 쓴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은 파리에 있는 이런 헌책방, 우아하게는 고서점으로 불리는 [세익스피어&컴퍼니]에 관한 책이다. 제레미 머서는 고향 캐나다에서 범죄사건을 주로 보도하는 기자였다. 그러던 그가 예상치도 않게 범죄자에게 쫓기게 되면서 파리로 오게 되고, 운명처럼 [세익스피어&컴퍼니]를 만나게 된다.

 

[세익스피어&컴퍼니]는 세계적으로 너무나 유명한 곳이다. 세계대전시기 나치장교에게 책을 팔지않았던 여주인의 일화는 내가 알정도로 유명하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파리에서 보낸 7년]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세익스피어&컴퍼니]에 관해 따로 다루었을 정도라니. [세익스피어&컴퍼니]가 파리의 주요한 관광명지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리고 [세익스피어&컴퍼니]의 주인이자, 창립자인 조지 또한 [세익스피어& 컴퍼니]만큼이나 독특하고 특별하다. 80이 넘은 고령에도 아직도 꼿꼿하게 고서점을 지키고 서서 철옹성처럼 지키고 있다. 매일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많은 작가(또는 지망생)을 무료로 숙박시켜주지만, 그 세월의 변화에도 [세익스피어&컴퍼니]에 대한 그의 애정은 변함이 없다.

 

제레미 머서는 무일푼으로 파리에 머무르기 위해 [세익스피어&컴퍼니]를 찾았고, 그곳에서 조지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여든 사람들을 만난다. 제레미 머서는 캐나다에서 돈을 벌어 흥청망청 쓰면서 망가져갔던 자신을 그곳에서 추스른다. 정말 주머니를 털어봐야 먼지밖에 나올게 없는 신세가 되서 그는 주변을 살필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익스피어&컴퍼니]는 그에게 있어 하나의 기회였다. 비록 안정적인 삶에서 쫓기는 신세가 되었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 무언가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세익스피어&컴퍼니]를 떠난 후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소설 코너에서 잠을 자면, 거리에서 단편소설을 팔고, 도둑과 맞서 싸우기도 해봤다. 기자가 되면서 좀더 자극적인 것만을 찾아다니며 무감각해지던 인물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40만은 훨씬 넘었을 사람들이 오갔지만 변함없이 [세익스피어&컴퍼니]를 지키고 있는 조지. 그는 제레미 머서가 왔을 때도, 그리고 떠날 때도 여전히 [세익스피어&컴퍼니]만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지금도 파리에 가서 [세익스피어&컴퍼니]에 들르며 그 꼿꼿하고 괴팍스런 그를 만나볼 수 있겠지?

[세익스피어&컴퍼니]는 단순히 제레미 머서의 이야기만이 아닌 [세익스피어&컴퍼니]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조지의 애정과 [세익스피어&컴퍼니]의 역사. 당장이라도 파리로 달려가 그 조그마한 고서점을 둘러보고 싶어진다. 비록 불어는 모르지만, 조지와 한마디 나눌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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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학기 밀리언셀러 클럽 63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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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리노 나쓰오는 굉장히 독한 작품을 쓰기로 유명하다. [다크]나 [아임쏘리마마]같은 작품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만 해도 그 지독함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잔학기]의 경우도 마찮가지다. 그녀는 '납치'를 주제로 글을 써내려갔다. 모두들 납치사건이 일어나기만하면 그 납치된 사람이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바란다.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여하튼 사건이 해결되어 납치된 사람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면 이야기는 the end, 해피엔딩이 된다. 하지만 정말?

 

기리노 나쓰오는 이런 의문을 가졌던 것 같다. 마치 "왕자와 공주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동화의 마지막에 '과연 그 둘은 정말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을까?'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 처럼, 하나의 납치사건이 종결되고 피해자가 가족의 품에 안기면 그것으로 그 들은 더이상 불행하지 않을까?

 

[잔학기]의 게이코는 어린시절 납치되어 1년이나 골방에서 감금당하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1년이 지나고 그토록 바라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것은 행복이 아니었다. 위태위태한 가족관계, 신경쇠약에 걸린 어머니, 자신을 동정과 흥미의 눈길로 쳐다보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사건이 일어났을때보다 더 많은 관심과 동정, 그리고 호기심이 사건이 종결된 후 게이코에게 쏟아진다. 그래서 그녀는 이름을 바꾸고 그저 익명의 한 사람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는 그 경험과 세상에 대해 가진 감정을 글로 분출시키게 되고, 그 작품으로 세간의 찬사를 받는 작가가 된다. 그리고 시간을 흐르고 그녀는 자신에게 날아든 한통의 편지를 받고 잠적한다. 그녀가 세상에 밝히지 않았던 그 시간을 돌이켜 쓴 작품만을 남겨두고...

 

혹시 그 1년간 겪은 납치의 기억과 납치한 이에 대한 미움보다, 더 큰 세상으로부터의 배신감과 좌절감이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사라지게 한 것은 아닐까?

 

바로 며칠 전부터 언론이 뜨겁다. 바로 작년 크리스마스날 실종된 두 아이의 소식 때문이다. 80여일이 넘게 실종상태로 자신의 부모와 그리고 그 소식을 접한 모든 이들을 긴장하고 걱정하며 슬퍼하게 만들었던 두 아이들은 망자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연일 이어지는 그 사건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 "그럴 청년이 아니었어요."라는 가해자에 대한 주위사람들의 평가.

결국 두 아이를.. 혹은 어쩌면 그 보다 많은 목숨을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로 떠나보냈을 그 가해자는 진정한 '사이코 패스'였다고 전문가들은 평가를 내린다.

 

실종과 납치. 이 두 단어는 묘하게 연결되어있다. 모든 실종이 납치로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납치는 곧 일정기간의, 혹은 영원한 실종으로 귀결된다. 때문일까? 두 아이의 죽음이 세상에 다시 한 번 확인을 받고 났을무렵, 나는 기리노 나쓰오의 [잔학기]를 읽으며 두 아이를 떠올렸다. 게이코만큼 힘들게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만 그 두 아이도 [잔학기]의 '게이코'처럼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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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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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인도는 결코 다가가기 쉬운 나라가 아니다. 열 번을 여행했지만 인도는 여전히 내게 불가사의하고 신비한 나라다. 더럽고, 익살맞고, 황당하고, 고귀하고, 기발하고, 화려하다. 인간의 모든 고정 관념을 깨부수는 것들이 뒤범벅되어 마술처럼 펼쳐진다...."

 

인도. 소와 인구보다 많은 신들, 그리고 카스트의 나라. 인도를 찾는 한국인은 해마다 늘고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도 벌써 두번째 인도 여행을 떠났다. 인도에 도착한지 4개월이 넘었는데 되돌아올 생각은 없어보인다. 나도 한때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날 꿈을 꾼 적도 있다. 그런 꿈이 세상의 고단함과 우선순위에 치여 점점 잊혀갔고, 나는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다시 읽게 되었다. 읽고난 후? 누군가는 인도 여행을 가고 싶으면 절대로 읽어서는 안될 책이 바로 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고 했다. 인도여행의 꿈을 꾸는 사람에게 있어 많은 환상을 심어주는 책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글쎄? 이 책을 읽고 인도에 가고 싶어졌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내 대답은 단연코! "no!"이다.

 

류시화는 이 책을 쓸 때도 열번이 넘게 인도를 방문했다. 1997년, 이 책의 초판이 인쇄된지 벌써 10년이 넘어 11년째이다. 아마도 그는 그 시간동안 몇번을 더 인도를 여행했을 것이다. 책을 통해서 그는 자신이 인도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세상을 향해 공개적으로 구애를 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쯤 그가 인도를 방문한 횟수가 20번이 넘었을지도 모르겠다. 위생적이지 못하고, 니껏 내껏이 구분되지 않는, 일견 황당해 보이는 인도. 그는 그 곳에서 만난 모든 사람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자신을 속인 릭샤꾼 소년에게서, 그리고 자신이 묶은 숙소의 주인에게서도, 그리고 미치광이 구루에게서도.. 그는 인도에서 만난 누구나가 바로 스승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도는 그렇기 때문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나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가 말하는 그러한 이유로 인도를 사랑할 수 없다. 나는 내껏과 남의 껏이 확실하다. 남의 물건에 흥미와 욕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함부로 손을 대어서는 안된다. 뭐... 이런 나를 냉정하거나 속물적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할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해져보자. 한국의 한 도시에서 여행자의 짐을 뒤지는 숙소의 주인이 있다면? 그는 사법처리를 밟아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마도 류시화또한 자신의 짐이 뒤져진 사실을 발견하자마자 112버튼을 누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그런 무례한 주인을 눈감고 넘어간 이유는? 바로 그 곳이 인도였기 때문이다.

 

나의 눈에 무례하고 버릇없어 보이는 모든 사람과 행위를 너그럽게? 혹은 황당하지만 참고 넘어가는 이유는 바로 그 곳이 다른 곳이 아닌 '인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가 뭐 별것인가? 어른들은 말한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든 똑같다고... 인도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반드시 사람의 법도와 예의가 지켜져야하는 곳이다. "인도니까"하는 이유는 류시화와 같은 인도 방문자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보호막이며 환상에 불과하다. 사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제목부터가 그런 환상이 폴폴 풍겨난다. 류시화, 그에게 있어 "인도=하늘 호수"인 것이다. 하하...

 

그래... 어쩌면 처음에 인도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린아이와 길거리의 거지도 철학을 논하는 스승이 되는 그런 나라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이 바꾸고,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독립을 하고 또 IT 강국이 되고, 많은 여행자들이 찾아들게 되었다. 그 수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인도가 그자리에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사람도 변했을 것이다. 류시화가 만난 모든 사람이라고 할 순 없지만 분명 그 중 몇몇은 변화에 맞춰 "인도니까"라는 환상에 젖은 여행자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인가? 티베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티베트... 인도만큼이나 많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그리고 티베트와 인도를 찾는 관광객의 다수의 목적은 일종의 깨달음을 얻기위함이다. 하지만 관광객이 생각하는 티베트는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다큐의 주제였다. 영혼을 구하고 깨달음을 얻는 것에도 돈이 드는 곳으로 변해버린 티베트. 내가 본 인도와 티베트는 다르지 않았다.

 

류시화는 이 책을 쓴 11년전 이미 인도열풍이 시작되었다고 책에 적고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본격적인 인도열풍을 타기 시작한 그 대열에 류시화도 분명 포함되어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가 다닌 인도의 곳곳과 명상센터, 그리고 그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인도 사람들.. 그는 분명 인도에 대한 환상에 일조를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인도에 가고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나에게 세상의 때가 묻었다 해도 좋다. 나는 류시화가 깨달음을 얻은 그들의 말들이 어설프고 황당한 대답으로밖에는 느껴지지 않았다. 깨달음은 한국에서도 얻을 수 있다. 깨달음을 위해 꼭 인도에 가야하는가? 과연 꼭 깨달음을 얻기위해 인도를 가야한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겉멋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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