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그러나 인도는 결코 다가가기 쉬운 나라가 아니다. 열 번을 여행했지만 인도는 여전히 내게 불가사의하고 신비한 나라다. 더럽고, 익살맞고, 황당하고, 고귀하고, 기발하고, 화려하다. 인간의 모든 고정 관념을 깨부수는 것들이 뒤범벅되어 마술처럼 펼쳐진다...."

 

인도. 소와 인구보다 많은 신들, 그리고 카스트의 나라. 인도를 찾는 한국인은 해마다 늘고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도 벌써 두번째 인도 여행을 떠났다. 인도에 도착한지 4개월이 넘었는데 되돌아올 생각은 없어보인다. 나도 한때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날 꿈을 꾼 적도 있다. 그런 꿈이 세상의 고단함과 우선순위에 치여 점점 잊혀갔고, 나는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다시 읽게 되었다. 읽고난 후? 누군가는 인도 여행을 가고 싶으면 절대로 읽어서는 안될 책이 바로 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고 했다. 인도여행의 꿈을 꾸는 사람에게 있어 많은 환상을 심어주는 책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글쎄? 이 책을 읽고 인도에 가고 싶어졌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내 대답은 단연코! "no!"이다.

 

류시화는 이 책을 쓸 때도 열번이 넘게 인도를 방문했다. 1997년, 이 책의 초판이 인쇄된지 벌써 10년이 넘어 11년째이다. 아마도 그는 그 시간동안 몇번을 더 인도를 여행했을 것이다. 책을 통해서 그는 자신이 인도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세상을 향해 공개적으로 구애를 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쯤 그가 인도를 방문한 횟수가 20번이 넘었을지도 모르겠다. 위생적이지 못하고, 니껏 내껏이 구분되지 않는, 일견 황당해 보이는 인도. 그는 그 곳에서 만난 모든 사람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자신을 속인 릭샤꾼 소년에게서, 그리고 자신이 묶은 숙소의 주인에게서도, 그리고 미치광이 구루에게서도.. 그는 인도에서 만난 누구나가 바로 스승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도는 그렇기 때문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나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가 말하는 그러한 이유로 인도를 사랑할 수 없다. 나는 내껏과 남의 껏이 확실하다. 남의 물건에 흥미와 욕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함부로 손을 대어서는 안된다. 뭐... 이런 나를 냉정하거나 속물적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할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해져보자. 한국의 한 도시에서 여행자의 짐을 뒤지는 숙소의 주인이 있다면? 그는 사법처리를 밟아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마도 류시화또한 자신의 짐이 뒤져진 사실을 발견하자마자 112버튼을 누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그런 무례한 주인을 눈감고 넘어간 이유는? 바로 그 곳이 인도였기 때문이다.

 

나의 눈에 무례하고 버릇없어 보이는 모든 사람과 행위를 너그럽게? 혹은 황당하지만 참고 넘어가는 이유는 바로 그 곳이 다른 곳이 아닌 '인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가 뭐 별것인가? 어른들은 말한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든 똑같다고... 인도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반드시 사람의 법도와 예의가 지켜져야하는 곳이다. "인도니까"하는 이유는 류시화와 같은 인도 방문자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보호막이며 환상에 불과하다. 사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제목부터가 그런 환상이 폴폴 풍겨난다. 류시화, 그에게 있어 "인도=하늘 호수"인 것이다. 하하...

 

그래... 어쩌면 처음에 인도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린아이와 길거리의 거지도 철학을 논하는 스승이 되는 그런 나라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이 바꾸고,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독립을 하고 또 IT 강국이 되고, 많은 여행자들이 찾아들게 되었다. 그 수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인도가 그자리에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사람도 변했을 것이다. 류시화가 만난 모든 사람이라고 할 순 없지만 분명 그 중 몇몇은 변화에 맞춰 "인도니까"라는 환상에 젖은 여행자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인가? 티베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티베트... 인도만큼이나 많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그리고 티베트와 인도를 찾는 관광객의 다수의 목적은 일종의 깨달음을 얻기위함이다. 하지만 관광객이 생각하는 티베트는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다큐의 주제였다. 영혼을 구하고 깨달음을 얻는 것에도 돈이 드는 곳으로 변해버린 티베트. 내가 본 인도와 티베트는 다르지 않았다.

 

류시화는 이 책을 쓴 11년전 이미 인도열풍이 시작되었다고 책에 적고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본격적인 인도열풍을 타기 시작한 그 대열에 류시화도 분명 포함되어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가 다닌 인도의 곳곳과 명상센터, 그리고 그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인도 사람들.. 그는 분명 인도에 대한 환상에 일조를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인도에 가고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나에게 세상의 때가 묻었다 해도 좋다. 나는 류시화가 깨달음을 얻은 그들의 말들이 어설프고 황당한 대답으로밖에는 느껴지지 않았다. 깨달음은 한국에서도 얻을 수 있다. 깨달음을 위해 꼭 인도에 가야하는가? 과연 꼭 깨달음을 얻기위해 인도를 가야한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겉멋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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