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거울 메타포 1
미하엘 엔데 지음, 에드가 엔데 그림, 이병서 옮김 / 메타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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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무렵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네버엔딩 스토리", 미국에서 제작된 외화 시리즈였다. 아마도 나 말고도 이 프로그램을 기억하는 애청자가 많을 것이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매 번 챙겨보았던 이유는, 아마도 기이하고 신기한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방송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아직도 몇 몇의 이야기는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는 미하엘 엔데의 [거울 속의 거울]을 읽으면서 "네버엔딩 스토리"가 생각이 났다. 노오란 표지의 도톰한 두께의 책 안에는 30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는 [거울 속의 거울]. 미하엘 엔데는 이 이야기를 자신의 아버지인  에드가 엔데를 위해 썼다고 한다. 미하엘의 아버지인 에드가는 초현실주의 화가로 그 시대에 유명했다고 한다. 그러한 그의 작품과 천재적인 미하엘 엔데의 글 솜씨가 만들어낸 그야말로 초 현실적인 이야기 30편이 바로 [거울 속의 거울]이다.

 

에드가 엔데의 그림을 통해 영감을 얻어 글을 쓴 미하엘 엔데. 솔직히 초현실주의 작품이니답게 <마법의 설탕 두조각>이나 <끝없는 이야기> 같은 엔데의 전작과는 달리 이해하기가 그다지 쉽지 않았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엔데의 작품 중 가장 어려운 작품이라고 할까? 이야기 하나하나를 떼어내어 그 내용만을 읽어보면 즐겁게 그냥 읽어내려갈 수 있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역자는 이러한 [거울 속의 거울]을 미로와도 같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번역의 과정을 '3천피스 퍼즐'을 맞추고 난 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각 각의 30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 생각을 하고 각 이야기 사이의 연관성을 고민해 보면, 뭐랄까.. 나는 아직 엔데의 작품을 이해할만한 머리를 갖지못했구나.. 하는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

 

"마법의 설탕 두 조각"과 "렝켄의 비밀"등 엔데는 쉽고 즐거우며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작품을 썼다. 하지만 "모모"나 "끝없는 이야기"등에서 알 수 있듯이 엔데가 다루고 쓴 이야기들이 모두 가벼우며 어린이를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거울 속의 거울]은 그런 이야기에 속한다. [거울 속의 거울] 30편의 이야기는 그 수 만큼이나 많은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선택과 후회, 기다림과 위선, 그리고 회귀와 종말... 분명 [거울 속의 거울]은 어린이들에게 읽어주기엔 버거운 책이다. 어린이에게 읽어 줄 요량으로 [거울 속의 거울]을 선택한다면, 그건 극구 말리고 싶다. 사실... '창녀'와 '유곽'이란 단어는 어린아이들에겐 아직 불편한 단어이고, 또 서로를 찾아 먼 길을 걷고 또 걸어 마침내는 죽음이 눈에 보일만큼 늙어버리고 마는 등의 이야기들은 어린아이에겐 너무나 슬픈 이야기이지 않을까?

 

사실, [거울 속의 거울]은 한 번 읽고, '다 읽었다' 할 수 있는 그런 부류의 책은 아니다. 시간을 내서 읽고 또 읽고, 또 생각하면. 그때는 [거울 속의 거울]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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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블루 - 기억으로 그린 미술관 스케치
김영숙 지음 / 애플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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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이 쓰는 글에는 그 사람의 감정을 비롯한 거의 모든것이 담겨있다.

나는 이런 맥락으로 글을 이해한다. 이상의 "날개'와 "봉별기"를 읽으면서 세상의 모진 세파와 혼돈의 끝에서 그 여린 날개를 한껏 훔츠리고 갸날프게 떨렸을 그를 떠올렸고, 황석영의 "손님"을 읽으면서 방북했을 당시 그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맞다. 이렇게 책을 읽는 것은 그다지 좋은 독서의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라든지, 수필 등을 읽을 때엔, 이런 방법으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듯 하다.

 

Paris Blue.. 블루라는 색상은 우울함을 의미한다던가? 파리로 떠난 그녀, 김영숙은 우울함을 통해 파리를 그려냈다.

 


'하나님, 저는 개신교 신자인데요. 여기선 가톨릭 하'느'님이시죠? 어느 님이시건간에 기쁘신가요? 저를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삼으시려고 그렇게 온갖 고통에 시달리도록 내버려 두시고, 이젠 제가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을 외치고 있네요. 그래서 좋으세요? 전 하나님이 뭐라고 대답하실지 다 알아요. 네가 죄에 시달린 것은 내가 그렇게 한것이 아니라, 너 스스로가 택한거다. 이렇게 말씀하시려고 하죠? 네, 제가 그랬어요. 그래도 좀 너무하신것 같아요... 저 굉장히 힘들어요. 잘 알죠? 공연히 모른척하지 마세요.'

-노트르담 성당에서...


 

그녀는 생활에 많이 지쳐있다란 사실이 한권의 에세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늦은나이에 입학한 대학원, 어려운 '미술사학' 공부, 항암 치료를 마악 끝낸 남편, 그리고 때마다 밥을 차려 먹여야할 참새같은 자식들... 그녀는 학생이고, 그리고 환자의 보호자이며, 남편의 아내이고 아이들의 엄마이다. 하나의 삶은 여러개의 타이틀을 달고 여러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 그녀는 생활에 지쳐있다. 그리고 그것은 종이에 번진 먹물처럼 번져나가 몇 십년전 그녀의 과거 속의 상처마저 끌어당긴다.

 

루브루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노트르담 성당, 피카소 미술관, 로댕 미술관, 퐁피두 센터....

그 많은 곳을, 그렇게 이야기거리가 넘쳐나는 곳을 방문한 그녀는 자신의 우울함과 고단함에 휩싸여 작품을 본다. 카미유 클로델과 로댕의 작품을 보면서도 그녀는 그들의 치열했던 사랑 속에서 자신의 43이라는 나이를 기억해 낸다. 그리고 그 기억은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그녀의 고단함과 지침으로 이어진다. 그녀는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프랑스의 도시에서도 그녀의 우울함의 끈을 놓지 못한다. 때문일까? [파리블루]는 사실 '기억으로 그린 미술관 스케치'라는 부제에서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와는 많이 달랐다.나는 부제를 보고 파리의 곳곳에 산재한 미술관의 작품이야기를 배부르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파리블루]는 파리의 각 박물관과 미술관을 관람하며 떠오른 그녀의 추억과 기억을 정리해 놓은 것이었다.

 

그녀는 파리에서 머물며 박물관과 미술관을 관람했고, 사진을 찍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녀는 [파리블루]를 썼을 것이다. 인생의 우울함과 행복, 그것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다. 행복의 끝과 우울함의 시작, 행복의 시작과 우울함의 끝은 서로 이어져 있다. 파리에서 철지난 감기와도 같은 지독한 우울함을 앓고 돌아온 그녀, 그녀는 이제 조금 더 행복해 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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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송필환 옮김 / 해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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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소심하고 수동적인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중앙등기호적보관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주제씨. 그가 바로 이야기의 주인공인 소심하고 수동적인 남자다.
그는 그토록이나 오래 등기소에서 근무했지만 아직 정식직원이 되지 못한 사무보조원일뿐이고, 50이 넘었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못 해 등기소에 딸린 관사에서 처량맞게 혼자살고 있다.
그렇게 지지리궁상처럼 보이는 그도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유명인사들에 관한 자료수집.
등기소 직원이라는 자신의 직업을 십분 발휘하여 남들보다 많은 자료를 은밀하게 수집할 수 있는 주제씨는 이 취미에도 자신만의 룰을 정해놓고 있다.
유명인사 100명의 리스트. 주제씨에게 있어 이 일은 그 무엇보다도 그의 열정을 필요로하는 일이다. 유행의 흐름이 있듯 금세 나타났다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는 유명인사 100인의 리스트를 항상 손을 봐줘야 하는것이 귀찮기는 해도,
이 자료수집은 주제씨에게 있어 그저그런 삶 속의 하나의 활력소가 아니었을까?


그런 주제씨에게 어느날 엉뚱한 여자의 기록부가 들어온다.

유명인사도 아니고, 주제씨가 찾아보려고 의도도 하지 않았던 그냥 그렇게 평범한 여자의 기록부.
그 기록부는 평온하다못해 지루한 주제씨의 삶을 온통 뒤흔들어버린다.
뭔가에 홀린 듯 기록부의 여자에게 주의를 빼앗긴 주제씨. 그는 그 여자를 뒤쫓기로 마음먹는다.
소심한 주제씨로서는 상상도 못했을 일들이 마구 벌어지고, 주제씨를 비롯한 등기소 직원들은 모두 그러한 주제씨의 변화에 어리둥절한다.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는 십여년 전 [모든 이름들]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출간되었던 적이 있다.
[모든 이름들]이라는 제목과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라는 제목, 그리고 그 두 이름을 가진 하나의 이야기.


이 이야기는 등기소라는 곳에서 근무하는 주제씨가 주인공이다.
주제씨가 근무하는 그 곳은 그가 살고있는 이름모를 도시의 모든 사람의 이름이 적혀진 서류가 보관되어있다. 지금 살고있는 사람과 죽어서 무덤에 묻힌사람들까지. 그야말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것이다. 탄생과 죽음을 알리는 서류들은 매일 쌓이고 쌓여서 천장까지 닿을듯 하다. 그리고 서류들이 번식을 하듯이 매일매일 그 서류들은 불어나기만 한다.  이런 모습은 여자의 흔적을 따라 주제씨가 찾은 중앙묘지도 마찬가지이다.


"산 자든 죽은 자든, 공동묘지의 경우엔, 종착지라는 그 본질적 의미로 언제나 사망자의 이름이 적혀있어야만 했다. 시간을 가지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이곳으로 오게 되어 있지라고 생각했던 묘지 관리인의 말대로라면, 중앙등기소는 이 중앙 공동묘지의 한 가지에 불과한 것이었다."


중앙묘지에 간 주제씨는 등기소의 산처럼 끝없이 쌓여있는 기록부같은 묘지들을 보게된다. 매일매일 죽어서 장사를 치루는 사람들의 행렬은 주말을 가리지 않았고, 중앙묘지는 끝없이 그 덩치를 키워나갔다. 중앙묘지의 담들이 사라진 것은 오래전이다. 그리고 그 중앙묘지에서 주제씨는 묘지의 번호표를 바꾸어 놓는 양치기를 만난다.

 

이름...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이름 혹은 명칭과 그 명칭을 가지는 본질. 이게 바로 사라마구가 이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주제 사라마구는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에서 자신과 이름이 같은 주제씨를 등장시킨다.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의 손에 들어온 기록부의 여자. 그 이름을 가지고 여자를 찾아선 주제씨. 그리고 묘비의 번호표를 바꾸어 그 묘비의 주인을 바꾸어 놓는 양치기. 마지막으로 기록부 위조에 동참하는 등기소장과 주제씨.
이름에 관한 집착과 이름의 뒤에 숨어있을 지도 모르는, 그리고 영영 찾기 힘들 진실들.

사라마구는 자신의 이름과 같은 인물을 이야기 안에 등장시켜 '이름'에 관한 고찰을 한다. 과연 이름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이름 ,그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이름 그것은 그 모든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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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발
크리스티 브라운 지음, 양영철 옮김 / 노마드북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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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어두운 화면, 온몸이 잔뜩 긴장해 힘이 들어가 바들바들 떨고있는 온전치 못한 남자.
내가 크리스티 브라운에 알게 된 것은 십 몇 년 전 tv를 통해서였다.
tv에서는 [나의 왼발]이라는 영화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 영화를 잠시 보다 채널을 돌리고 말았다.
말하는 것 조차 힘이 들어보이고, 똑바로 말을 하려고 할 수록 얼굴에는 더 심한 경련이 일었다.
그런 그 모습을 보는 것은, 보는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불편했다.
그리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나는 다시 크리스티 브라운을 만나고 말았다.


"...그러자 엄마는 당장 그 자리에서 모든 문제를 자기 자신이 떠 맡기로 결심했다. 난 엄마의 자식이었고 가족의 일부였다. 내가 아무리 바보같은 인간으로 자란다 하더라도 엄마는 손님들이 방문할 때마다 '바보'를 뒷방에 몰래 감춰두는 그런 괴상한 엄마'가 아니었다.나를 다른사람들과 똑같이 대해 주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엄청난 난산끝에 세상에 태어난 크리스티. 그는 생후 1년 만에 '가망 없는 선천성 뇌성마비 환자'라는 진단을 받는다.
의사들은 크리스티의 부모에게 크리스티가 치료가 불가능한 구제불능의 백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하였지만, 크리스티의 엄마는 그러기를 거부한다. 엄마는 위대하다, 크리스티의 엄마는 그 말을 몸소 실천한다.
크리스티 이후로도 16명의 자식을 더 낳고, 궁핍한 가정을 꾸려가면서도 그녀는 크리스티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크리스티의 곁에서 글을 읽어주고, 말을 건네고 끊임없이 크리스티를 자극한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의 노력은 빛을 발한다.
크리스티는 5살이 된 그 해 겨울, 모나 누나의 손에서 분필을 빼앗아 쥔다. 그의 왼발로... 그리고 힘겹게 알파벳 A를 따라써낸다. 몇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그려낸 삐뚤빼뚤한 알파벳 A. 그것은 단순한 알파벳 A 가 아니라 크리스티의 지능적 부분은 전혀 장애를 갖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린 신호탄이었다.
크리스티는 그 이후로 알파벳 A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워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누구의 글씨를 따라그린 것이 아닌 온전히 크리스티의 의지로 "MOTHER"라는 단어를 완성했을때, 크리스티의 엄마는 눈물을 흘리고 만다.

 

크리스티에게는 21명의 형제가 있었고 그 중 몇은 불운하게도 죽음을 맞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겐 살아남은 형제가 12명이나 되었고, 때문에 그렇게 심한 장애가 있었음에도 크리스티는 그로인한 소외감을 느끼지 못했다. 자동차 헨리가 부서져버리기 전까지는...
자동차 헨리는 크리스티에게 있어 이동수단 그 이상의 의미였다. 크리스티는 헨리를 타고 형들과 친구들과 어울렸으며 세상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헨리가 망가지고 나서, 크리스티는 자신이 형이나 친구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크리스티는 자신을 보는 타인의 시선을 피하게됐다. 그들의 시선은 크리스티를 아프게 만들었다. 그래서 크리스티는 점차 말 수가 적어지고 집안에 틀어박히게 되었다.
집 안에 츨어박힌  크리스티는 왼발을 이용해 글을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자신이 노력해 낸 재능으로 다시 세상에 나선다. 몸이 불편한 뇌성마비 환자가 왼발로 그린 그림은 금새 매스컴을 탔다. 하지만 이미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버린 크리스티에게 있어 그 것은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했다.


"무엇을 다른, 또 어디로 향하든 항상 쇠사슬에 묶여있는 느낌이었다. 내 정신이 성숙할수록 내 육신에 대한 절망감도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내 인생의 '새로운' 날은 더 이상 없었다. 하루하루가 아무런 변화없이 흘러갔다. 모든게 희망없이 단순히 반복될 뿐이었다. 허망하고 또 허망했다."

13명의 형제 중 몇몇의 형과 누나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크리스티는 자신이 가진 장애 때문에 한번도 이성에게 '애정'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 이후로 시간이 흐를수록 크리스티는 그 사실에 괴로워했다. 때문에 크리스티는 자신의 장애가 나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회가 찾아왔을때 용감히 뛰어들었다. 그동안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외발을 묶어두는 큰 대가를 걸어야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가진다는 것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슬프고 외로운 일인지. 크리스티는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가졌던 그 간의 외로움과 소외감, 슬픔을 토로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에는 크리스티는 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들보다 분명 한가지는 더 행복했다. 바로 그의 어머니.크리스티는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이 글을 썼다.
그녀는 크리스티를 위해 건축의 '건'자도 모르면서 크리스티만의 집을 만들었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했다.
사실 크리스티가 세상에 태어났을때 부터 그를 포기하라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었음에도 자시이 가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자식이 가진 장애를 숨기고 수치스러워 하지 않았다. 그녀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크리스티를 위해 직접 글을 가르쳤고, 교회에 가지 못하는 크리스티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쳤다.


크리스티는 자신의 자서전 [나의 왼발]에서 어머니와 함께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크리스티는 어머니가 없는 자신의 삶은 아마도 상상할 수 없을것이다. 크리스티의 장애를 사람들이 수군거릴 때에도, 크리스티가 자신의 장애를 숨기지 않고 당당히 세상에 섰을때, 그리고 모두가 그의 '왼발'을 대단하고 아름답다고 칭할 때에도 그의 어머니는 언제나 그의 뒤에 서 있었다. 그토록이나 대단한 그의 왼발은 바로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 그리고 크리스티의 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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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시커 2 - 별을 쫓는 아이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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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곳에 있지 못하고, 어느 하나 누구도 자신을 이해해 주는 이 없는 루크.

루크는 엄마와 세상에 반항을 하며 스킨패거리와 어울려 스스로를 망가트려간다. 더이상 피아노 레슨도 받기 싫고, 학교도 빠지고, 술도 마시고 담배도 핀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루크는 스킨패거리와 같이 될 수 없다. 스킨 패거리들도 그걸 안다.

아무리 자기들과 같이 학교를 빼먹고, 온갖 나쁜짓을 하며 어울려도 스킨패거리와 루크는 같아질 수 없다. 이는 바로 루크의 재능 때문이다. 이 재능 때문에 루크는 '특별'하다.

그래서 일까? 스킨패거리, 특히 스키너의 루크에 대한 괴롭힘은 도를 넘어선다. 툭하면 루크의 (피아노를 치기에 완벽한) 손가락을 부러트리겠다고 을러댄다. 그리고 엄청난 린치를 가하며 도둑질을 시키기도한다.

소심한 소년 루크에게 스킨패거리의 괴롭힘은 엄마의 재혼과 함께 넘어야할 큰 문제거리 중 하나다.

 

도둑질을 하러 들어갔던 리틀부인의 저택에서 만난 눈먼 소녀 나탈리.

루크는 그 나탈리와의 만남으로 큰 깨달음을 얻는다. 바로 별!!

아빠가 헨델의 메시아를 들으면서 그린 오각형의 별은 나탈리가 먼지위에 그린 오각형과 일치하며, 이는 루크가 차이코프스키의 '달콤한 꿈'을 들으며 떠올린 오각형과 일치한다.

소리를 단순한 소리가 아닌 음과 색 그리고 모양으로까지 만들어낼 줄 아는 재능, 아빠와 나탈리, 그리고 루크는 많이 닮아 있었다.

 

"루크, 어쩌면 우린 모두 일종의 소리굽쇠일지도 몰라. 다만 어떤사람들은 다른사람들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게지. 너와 네 아빠처럼 민감한 사람들은 에테르를 통해 울리는, 다른사람들과 동물의 진동을 느끼는 건지도 몰라. 어쩌면 우주 전체의 진동을 느끼는 지도 모르고."

 

귀를 통해 들리는 소리들로 인해 루크가 많이 혼란스럽과 괴로웠듯이, 루크는 세상의 변화에서 오는 진동으로 인해 요동을 친다. 아주 민감한 심성을 가진 루크이기에 그는 아버지의 죽음과 엄마의 재혼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 그렇듯 요동을쳐 댄 것이다. 하지만 그토록이나 자신을 괴롭히던 소리의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루크는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와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미 2년전 자신의 곁을 떠나 이세상에 없는 아버지이지만, 루크는 가끔씩 그리고 간절히 아버지의 존재를 느낀다. 이제 세상에 혼자가 아니다. 때문에 루크는 혼자였으면 하지 못했을 일들을 한다. 눈 먼 소녀 나탈리, 아니 발리와 세상에 숨어 은둔하는 리틀부인. 루크는 이 복잡한 인연을 끊어낸다. 그리고 루크 자신또한 스킨패거리와의 악연을 끊을 수 있게된다. 비록.. 아버지와의 추억이 함께한 물푸레 나무가 다 타버리고, 자신이 죽을뻔하고, 길모어씨가 크게 다치지만...

 

"나무가 노래해, 다시 깨어나고 있어. 상처받았지만 치유될 거야."

 

팀 보울러가 [스타시커]를 통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 바는 루크의 이 말 한마디에 모두 축약되어있다. 기름이 끼얹어진채, 불에 타고 이제는 살아날 가망이 없을거란 선고를 받은 물푸레 나무에게서, 루크는 삶의 기운을 느낀다.

팀 보울러가 만들어낸 세상 속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이다. 눈마저 멀어 낯선 곳에서 살아가던 소녀 나탈리는 소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았고, 마침내는 그리웠던 부모님과 만나게 된다. 못생긴 얼굴을 숨기고 괴팍한 노인으로 혼자 늙어가던 리틀부인은 음악회에 찾아와 루크의 연주를 듣고, 세상사람들과 교류를 해간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피폐해졌던 루크또한 자신의 처지에서 스스로 벗어난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받지만 스스로 그 상처를 치유하며 자라난다. 나도 그리고 당신도.. '

팀 보울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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