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으로 연결된 건 아니지만 애네들은 가족이 맞다*
사진 윗쪽에 줄무니 고양이가 이집의 첫째 소니
그 옆에 다정히 누워 있는 녀석이 이집 둘째 똘똘이
동그란 얼굴이 매력적인 막내 삼돌이.
소니는 지인에게 얻어온 고양이, 똘똘이는 길거리에서 야채 행상하는 아주머니에게
일만원을 주고 사왔고, 삼돌이는 길거리에서 다 죽어가는 아이를 데려왔다.
'페르시안 고양이가 좋은 줄 알고 골랐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샴 종이 더 좋았을 것 같아. 아,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그때 샴 고양이도 있었는데...왜 애를 골라가지고, 털도 많이 날리는데 말이야, 그나마 어릴 적에는 귀여왔는데 이제는 너무 조용하기만 해서 재미도 없고.'
이러다 보면 길거리를 방황하는 유기묘가 한 마리 더 만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예는 아마도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것 같다. 일단 나와 함께 사는 고양이들은 나에게 선택의 대상이 아니었다. 소니는 처음부터 그냥 주어졌고, 똘똘이는 그나마 우리가 선택했다지만 그조차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며, 삼돌이 역시 정말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면, 그걸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관계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그 책임은 내 선택의 잘못이 아니므로 그저 운명이 그럴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오히려 내 마음은 편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 운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택의 대상이 아니므로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를 따지기 보다는 어떻게 해야 저 상대와의 관계를 더 잘 발전시킬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나와 고야앙이의 관계는 가족에 가깝다. 이런 비유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하지만 가족이라는 개념 이외에 이를 묘사할수 있는 다른 개념을 찾을 수 없으니 어쩌랴. p109-110
다른 어떤 이야기들 보다 나는 이 이야기에 동의할수 밖에 없었다.
나의 다셧냥이도 모두 나의 선택이 아닌 운명처럼 이녀석들의 선택에 의해 나와 가족이 되었으니까.
새벽에 그것고 꼭 3시면 우는 우리 복순이를 떠올리게 한다.
왜 우니 복순아~ 왜~~하고 내가 몸을 일으켜야 울기를 멈춘다 ㅠ..ㅠ
병원비도 병원비 이지만, 한달에 아이들 사료와 모래값만해도 내 월급의 거의 반 정도를 차지한다.
고양이>술>책>잡비...이게 내 지출의 비중이다.
이건 냥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
훤히 보이는 쥐돌이나 오뎅꼬치 보다는 어딘가 숨겨져 있는 것들을 정말이지 미친듯이 좋아한다.^^
그저 바로 곁에 않아 다른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주인의 두 눈을 주의 깊게 응시하며, 주인이 뭐라 지껄이는지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치유사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말을 못하기 때문에 소통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말없이 들어주기만 하는 상대방 덕분에 마음을 열고 그동안 숨기거나 쌓아둔 것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위대한 사람만이 경청을 할 수 있다"는 미국 대통령 캘빈 쿨리지의 말을 빌리자면, 어떤 순간에는 우리집 소니가 가장 위대한 셈이다. p123-124
아마도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그 대상이 개이든 고양이이든
이런 경험은 누구나 있을것이다.
늦은밤 지친 몸을 이끌고, 또는 술에 잔뜩취해 귀가하는 나를
버선발로 맞아주는 녀석들.
술에 취해 녀석들을 껴안거나 앉혀 놓고
술 주정도 여러번 해보았고
심지어 정말 목놓아 울기도 했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
엄청난 병원비와 식대와 거의 매일 일어나는 수면방해,
매일매일 청소를 해도 풀풀 날리는 털.
고양이 화장실 모래로 인한 온 집안의 사막화.
이 모든 불편함을 견디게 해주는건
역시나 이아이들의 존재에서 받을수 있는 위안일것이다.
최근 내가 활동하고 있는 고양이구조 카페에서 사람들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생겼었다.
여러가지 문제가 얽혀있긴 했지만, 내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신뢰의 무너짐과
바로 이...간섭의 문제.
'필요할 때 그 필요한 것을 주기.'
자상함의 반대편에는 성가신 간섭이 있다. 부모든 선배든 자상한 지원자이자 보호자이면서도 동시에 간섭하는 꼰대가 될 수있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이다. 도움과 간섭의 사이를 가르는 가느다란 붉은 선은 선후관계다. 상대가 도움을 청한 다음에 주느냐, 아니면 청하기도 전에 주었느냐, 전자는 도움이고, 후자는 간섭이다.
고양이에게도 마찬가지다, 고양이들은 아무리 필요한 것이라 할지라도 자신들이 요구한 다음에 주어져야 받아들인다. 처음에 많은 집사들이 이런 고양이의 처사에 서운함을 느낀다. 마치 후배들을 도와줘놓고서도 "그 선배는 너무 어려워요"라는 평을 받고 상처 입은 내 동기들처럼, 하지만 사실은 그게 원칙이다.
우리는 모두 개별화된 인격체들이다. 내가 원치 않는 도움을 억지로 주려고 하는 것은 사실 도움이 아니라 간섭이 된다.
p93
오늘 월차내고 쉬는 날인데
알람시간 (4시30)분 보다 정확하게 이분 빨리 눈이 뙇! 떠졌다.
어제 술도 왕창 마셔서 술 냄새도 펄펄 나는데 ㅠ..ㅠ
막내 나리의 밥과 약을 먹여야 하기 때문에,
휴일도 술이 안깨도 일어나야 한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이런게 반려묘와 함께 산다는것......
오랫만에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게 해준 저자에게 무한한 감사를!
심리학 박사, 책도 여려권. 게다가 그림(삽인된 그림은 저가의 솜씨)까지
잘 그리는 저자에게 무한 질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