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3주
비기너스: 가족이, 사랑이 그들 모두를 변화시켰다. 그리고 그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줄거리: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일러스트 작가 ‘올리버’(이완 맥그리거)는 자신의 작품과는 다른 평범하고 소소한 삶을 지향하며 살지만 어느 날 45년간의 결혼 생활을 끝낸 아버지 ‘할’(크리스토퍼 플러머)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남은 인생을 솔직하게 살겠다며 75살의 나이에 커밍 아웃을 선언한다. 그 날 이후 어느 때보다 에너지 넘치는 게이 라이프를 즐기는 ‘할’을 보며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서운해지는 ‘올리버’. 그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그가 키우는 개 ‘아더’뿐이다.
‘올리버’는 파티에서 우연히 프랑스 출신 여배우 ‘애나’(멜라니 로랑)를 만나게 되는데... 집보다 호텔을 편안하게 여기고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애나’에게 자연스럽게 끌리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 ‘올리버’. 하지만, 이미 혼자만의 삶에 익숙해진 ‘올리버’는 자유분방한 그녀와 함께 있고 싶으면서도 구속 받는 건 싫고, 그렇다고 그녀를 떠나기도 싫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감상평: 가을에 잘 어울리는 따스한 영화이다. 사랑에 서툰 아들과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후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새로운 인생을 사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보는 것도 좋았고, 각자 보여지는 사랑의 방식이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거라는게 느껴져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올리버는 애나를 만나면서 사랑에 푹 빠지지만 미래를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녀를 밀어낸다. 사랑에 서툴 뿐 아니라 감정 표현에서도 소극적인 올리버와는 달리 여배우 애나는 솔직하고 당당한 여자이다. 다른 두 사람이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만은 진실한데, 올리버는 애나를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이유를 알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는 모양이다. 아마도 뜨거운 애정이 느껴지지 않았던 부모님의 결혼 생활을 보면서 자신도 저렇게 살진 않을까 라는 우려를 가슴 속에 품고 살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부모님도 그들 나름대로의 사랑을 하고 있었지만, 남편이 게이라는 걸 알면서도 결혼한 올리버 엄마의 선택을 온전히 이해하긴 힘들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것도 사랑 이었다.
이렇게 다른 올리버와 할 이지만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삶을 사는데 조용한 응원을 해준다. 아버지의 커밍아웃을 이해해주고 끝까지 곁에 남아주는 아들이 얼마나 되겠으며, 아들에게 자신의 진실을 밝히고 마지막까지 열정적인 삶을 보여주는 아버지가 얼마나 되겠는가 싶다. 올리버와 할 가족의 과거 장면이 자주 나오며 이들을 가슴으로 이해하게 만들어 준 장면 모두가 다 좋았던 것 같다.
완득이: 완득이에게 가족의 범위는 더 넓어지고 풍성해지는 것 같다. 그를 아끼는 사람의 수 만큼 말이다.
줄거리: 남들보다 키는 작지만 자신에게만은 누구보다 큰 존재인 아버지와 언제부터인가 가족이 되어버린 삼촌과 함께 사는 고등학생 완득이.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환경에 공부도 못하는 문제아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가진 것도, 꿈도, 희망도 없는 완득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 딱 하나 있었으니, 바로 담임 ‘똥주’가 없어지는 것! 사사건건 자신의 일에 간섭하는 데다 급기야 옆집 옥탑방에 살면서 밤낮없이 자신을 불러대는 ‘똥주’. 오늘도 완득은 교회를 찾아 간절히 기도한다.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입만 열면 막말, 자율학습은 진정한 자율에 맡기는 독특한 교육관으로 학생들에게 ‘똥주’라 불리는 동주. 유독 완득에게 무한한 관심을 갖고 있는 동주는 학교에서는 숨기고 싶은 가족사와 사생활을 폭로하여 완득을 창피하게 만들고, 집에 오면 학교에서 수급 받은 햇반마저 탈취하는 행각으로 완득을 괴롭힌다. 오밤중에 쳐들어와 아버지, 삼촌과 술잔을 기울이는 건 예삿일이 돼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존재조차 모르고 살았던 친엄마를 만나 보라는 동주의 넓은 오지랖에 완득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가출을 계획해보지만, 완득을 향한 동주의 관심은 식을 줄을 모르는데…!
감상평: 벌써 관객수 400만명을 넘은, 올 하반기 최고 흥행대열에 오른 '완득이'. 이 영화를 보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수 있었던 것 같다. 불우한 가정 환경에 밥 보단 라면을 자주 먹고, 학교에서 나눠주는 햇반으로 끼니를 챙기고 있는 완득이는 꿈도 없이 그저 학교에 출석만 하러 다니고 있다. 다행힌지 불행인지 집 앞에 사는 담임 선생님의 감시와 참견으로 나쁜 길로 들어서진 않지만, 그렇다고 완득이의 미래가 희망찰 거라는 예상은 차마 할수 없는 형편이다. 아버지와 삼촌은 일거리가 없어 전국 장터로 떠돌아다니고 집엔 완득이 혼자밖에 없고 친구도 없고 챙겨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완득이에게 "꿈이 뭐니?"라고 묻지 않는 현실에서 이 아이의 삶이 어떤식으로 흐를지 걱정부터 앞선다. 하지만 완득이는 자신의 형편을 부끄러워 하거나 아버지를 원망하지도 않는다. 그런걸 보면 참 바르게 자라주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는데, 바로 자신을 떠난 어머니가 필리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똥주 선생의 주선으로 처음 엄마를 만나게 되고, 엄마가 준 반찬과 편지를 통해 엄마의 따스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자신에게도 엄마가 있다는게, 나를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또 다른 이가 있다는 게 완득이에게 큰 행복을 전해준 것 같다.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엄마와 미운 정 고운정이 들어버린 똥주선생까지. 그렇게 완득이의 가족의 범위는 조금씩 넓혀지고 있고,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도 생기며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완득이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과 웃음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기를 바래본다.
헬프: 그녀들의 반란이 성공적일수 있었던 건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고 지키겠다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했다.
줄거리: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정원과 가정부가 딸린 집의 안주인이 되는 게 최고의 삶이라 여기는 친구들과 달리 대학 졸업 후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역 신문사에 취직한 ‘스키터(엠마 스톤)’. 살림 정보 칼럼의 대필을 맡게 된 그녀는 베테랑 가정부 ‘에이블린(바이올라 데이비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다른 인생은 꿈꿔보지도 못한 채 가정부가 되어 17명의 백인 아이를 헌신적으로 돌봤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은 사고로 잃은 ‘에이블린’. ‘스키터’에게 살림 노하우를 알려주던 그녀는 어느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자신과 흑인 가정부들의 인생을 책으로 써보자는 위험한 제안을 받는다.
때 마침 주인집의 화장실을 썼다는 황당한 이유로 쫓겨난 가정부 ‘미니(옥타비아 스펜서)’가 두 여자의 아슬아슬하지만 유쾌한 반란에 합류한다. 차별과 불만을 이야기 하는 것조차 불법이 되고 생명을 위협받는 일이 되는 시대에,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하는 ‘에이블린’과 ‘미니’. 그녀들의 용기 있는 고백은 세상을 발칵 뒤집을 만한 책을 탄생시키는데…
감상평: 인종차별이 극심한 시절,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결혼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스키터는 대학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흑인 가정부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다. 백인의 시선으로 본게 아니라 흑인 가정부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실제 이야기를 글로 쓴다면 분명 많은 이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을수 있을 뿐 아니라 약간의 변화라도 생기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이다. 하지만 이 일은 흑인 가정부들의 용기를 필요로 했다. 백인과 흑인이 만나는 건 죽을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이블린은 이 위험한 제안을 몇번의 고민 끝에 수락하게 된다. 흑인 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고가 났는데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죽은 아들을 위해서, 이 끔찍하고 슬픈 이야기를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작가가 되고 싶어했던 아들의 꿈을 그녀가 대신 이룬 것이다. 그렇게 에이블린의 용기는 다른 가정부들을 불러 모았고 드디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그리고 여기 또 한명의 용감한 여성이 있었는데 바로 스키터였다. 어떻게 보면 친구를 배신하는 행동일수 있겠고, 책이 나온 후엔 사랑하는 애인으로부터 비난과 결별 통보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와 사사건건 대립했던 어머니와의 화해와 격려가 있었기에 그녀는 지금의 좌절과 눈물을 훌훌 털고 일어날 것 같다. 그리고 스키터를 키워준 유모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이 용기있는 일을 시작할수 있게 만들게 한 것 같다. 그녀들이 벌인 일로 인해 인종차별이 없어지거나 하진 않겠지만, 분명한건 그녀들의 삶이 새로운 전환점을 돌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사랑하는 친구와 가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