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게임 - Perfect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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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목적으로 탄생한 프로야구 이지만, 그 시작이 어찌됐든 지금은 전국민이 사랑하는 스포츠가 됐다. 30년 역사를 가진 프로야구사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이 생각난다. 최고의 투수 2명이 결국 1승1무1패라는 대결 기록을 남김으로써 전설임을 입증해냈고,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라 아직도 사람들의 기억에 또렷이 남게 됐다. 특히 마지막 대결은 15회 연장 무승부로 끝나면서, 다시는 없을 기록을 만들어냈다. 지금 이렇게 던지게 했다간 선수 혹사 비판이 거세질텐데, 그 시대엔 에이스 투수가 연투를 하고 200개 가까운 공을 뿌려댔다. 철저한 선수 보호 시스템도 없었으니 어깨와 몸이 상할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이 마운드에 있는 순간은 경기가 이기든 지든 끝까지 책임지고 내려오겠다는 마음으로 임한 선수들이 있었다.

 

스포츠 경기에서 라이벌은 흥행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더 많은 관중을 모으고 미디어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프로야구 처럼 정치와도 연결이 되어 있으면 라이벌 구도는 군침도는 소재이다. 스포츠 기자 김서형(최정원)은 야구의 야 자도 모르면서 기자 생활을 하는데, 특종만 물어오면 승진시켜 준다는 말에 최동원(조승우)에게 자극적인 말로 대결을 부추기고, 정치쪽에선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감정을 이용하기 위해 구단에 압력을 넣어 둘을 붙게 만든다. 선후배로 대표팀에서도 친하게 지냈던 최동원과 선동열(양동근) 이었지만 서로를 의식할수밖에 없게 주위에서 만들고, 피할수 없는 상황이고, 투수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맞대결을 승락한다. 잠도 편하게 못 잘만큼 긴장과 부담감을 갖고서 말이다.

 

지금 그 경기의 영상 자료를 봐도 떨리고 어떻게 두 선수가 견딜수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 영화로 보니 다시 긴장되기 시작했다. 세번째 맞대결의 결과를 알면서도 보는 내내 떨렸다. 그리고 그 긴장은 단지 두 사람만의 몫이 아니라 함께 야구를 하는 팀원들도 똑같이 느끼는 거였다. 야구는 투수 혼자 하는게 아니라, 타자들의 방망이와 수비가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동원과 선동열의 최고의 맞대결은 선수와 감독, 그리고 팬들까지 숨죽이고 간절히 바라는 경기였다. 5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얼마나 손에 땀이 나고 집중하고 긴장했을지, 영화속에서 생생히 재현되었다.

 

 

잠자리 안경을 쓴 최동원은 언제나 성실하게 임했다. 동료와 어울리고 술 한잔 기울이고 싶었지만 에이스는 그 시간에 공 하나라도 더 던져야 한다는 감독님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며 언제나 묵묵히 연습했다. 팀이 필요로 하면 연투도 마다하지 않고 공을 뿌려댔으니 어깨는 당연히 망가졌고, 진통제로 겨우 아픔을 달래며 마운드에 섰다. 수술자국으로 가득 찬 어깨를 보고있노라면 그만 쉬어도 될텐데 싶을 정도로 안쓰러웠다. 찢이진 상처를 본드로 붙이며, 무쇠팔 무쇠다리 최동원 투수임을 입증해내는 마운드 위의 그를 보고있노라면 스포츠 선수를 뛰어넘는 인간으로서의 존경과 감탄이 생긴다. 그가 왜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인지를 알수 있었다.

 

최동원이 성실한 에이스의 이미지라면 선동열을 술 좋아하고 능구렁이 같은 이미지였다. 그에게 최동원 선배는 존경하는 선배이자 뛰어넘어야 할 산 이기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한 결과 MVP도 받고 팀도 우승 시켰지만 그래도 여전히 최동원은 크게만 느껴졌다. 더구나 주위에서 자꾸만 비교하는 기사가 나오니, 한번 더 맞붙어 이기면 더 이상 말이 없겠거니 생각해 세번째 경기를 하기로 한다. 롯데와 해태, 지역감정이 들꿇으며 팬들은 언제나 열정이 지나치다 못해 광분한 모습으로 응원을 펼쳤는데 그 모습이 웃기면서도 많이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지금도 간혹 그라운드에 물건을 던지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 시대엔 그 정도가 많이 심했다. 그런 상황에서 야구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대단해보일 정도이다.

 

영화는 최고의 천재 투수 두명의 대결에 집중 하는 한편, 해태의 박만수(마동석) 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추가하며 감동을 이끌어낸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기 때문에 실력이 없으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한 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해 주전경쟁이 치열해지고, 최동원과 선동열과 같은 에이스가 아니라면 언제 방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런데 박만수는 이런 주전경쟁조차도 못하는 선수이다. 프로야구 선수이지만 경기엔 단 한차례도 출전하지 못하는 그는 말만 선수 였다. 당연히 1년에 300만원 정도의 돈만 벌고 그 마저도 야구용품을 사야하니 생활고에 시달리는 아내는 야구를 그만두라고 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들조차 아버지처럼 되지 않을거라는 말을 할 정도로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경기에 감독은 그에게 기회를 주었고, 그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내며 가슴뭉클함을 안겨준다. 그리고 롯데의 김용철(조진웅)이 코믹캐릭터를 맡아 웃음도 함께 준다.

 

야구 팬들에게 잊혀지지 않을 명경기를 펼쳐 준 최동원과 선동열.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그 이야기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재탄생하는 걸 보면서 최동원 투수가 지금 살아있어 영화를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가슴이 아려왔다. 금테 잠자리 안경을 쓴 조승우씨를 보고있으니 더더욱 그가 보고 싶어지고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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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 Sherlock Holmes: A Game of Shadow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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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예정


 

2년만에 돌아온 셜록 홈즈와 왓슨 커플. 티격태격 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좋아하는 이들의 관계는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게 만드는데 이런 캐릭터의 힘이 아니었다면 굳이 이 영화의 2편을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 1편에서도 느꼈지만 이야기의 허술함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그건 2편에서도 크게 나아지진 않는다. 뛰어난 두뇌로 교묘하게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살해도 마다하지 않는 최고의 악당인 모리아티 교수(자레드 해리스)의 악행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게 아쉬웠다. 홈즈는 자신의 적수라 말하며 그의 명석함을 칭찬하고, 이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깊이 빠져들지만 나는 모리아티 교수가 그렇게 무섭다고 느껴지질 않았다. 악당이긴 하지만, 그 무서움이 확 와 닿아야 하는데 영화에서는 카리스마가 잘 살지 않아서 그런지 홈즈 인생 최대의 적수라고 하기엔 좀 약하다는 인상이었다. 원작에서 느꼈던 모리아티와는 다른 느낌이랄까.

 

 

홈즈와 모리아티 교수와의 대결보다는 왓슨과의 재미난 파트너쉽에 더 눈길이 간다. 결혼을 앞둔 왓슨의 총각파티를 망쳐서 거지꼴로 식장에 들여보내고,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며 틱틱 거리는 홈즈는 여전하다. 최고의 사립탐정 보다는 소년 같은 이미지인데, 싸우기 전에 미리 치밀한 계산을 하고 주변 정보를 다 받아들이는 영민한 모습은 딴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 무술실력도 좋고 위트도 있고 자신감도 넘쳐흐르는 홈즈는 결코 미워할수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서 함께 하며 애증의 관계를 유지하는 왓슨 박사의 고생담을 보면, 친구 잘 못 만나서 인생이 기구해졌네요 라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홈즈를 안 만났더라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모험을 하고 있으니 괜찮죠? 라고 묻고 싶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들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 삶을 꿈꾸는 왓슨이다보니 예전처럼 함께하는 시간은 줄겠단 생각은 든다. 그런데 결혼식 뿐 아니라 신혼여행까지 홈즈가 개입할 줄이야! 따지고보면 홈즈가 불러들인 사건은 아니지만, 어쨌든 원인 제공은 홈즈가 하고 모리아티 교수가 사람을 보내 죽이려고 하니 왓슨의 인생도 참 기구하다. 아내와 달콤한 신혼여행을 가려고 탄 기차 안에서 총알 세례를 받게 될 줄 몰랐을테니 말이다.

 

홈즈는 모리아티 교수와의 전면전을 선포한다. 그동안 벌어진 사건들의 배후를 추적하니 모두 교수와 공통점이 있었다. 교수로 신망이 두텁고 영국 왕실 정부와도 두터운 관계를 가진 모리아티 교수의 존재를 유일하게 파악했기에, 정체를 밝힐 수 있는 사람도 그 뿐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모리아티 교수를 잡겠다고 선언하는데, 밝히면 밝힐수록 드러나는 음모는 세계의 전쟁 위기와 연관이 되어 있었다. 프랑스 집시 여인 심(노미 파라스)을 통해 알게 된 사건의 정보를 따라가면서  점점 모리아티 교수가 원하는 걸 알게 된다. 부상을 당하는 것까지 계획에 넣은 홈즈의 뛰어남이 모리아티 교수를 넘어설수 있을까? 그 대결이 생각보다 긴박하지 않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홈즈와 왓슨이 나오니까 지루하더라도 보게 된다.

 

홈즈의 죽음이라는 최고의 사건조차도 쉽게 풀어버린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시나리오의 문제인가, 감독의 문제인가 생각해보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이 커플을 보는데 약간의 지루함은 참고 견딜만 하다. 홈즈의 유일한 연인이었던 아이린 애들러(레이첼 맥아담스) 의 안타까운 상황도 너무 아쉬웠는데, 좋아하는 배우인지라 좀 더 홈즈와 함께 하는 장면이 많았으면 해서이다. 3편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 콤비를 다시 볼수 있다면 또 기다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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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 - SIU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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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 당했고, 얼굴을 감춘 범인은 시체 옆에 마약을 뿌려 놓았다. 이에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성범(엄태웅)과 형사들은 피해자가 과거 마약 사건 때문에 검거된 강도식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고 수사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특수본에 자원한 프로파일러 호룡(주원)은 마약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범인이 만든 장치일 뿐, 사건의 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호룡이 성범은 마뜩찮은데, 어린 나이라는 점과 수사현장은 가보지도 않은 먹물 일거라는 편견 때문에 동료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실제 사건은 겪어보지도 못한 애송이라 생각해 호룡의 말에 빈정거리거나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는데 텃세를 부리는 그 모습이 어른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성범이 유능한 형사이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성범은 주로 몸으로 부딪치거나, 말 보단 주먹이 앞서고 소리만 지르는 형사이다. 머리를 잘 쓰거나 직감이 뛰어난 것도 아니니 형사 영화의 메인 주인공 캐릭터치고는 좀 약하다는 인상을 준다. 또 어떻게 보면 사건을 빨리 풀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음에도 의리 때문에 머뭇거리기만 하니 내 입장에선 답답하기만 하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지키려고 했던 걸 결국 지키지도 못하고, 사건만 베베 꼬이게 만들기만 하니 감정이입이 잘 안된다.

 

성범과 호룡의 대립구도를 통해 이야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풀 수도 있지만, 그걸 제대로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지금의 위치에 오른 호룡이 과학적인 수사와 예측을 한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될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지도 않으니 특별수사본부 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이다. 그러면 가장 중요한 스토리를 잘 살렸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내용을 관객이 따라가면서 속속 드러나는 진실에 놀라기도 하고 긴장도 해야 하는데 무덤덤하게 보게 만들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처음엔 마약 관련 사건인줄 알았지만, 용의자로 지목된 박경식(김정태)이 경찰 출신이라는게 밝혀지며 수사는 급물쌀을 타게 된다. 그런데 형사들의 대사를 통해서, 용의자가 경찰보다 한발 앞서 빠져나가는 걸 알게 됐지 실제로 관객인 내가 그걸 느끼지는 못했다. 용의자가 정보를 먼저 받았다는 느낌도 못 받았는데, 형사들이 저런 이야기를 하니 '아..그랬구나'라고 생각할 뿐이다.

 

아무튼 박경식이 한발 빠르다고 하니 그런 줄 알고 보는데, 그렇다면 경찰 내부에서 정보가 새 나갔다는 것이 된다. 그리고 성범은 박경식의 집을 뒤지던 중, 특수본의 팀장인 박인무(성동일)과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한다. 용의자에 대해 모른다고 했던 팀장이었는데,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그랬던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 팀장이 박경식에게 내부 정보를 준 사람일까? 이런 의혹이 생기지만 성범은 침묵을 지킨다. 팀장이 성범을 "내 새끼"라고 부르는 것처럼 둘의 관계는 가족처럼 친밀했기에, 의혹을 풀기보단 덮어두는 쪽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팀장에겐 박경식 또한 내 새끼 였다.

 

그들이 중요시했던 가족같은 관계는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더디게 하고 피해만 크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호룡이 특수본에 자원한 비밀을 털어놓으며 또 하나의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것도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재미있게 살리지도 못했다. 사건의 중심인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지만 그 과정에서 긴장감과 스릴감이 배제되며 영화 속 형사들만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지켜봤던터라 놀라움은 반감됐다. 예측 가능한 결말이라 시큰둥함마저 느껴졌다. 특수수사본주 라는 거창한 제목이 너무 거창하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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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 The Help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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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잭슨 마을은 겉으로 보기엔 그림처럼 예쁘고 잘 정돈된 집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곳이다. 하지만 집 안으로 들어서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보고 있으면 2개의 다른 세계를 만날수가 있다. 하얀 피부의 백인 주인과 검은 피부의 가정부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이질감을 느끼게 할 만큼 차단된 삶을 살고 있었다. 백인은 우월하고 흑인은 미개하다는 인식은 쉬쉬하는 비밀이 아니라 당당하게 이야기 해도 되는 진실처럼 여겨졌고, 비인간적인 인종차별이 일상이 되어버린 그곳은 흑인들을 억압하고 있었다.  

백인 여주인은 흑인 가정부에게 자신의 아이를 맡기면서도 병균이 옮는다며 같은 변기를 쓰지 못하게 하고, 식기도 따로 쓰게 했다. 가정부가 화장실에서 휴지를 얼만큼 썼는지 체크까지 하는 등 최소한의 존중도 보여주지 않는데, 그렇게 따지면 가정부가 해주는 음식은 어떻게 먹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이런 차별이 대놓고 행해지지만 흑인 가정부는 어떠한 불평도 하지 않는다. 아니, 할수가 없다. 그녀들이 할수 있는 유일한 직업인 가정부를 못하게 된다면 당장 살아 갈 걱정부터 하게 될 것이고, 주인에게 잘못 보이면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려 다른 집에서 일 할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눈 감고 귀 닫고 가정부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한 집에 종속된 노예가 아님에도 인간다운 처우를 받지 못하는 흑인 가정부들의 처지가 안타깝다. 

그동안 17명의 백인 아이를 키워 낸 베테랑 가정부 에이블린(바이올라 데이비스)과 최고의 파이를 만드는 미니(옥타비아 스펜서)는 팍팍한 생활에도 서로가 있기에 참고 웃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사고로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에이블린은 백인 주인의 딸을 자기 자식처럼 키우는데, 통통하고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친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하기에 더더욱 마음이 쓰였다. 그 당시 백인 여성들은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모든 육아를 유모에게 맡겼던 모양이다. 그래서 흑인 가정부는 엄마 역할까지 해야 했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흑인 여성의 품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커서는 자기 엄마와 똑 닮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마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여성이 있다.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결혼을 하지 않고 대학 졸업 후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스키터는 취업을 위해 신문사 살림코너 상담을 맡게 되었고, 이를 위해 에이블린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둘이 만나는 것도 에이블린 주인의 양해를 구해야만 했고, 오로지 집 안에서만 만나야 했다. 흑인과 백인이 밖에서 이야기 하는 건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키터는 더 위험한 일을 하려고 했는데, 그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흑인 가정부들의 진짜 속마음과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낸다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엔 에이블린도 이 위험천만한 일을 할 생각이 없었고 상상만으로도 두려워했다. 하지만 정도를 지나치는 백인 주인들의 횡포와 죽은 아들을 위해서 과감히 용기를 냈고 미니도 이에 합세하게 된다.  

그녀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스키터는 자신을 키워준 흑인 유모 콘스탄틴을 떠올린다. 그녀가 힘들때 곁에 있어준건 콘스탄틴 이었고, 그녀는 친엄마보다 더 가까운 존재였다. 흑인 가정부가 아니라 가족인 그녀와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이별을 해야만 했던 스키터는 에이블린과 미니를 만나며 콘스탄틴을 더 그리워했다. 어쩌면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콘스탄틴에 대한 그녀 식의 애정이 아닐까 싶다.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연들과 스키터의 연애까지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게 했다. 그리고 같은 백인이면서도 왕따를 당하는 셀리아는 이단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도 끼지 못하지만, 소속이 없기 때문에 어떤 편견이나 미움이 없는 순수한 캐릭터가 되었던 것 같다. 미니를 가정부로 들이며 함께 식사를 하고 수다를 떨며 친밀한 관계를 가져나가는데, 그녀의 모습속에서 인종차별이 없는 행복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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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 Driv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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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를 좋아하는 한 남자(라이언 고슬링)가 있다. 이름도,고향도,왜 이 도시로 흘러 들어왔는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그는 여러모로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단 한가지 알수 있는 건 그가 운전을 좋아하고 잘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돈을 버는데 영화 장면에 필요한 자동차 스턴트맨을 하거나 범죄가 그것이다.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차에 태운 후 경찰의 수사망을 빠져나가게끔 도와주는게 그의 역할인데 이것도 딱 5분이라는 시간을 정해 놓고 한다. 그러니까 범행을 저지르면서도 그의 역할은 운전, 딱 한가지만 이었고 그마저도 깊숙이 개입하지 않는다. 그의 실력을 보면 이런 류의 범죄를 통해 많은 돈을 벌수도 있겠지만 그는 보통 범죄자들과는 달라 보인다.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극도로 신중해 보이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렇다면 왜 위험한 일을 하는건지 모르겠다. 경찰과의 추격전에서 짜릿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지도 않고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한 욕심도 없어 보인다. 그저 운전하는 것이 좋았던것 뿐일까. 이렇다보니 자꾸만 그의 과거가 궁금해진다. 이 남자,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그런 남자의 일상에 이웃에 사는 아이린(캐리 멀리건)이 어느 순간 들어오게 된다. 우연히 마주친 둘은 서로에게서 강한 이끌림을 느끼고, 그게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하지만 아이린에겐 남편과 아이가 있었고, 이들의 사랑은 감옥에 간 남편이 출소하기까지 라는 기한이 정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이미 서로에게 흠뻑 빠져버린 두 사람은 마치 풋풋한 10대 소년 소녀들 처럼 사랑을 나누는데 남편 스탠다드가 일찍 출소를 하면서 사랑을 꽃피우기도 전에 감정을 추스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어쩌면 더 깊게 빠지지 않았던 게 다행일 수도 있지만, 이 감정을 그대로 무시해버리기엔 두 사람의 마음이 진심이었다. 더구나 이미 아이린과의 일상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남자에겐 남편과 같이 있는 그녀를 바라보는 건 고통이었을 것이다.  

우연히 아이린의 가족과 식사를 하게 된 날,스탠다드가 자신이 어떻게 아이린과 만났는지를 알려주며 아들이 태어난 순간이 가장 행복했었노라고 말하는 걸 듣는 남자의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진다. 하지만 남자의 심정을 느낄수 있는 건 그게 전부이다. 아이린이 곧 남편이 출소할 거라는 걸 알려줬을 때도 잠깐 운전을 멈춘것만이 충격받은 그의 모습을 드러내주는 것이었고, 그 후로도 남자는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는다. 아이린과 함께했던 짧은 순간의 데이트, 그리고 그때 보여줬던 웃음이 다신 나오지 않을 것처럼 남자의 얼굴은 다시 굳어져버렸다. 그럼에도 그녀 곁을 떠나지 않는 남자는 스탠다드가 어쩔수없이 전당포 털이를 하게 되자 기꺼이 도와주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범인들이 아이린과 아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자와 스탠다드가 해야 하는 일은 5분안에 전당포를 터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일을 사주한 사람들에게 얼마씩을 받고, 다신 볼 일이 없는 것 뿐 이었다. 하지만 이 범죄는 누군가에 의한 음모였고, 스탠다드와 함께 참여한 여성이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졸지에 남자는 백만달러와 함께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남자에게 감춰진 폭력적인 면이 드러나며 오히려 쫒기는 건 음모를 주도한 사람들 이었고, 아이린을 지키기 위해 남자는 이들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복수의 과정도 지금껏 흘러왔던 것 처럼 꽤나 잔잔하다. 엘리베이터 씬에서 잠깐 보여지는 잔혹한 장면들이 언뜻언뜻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주인공들의 심리에 더 공을 들인 것 같다. 거기다 좋은 음악들을 곁들이면서. 만약 이 영화가 호쾌한 액션영화 였다면 결말은 당연히 관객들의 입맛에 잘 맞는 쪽으로 흘렀겠지만, 초반부터 그렇지 않았기에 좀 아쉬운 결말도 크게 불만은 느껴지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추천은 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에겐 꽤 괜찮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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