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김건호 헌법 최근 10년 단원별 기출문제집 - 전3권
김건호 지음 / 메가스터디교육(공무원)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헌법 기출문제집 중의 하나다. 이 2쇄 버전은 최근 국회법 등 개정된 법률을 반영하고 있다. (변경된 사항은 네이버 카페 sk100에서 찾아보면 된다: 헌법 정오표) 처음 헌법을 대하는 수험생이라면 더더욱 추천할 만하다. 이 책의 디자인은 행정법총론 기출문제집과 괘를 같이한다. 그 책에 붙인 리뷰의 대부분은 이 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1. 가격 문제: 헌법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에서도 1년 보는 수험서가 과도하게 비싼 경우가 있다. 좋은 가격이 좋은 내용과 만난 몇 안 되는 책 중의 하나이다. 수많은 수험서들을 대하며 정약용의 사회시가 빛나는 한 권의 시집과 비교해 보라.

2. 북 디자인: 유독 책은 아주 고루한 영역으로 보일 때가 있다. 디자인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거나 낡은 법 교과서의 레이아웃이 지루하게 펼쳐지기도 한다. 잘 정리된 내용과 디자인을 고르라면 전자가 되겠으나 후자를 고려한 수험서는 더욱 빛날 것이다. 최근 서울 밖에 세워진 단독주택들의 공간을 생각해 보라.

• 이 책에서 돋보이는 디자인의 예: 핵심어구를 강조하는 하이라이트(형광펜)와 그린 컬러.

3. 해설의 질과 양: 명성이 하루아침에 망가질 때가 있다. 최근 어느 수능 일타강사의 몰락에서 보듯이 이미지는 사실이 아니다. 어느 수험서를 택할 때 학원이나 강사나 많이 보는 책이냐를 우선하지 말고 책 자체를 봐야 한다.

강의는 책에 대한 이해를 풍요롭게 한다. 하지만 좋은 책을 두고 하는 강의가 아니라면 어떻게 좋은 강의가 될 수 있겠는가. 강의는 잠깐 이해에 머무르는 것이라면 책은 이해를 두텁게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출문제집은 해설의 질과 양이 중요하다.

해설의 대부분이 조문이나 판례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답이 되는 명확한 논리를 표현하고 꼭 인용할 부분들을 잘 편집해야 한다. 조문은 답이 포함된 조항을 명시하고 중요 부분을 밑줄로 강조하는 것에 더 나아가 핵심어구를 강조해야 한다. 한 문제를 풀고 정리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되므로 핵심어구 위주로 보면서 빠르게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사소한 차이지만 하이라이트 같은 디자인이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아래 예시에서 mark 태그는 하이라이트를 표현한 것이며 실제 암기할 때 그 부분을 보면 된다.

• 조문 예시:
국회법 제29조(겸직 금지) 1항 <ins>의원은 <mark>국무총리</mark> 또는 <mark>국무위원</mark> 직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ins> (이하 생략)

판례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사건이나 진술에 대한 법적 판단을 표현한 것이다. 판례문에는 답이 되는 명확한 논리가 없을 수도 있고, 있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해설을 보며 완벽하게 이해하기보다 중요 부분에서 핵심어구 위주로 눈여겨보며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아래 예시에서 mark 태그는 하이라이트를 표현한 것이며 실제 암기할 때 그 부분을 보면 된다.

• 판례 예시:
피청구인의 이 사건 <mark>계구사용행위</mark>는 (생략) <ins>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게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무죄추정의 원칙 및 방어권 행사 보장정신의 근본취지에 어긋나는 <mark>위헌적인 공권력 행사</mark></ins>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해설에서 판례문만 보이기보다 보충설명을 두어 이해를 도울 수 있다. 판례문만 봐서 정리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판례의 핵심 내용을 재정리한 설명이 훨씬 도움을 줄 수 있다.

• (위 판례에 대한) 보충설명: 구속된 피의자가 검사조사실에서 수갑 및 포승을 사용한 상태로 피의자심문을 받도록 한 행위는 권력적 사실행위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

판례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중에는 법률언어의 문제도 있다. 이는 시험 문제를 푸는 데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판례문 자체보다 이 책의 보충설명 같이 판례의 핵심 내용을 정리한 표현이 필요한 것이다.

• 판례문 중 비문 예시:
(목적어 누락)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한 헌법과 법률의 규정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주어 누락)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형사절차가 종료되어 교정시설에 수용 중인(미결수의 재판이 형사재판인지 아닌지 불명확) 수형자나 미결수용자가 형사사건의 변호인이 아닌(사람을 수식하지 않고 사물을 수식) 민사재판, 행정재판, 헌법재판 등에서 변호인와 접견할 경우에는 (주어 누락, 수형자와 미결수용자) 원칙적으로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다.
(함수민 헌법 기출문제집 리뷰에서 재인용함)

Koho Shoda의 풍경화, 달빛이 비추는 바다를 보면 딱 있어야 할 것들만 있다. 하나의 정서를 표현하면서 너무 많은 것들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그렇듯이 해설은 모자라지 않게 딱 필요한 만큼만 말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해설 속의 조문이나 판례의 인용은 꼭 필요한 만큼만, 가급적이면 정리된 표현으로 편집돼야 한다. 2단 구성에 문제와 해설의 배치가 공간을 들이면서 부담없이 전면에 있다. 그런 면에서 어떤 기본서들은 적지 않은 실수를 범하고 있다. 한편 몇몇 수험서들은 배려의 안목이 잘 배어 있다: 고종훈 한국사 기출문제집, 김덕관 정리에 강한 행정학 요약서, 유수연 토익 강의노트 등.

해설의 양이 외양에도 잘 드러나는데, 3권 구성으로 얇고 가벼우며 펼쳐 보기에 편하다. 1000쪽에 이르는 단권으로 너무 무겁고 낡은 갱지 같은 내용의 책들은 치워버리고 싶을 것이다. 눈이 있는 사람은 그 느낌을 알아차린다. 영화 동경 소나타,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 사사키 겐지가 들려 주는 달빛 같은 정갈한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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