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 유수원 연구 실시학사 실학연구총서 8
정만조 외 지음, 재단법인 실시학사 엮음 / 사람의무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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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를 부르짖던 집권 정부지만, 연이은 인사•정책 실패 논란을 보면 답답할 뿐이다. 거기에 전직 대통령 사면이라! 재판도 안 끝났는데, 전 국회의장에 이어 다시 사면론을 펼친다. 시즌이 끝나가니 정권 연장에 공을 들이나 보다. 집권당이 개혁 정당인가 의심스럽다. 부지런히 뉴스공장과 각종 신뢰할 만한 뉴스를 보고들어도 기억에 남는 건 적폐 청산(적폐란 기존 보수 정부의 실정에 대한 퇴단만이 아니라 사회적 악습을 재생산하는 기득권에 대한 퇴단이어야 한다), 검찰 개혁, K-방역 정도가 거의 다다.

이 땅에 오랫동안 당쟁, 문벌, 신분 차별, 지역 차별, 학벌이 있(었)고 (성차별은 기본이고,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탈북민, 고령자 등 각종 차별이 생겨나고 있고) 여전히 흥행 중이다. 국민 통합을 외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진보 성향(?)의 집권당조차 대의민주주의 핑계를 대며 사회적 약자에게 인색하고 국민 통합을 뒷받침할 법과 제도는 없거나 미약하다(예를 들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그것은 집권당의 자기기만이자 국민 기만이고 누구 말대로 지긋지긋한 구태의연이다.

유수원, 정약용의 개혁 정책들이 실행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쟁으로 얼룩진 보수 정부에서 그것은 체제 반역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상주의였을 것이다. 17세기 유형원에서 시작하는 근대화의 개혁사상은 산림에서 침묵하거나 사약으로 죽어나가거나 수십년을 유배됨으로써 실행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거기서부터 자주적인 근대화로 가지 못하고 일제강점기 굴욕의 역사로 치달았다. 그런 점에서 19세기는 우리 역사에서 암흑기이자 가장 구태의연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21세기 한국의 집권 정부를 보며 유수원의 문제작 우서는 꼭 읽어 봐야겠다.

* 우서 번역본은 한영국 본이 유일한데, 민족문화추진회 판과 한국학술정보 판으로 출간된 바 있음. 이 번역본은 올재클래식으로 출간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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