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 걸
장 피에르 다르덴 외 감독, 아델 하에넬 외 출연 / 플레인아카이브(Plain Archive)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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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내일을 위한 시간(Deux jours, une nuit)에 이어 묻기의 구도(求道)는 계속됩니다. 제명인 이름 모를 소녀(La Fille Inconnue)가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주인공인 의사 제니인가 그랬는데 아니었죠. 인턴 쥘리앙과의 언쟁이 있다가 살인사건으로 이어집니다. 그 사건은 클리닉 인근에서 일어나고 경찰이 찾아오면서 드러납니다. 제니는 자기 때문에 흑인 소녀가 죽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심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렇게 그 흑인 소녀가 누구인지 묻습니다. 클리닉에 찾아온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묻거나 왕진을 다니면서 계속 묻습니다. 이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Khane-ye doust kodjast)에서처럼 돌아다니며 흑인 소녀의 이름을 간절히 물어 봅니다. 왜냐하면 이름이라도 알아야 흑인 소녀의 가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 않으면 행려자처럼 이름 없이 묻히고 나중에 묘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여기는 벨기에 리에쥬(Liège) 또는 유럽 어딘가.

한국에서 형사사법 제도는 굳건하지만 한 인간과 사회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현실과 코미디가 구별되지 않습니다. 경찰과 법원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은 법과 제도 아래 두번 세번 죽는 게 흔합니다. 생명 존중, 공정성을 비웃는 집행유예, 공탁금 같은 제도만 빛날 뿐입니다.

또 공무원이 일반 직장인과 잘 구별되지 않고 (아키라의 영화 이키루 生きる의 공무원들처럼) 무책임과 책임 회피가 정상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공무원은 고시나 공시에서 오로지 시험 점수로만 (고위 공직자의 50%, 판검사•외교관의 70-80%가 SKY) 수석 합격, 2관왕, 3관왕으로 빛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 제니는 자기가 그때, 흑인 소녀가 클리닉의 문을 두드릴 때 열지 못한 것을 슬퍼합니다. 단지 그 사소한 행위로 (20년 조교 경력으로) 잘나가는 케네디 센터를 마다하고 작은 클리닉을 끝까지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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