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의 칼럼을 삽질한다. 우석훈의 시각이 빛이 나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 근데 마지막 해결 방식을 논하는 것은 사회과학자 답지 않다.  

 

"백인 중산층은 날씬한 몸매, 흑인 가난뱅이는 뚱뚱, 우리는?" 

[우석훈 칼럼] "대학에 '과일방'을 만들자" 

 

노무현 시절에 삼성 이건희 회장이 '2만불 경제'를 얘기한 적이 있었다. 요약하면, 2만불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으니, 그 때까지만 참고 버티자는 것이다. 그 얘기는 결국 노무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되었다. "엎드려 매달려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 그렇게 군대 간 것처럼 참고 버티라는 게, 노무현 시대를 지나 현 정부까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2만불까지만 참고 버티자는 정부 운영 방침이 되었다.

자, 2만불이 되었는데, 지켜진 약속은 없다. 그 대신 우리에게 신빈곤 현상이라는 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경제 발전 초기에 존재하던 보편적 빈곤 대신에, 일정한 수준의 경제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경제 구조적인 문제로 문제를 요즘은 '신빈곤 현상'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서점가에서 사회과학 서가 크기 만한 신빈곤 서가가 별도로 등장한 것은 벌써 몇 년째 되었다. 우리나라 교보문고에도 최근 빈곤이 별도로 분류가 되기 시작하였다.
 

 

 

 

 

 


한국에서는 이 현상을 '양극화'라고 주로 부른다. 원래는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등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라서 소득 빈곤화 현상을 지칭하기에는 좀 명확하지 않다는 느낌이 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한국에서는 이 용어가 지금의 신빈곤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를 잡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문제점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 현상을 '격차 사회'라고 부른다. 두 나라 사이의 차이점은, 한국에서 양극화라는 용어가 등장한 후,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에게 정권을 내주게 되었지만, 일본은 격차 사회라는 용어가 퍼지면서 자민당 장기 집권이 깨지고 일본 민주당 정권이 생겨났다. 묘한 차이점이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의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이 문제를 풀지 못할 것임은 물론, 이게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박복한 대통령을 만나서 국민들이 고생하는 것, 이게 안타까울 뿐이다. 선진국 경제 내에서 벌어지는 신빈곤 현상은, 지금까지는 신자유주의를 강화시켜왔던 영미계열, 유럽 경제의 약한 고리였던 라틴계열,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서 뚜렷한 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만약 우리가 진짜로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번영을 생각한다면, 미국의 손을 빌린 경제 선진화 모델이라는, 노무현 중후반 이후에 추진했던 그 방향이 과연 옳은 것인가, 지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된 것 같다. 우리의 박복한 대통령이 결국 5년간의 통치를 통해서 남겨줄 것은, 엄청나게 극심해진 정부 채무와 지자체 채무, 그리고 부실해진 금융경제와 복원해야 할 수많은 시멘트 덩어리들, 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다음 정권이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현 정부가 남겨주고 간 빚 덩어리 속에서 "도저히 해볼 대책이 없다"고 국채 상환하고, 긴축 재정하느라고 허리가 휠게 분명하다.

조심스러운 예상이지만, 지금이라도 경제 방어정책을 쓰지 않고 대통령과 형님 마음대로 하는 경제 운영이라면, 결국 대통령이 탈당하고 대선을 관리하는 거국 내각을 꾸리게 되었던 지난 날의 정권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갈 가능성이 크다. 전국을 거대한 청계천으로 만들겠다는 토건 사업이, 국민 내부에서 신빈곤 현상이 일반화되는 이 시점에 과연 옳은 것인지, 조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생태 파괴와 같은 고상하고 장기적인 목표와는 별도로, 토건에 의한 재정정책이 과연 지금과 같이 중장비가 투입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승수효과가 발생할 것인가, 이런 건 좀 꼼꼼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청와대는 점점 더 식물 정권으로 바뀌어 갈 것이고, 대통령의 역린이라고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 외에는 새로운 것을 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아마 그들도 뭔가 하는 척만 하면서, 실제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1위를 달리는 박근혜 대표처럼, 당분간 대부분의 대선후보들은 대통령의 실정을 노리지, 진짜로 뭔가 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내년 총선 때까지, 정부 측이든, 야당 측이든, 적극적으로 반빈곤 프로그램을 제시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국민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정치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풀 방책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정치인들은, 기본적으로는 비겁하다. 박복한 대통령은 용감하고, 박근혜는 비겁하고, 손학규도 비겁하다. 내가 뭘 잘 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생각 보다는 대통령이 뭘 못해서, 자신이 어부지리를 보겠다는 생각이 더 강한 것 같다.

자, 상황은 그런데, 지금의 신빈곤 현상을 그냥 방치해두어도 좋을 것인가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이렇게 아무 것도 없는가,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우리의 신빈곤 현상이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게 시급할지, 논리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신빈곤 현상은 경제의 약한 고리를 먼저 타격한다. 미국의 경우는 흑인 등 유색인종이었다. 우리의 경우는 20대, 여성 그리고 지방거주민들이 그 약한 고리를 형성할 것이라는 게 내 가설이다. 여기에 보조 축으로 학력과 같은 것들이 따라붙을 것이다.

10여년쯤 전에 미국에서 유색인종과 정크푸드 문제가 한참 논의된 적이 있었다. 이 문제가 미국처럼 그냥 방치되면, 빈곤형 비만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결국 WASP라고 부르는 백인 중산층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날씬몸매를 가지고, 가난한 사람들이 비만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도 벌써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형할인마트에서 대표적인 정크 푸드이며 고비만 식품피자치킨을 대폭 할인해서 팔기 시작했다. 할인마트의 포화와 신빈곤 현상이 결합되어서 이런 기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 <슈퍼 사이즈 미> 포스터

모건 스퍼록 감독이 직접 정크푸드를 먹으면서 어떻게 육체적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주었던 충격적인 다큐 <슈퍼 사이즈 미>를 한 번 참고해서 보시면 좋겠다. 누군들 유기농 식단이 좋은 줄 모르고, 친환경 음식자기 자식에게 먹이고 싶지 않은 부모가 누가 있겠나?

정부가 자기 국민들을 버리면, 미국처럼 중산층 혹은 부유층은 극단적인 웰빙으로 가고, 유색인종 등 신빈곤 계층은 정크푸드로 연명하게 되는 지독할 정도의 식품의 하이엔드 현상이 벌어진다. 다 나라 망할 때 생겨나는 현상이다. 지금 우리가 그렇게 가고 있다.

이런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는 상징적인 식품이 바로 과일이다. 정부가 신빈곤 현상을 그냥 방치하면, 과일을 먹을 수 없는 국민들이 생겨난다. 유색인종과 과일, 이건 오래된 논의 중의 하나이다. 그 현상이 한국에도 이미 벌어졌다. 과일을 먹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복잡한 영양학 논의는 뒤로 미루자. 어쨌든 우리는 누구나 과일을 먹는 게 건강에 좋고, 특히 발달기의 어린이나 청소년일수록 더 많은 과일을 먹는 게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에 학교 급식이라는 게 도입되면서, 일단은 유소년기에 과일을 먹게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제도는 갖추어져 있다. 과일을 복지의 척도로 생각한다면, 한국에서 과일 복지로부터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단 과일의 사각 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집에 나와 있는 20대, 즉 대학생알바 등, 이런 사람들은 과일을 먹기가 쉽지 않다. 대학생 용돈이나 시간당 시급 생각해보면, 사과와 같은 과일을 선뜻 집어 들기가 어렵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지 않은가?

요즘 대학생이나 20대 강연을 하면서 최근에 과일을 언제 먹었는지 물어본다. 실제 지난 한 달 내에 과일을 먹은 적이 없다고 손을 든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강연 끝나고 나오는 길에, 사실은 자신이 한 달 동안 한 번도 과일을 못 먹었다고 얘기하는 대학생들은 종종 된다. 눈물이 찔끔 나는 장면이다.

많은 유럽 국가의 경우는, 50만 원 미만의 연간 등록금을 내면서도 대학 식단에 50% 정도의 국가 보조금이 붙는다. 우리는 일부 대학에서 학생생협의 형태로 식당을 운영하지만, 그것도 대학재단이 수익성을 높일려고 자꾸 외부 케이터링 업체에 위탁하는 형편이다. 대학의 학교 식당에서 과일 구경하기가 쉽지가 않다. 교수 식당에는 과일이 나오는 곳이 많은데, 학생 식당은 그럴 형편이 못된다. 그렇다고 지금 대학교에 학생들 과일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보조금 주자는 얘기했다가는, 오세훈 시장 같은 인사들이 나서서 나라 망칠 포퓰리즘이라고 난리를 칠 거다. 20대 초반이면 아직 발육이 다 끝난 게 아니라서 어떻게 과일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공동체나 국가가 살펴야 하는데, 우리의 공동체는 이미 깨진지 오래이고, 국가는 지금 삽질 하느라고 아주 바쁘시다.

이 문제는 여당이나 야당 혹은 정부대책 따질 것 없이, 대학에서 조금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1000만 원 이상씩 등록금을 받고 있는 대학에서, 과일방 하나 운영해주면 될 것 같다. 테이블 몇 개 놓고 과일 쌓아놓고, 친구들끼리 와서 깎아먹고 갈 수 있게 해주는데, 무슨 엄청난 돈이 드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타지에서 대학 다니는 학생들이 하루에 사과 한 알이라도 먹을 수 있게, 과일방 하나 운영하는 건, 대학 당국에 그렇게 큰 피해가 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자, 대학생은 그렇다치고, 시급 받는 편의점 알바 등 대학에서 과일을 먹을 수 없는 청년들의 경우는 어떻게 할까? 현재로서는 동네라고 부르든 마을이라고 부르든, 편의점 등 알바들이 있는 지역이 공동체로서의 최소한의 감성을 회복하는 길 밖에 없을 것 같다. 편의점에 가면서 과일 하나, 귤 하나, 알바들에게 건네줄 최소한의 따뜻함을 아직 우리 사회가 완전히 잃어버리지는 않은 것 같다. 그들이 넉넉하지 않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는 건 너무 뻔하지 않은가?

우리가 겪어나가야 할 이 미증유의 사태, 신빈곤 앞에서 국가든 공동체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럽기는 할 것이다. 아마 다음 대선에서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단기간에 큰 변화가 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개인들이 엄청난 변화를 만들기도 힘들다. 그러나 우리가 더 가난해진다고 하더라도, 아직 발육이 채 끝나지 않은 20대 초반의 청년들에게 과일도 먹이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우리가 가난한 것은 아니고, 또 사람 사는 사회가 그렇게 박해져도 안될 것 같다. 과일이라도 나눌 수 있는 사회, 그 정도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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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이전투구

 

SD계-소장파 ‘신 궁중암투’ 막후


type=text/javascript>// document.title = "SD계-소장파 ‘신 궁중암투’ 막후"+" | Daum 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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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권력지형이 요동을 치고 있다. 4·27 재보선과 원내대표 경선을 거치며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끄는 주류가 급격히 약화된 반면, 그동안 변방에 머물러 있던 소장파가 비주류인 친박과 손을 잡고 당의 전면에 등장했다. 친이계의 또 다른 한 축인 이상득 의원(SD) 라인은 올해 3월경부터 사실상 친박과 '전략적 제휴'에 들어간 상태다. 정치권에선 '친박+SD+소장파'로 이뤄진 '신주류'가 당을 장악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신주류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들리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사건건 부딪혀왔던 이상득 의원과 소장파 간 '리턴매치'가 재현되고 있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소장파 리더 격인 정두언 의원은 이상득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주장하며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의 개국공신인 SD 측과 소장파가 '친박' 울타리 안에서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는 내막을 따라가 봤다."박근혜 당이 됐다." 지난 5월 11일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 한나라당의 한 중진급 의원이 던진 말이다. 그는 "소장파가 부활하고 이재오가 몰락한 가운데 모든 힘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로 쏠리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쇄신을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한나라' 역시 박 전 대표 영향력 아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귀띔했다.

'새로운 한나라'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황우여 의원을 당선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운 소장파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모임이다. 현재 44명의 의원이 가입한 상태인데 그 수는 점차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 이재오 특임장관계가 주축인 '함께 내일로'(70여 명)를 능가할 전망이다. '새로운 한나라'엔 친박(12명), 중립(16명), 친이(16명) 등 여러 계파 의원들이 골고루 포함돼 있다.

5월 11일 출범식을 가진 '새로운 한나라'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 및 당 대표 대행 등을 놓고 구주류와 마찰을 빚어왔다. 의원총회에서도 양측의 강한 공방이 예상됐다. 그러나 '새로운 한나라'와 구주류는 나란히 한 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퇴임한 지도부가 선정한 비대위를 추인하되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당 대표 권한을 주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처럼 '투톱체제'를 수용하기로 한 결정에는 친박 측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 의원들은 '새로운 한나라'와 구주류 의원들을 '맨투맨'으로 접촉, "쇄신은 하지 않고 싸움질만 한다는 비난 여론이 많다" "어차피 7월에 열리는 전당대회까지만 운영될 과도체제다"라며 중재를 모색했다고 한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주류가 해야 할 일을 친박이 한 것"이라면서 "이는 친박이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나라당 쇄신을 외치고 있는 '신주류'는 사실상 '신 친박'과 동일시되고 있다. 기존 친박에 소장파와 SD라인이 합쳐져 탄생했다는 것이다. 우선 소장파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대놓고' 친박과 손을 잡았다. SD 측은 2차 투표에서 황우여 의원에게 표를 몰아주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친박+소장파+SD' 연합군이 비주류 대표로 나온 황 의원 승리를 이끌었다. 그 여세를 몰아 신주류는 차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는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물론 그 중심엔 재보선 패배 이후 더욱 몸값이 오른 박근혜 전 대표가 있다. 지난 2007년 당내 경선에서 비주류의 한계를 겪어야만 했던 박 전 대표로서는 차기를 위한 유리한 입지를 다진 셈이다. 핵심 측근들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소장파 등이 요구하고 있는 '젊은 대표론'을 받아들이는 대신,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신주류가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롱런'할지에 대해서 비관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서로 '앙숙'이라고 할 수 있는 SD 세력과 소장파가 또 다시 힘겨루기를 할 경우 '불안한 동거'는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7월에 열릴 전당대회에서 양측이 대표 선출을 놓고 맞붙을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이재권 정치학 박사도 "근본적으로 SD와 소장파는 함께 갈 수 없는 사이다. '오월동주'가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소장파는 SD에 밀려 정권 탄생에 기여를 하고도 비주류 신세였다. 여러 차례 반격도 실패했다. 이는 SD 뒤에 MB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누구에게 힘을 실어줄지 지켜보는 것도 향후 여권 권력 구도 재편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공은 '절치부심' 소장파가 먼저 날렸다. 소장파 리더 정두언 의원은 지난 5월 10일 < 조선일보 > 와의 인터뷰에서 "이상득 의원이 내년에 당선돼 국회의장을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수도권 의원들이 이 의원의 공천 신청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의원이 공천을 받는 순간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전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했었던 정 의원이 또 다시 날 선 칼을 빼든 것이다.

정 의원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소장파 인사들의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수도권 출신의 한 소장파 의원은 박 전 대표 핵심 측근을 만나 "SD와의 관계를 잘 알지 않느냐. 절대 함께할 수 없다. 이러한 뜻을 박 전 대표에게 잘 전달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또한 몇몇 소장파 인사들이 그동안 SD 이름이 거론됐던 비리 의혹들에 대해 확인하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SD 측에선 소장파 공세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이 의원이 쇄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몇몇 의원들은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SD라인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는 친박과 화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친박이 소장파와 손을 잡은 이유도 우리가 터를 닦았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면서 "그런데 이제 와서 소장파가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려 한다. 친박도 소장파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소장파는 총선이 목표다. 그 이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차기를 누가 잡느냐도 총선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친박과 더욱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D 측에선 일단 상황을 관망하며 전면전을 피하는 한편, 친박과의 연대를 더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이러한 소장파와 SD 간 갈등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수면 위로 표출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젊은 대표론'이 급부상할 경우 소장파의 정두언·남경필 의원과 SD계로 분류되는 원희룡·나경원 의원이 맞붙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전대에서 뽑히는 지도부가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측의 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친박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소장파와 SD 라인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오계로 대표되는 구주류에서 출사표를 던질 후보를 이겨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이와 관련, 몇몇 친박 의원들은 '중립'에 가까운 홍준표 최고위원을 대표로 밀고 SD와 소장파의 '몫'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친박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자칫 '신주류'가 계파 싸움의 진원지로 지목돼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총선이 끝난 후 일부가 '변심'할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사석에서 만난 한 친박 의원은 "나가서 싸울 것이지 왜 여기 와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친박은 박 전 대표를 향한 로열티가 강한 집단이다. 그런데 소장파나 SD계가 들어오면서 결속력이 약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 의원도 "그들이 대선까지 함께 완주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세를 확장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줄 수 있지만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경우 박 전 대표도 잃는 것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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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정치적 행보는 어떨까. 노무현의 적자라는 의식 자체를 버리고 그 자신의 행로를 걸어가야할텐데 ... 

 

‘위기의 유시민’ 승부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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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승리'로 막을 내린 4·27 재보선의 후유증을 가장 심하게 앓고 있는 이는 공교롭게도 '야권 대표주자'를 꿈꾸던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다. '친노의 성지' 격인 김해 을에 출마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낙선하면서 이 곳 선거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던 유 대표는 "큰 죄를 저질렀다"고 심경을 밝힐 만큼 큰 내상을 입었다. 김해 을 선거 승리를 기점으로 원내 입성을 노렸던 국민참여당은 물론, 유 대표의 대권주자로서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유 대표는 재보선 패배 이후 한동안 당무도 보지 않은 채 자택에 머무르며 심경을 추슬러야 했을 만큼 심적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대권주자 지지율 2위에 올라서며 야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혀온 그는 이번 재보선으로 최대 난관을 맞이한 상황이다. 국민참여당 내에서는 향후 활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침체 위기에 빠진 유 대표와 국민참여당이 고민하고 있는 '마지막 승부수'는 무엇이 될지 들여다보았다.

"김해 을에서 진 건 뼈아픈 결과였다. 국민들이 국민참여당에게 기대하는 건 분명한데 다만 우리가 아직 미숙해서 정말 국민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 절감하고 있다."

김해 을 패배에 대한 아쉬움은 매우 큰 듯했다. 유시민 대표의 측근인 국민참여당의 한 관계자는 재보선 김해 을 패배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양순필 전 국민참여당 대변인은 "결국 진 것이 아쉽긴 하지만 선거전 초반 정당지지율이 6~7%에 머무르다가 막바지엔 20%까지 올라간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지만 우리는 우리가 얻어낸 4만 3000표라는 결과가 그렇게 나쁘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향후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재보선 패배 이후 국민참여당 내에서는 반성과 고뇌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국민참여당을 포함해 노무현재단과 참여정부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한국미래발전연구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이 있기도 한 5월 한 달 동안을 '친노계의 미래'에 대한 토론의 시간으로 정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지난 11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노무현의 꿈, 그리고 현재적 의미'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이재정 전 국민참여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참석자들은 각기 다른 정당에 속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된 뜻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을 현실화시키자는 데에 있었다.

역시 이날 가장 중점이 된 토론 주제는 '야권 통합과 연대'에 관한 내용이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주의를 말살시키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과 대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이념적 정체성은 인정하면서 일치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야 한다"며 "통합이 가장 좋지만 어렵다면 연합을 통해 일대일 구도를 만들면 집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재보선 이후 야권 통합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재보선이 끝난 다음 날 "(야권통합에 관해) 민주당에 서 주도적으로 통합하자고 제안하는 것보다는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가 어떤 결단을 통해서 통합의 길을 선택한다고 하면 참 좋은 일이 있을 것으로 본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의 이러한 의견에 대해 국민참여당 측의 거부감은 적지 않다. 재보선 패배로 크게 낙심하고 있는 국민참여당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었다는 분위기다.

기자가 취재 도중 의견을 물어본 국민참여당 측 관계자들 대부분이 "박 원내대표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참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진짜 통합을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통합이 관심사라기보다 재보선을 통해 기회를 얻은 민주당이 야권연대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 심포지엄에서도 야권통합 방안에 대한 세부적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참석했던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야권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아쉬운 자리였다. 앞으로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에 과연 야권 통합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참여당이 처한 문제는 비단 야권통합 논의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렸다는 것에서 그치진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뒤를 잇는 '적자'라는 유시민 대표의 타이틀은 물론 '친노계'를 대표하는 당이라는 명분이 재보선 패배로 상당부분 희석되었다는 것에 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 재보선 이후 당내에서는 "친노라는 타이틀을 더 이상 쓰지 말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성에 큰 흠집을 냈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단지 국민참여당 내의 의견만은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 상당수도 유시민 대표를 향해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얼마 전 트위터에서 가장 회자되었던 글은 '노무현에게 있고, 유시민에게 없는 것. 노무현은 지는 길을 가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고, 유시민은 이길 수 있는 길을 찾다가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 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낙선을 감수하고 부산에 출마했던 것과 달리, 유시민 대표는 이길 수 있는 김해 을에 '올인'하며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뼈아픈 지적이었다.

재보선 패배의 충격으로 한동안 자택에서 칩거하던 유시민 대표도 최근 당무에 복귀한 뒤 국민참여당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노한래 참여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유 대표는 당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는 생각이다. 본인의 생각과 다소 다를지라도 다수의 생각대로 당을 이끌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5월 한 달 동안 당원은 물론 지지자들의 의견을 흡수해 향후 야권연대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비단 민주당뿐만이 아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야권연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대표와 국민참여당이 가진 또 하나의 숙제는 친노계의 융합·통합 문제다. 이는 국민참여당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것이기에 야권 통합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일 터. 이번 재보선을 통해 국민참여당이 잃은 가장 큰 것은 낙선이 아니라 친노계 세력다툼을 표면화시킨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애초 김 을 지역 출마를 고려했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사무국장이 유시민 대표의 '입김'으로 불출마 결심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등 친노계 내의 세력 분화 및 갈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정치전문가들은 "향후 야권통합 논의에서 국민참여당이 민주당과 경쟁적 관계로 참여하려면 분화된 친노계를 흡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김해 을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극적인 협의를 이끌어냈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유시민 대표를 대신할 친노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문 이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명박 정부를 거세게 비판하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치행보에 상당히 신중했던 이전과는 한층 달라진 모습이었다. 친노계인 백원우 민주당 의원 역시 한 인터뷰에서 "당내에선 영남표심을 공략할 사람으로 문재인 카드가 거론되기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해 을 불출마 선언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이사장은) 향후 야권통합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이라며 이전과는 다른 정치행보를 하게 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박스기사 참조). 참여정책연구원 노한래 부원장 역시 "문재인 이사장은 훌륭한 분이다. 큰 뜻으로 격려하고 지지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아 노무현재단에서는 추모 상품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 '노란가게'를 오픈하는 등 추모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11일 심포지엄에 이어 12일에는 '노무현을 만나다' 추모 전시회를 여는 등 재보선 이후 친노계의 움직임은 더 빨라진 모습이다. 추모전시회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고, '신정아 파동'의 장본인이었던 변양균 전 정책실장도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이번 심포지엄을 주최한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은 다음달 3일 '복지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한 싱크탱크 네트워크'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야권 정책연합의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유시민 대표는 타격을 받았지만, 이를 계기로 친노계의 세력재편과 결집이 이뤄지는 긍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유시민 대표에 대한 지지층이 견고한 만큼 대권주자로서 재기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김해 을 학습효과'로 인해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연대를 필히 이뤄내야 하는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과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 사이 '교감'의 폭이 오히려 더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친노계의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김해 을' 불출마 선언했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사무국장

"결과를 떠나 안타까워"

4·27 재보선에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의 낙선을 가장 가슴 아프게 바라보았을 이들 중 한 명은 바로 노무현재단 김경수 사무국장일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애초 민주당 후보로 김해 을에 출마하려고 마음먹었으나 지난 2월 16일 갑작스레 불출마 선언을 해 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었다. 당시 김 사무국장은 기자에게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출마여부는 제 개인이 고민하고 생각해서 결단한 것일 뿐 유시민 원장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불출마 결심 배경에는 '국민참여당 후보'를 당선시키려 했던 유시민 대표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수밖에 없다는 후문이었다.

결국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는 낙마했고 이 과정을 지켜봤던 김경수 사무국장의 심기도 편치는 않았을 터. 김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결과를 떠나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라며 재보선을 치르며 불거진 친노계 분열 양상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재보선 다음 날 그는 유시민 대표를 잠깐 만났다고 한다. 유 대표는 재보선 패배 충격으로 당 지도부와의 봉하마을 방문 계획을 취소했으나 홀로 봉하마을에 찾아간 바 있다. 그때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김경수 사무국장과 마주치게 되었다고. "당시 무슨 얘기를 나누었나"는 질문에 김 사무국장은 "무슨 이야기가 필요하겠느냐"며 그저 웃음으로만 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행사 준비로 바쁘다는 김 사무국장은 최근 문재인 이사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본인의 생각이 전혀 바뀐 바가 없다. 다만 야권통합과 단결을 위해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생각이다." 과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카드'가 어떻게 쓰이게 될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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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에 이재오의 정치적 상황을 막다른 골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과연 이재오는 .....  인물은 인물이지만 대권까지야 ..... 

아무튼 이런 방식의 분석이 한국에서 정치를 읽는 권력 구도론이다. 현실 정치에 대한 분석인 것이다.

 

 

‘MB가 나를 버렸다’ 이재오 사생결단 반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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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특임장관이 독기를 품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믿었던 범 친이계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뒤 대반격의 칼을 갈고 있다. 하지만 타개책이 쉽지 않다. 특히 이번 경선 패배는 그동안 친 이재오 계파를 이끌며 이상득 의원과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뤄온 것이 깨졌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이번 패배에 '이심'(이명박 대통령의 본심)이 작용했다는 설도 제기되면서 친 이재오계는 계파 몰락을 우려할 정도로 패닉에 빠져 있다. 사실 이 장관이 '배신자'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개국공신을 내쳐버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의 표출이자 경고의 성격도 있다. 이 장관이 언제든 청와대 거수기 역할을 떠나 '이재오의 정치'를 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와의 연대 등 다양한 정계개편을 주도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일단 장관직에 충실하며 여권 분열의 틈을 노려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당으로 백의종군한 뒤 다양한 합종연횡을 통해 당권을 한번 노려본다는 선택지도 있다.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는 이재오 장관의 사생결단 반격수를 따져봤다."성골과 진골의 차이 아니겠느냐."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 이재오계의 한 중진 의원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성골' 이상득 의원이 거느린 의원들이 2차 투표에서 소장파가 민 황우여 의원에게 대거 표를 던지며 '진골' 이재오 특임장관의 아바타 안경률 의원이 참패하자 던진 말이다. 최근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이 "영포회라고 불리는 형님인맥과 포항출신은 성골, 대통령 측근과 영남출신은 진골 행세를 하면서 공직사회를 멋대로 주무르고 있다"라며 공세를 펼친 바 있는데, 현재 한나라당의 역학구도에서도 이와 같은 '성골-진골'의 차별은 그대로 적용된다.

이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주는 교묘한 줄 세우기 권력운용에서 비롯된다. 이상득-이재오라는 여당의 양대 산맥은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용인 아래 적당한 권력균점을 이뤄왔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언제나 '형님' 이상득 의원의 승리였다. 18대 총선 과정에서 이 장관이 55인 회동을 이끌며 '형님'을 밀어내려 했지만 성골의 벽에 막혀 실패했다. 피를 나누지 않은 진골이 가진 한계였다. 그 뒤로도 이 장관은 이 대통령과 유일하게 자유 독대 권한을 누리며 2인자로 행세했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성골인 '형님'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권력구도를 세팅하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던 이번 원내대표 경선 대이변도 이명박 정권의 '성골 불패의 법칙'이 또 한 번 확인된 사건에 불과하다. 재보선 전 이상득-이재오 회동이 알려져 양측의 화해가 예상됐다는 일부의 보도도 있었지만, 당시 두 사람이 원내대표 대리인을 두고 절충을 벌이다 결국 합의가 깨졌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당시 이 대통령이 어떤 스탠스를 취했는지 확인이 되지 않지만, 양측이 합의에 실패했다는 것을 두고 '두 사람 중 한 명의 손을 이 대통령이 들어줬을 것'이라는 관측은 쉽게 나왔다.

그리고 그 예상의 주인공은 성골 이상득 의원이었다. 이상득 의원이 '애송이'로 보며 무시하는, 바로 그 소장파가 밀었던 황우여 의원을 지지했던 것이다. 이 장관으로서는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그런데 친 이재오계 내부에서는 이상득 의원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훨씬 많이 내비치고 있다. "이번 경선에도 결국 '이심'이 작용했다"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여당의 대체적 분위기는 "'이심'이 실제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데 있다. 경선 패배 직후 친 이재오계에서 "이 장관이 재보선 직전 두 차례 친이(친 이명박)계 모임을 소집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 또는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라며 이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도 '주군'에게 배신당한 서운함의 표출이었다는 것이다. 이 장관 측 핵심의원 소스로 보도된 바에 따르면 "대통령을 위해, 대통령의 지시로 의원모임을 했는데, '이재오가 분열의 원흉'이라고 하는 것을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이 장관의 뜻이다. 정권의 성공을 위해 온갖 일을 했을 뿐 단 하나의 사심도 없었지만 모든 욕을 다 먹고 있다. 다시는 그런 일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보도 뒤 이 장관 측에서 서둘러 "두 자리 모두 초청에 의해서 갔을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언론플레이에 능한 이 장관이 측근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서운함을 나타낸 것과 함께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는 분석이 즉각 나왔다. 대통령을 걸고 넘어간 것 자체가 "더 이상 청와대 눈치를 안 볼 것"이라는 반격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친 이재오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선 패배를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에게 배신당한 것"으로 규정하며 이를 '이재오 역할 소멸론'으로까지 설명한다. 그는 이에 대해 "이상득 의원이 사석에서 '천지 모르고 설친다'며 비방만 하던, 그 소장파가 밀었던 황우여 의원을 지지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 대통령과의 교감 없이 이 의원이 그런 무모하고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할 리가 없다고 본다. 권력구도가 이명박-박근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 장관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결국 이 장관도 1회용 정국 관리용에 불과했던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대세인 이상 이 장관의 존재는 걸림돌일 뿐이다. 사실 지난해 안상수 대표 체제가 출범했던 것이 이 대통령이 이 장관에 준 마지막 선물이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은 절대 정치 문외한이 아니다. 오히려 이번 경선을 보면 냉정하게 측근을 내치는 정치 고단자다. 이 장관이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다면 다시 그에게 역할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본인 능력에 따라 대권 도전을 할 수 있는 길은 열어주겠지만, 지금으로선 계파 존폐 여부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친 이재오계의 대변인 격인 권택기 의원이 이와 관련해 "이제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는다면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때 결집한 친이계) 64명의 중심축도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라며 이 대통령에게 서운함을 표출하며 경고성 멘트를 날린 것도 이재오 역할 소멸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 장관으로서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이재오 왕따 정국'을 탈출하기가 쉽지 않다. 먼저 이 대통령이 쉽게 그를 풀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소장파의 한 초선 의원은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이 장관이 이번 경선 패배를 구실로 뛰쳐나가고 싶다고 할 경우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이 장관은 이미 이 대통령에게 '언제든지 백의종군할 각오가 돼 있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진다). 오히려 이 장관이 앞으로도 계속 역할을 해줄 것을 바라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 장관이 물러나게 된다면 친 이재오계의 반발 등으로 이상득 라인인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도 같이 물러나게 해야 하는 부담이 이 대통령에게 있다. 그렇게 다 쳐내면 대통령 주변에 핵심측근은 거의 없게 된다.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 측면에서도 이 대통령이 이 장관을 쉽게 떠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가 당에 복귀하게 되면 '박근혜 대세론'으로 굳어져가고 있는 당을 다시 계파전쟁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꼴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 장관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관에 빠진 형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마냥 희생만 하다가 자칫 당권도 잃고 총선에서도 계파가 몰락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오계 내부에서는 "당권 도전이나 대선 등을 위해 이 장관을 풀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장관은 재기의 카드를 꺼내보지도 못한 채 서서히 힘을 잃어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친 이재오계 강경파에서는 이 대통령이 계속 이 장관을 묶어둘 경우 과감하게 뛰쳐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왕따 정국'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전격 사퇴하고 '독립선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최근 사퇴를 한 이회창 전 선진당 대표와의 연대 등 다양한 조합이 있을 수 있다. 보수대연합을 명분으로 당을 뛰쳐나가 '수도권+충청권' 연합의 정계개편을 시도하거나, 민주당 비주류와 개헌을 매개로 정계개편을 짜보는 경우의 수가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성공'이 이 장관의 정치적 존재근거인 이상 그가 이 대통령과 척을 지며 독자적 행보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그래서 "좀 더 지켜보자"는 온건파의 의견이 여전히 만만치 않게 나온다. 이 장관 측의 한 핵심참모는 이에 대해 "이 장관이 함부로 당·청 가교 역할을 버릴 수는 없다. 그동안 해온 역할이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여전히 이 대통령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당의 새 지도체제가 갖춰지는 조기 전당대회까지는 특임장관직을 수행하는 게 여권 혼란을 막는 최선의 길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당의 혼란을 수습하고 새 지도부를 견인해내는 '큰' 역할을 해낸다면 다시 한 번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대권의 꿈을 펼쳐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선택지로는 '독립선언'과 '현상유지'의 절충안인 '백의종군'이 있다. 당에 '이상득-친박-소장파'의 신주류가 들어선 이상 그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차라리 깨끗하게 당으로 복귀해 권토중래하자는 것이다. 이때 이 장관이 당 대표 선거 등에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않겠지만 상황과 여건이 되면 다시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장관은 아직 당내 60여 명의 의원 지지를 받고 있고 원외지구당 위원장 30여 명, 그리고 전국의 이재오 조직이 건재해 있다. 이들을 등에 업고 이상득-소장파-친박과의 다양한 합종연횡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친 이재오계의 한 재선 의원은 이에 대해 "소장파가 이상득 의원을 몰아내기 위해 흔들기를 시도할 경우 이 의원 측과 연대해 소장파를 밀어낼 수 있다. 반면 소장파와는 원래 55인 회동에서 반 이상득 전선에 섰던 전력이 있는 만큼, 오히려 개혁성향이 강한 이 장관이 연대하기 더 좋다. 친박계와도 이 장관이 박 전 대표에게 대권을 매개로 '충성서약'을 할 경우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다. 이 장관도 '포스트 박근혜'까지 내다보면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장고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오 장관은 경선에서 패배한 뒤 졸지에 주류에서 비주류로 전락했다. 이를 뒤집기 위해 그는 현재 독자행보, 권토중래, 연대모색 등의 다양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이 카드 가운데 독자행보라는 초강수 외에 어느 하나도 자신이 직접 쥐고 있는 게 없다는 데 근본적인 불행이 있다. 그의 목숨은 이제 '이명박-박근혜'가 짜고 치는 고스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이재오계, 친박과 연대론 솔솔

박근혜 넘나, 그 밑에 엎드리나

지난 6일 원내대표 경선 여파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이재오 특임장관. 그는 이제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60여 명의 계파를 이끌고 있는 그는, '포스트 박근혜'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경선 패배의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진정한 계파의 수장으로 장수할 길도 열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친 이재오계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도 연대의 대상에 넣자'라는 주장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이 당권도전을 선언하기 위해선 '박근혜'라는 강을 건너야만 한다. 친박계에서는 현재 "이 장관의 18대 공천 학살 전력 때문에 연대는 절대 없고 오히려 복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 있다. 벌써부터 친박 일각에서는 "19대 총선 때 이재오 계파 후보들이 나서는 지역구에 친박 무소속 '닌자'를 보내 낙선시키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이 장관에 대한 반목은 뿌리 깊다. 이런 점 때문에 이 장관이 박 전 대표와 연대할 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대체적 인식이다.

하지만 친 이재오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그런 뿌리 깊은 적대감이 양측의 연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며 박 전 대표와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지금과 같이 이재오 포위정국이 계속될 때 이 장관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오히려 박 전 대표와의 연대 등 파격적인 카드를 내놓아야 돌파구가 생긴다. 죽으러 들어가야 살아 돌아올 수 있다. 경선 패배 이후 권력구도가 급변한 이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계속 방어적인 대응을 할 경우 자칫 그동안 쌓아올린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식의 돌파정치를 하는 이 장관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장파를 '습관성 쇄신론자'로 몰아 박 전 대표와의 당권 연대를 끊어내는 게 첫 번째 미션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 들어 친 이재오계에서는 "이 장관이 당 복귀전에 이벤트를 만들어 박 전 대표를 당의 대권주자로 인정하고 대선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선언하며 계파 해체를 선언할 경우 당내 혼란수습과 계파정치 타파라는 명분을 쥐며 당권도전에 나설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는 극단적인 대책도 나오고 있다. '정치에 영원한 적은 없다'는 격언만큼 요즘 이재오 장관에게 절실한 문구가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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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4색 대담회' ②] 철학자 강신주 박사 

 

"셔터를 누르게 하는 것, 현실에 개입하게 하는 것이 바로 철학"

김민웅 : 강신주는 왜 철학을 하나.

강신주 : 대학에서 처음으로 정치철학을 가르칠 때였다. 수업을 심각하게 듣던 사람들이, 질문을 달라고 하니 다 연애 고민에 대해서만 물어봤다.

나는 그런 걸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이란 이름으로 너무 큰 얘기, 안 와 닿는 얘기만 많이들 했는데 그런 걸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한테 사소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에게 혁명이 중요한 만큼, 어떤 사람에겐 자기 등이 가려운 게 중요하다. 등 가려운 사람한테 아무리 혁명 얘기해 봐야 들리지 않는다.

김민웅 : <철학 vs 철학>이라는 두꺼운 책을 썼다.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이걸 다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했을 텐데….

강신주 : (출판사 사장한테) 속았다. (웃음) 주변에서는 이 분량이면 한 권이 아니라 여덟 권을 낼 수 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웃음)

이 책은 한국에 살면서 동양 철학과 서양 철학 두 가지를 같이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썼다. 우리 대학에선 서양 철학 위주로 가르치지만, 가정생활이라든지 모든 문화에서는 아직 동양 철학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두 개를 같이 봐야하기 때문에, 분책(分冊) 못하도록 서양편 첫 부분엔 동양 철학 얘기하고 동양편 첫 부분엔 서양 철학 얘기를 했다. (웃음)

김민웅 : 꾸준히 책을 써 왔는데, 최근에 와서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 갑자기 찾아온 유명세, 기분이 어떤가?


▲ 강신주 박사. ⓒ프레시안(최형락)
강신주 : 이러다 '훅 간다'는 생각, 다 하룻밤의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집착하지 않는다. 그래도 일단 내가 꿈꾸는 세상도 있고 이렇게 하면 행복할 텐데 싶은 게 있으니까, 그런 얘길 하기위해서 불러주면 나가는 거다. 일종의 게릴라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이용하는 거다.

김민웅 : TV 방송으로도 철학 강연을 하고 있다. 무작위의 대중에게 철학을 얘기하는 건 특권이기도 하다. 철학을 발언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가.

강신주 : 사실 인류가 글을 쓰기 시작한 2000년 동안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예전엔 노예들이 채찍질 받으며 피라미드를 올렸다면 지금은 (노동자들이) 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큰 건물 올리는 거다. 누가 60층짜리 건물을 짓고 싶겠나. 세상이 변하기는 정말 힘들다.

개인이 강해져야 한다. 인문학은 주어가 '나'다. '우리'라고 하면, 그게 얼마나 작든 전체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내'가 강해졌을 때 온다. 일찌감치 시인 김수영이 혁명이 왜 고독한지를 말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민웅 : 사회과학자나 경제학자도 '철학'을 말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강신주 :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프레임이 자유로워야 한다. 프레임이 하나면 무리수를 던지게 된다. 1990년대 초반 동구권의 몰락을 경제 프레임 하나로 몰고 가지 않았나. 그런 건 위험하다. 우석훈 박사도 문학, 시, 철학 등을 얘기하지 않나.

철학이란 프레임의 자유로움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프레임으로 보느냐가 중요하다.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다가 언제 셔터를 누르느냐의 문제다. 찍으려고 하는 사물의 상이 또렷이 잡혔을 때 우리는 셔터를 누른다. 시인 김수영은 "나의 시는 행동의 개시다"라고 말했다. 그 얘기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셔터를 누른다는 건 그 상황에 개입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일상적인 상황에 너무 큰 이론을 갖고 들어가면 셔터를 못 누르게 된다.

한 가지 프레임으로만 말하는 사람들을 나무라는 이유는, 내가 어디서 개입해야 할지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책꽂이에도 경제학, 문학, 자연과학, 심리학책들이 꽂혀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사실 우리가 강해지려면 대학에 있는 모든 과의 학문을 다 배워야 한다. 늘 하나의 프레임을 갖고 얘기하는 사람들, 그게 소위 '지도층'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김민웅 : 이 자리에 함께 한 송기호는 철학이 있는 변호사일까?

강신주 : 얘기 들어보고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말을 잘 못 하신다. (웃음) 그런데 그게 좋았다.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은 말을 잘 못한다. 농사짓는 사람들한테 농사짓는 법 물어보면 "지어 봐"라고 말한다. 송기호 변호사도 늘 현장에서 행동하는 분이지 않나. 그래서인가 약간 어눌하시다. '교언영색 선의인(巧言令色 鮮矣仁, 듣기 좋은 말이나 보기 좋게 꾸민 얼굴 중에는 어질고 순박한 것이 드물다)'이라는 공자의 말이 떠올랐다.

신정아, '잘못 선택한 개인'인가, '사회의 희생양'인가?

김민웅 : 이제부터는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됐던 이슈를 짚어보면서, 그 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엔 가수 서태지와 탤런트 이지아의 이혼으로, 거슬러 올라가서는 신정아의 <4001>로 참 시끄러웠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강신주 : 많은 이들이 '구조'를 지적하는데 구조의 문제는 항상 있다. 개인이 그 상황에서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자신이 감당하는 걸 선택한다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신정아가 쓴 책은 끔찍했다. 조용히 있었으면 나았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 일까지 까발리고 자기 스스로를 만신창이로 만드는 것을 보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내 여동생이었다면 쓰지 말라고 뜯어 말렸을 것 같다. 큐레이터의 학력에 목매다는 이상한 구조를 지적하기 전에, 자신이 학력 위조를 했다는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이지아도 마찬가지다. 그런 대형 연예인과 산다는 게 뭔지 알았을 거다. 자신의 삶을 숨겨야 하는 것을 각오하고 시작했어야 했다.

'이건 내 잘못 아니다. 사회 구조의 문제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정아는 어른이고, 이 책의 저자다. 그 내용에 어떻게 책임을 지려고 그렇게 썼을까. 구조의 탓으로 돌리면 모두피해자고, 모두가 용서될 수 있다.


▲ 김민웅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김민웅 : 내 생각은 다르다. 사실 이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가 신정아에게 너무 가혹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7년 학력 위조 사건을 돌이켜 보면 언론은 신정아를 두 가지 차원에서 상품으로 팔았다. 하나는 선정성, 하나는 노무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2011년에는 좀 다르다. 선정성으로 파는 건 변함없지만 다른 하나의 패턴이 바뀌었다. "신정아의 얘기가 허접하다"는 주장이다.

과연 어떨지 궁금해 하면서 이 책을 봤더니 언론이 떠드는 것과 차이가 크더라. 신정아는 아주 강렬하게, 자신의 큐레이터로서의 커리어를 주장하고 변호한다. 그러니 20~30대 여성들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다. 아까 주된 독자층의 변화 얘기를 한 건 이 때문이다. 젊은 여성들은 남자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성(性)이라는 위기와 벽에 직면한다. 그 숲을 헤치고 위로 올라가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본인도 성을 이용한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도록 만든 사회는 누구의 사회인가?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그녀가 책 후반부에서 한국의 언론과 검찰을 맹렬히 공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까 진보적 지식인들조차 쉬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들은 모두 엘리트이기 때문이다. 엘리트들이 이 책을 읽으면 뜨끔할 것이다. 그래서 '허접하다'는 수사로 치부하려는 게 아닐까.

말하는 사람의 과거 행적에 비춰 보았을 때 신뢰도엔 문제가 있지만 그가 하는 말이 의미가 있을 때 사람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발화자는 불편하지만 지르는 내용은 부정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폭로자'들은 원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신정아라는 여인은 과거에도 지금도 자신이 한 짓에 비해 과도하게 짓밟히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러분들이 힘들게 살았으면 좋겠다"

김민웅 : 철학이 정치와 맞닿아 있는 건 분명하다. 4·27 재보궐 선거 결과를 포함해 정치, 선거 얘기를 해보자. 우리가 앞으로 선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강신주 : 다 놓치자. 나는 대의민주주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별로 희망을 가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진보 대통령'을 뽑았다고 좋아했지만 결국 적극적인 신자유주의 정책만 목격했다. 대표자가 나를 구원해주나? 뽑은 사람이 메시아인가? 우리가 주인이고 우리가 정치에 개입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당신들을 위해서 무엇무엇을 한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권력을 위해서 그러는 거다. 여러분은 "우리는 정치가가 아니니까, 뽑아놓고 또 4년 기다릴 거다"라고 해선 안 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하는 사람의 차이는, 아이돌 팬클럽 차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제일 바라는 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통합하는 거다. 까놓고 보면 같으니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암초는 분명 민주당이다.

물론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나을 수 있다. (민주당이라면) 열 대 때릴 걸 다섯 대 때릴 지도 모른다. '현실' 속에서 두 당은 다르다. 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민주당이 나을 수 있단 얘기다. 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두 당의 차이가 아니라) 대의민주주의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민웅 : 대담회를 끝내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프레시안(최형락)
강신주 : 철학은 참 감당하기 힘든 학문이다. 옳은 것들을 이야기해야하니까. 강의할 때마다 항상 가슴에 맺히는 게 있다. 옳은 건 옳은 건데, (현실에선) 그게 붕괴된다는 점이다.

만약에 여러분 앞에 어떤 정치인이 나타나 '연봉 2억 원을 보장하겠다'고 외치면 그가 어떤 사람이든 지지할 것이다. 내가 무서운 건 그런 붕괴의 순간이다. 최악으로 가난해진다고 하더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옳은 건 옳은 거라는 신념, 끝까지 갖고 사셔야 한다. 젊었을 땐 열정적으로 사랑하다가 늙으면 젊은이들 보고 "3년이면 끝"이라고 말한다. 그런 오만한 말이 어디 있나. 옳은 것이나 열정적인 것더러 이상적인 거라고, 어린아이나 하는 거라고 하는 수사가 제일 나쁘다.

어릴 땐 우리 모두 사람을 짓밟아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게 끝까지 안 지켜지는 이유는 살기 힘들어서 그렇다. 그렇지만 옳은 건 옳은 거다. 나는 원칙적인 입장이다. 여러분들이 힘들게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한테 제일 필요한 건 분노라고 본다.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지만, 그렇기에 분노하길 바란다. 여러분들을 분노하게 하는 게 철학의 역할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에서 철학의 힘이 약한 이유는 사람들이 옳은 걸 감당하지 못해서다. 해방 이후에도 친일파들이 집권하고, 그들의 자손에게 권력이 계승됐다. 옳지 않은 게 명백했고, '옳음'이란 게 존재하지를 않았다. 그러면서 분노하고 저항하며 사는 건 고생스럽다는 생각이 박혀 버렸다. 그러나 옳은 건 옳은 거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다워야 하고, 사랑은 사랑다워야 한다. 그런 걸 하나하나 점검하는 게 또 철학의 역할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김수영이다. 그의 <거미>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 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가을 거미를 보고 쓴 거라고 한다. 거미는 모기파리를 먹어야 하는데 가을이라 잡히지를 않는다. 그래서 서럽게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무엇을 기다리는가? 힘들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은 이런 뜻이다. 거미줄 안 치는 거미는 죽은 거미나 다름없는 것처럼 기다림을 포기하는 사회는 끝난 거나 다름없다. 여러분들은 크고 소중한 것을 기다린다. 그러니까 이루기 힘들 거다. 그러니 또 서러울 거다. 그래도 그 기다림을 잃지 말고 살아야 한다. 그게 인문의 정신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청중과의 만남

"인간은 '허접한 존재'…그러나 절망에서 배워야 한다"

청중1 : 인간이 과연 올바른 판단력을 갖고 있는 존재일지 의심 갈 때가 많다. 인간의 판단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신주 : 인간은 가장 허접한 동물이다. 개가 거짓말하는 것 봤나? 금붕어가 배 안 고픈 척 하는 것 봤나? 인간은 언어가 있기에 거짓말하는 존재다. 중요한 부분은 그냥 행동으로 드러난다. 그러니 정치인들, 지식인들의 '개소리' 들을 필요 없다. 그들이 어떻게 걸어가는지만 보면 된다.

청중2 : 인간이 강해지기 어렵다고 본다. 삼성 나쁘다고 욕하는 사람들도 기회만 주면 삼성 들어가는 것처럼. 대담 초반에 인간이 2000년 동안 변한 게 없다고 했는데, 그런데도 인간에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강신주 : 인간에 희망이 없다고 들으셨다면 제 얘기 잘못 들으신 거다.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는 게 이 다음에도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암 선고 받았는데 어차피 못 고치니까 '패스'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앞사람들이 못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 책임이 중한 거다.

인간에 대해 절망하지 말아 달라.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어떻게 희망을 갖지 않을 수 있나. 절망적이라는 생각에 빠지면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다고 본다. 인간에게 희망 섞인 모습이 있어서가 아니라, 절망적이기 때문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거다. "사회가 이렇게 크고 복잡한데 나 혼자 변한다고 될까?" 이런 건 다 헛소리다. 자기 하나라도, 자기 직장 한 부분이라도 변화시키면 된다.


 



/안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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