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 말라 밤이 차오르듯 솔시선(솔의 시인) 30
조달곤 지음 / 솔출판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을


아픈 남자 곁에 아픈 여자가 눕는다

슬픈 여자 곁에 슬픈 남자가 눕는다

가는 가을도 발길을 멈추고

이들 곁에 눕는다



낮이 말라 밤이 차오르듯

나를 비운다는 것은
가을 한철 억새꽃이 되어 은빛 물결로 살다가
바람이 된다는 것
바람으로 살다가 바람소리 떠나보내고
다시 고요해진다는 것

한 겨울 빈 가지가 되어
눈 오는 자리를 마런한다는 것
겨울 숲속의 나무와 같은 문장을 쓴다는 것

나늘 비운다는 것은
폐사지 탑 그림자처럼 마른다는 것
신그늘처럼 마른다는 것
낮이 말라 밤이 차오르듯이 마른다는 것

내 안의 축축한 죄의 기억을 몰아낸다는 것
내 안의 슬픔과 울음 한 됫박을 덜어낸다는 것

단순해진다는 것
침묵한다는 것
기다림을 받아들인다는 것

나를 비운다는 것은
죽음을 산다는 것


비우고 비워 죽음에 가까이 가는 시인의 말들이 가벼워지고 있는듯하다.
아픔도 슬픔도 가벼워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 괴테와 마주앉는 시간
전영애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내가 살아 있는 것,
알게 되었네

수천 권의 책 속에서 진실로
혹은 우화로 그대에게 나타나는 것
그 모든 것은 하나의 바벨탑에 불과하다.
사랑이 없으면.

저자는 괴테를 공부하고 기르치고 번역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 왔다.
퇴임 뒤 여백서원을 세우고
꿈꾸고 사랑하는 일을 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폴란드의 알마.
알마를 사랑한 레오 거스키는 이제 알마도 잃고 아들도 잃었지만 살아간다.
그의 원고를 친구에게 맡겼지만 친구는 그 원고를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한다.


`사랑의 역사`를 읽은 부모님은 아이에게 주인공의 이름 `알마`를 주었다.
뉴욕의 알마는 아빠를 잃었지만 자신을 탐구하면서도 엄마가 사랑을 만나기를 바란다.
사랑이라고 믿고 그 사랑을 지켜간 거스키라는 인물.
믿음과 착각 속에서도 사람은 살아간다.
다만 그 믿음을 지키며 살아가느냐.
아니면 착각이라 느끼고 방향을 바꾸어 살아가느냐.
어떤 것도 괜찮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폴 발레리의 문장들 문장들
폴 발레리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나는 어려움 하나하나 작은 기념물을 세울것.
각 문제마다 작은 사원을 세울 것.
풀기 힘든 수수께끼마다 비석을 세울 것.



 

내가 만난 어려움들을 기억하고 있을 때 어리석은 반복을 그치고 지혜를 얻을 수 있겠지.
.풀어야 할 문제들은 사원 안에서 깊이깊이 기도하고 사유해야 한다는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 - 강지혜 에세이 매일과 영원 2
강지혜 지음 / 민음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명한 건, 분명한 것. 확신에 찰 수 있는 것. 나는 내가 시인이라는 것에 확신을 느낀다. 나는 내가 아이를 키우는 여자라는 것에 확신을 느낀다. 나는 내가 큰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는 것에 확신을 느낀다. 나는 낮에는 돌봄노동과 숙소 관리를 하고 밤에는 글을쓰는 일상을 보낸다는 것에 확신을 느낀다. 나는 내가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 확신을 느낀다. 내게 확신을 주는 것들만 생각하기로 한다.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없다면 확신을 느끼는 일에는, 기왕 하는 거 몰두하기로 한다. 그러면 제주나 서울, 그 어디에서든 다 같은 오늘일테니까. 그 오늘들이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가겠지. 그러니까, 나중에 가서 후회든 기쁨이든 잘 부탁한다.
내일의 나여!

 

접힌 부분 펼치기 ▼

 

여기에 접힐 내용을 입력해주세요.

 

펼친 부분 접기 ▲

 



87년생 시인 강지혜는 용사인 자신의 아픔과 어둠을 끌어안고도 씩씩하게 나아간다. 그 씩씩함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는 짐작할 수 없지만 읽는 이곳에도 전달이 된다.
시인 강지혜는 자신을 보여주는 일에도 굴하지 않고 나아간다.
징징거리지 않고, 거만하지도 않고 단단한 발걸음이 시원하다.
무명서점에 가서 시인 강지혜를 힘껏 안아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