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워진 사람 창비시선 285
이진명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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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워진 사람/이진명

 

그는 2분 전에 세워진 사람
지하철 출입구가 있는 가로
어느 방향으로도 향하지 않고
그는 2분 전에 속이 빠져나간 사람
11월 물든 잎 떨어져 쌓인 갓길 하수구
먼저 떨어진 잎 말라 구르고
구르는 잎에 오후 남은 햇빛은 비추고
리어카와 자전거와
허름한 식당들의 골목이 있고
서성거리는 짐꾼들이
리어카와 자전거에 기대 팔짱을 끼고
남은 햇빛을 쬐고 담배를 물기도 하고
가게 앞 플라스틱 쓰레기통에선 흘러내린
빈 캔과 우유팩 구겨진 빠닥종이
리어카가 움직이고 자전거가 돌고
자동차 밀고 들어와 좌우 회전을 하고
지하에서는 수개의 환승노선이 혼교하고
혼교하느라 뱉어진 검은 숨이
입구 근처에서 자옥이 남은 햇빛에 드러나고
그는 2분 전에 뚝 끊겨 세워진 사람
끝내 이별한 사람
발이 없어진 사람
이다지도 조용한 여기
후세상의 지푸라기가 떠가고 있는 여기

 


서점에 앉아 '세워진 사람' 읽다.

시인을 따라 한숨 쉬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멍하니 저편을 바라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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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투 오로빌 - 살고 싶은 마을, 남인도 오로빌 이야기
오로빌 투데이 지음, 이균형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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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서평이 나올 정도로 주목할 만한  책이거니 하는 반가운 마음에 책을 집어들다.

표지도, 제목도 눈길을 끄는 책이다.

인류라는 공동체의 이상을 실험하는 도시, 인도의 오로빌을 소개하는 책. '오로빌 투데이'에 실렸던 글을 번역해 놓았기에 토막 토막 나뉘는  느낌이다. 잡지에 실린 글을 단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제 아래 일관되게 오로빌을 바라보고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으면 더 좋을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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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43
이윤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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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열 번 백 번 천번으로 통하는 지름길이라고
말씀하신 고등학교 때 선생님 생각이 난다.

현재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과거와 미래와 타협하지 마라.
나와 세상과 타협하지 마라.

네 코스를 뛰면 된다.

오직 현재만이 있을 뿐이다.

불광동 언덕배기에서
2008년 2월 - 이윤학

 한번은 열번 백번 천번으로 통한다는 말이 가슴을 친다. 한번이 중요하다, 그래 어떤 한번이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삶이다다. 

복숭아꽃 핀 언덕


나는 내가 아니었음 싶다.

나는 내가 없는 곳으로 가서

나랑 만나 살고 싶다.

 

복숭아꽃 핀 언덕을 넘어가고 싶다.

복숭아꽃 피는 언덕으로 가고 싶다.

 

 그래 나도 넘어가고 싶다. 한번 넘어간다면 열번도 할 수 있고 백번도 할 수 있는 것이 삶이지 않느냐고 시인은 말한다,


개 같은 삶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하여

 

쇠줄을 끌고나온 개가 곁눈질로 걸어간다.


얼마나 단내 나게 뛰어왔는지


힘이 빠지고 풀이 죽은 개


더러운 꼬랑지로 똥짜바리를 가린 개


벌건 눈으로 도로 쪽을 곁눈질로 걸어간다.


도로 쪽에는 골목길이 나오지 않는다.


쇠줄은 사려지지 않는다.


무심코 지나치는 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밀려가듯 개가 걸어간다.


늘어진 젖무덤 불어터진 젖꼭지


쇠줄을 끌고 걸어가는 어미 개


도로 쪽에 붙어 머리를 숙이고


입을 다물고 곁눈질을 멈추지 않는다.


하염없이 꽃가루가 날린다.


개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하염없다,

우리삶의 남루함을 이렇게 냉정하게 보여주는가.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오른손 검지 손톱 밑 살점이 조금 뜯겼다.

손톱깎이가 살점을 물어뜯은 자리
분홍 피가 스며들었다.

처음엔 찔끔하고
조금 있으니 뜨끔거렸다.

한참 동안,
욱신거렸다.

누군가 뒤늦게 떠난 모양이었다.

벌써
떠난 줄 알았던 누군가
뜯긴 살점을 통해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아주 작은 위성 안테나가 생긴 모양이었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었다.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는 그것을 지니고 있는 삶의 풍경은 쓸쓸하나 스러지지 않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찾는 나의 눈은 또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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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꽃 - 농부 전희식이 치매 어머니와 함께한 자연치유의 기록
전희식.김정임 지음 / 그물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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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책이 있다. 세상에 아름다운 향기를 알리기 위해 나오는 책.

말도 안되게시리 착해서 울컥해지는 사람이 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똥을 치우면서 똥꽃이 피었다고 할 수 있는 사람. 그 어머니가 두려워할까 봐 가만히 안고 우는 사람.

다리를 다쳐 걸을 수 없는 어머니가 방에 갖혀 관리대상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고민하다 어머니를 모시고 시골로 내려와 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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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 '88만원 세대'를 넘어 한국사회의 희망 찾기
우석훈.지승호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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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과 지승호의 인터뷰 형식의 대담집. '

경제학자로서 2007년 20대들에게 '88만원 새대'라는 세대 이름을 붙여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새로운 고민과 사유를 준  우석훈.

절망을 넘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현실과 경제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인터뷰 형식으로 대화의 생생함은 느껴지지만 대선이 끝나고 이제 총선으로 나아가는 정치현실에서 시의성이 떨어진다.  

책을 통해 발언하고 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통해 의미있는 실천을 만들어가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책은 하나의 매체로서 이 사회에 정말 필요한 책인지 묻고 책임있는 답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대화가 산만하게 겉돌고, 하나의 주제로 응집하는 힘이 떨어지는 책이 보기좋은 이름아래 차례를 만들어 나온다고 다 좋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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