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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발 그후로도 오랫동안 ㅣ 평사리 청소년 소설 3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김희상 옮김 / 평사리 / 2013년 11월
평점 :
안녕! 나는 비다 보른발트야. 열여섯 살이고 중 3이야.
너희가 찾아온 이곳으 바덴뷔르템베르크라는 지방의 남서쪽 자락이야. 독일이 프랑스와 스위스랑 경계를 이루는 곳이지 그런 것쯤을 너희도 잘 알고 있겠지.
듣자하니 너희는 남아메리카에서 왔다며? 칠레에 있는 독일 학교의 동급생이라고 들었어. 유럽을 알아보기 위한 수학여행이라지? 너희가 뭘 특히 궁금해 하는지 잘 알아. 2020년에 여기 독일에서 일어난 대형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알고 싶은 거지! 우리 학교를 방문하기로 한 곳도 그래서라고 들었어, 우리 학교 학생들은 주로 당시 사고 지역에서 긴급 대피된 사람들의 손자나 증손자들이니까.
그리고 너희는 우리 학교 학생 한 명과 인터뷰도 했으면 하고 원했지, 그 학생이 바로 나야.
아무튼 모두 환영해! (7p)
자신을 소개하는 주인공 비다. 열여섯살 비다는 핵폭발 사고로 대피한 가족의 후손이고 그것으로 오랫동안 고통받는 엄마를 돌보아야 하는 소녀이지만 목소리는 정말 따뜻하고 밝다.
햇살이 내리쬐는 목소리.
그 목소리로 인터뷰 형식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가 선택한 소녀도, 인터뷰 형식도 이야기의 무거움을 무겁지 않게 잘 전해준다.
작가의 목소리 없이, 계몽하려는 의도 없이 삶을 들려주면서도 원자력사고의 끔찍함과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의 불행을 경험하고 아직도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족과 살았지만 생명은 다시 살려고 한다. 할머니의 의지와 사랑은 굳건했고 비다는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피하지 않고 감당하려 한다.
잠깐, 잠깐, 천천히. 하나씩 차분하게 물어봐! 이전이 무슨 뜻이냐고? 언제를 말하는 거냐고?
그거야 아는 얘기 아냐? 이전은 원전 사고가 일어나기 전이야! 이후는 원전 사고 이후를 말하는 거고.
할머니가 그러시는데, 이전과 이후라는 말은 하도 많이 닳아 반짝거리는 쇠붙이와 같대!
아무튼 우리의 모든 건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