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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교실 ㅣ 벗 교육문고
조향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4년 2월
평점 :
모두 눈앞의 이익만 따지는 세상, 교육도 이기심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대로 둘 상황이 아니다. 내가 열매를 얼마나 거둘 것인가에 대한 계산과 집착 없이 성심껏 씨앗을 부리는 사람이 많아지면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세상은 결국 어떤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많으냐에 달려 있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광야>는 독자들을 좋은 씨았을 뿌리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일깨운다.
시를 쓰며 시를 읽으며 시를 수업하며 씨를 뿌리는 선생님이 있다.
고마운 일이다.
그 시의 씨앗들이 이 세상을 수 놓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공부할 시는 마음의 힘을 키워주는 작품이야, 시험에 나올 수도 있지만 시험을 위해서 공부하는 시가 아니라, 너희 인생에 주는 나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시인이 어떻게 실패와 죄절에서 일어섰는가를 아주 장엄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야. 평생 너희 마음에 간직해서 힘들때마다 새겨 보렴."
한용운의 <님이 침묵>을 읽으며 하는 선생님의 말씀이다. 이런 말씀을 보배처럼 간직할 아이들이 있으리라. 그 희망을 보며 오늘도 시인을 교실로 걸어가겠지.
경이로움
ㅡ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무엇 때문에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 한 사람인 걸까요?
나머지 다른 이들 다 제쳐두고 오직 이 사람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 여기서 무얼 하고 있나요?
수많은 날들 가운데 하필이면 화요일에?
새들의 둥지가 아닌 사람의 집에서?
비늘이 아닌 피부로 숨을 쉬면서?
잎사귀가 아니라 얼굴에 가죽을 덮어쓰고서?
어째서 내 생은 단 한번뿐인 걸까요?
무슨 이유로 바로 여기, 지구에 착륙한 걸까요? 이 작은 혹성에?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나 여기에 없었던 걸까요?
모든 시간을 가로질러 왜 하필 지금일까요?
모든 수평선을 뛰어넘어 어째서 여기까지 왔을까요?
무엇 때문에 천인도 아니고, 강장동물도 아니고, 해조류도 아닌 걸까요?
무슨 사연으로 단단한 뼈와 뜨거운 피를 가졌을까요?
나 자신을 나로 채운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왜 하필 어제도 아니고. 백 년 전도 아닌 바로 지금
왜 하필 옆자리도 아니고, 지구 반대편도 아닌 바로 이곳에 앉아서
어두운 구석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독백을 읊조리고 있는 걸까요?
마치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으르렁대는 성난 강아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