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명이 건넨 위대한 위로 - 식물 심리치료 에세이
최영애 지음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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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정원을 만들면서 무엇이 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에 삐뚤삐뚤하고 맞춤법도 맞지 않는 글씨로 그분들은 이렇게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같이 의논한 것이 좋았다.

 

강낭콩을 통해서 이웃에 웃음을 주고 서로 의논한 것이 좋았다. 컴퓨터로 사진도 찍어주고 정말 재미있었다.

 

나이와 관계없이 원예로 인해서 서로 돕고 친해진 것이 좋았다

 

시간을 허락해준 우리 가족들, 많이 배우고 오라고 격려해 준 것이 고마웠다.

 

꽃가꾸기를 하면서 사랑을 알고, 나를 사랑해햐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과 젊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어 좋았습니다.

 

삶의 보람을 느꼈습니다.

 

언제 또 할 수 있을까요?  감사했습니다.

 

즐거웠던 일이 끝나가는 게 아쉽다

 

그러다가 다음 대답에서 나는 그만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았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 좋았다.

 

아파트에 틀어박힌 채 이웃과 교감도 나누지 못하며 박제 같은 시간 속에 머물러 있던 한 할머니가 쓰신 글이었습니다. 할머니는 화단을 가꾸고 꽃을 돌보면서 자기 안에 숨어 있던 생명력을 다시 한 번 발견하고 기뻐한 것이었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올해 우리가 저 버려진 땅에서 꽃 한 송이를 피울 수 있다면, 이듬해에 그 꽃 한 송이는 스스로 더 많은 꽃을 피우게 될 거야.'

 맞았습니다. 정말로 그랬습니다. 제가 만났던 인천 아파트의 주민 한 분, 한 분이 바로 버려진 땅에서 피어난 꽃 한 송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꽃송이들이 이미 스스로 더 많은 꽃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174p- 175p)

 

 

작은 생명이 건넨  작은 위로가 이렇게 많은 웃음과 기쁨과 즐거움을 가져다 준 일을 저자는 기쁘게 말하고 있다.

그것으로 족하다고.

 

오늘 꽃집에서 내가 만난 작은 화분. 시네라리아.

시네라리아꽃 사진을 찍고, 친구에게 보내며 꽃다발을 건넨 느낌이었다.

꽃을 보는 시간, 꽃을 보며 웃을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을 흘려버리지 않고

잠시 멈출 수 있다면, 이곳이 잠시동안이나마 아름다움으로 물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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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요 선생님 - 남호섭 동시집
남호섭 지음, 이윤엽 그림 / 창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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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그친 뒤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빨리 달리는 건 산안개다

 

산 안개가 하얗게 달려가서

산을 씻어 내면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잘 생긴 건

저 푸른 봄 산이다.

 

똥 

풀 뜯는 소가 똥 눈다. 

긴 꼬리 쳐들고 
푸짐하게 똥 눈다. 

누가 보든 말든
꼿꼿이 서서
푸짐하게 똥 눈다. 

먹으면서 똥 눈다.

 

 

네가 부처님이다 

아들아,
너는 부처님이란다.

 

지리산 세석산장에서
잠들기 전에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단 많이 쳐서 미안하다.
하지 마라 많이 해서 미안하다.
네가 부처님인데
잊을 때가 많구나.
미안하다, 미안하다.

 

눈 내려서 새하얀 밤이었습니다. 


 

 봄비 그친 뒤에 산을 다시 봐야지.

풀 뜯는 소가 똥 누는 걸 볼 수 있을까

우리가 다시 볼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많아진다. 볼 수 있을 때 아껴서 보아야지

아들이 부처님인데 아들게게 화내고 말았다, 아들게게 눈을 흘기고 말았다. 미안하다

그런데 다시 미안한 노릇을 안 한다는 자신이 없다, 미리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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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마음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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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늘 있어왔다.

그 이해가 오해이기도 하고 편견이 될 때도 있지만  노력하는 것이 인간이다.

조너선 하이트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모든 시도를 한 후 그가 발견하고 깨달은 바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나는 사람들이 왜 이편 저편으로 나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려 하였다.
그 답은 이제까지와 달리 어떤 정치적 성향이나, 종교적 이념 때문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선하고 또 어떤 사람은 악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의 마음이 집단적 바름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극히 직관적이고, 전략적인 존재다.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도덕’이다. _ 본문 중에서


 

이성보다 직관이 먼저이니 감정을 움직여야 이성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은 개별적 존재이면서 더 커다란 사회의 일부라는 것이다.

호모 듀플랙스(homo dupiex, 이중적인 인간)

 

 하이트는 나만 옳고 그들은 틀린 것이 아닌, 나의 가치와 그들의 가치가 어떻게 ‘다른’지를 인식하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다름’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본성인 ‘바른 마음’의 모습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인류학, 심리학, 뇌과학, 진화론 등의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바른 마음’에 대한 흥미로운 논쟁과 사고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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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외롭고 높고 쓸쓸한 우리학교 작가탐구클럽
소래섭 지음 / 우리학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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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초롱> 서시

 

하늘은

울파주가에 우는 병아리를 사랑한다

우물돌 아래 우는 도루래를 사랑한다

그리고 또

버드나무 밑 당나귀 소리를 임내내는 시인詩人을 사랑한다

 

하늘은

풀 그늘 밑에 삿갓 쓰고 사는 버섯을 사랑한다

모래 속에 문 잠그고 사는 조개를 사랑한다.

그리고 또
두툼한 초가 지붕 밑에 호박 꽃 호롱 혀고 사는 시인을 사랑한다.

 

하늘은

공중에 떠도는 흰 구름을 사랑한다

골짜구니로 숨어 흐르는 개울물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아늑하고 고요한 시골 거리에서 쟁글쟁글 햇볕만 바라는 시인을 사랑한다

 

하늘은

이러한 시인이 우리들 속에 있는 것을 더욱 사랑하는데

이러한 시인이 누구인 것을 세상은 몰라도 좋으나

그러나

그 이름이 강소천인 것을 송아지와 꿀벌은 알을 것이다

 

 

울파주: 울바자(갈대 수수깡 따위로 엮어서 울타리에 쓰는 바자)의 방언

도루래 : 땅강아지의 방언

임내 나는 : 흉내내는

 

강소쳔은 백석 시인이 함흥에서 교사로 근무할 때 제자였다고 한다. 제자의 첫 시집에 아름다운 서시를 써 준 스승의 눈이 아름답다. 세상은 몰라도 하늘과 송아지와 꿀벌은 사랑할 것이라는 말.

하늘은 백석 시인도 사랑할 것이다. 하늘이 사랑한 시인이었건만 그는 북한에서 오래도록 시를 쓰지 못하고 살지 않았을까? 시를 쓰지 않아도 시인이었을 그의 삶은 어떤 향기로 남았을지 궁금하다. 아직도 그의 시를 아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의 시가 가진 어떤 넋이 있어  우리의 넋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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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교실 벗 교육문고
조향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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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눈앞의 이익만 따지는 세상, 교육도 이기심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대로 둘 상황이 아니다. 내가 열매를 얼마나 거둘 것인가에 대한 계산과 집착 없이 성심껏 씨앗을 부리는 사람이 많아지면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세상은 결국 어떤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많으냐에 달려 있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광야>는 독자들을 좋은 씨았을 뿌리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일깨운다.

 

시를 쓰며 시를 읽으며 시를 수업하며 씨를 뿌리는 선생님이 있다.

고마운 일이다.

그 시의 씨앗들이 이 세상을 수 놓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공부할 시는 마음의 힘을 키워주는 작품이야, 시험에 나올 수도 있지만 시험을 위해서 공부하는 시가 아니라, 너희 인생에 주는 나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시인이 어떻게 실패와 죄절에서 일어섰는가를 아주 장엄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야. 평생 너희 마음에 간직해서 힘들때마다 새겨 보렴."

 

한용운의 <님이 침묵>을 읽으며 하는 선생님의 말씀이다. 이런 말씀을 보배처럼 간직할 아이들이 있으리라. 그 희망을 보며 오늘도 시인을 교실로 걸어가겠지.

 

 

경이로움

   ㅡ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무엇 때문에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 한 사람인 걸까요? 

나머지 다른 이들 다 제쳐두고 오직 이 사람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 여기서 무얼 하고 있나요? 

수많은 날들 가운데 하필이면 화요일에? 

새들의 둥지가 아닌 사람의 집에서? 

비늘이 아닌 피부로 숨을 쉬면서? 

잎사귀가 아니라 얼굴에 가죽을 덮어쓰고서? 

어째서 내 생은 단 한번뿐인 걸까요? 

무슨 이유로 바로 여기, 지구에 착륙한 걸까요? 이 작은 혹성에?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나 여기에 없었던 걸까요? 

모든 시간을 가로질러 왜 하필 지금일까요? 

모든 수평선을 뛰어넘어 어째서 여기까지 왔을까요? 

무엇 때문에 천인도 아니고, 강장동물도 아니고, 해조류도 아닌 걸까요? 

무슨 사연으로 단단한 뼈와 뜨거운 피를 가졌을까요? 

나 자신을 나로 채운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왜 하필 어제도 아니고. 백 년 전도 아닌 바로 지금 

왜 하필 옆자리도 아니고, 지구 반대편도 아닌 바로 이곳에 앉아서 

어두운 구석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독백을 읊조리고 있는 걸까요? 

마치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으르렁대는 성난 강아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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