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아요 선생님 - 남호섭 동시집
남호섭 지음, 이윤엽 그림 / 창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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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그친 뒤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빨리 달리는 건 산안개다

 

산 안개가 하얗게 달려가서

산을 씻어 내면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잘 생긴 건

저 푸른 봄 산이다.

 

똥 

풀 뜯는 소가 똥 눈다. 

긴 꼬리 쳐들고 
푸짐하게 똥 눈다. 

누가 보든 말든
꼿꼿이 서서
푸짐하게 똥 눈다. 

먹으면서 똥 눈다.

 

 

네가 부처님이다 

아들아,
너는 부처님이란다.

 

지리산 세석산장에서
잠들기 전에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단 많이 쳐서 미안하다.
하지 마라 많이 해서 미안하다.
네가 부처님인데
잊을 때가 많구나.
미안하다, 미안하다.

 

눈 내려서 새하얀 밤이었습니다. 


 

 봄비 그친 뒤에 산을 다시 봐야지.

풀 뜯는 소가 똥 누는 걸 볼 수 있을까

우리가 다시 볼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많아진다. 볼 수 있을 때 아껴서 보아야지

아들이 부처님인데 아들게게 화내고 말았다, 아들게게 눈을 흘기고 말았다. 미안하다

그런데 다시 미안한 노릇을 안 한다는 자신이 없다, 미리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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