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물어보면 촌사람도
어디라고 분명히 말하는데
총명하고 재주 있다는 사람도
마음이 어디 있는 줄은 모르네

逢鄕人間家鄕
其人端的指示
雖有聰明才識

莫知心在那裏


 

- 송목관 이언진 (조선 1740-1766) 이 쓴 '호동거실' 중에 수록된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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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기적 /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듯, 새해 첫날의 해는 여느 때처럼 차별 없이 만물을 골고루 비춰 주었습니다. 하지만 새해 역시 그냥 공짜로 와 준 건 결코 아니군요. 새해 첫날에 그것도 한날한시에 다 같이 도착하기 위해, 황새는 날고 날아서, 말은 뛰고 뛰어서, 거북이는 걷고 또 걸어서, 달팽이는 기고 기어서, 굼벵이는 구르고 또 굴러서, 제각기 나름대로 힘들고 어렵게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어쨌거나 마지막 바위의 참여가 단연 압권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바위에게 한 연을 따로 뚝 떼어 주었습니다. 고통과 외로움에 웅크린 존재들도 이렇듯 뜨겁게 삶에 복무하고 참여하고 있다는 엄연한 진실이 자못 의연합니다. 존재 자체가 기적입니다.

 

<매일신문> (10년 1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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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는 꽃과 나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에, 또는 스스로에게 수없이 찔리면서
사람은 누구나 제 속에 자라나는 가시를 발견하게 됩니다.

 

한번 심어지고 나면 쉽게 뽑아낼 수 없는
탱자나무 같은 것이 마음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뽑아내려고 몸부림칠수록 가시는 더 아프게
자신을 찔러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후로 내내 크고 작은 가시들이 나를 키웠습니다.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그를 괴롭히는 가시는 있기 마련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용모나 육체적인 장애가 가시가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가난한 환경이 가시가 되기도 합니다.

나약하고 내성적인 성격이 가시가 되기도 하고,
원하는 재능이 없다는 것이 가시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가시 때문에 오래도록
괴로워하고 삶을 혐오하게 되기도 합니다.

 

로트렉이라는 화가는 부유한 귀족의 아들이었지만
사고로 인해 두 다리를 차례로 다쳤습니다.

그로 인해 다른 사람보다 다리가 자유롭지 못했고
다리 한쪽이 좀 짧았다고 합니다.
다리 때문에 비관한 그는 방탕한 생활 끝에
결국 창녀촌에서 불우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절망 속에서 그렸던 그림들은
아직까지 남아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내 다리 한쪽이 짧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그는 말한적이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가시는 바로
남들보다 약간 짧은 다리 한쪽이었던 것입니다.

로트렉의 그림만이 아니라,
우리가 오래 고통받아온 것이
오히려 존재를 들어올리는
힘이 되곤 하는 것을 겪곤 합니다.

 

그러니 가시 자체가 무엇인가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뺄 수 없는 삶의 가시라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스려 나가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인생이라는 잔을
얼마나 쉽게 마셔 버렸을 것인가.
인생의 소중함과 고통의 깊이를
채 알기도 전에 얼마나 웃자라 버렸을 것인가.

 

실제로 너무 아름답거나 너무 부유하거나
너무 강하거나 너무 재능이 많은 것이
오히려 삶을 망가뜨리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사람에게 주어진 고통,
그 날카로운 가시야말로 그를 참으로
겸허하게 만들어줄 선물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뽑혀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가시야말로
우리가 더 깊이 끌어안고 살아야 할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 나희덕의 산문집<빈통의 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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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사는 것을 배운다


만약 아이가 나무람 속에 자라면, 비난을 배운다.
만약 아이가 적개심 속에 자라면, 싸우는 것을 배운다.
만약 아이가 비웃음 속에 자라면, 부끄러움을 배운다.
만약 아이가 수치 속에서 자라면, 죄의식을 배운다.
만약 아이가 관대 속에서 자라면, 신뢰를 배운다.
만약 아이가 격려 속에서 자라면, 고마움을 배운다.
만약 아이가 공명함 속에서 자라면, 정의를 배운다.
만약 아이가 보호 속에서 자라면, 믿음을 배운다.
만약 아이가 인정 속에서 자라면,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배운다.
만약 아이가 받아들임과 우정 속에서 자라면,
세상에서 사랑을 배운다.

- 도로디 로 놀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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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에 대해 한 톨이라도
그릇된 생각을 갖지 않는 것이더군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이더군요.
나의 삶이 온통 태양을 머금은 나뭇잎처럼
반짝이는 것이더군요.
내 머리 위에 맴돌던 나비 한 마리,
그 사람 어깨 위에 앉는 것이더군요.
그리해, 그 사람 없이는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것이더군요.

- 피테르 드노프, '사랑'에서 -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사랑!

 

사랑만이 당신을 두근거리게 하고,

 

사랑만이 당신을 눈물나게 하고,

 

사랑만이 당신을 반짝이게 하고,

 

사랑만이 당신을 겸허하게 하고,

 

사랑만이 당신을 살아 있게 하고,

 

사랑만이 당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 피테르 드노프 (불가리아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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