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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자유
이재구 지음 / 아마존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과거 <달동네>, <보통사람들>, <한지붕 세가족> 등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와 TV앞에선 이들에게 가족의 소중함과 소소한 행복을 브라운관으로 대신해 주는 드라마에 많은 이들이 세대와 성별, 성향을 떠나 공감했던 부분이 인류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이자 시작 단계의 커뮤니티가 가족이기 때문이고 이 가족이 튼튼해야 사회가 국가가 건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가족 이전에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은 이기적이고 가족애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비뚤어진 모습으로 불행을 야기하는 경우도 우리 이웃의 모습이다. 어찌보면 위와 같은 드라마들이 의도하는 것은 가족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해소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한번 뿐인 인생에서 가장 큰 결실임을 알아줬으면 하는 작가의 마음이 아닐까싶다.
<포기할 자유>는 가족 드라마를 꿈꿨고 그렇게 살아갔지만 결국 개인의 이기심으로 몰락하는 가족의 파산을 다룬 소설이다. 구전으로 전해들은 가족의 비극이기보다 흔히 우리의 이웃에서 한번쯤 기억해 낼만한 모습이 아닐까?
이 소설의 주인공 상준과 평산댁(미경)은 5남 4녀를 둔 전형적인 가부장이자 어머니이다. 죽은 전 처를 그리워하지만 현실에서는 무능함을 감추지 못해 술에 찌들고 가정폭력이 일상인 상준의 모습은 내 어린시절 늘 막걸리를 드시기만 하면 몽둥이를 들고 가족을 찾아다니던 초등학교 시절 내 친구의 고물상집 아버지가 떠오른다.
자식들에게도 차별이 느껴지게 대우가 다르던 시절은 늘 우리가 술잔을 기울이며 어릴적 추억을 떠올릴 때 한번쯤 언급할만한 일들이다. 이 책에서도 셋째 형구가 집안을, 그리고 위아래 형제들을 챙기지만 결국 본인이 뒷바라지한 손윗 형 형남과 바로 아래 형호, 여동생 형경 내외한테 회사를 빼앗기고 만다. 개인의 이기심을 가장 잘 파고드는 돈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노숙자 신세까지 전락한 형구의 복수에 독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까? 개인적으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쟁의 폐허 뒤에서 고도성장기를 거쳐 이제 선진국에 들어섰지만 다시 몰락의 위협에 빠진 대한민국의 경제사를 반영하듯 형구의 가족 역시 찢어질 듯한 가난에서 경제적 부를 이뤘지만 다시 추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에게 정의가 어딨고 또 추악함이 어디에 있을까? 가치판단은커녕 누구의 편도 들고 싶지 않다 형구도 다른 형제들도 가족을 넘어서는 이기심에서는 똑같다. 씁쓸하다. 그래서 더 현실적인 소설의 내용과 등장인물들 때문에 몰입감을 느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