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대한 여정 - 빅뱅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우리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유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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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비주얼리스트리들리 스코트감독의 영화 <프로메테우스>에서는 일련의 과학자들이 인류의 기원에 대해 찾아나서는 과정과 거기에서 발생하는 파멸을 SF적 상상 속에서 호기롭게 풀어낸다. 비록 후속작 <에일리언 커버넌트>를 보면 마지막 세 번째 연작을 어떻게 풀어갈지 의문시 되지만 인류의 기원이 외계 생명체의 개입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충분히 상상 가능한 영역이었고 이를 탄성을 자아낼 비주얼로 구현해 냈다는 점이다. 인류의 기원은 어디일까? 정말 이 영화처럼 외계의 영역에서 파생된 것일까? 이 영화를 <인간의 위대한 여정>의 서평에 앞서 떠올리는 점은 초기 인류에 대한 궁금증이 시작되는 촉매가 되었기 때문이다.

 

성경속 아담과 이브에 대한 묘사처럼 인간은 단순히 사육되는 개념 정도의 지능을 가진 생명체였을까? 공동체만의 언어를 사용하고 이를 후대에도 전할 수 있는 기록수단인 문자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제대로 된 문명을 이룰 수 있었을까? 워낙 희미한 흔적과 기록만으로 유추하기에는 한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책의 저자는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상에 나타나기 전인 600만년 전부터 인류에 대해 연구한 결과물은 내놨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저자는 호모사피엔스 이전 인류가 녹록치 않은 환경 속에서도 생존하고 오랜 세월을 거쳐 결국 지구를 대표하는 생명체로 이어가는 이유를 배려에서 찾는다.

문자와 언어가 생긴 이래 인간이 이성적이며 타인과의 공존을 위한 배려심을 발현한게 아니라 이미 타인을 수용하고 배려할 줄 아는, 영적인 인간이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그만큼 충격적이고 신선하다.

 

도시와 문명의 탄생도 결국 공동체를 우선하며 영속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배려심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이러한 타인에 대한 배려를 인간은 각자의 DNA속에 새겨왔다는 저자의 주장은 처음 부분을 읽을때만 해도 다소 황당했지만 어느새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할 줄 아는 인간이 이타적 유전자를 가졌기에 가능하다는 다양한 근거와 저자의 통찰을 통해 충분히 가능한 추론임을, 아니 이론임을 수용하게 된다.

 

이는 흔히 생각하는 인간의 이기적 행태와 유전자가 경쟁을 거치고 적자생존의 과정 속에서 살아남는 것이 진리라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이는 저자의 관점대로 공동체를 구성해서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얻어 온 수렵, 채집물을 나눠 먹거나, 약자인 여성과 아이를 보호하고 자신이 속하 공동체를 방어하기 위해 무기를 만들고 공동체 질서를 해치는 개인에게 죄를 묻는 것은 바로 배려를 기본으로 하는 이타심이 인간 본성에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논리라고 본다. 인류의 기원을 문화와 종교적 통찰을 통해 해석하기에 어렵게 느껴지는 선입견을 잠시 접어두고 읽는다면 무더운 여름 지적 충만을 통한 피서의 카타르시스를 얻는 성과에 만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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