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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중독 사회 - 첨단기술은 인류를 구원할 것인가
켄타로 토야마 지음, 전성민 옮김 / 유아이북스 / 2016년 5월
평점 :
20대 초반 전편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 개봉된 <터미네이터2>는 인간이 발명한 ‘스카이넷’이라는 수퍼컴퓨터가 스스로 진화하면서 자신을 제작한 인간을 말살시켜버리는 무시무시한 터미네이터를 만들어 주인공을 공격한다는 내용을 담아 음울한 디스토피아를 인간에게 선사(?)했다. 당시 섬뜩했던 점은 인간의 두뇌가 결국 인간을 파멸로 몰아 넣어버린다는 시발점 역할을 했다는 설정이었다.
그리고 20여년이 더 흘러 우리는 또한번 충격을 받았다. 차이점은 1990년대초는 영화속 설정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금은 현실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알파고가 아무리 연산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무수한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이라는 게임에서 만큼은 인간의 창의성과 능력을 뛰어 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지만 보기좋게 깨뜨려 버렸기 때문이다. 각국의 언론은 알파고의 승리로 인공지능의 능력은 물론 인공지능이 미래 인류의 삶에 미칠 영향을 열거하면서 경쟁력에서 밀린 인간은 새로운 직업을 찾던가 아니면 도태될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했다. 그야말로 편리한 세상을 위해 노력해 온 첨단기술의 향상이 우리는 물론 미래 후손을 압박하거나 위협하는 수단이 되버릴 것이라는 아이러니는 참 불편하면서도 반박할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하기만 하다.
<기술 중독 사회>는 과학기술 등 기술 일변도의 발전방향이 진정 인간을 위한 것인지 되돌아 보고 지금까지의 길이 진정 적절했는지 성찰해 보는 책이다. 최근 IT분야의 혁신적인 기술진보에 대해 구글, 페이스북 등을 창시한 래리 페이지, 주커버그 등은 마치 메시아인양 새로운 세상을 구현했다고 거드름(?)을 피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진보가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전방위적이었을까? 절대 그렇지 않음을 알 것이다. 오히려 정보의 비대칭성이 커져갔고 이들이 활약하는 미국의 빈곤율은 오히려 12~13%대에서 정체대고 있다 한다. 비단 IT분야만이 아니다. 전 분야에서 전세계 최고 파워를 자랑하는 미국의 기술은 압도적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인간의 삶의 질은 나아지기는 커녕 정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예를 든 인물들이 마치 장미빛 미래를 언급하곤 하지만 결코 사회의 병폐를 줄이는데 기술이 기여한 바는 제한적임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으며 이를 반박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제한적일까? 저자는 증폭의 원리가 기술발전에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부문에서는 기술발전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지만 비효율적인 분야에서는 기술 발전에 전혀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효율적인 부문은 결국 기술혁신과 소위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이라는데 있다. 즉, 이러한 기술혁신을 수용할 인간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효율적일지 비효율적일지 구분짓는 잣대가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결국, 기술발전과 인류가 받는 혜택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간을 배려하는 기술혁신에 있음을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인간이 전제되지 않는 기술발전은 오히려 인간에게 독이 될 수 있음을 독자들은 깨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