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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김동원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2월
평점 :
얼마 전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계적인 천재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알파고의 완승으로 끝나면서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우리 일상의 대부분을 대체하면서 노동에 기반한 우리의 소득구조마저 변화시킬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전망으로 세간이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앞으로 수십년 후에 있을 미래의 변화에 공포감을 느끼는 대중의 반응을 보며 의아해 했던 적이 있다.
정작 우리 코 앞에 닥친 위기가 있는데 이보다도 훨씬 더 미래의, 일어날 지도 모를 모습에 대해 공포감을 갖고 있으니 말이다. 무슨 말이냐면 바로 2-3년후에 IMF에 필적하는 엄청난 위기가 또한번 우리나라에 닥칠 것이며 그때는 그나마 근근히 버티던 중산층과 서민층은 붕괴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예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지지를 받고 있는데 정작 곧 닥칠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뒤바뀔 위기에 대해서는 모르거나 모른체 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는 언론계와 경제학계에 오랜 기간 종사해 온 저자가 곧 닥쳐 올 가능성이 큰 경제위기에 대해 진단하며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에 대해 지난 2014년말 2015년 경제전망을 주제로 강연을 통해 주장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 냈다.
저자는 지난 10여년간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경제상황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한 정계와 재계에 대한 비판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세계 경제의 불황으로 인해 불가항력적인 측면도 있음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아직 대한민국에게 재도약을 할 기회가 남아 있음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제성장을 통해 축적해 온 내적 동력을 잘 활용하면 격동의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닥쳐올 위기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답답함을 넘어 심리적 공황상태까지 도달할 지경이다. 저금리와 양적완화(경기부양을 위한 무차별적 통화공급)가 더 이상 약발을 받기에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실물경기 침체에 이어 금융부문이 부실화되기 시작하고 내년인 2017년부터 가계부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부채에 기반한 성장 드라이브가 본격적으로 몰락하기 시작할 것이란 예상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위기를 극복하는데 지금까지의 부채에 의존한 경기부양이나 단기적 대책에만 골몰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가 닥쳤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지만 시기를 놓친 지금에는 경제의 기본 틀 자체를 바꾸는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행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헛된 국고낭비(4대강 사업으로 날린 혈세를 생각해보라, 또 숱한 비리와 의혹을 불러 일으킨 국방사업 등도 대표적인 국고낭비의 사례라 할 수 있다.)로 인해 정작 위기대응을 위해 써야할 때는 재원부족으로 지금까지 곪아 온 경제문제는 이제 ‘고령화시대’로 인한 경제인구의 감소에 따른 성장동력 부족까지 겹쳐 더욱 회생불가로 향해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저자는 문제점을 우리 내부에서 찾는다.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가 우리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쩔수 없이 통제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국내 상황은 충분히 컨트롤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구조개혁을 목표로 한 정책 발의를 통해 국민들에게 실상을 알리고 결정을 얻어야 하며 취업은 물론 향후 경제적 측면에서도 어려운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큰 청년세대를 위해 기성세대가 기득권을 내려 놔야 한다고 조언한다.
래디컬한 표현일까? 절대 아니다. 우린 이미 이처럼 극단까지 몰리게 되었고 정치권과 재계, 기득권층과 중산층, 서민층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함으로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곧 당면할 위기 극복을 위한 총력전에 나서야 할 것임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