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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
용혜원 지음 / 나무생각 / 2016년 2월
평점 :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시가 가지는 함축과 은유의 감동과 설레임을 알게해 준 시인이 있다. 그 시인은 너무나도 유명하고 역사적인 인물도, 감각적이고 재기발랄한 시적 표현을 통해 문학적 역량을 아낌없이 과시하는 시인도 아니었다.
그 시인은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 달리 집 대문을 나서면 어디선가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과도 같았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가장의 역할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던 우리의 아버지와 같은 모습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가 풀어낸 감수성 충만한 시들이 매치가 되지 않아 생경했지만 그만큼 그가 가진 순수함이 더욱 반짝이는 듯해서 친근했고 고마웠고 그의 시들을 사랑했다.
용혜원, 그가 바로 날 설레게 만들었던 시를 선사한 그 시인이다. 그리고 그의 시는 딱딱해지고 세상사에 지친 내게 비타민처럼 상큼함으로 다가와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만들었으며 신체적 나이를 넘어서는 심장의 뜨거움은 26년전 스무살의 대학 신입생으로 타임워프 시켜줬다.
그가 <단 한번만이라도 멋지게 사랑하라>라는 새로운 시집으로 돌아왔다. 반가웠고 또 설레였다. 그의 시들이 전작과 같이 동어반복적이고 동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순수한 사랑을 외치더라도 그의 시는 내겐 충분히 가치있고 소중히 간직해야 할 그 무엇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번 신작은 그런 기대와 사뭇 다른 작품들로 가득차 있었다. 어~? 뭐지? 당황스러웠다. 예전의 그 시인의 감수성과 달리 고단한 삶과 거기서 묻어나오는 짙은 페이소스는 용혜원 시인이 실제 삶에서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 아닐까 싶은 의문과 걱정도 생겨났다.
물론 작품 중에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오랜 세월 다른 길을 걸어온 후 갖게되는 궁금증을 풀어내는 시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팍팍하고 고단한 현실의 삶이 가져다 주는 깊은 상채기에 힘겨워하는 그의 마음이 묻어난 작품들이 시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용혜원 시인의 작품세계에 아쉽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용혜원 시인이 예의 전작과 같은 아름답고 순수하며 사랑 그 정수를 다독이는 작품들로 우리의 순수성을 깨우고 흔들어주고 생명을 불어 넣어줬던 것을 고마워하고 바랬지만 그보다 이제 나도 이 분의 시와 함께 같이 더 현실을 바라보고 고단한 삶속에서 치유와 사색을 위한 동반자적 길을 같이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느끼게 된다.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이미 깨달았어야 할 나이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바라고 싶은 단 하나는 용혜원 시인이 앞으로도 작품활동을 하는데 현실이 장애물이 되지 않았으면 싶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