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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도자인가 - 박영선의 시선 14인의 대통령, 꿈과 그 현실
박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7월
평점 :
대의 민주주의는 인간이 고안해 낸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정치체제로 수용되지만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적지 않은 폐해를 드러내는 등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들이 유권자들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된 결과인지 의문시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선거과정에서 개입되는 돈과 언론플레이를 통한 이미지 조작은 후대에 잘못된 선택임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잘못된 선택을 통해 권력을 거머쥔 지도자의 거듭된 실수나 국정운영은 결과적으로 사회를 멍들게 하고 역사를 소용돌이 치게 만든다고 한다. ‘어리석은 자들이 역사를 망친다’라고 표현한 에드워드 기번의 말은 그래서 짧지만 더욱 강렬하게 우리의 뇌리를 파고드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정치에 냉소적이고 전혀 무관심한 것이 쿨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 선거날 자신의 정당한 권리인 투표권 행사가 마치 대단한 일인 양 SNS서 회자되는 게 못내 불편하고 안타깝끼까지 한 실태 속에서 진정한 지도자는 누구이고 그러한 지도자를 찾기 위해서 어떤 안목을 갖춰야 하는지 논의를 위한 장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허망한 공약속에서 자신의 본체를 감춘채 대중의 머리 위에 군림하려하는 정치인들이 솎아 내지고 건전한 정치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을까?
이미 대통령을 역임했거나 현재 차기 대통령 감으로 주목받고 있는 국내 정치인들의 이면에 담긴 그들의 정치행보를 이해하거나 해외 유명 지도자들에 대한 평가를 통해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이 길러진다면 우리의 미래를 바꾸는데 한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의도 하에 국내 공중파 방송사상 첫 여성앵커이자 야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박영선 의원이 바라본 14명의 국내외 정치인들의 모습은 이러한 의도를 상당부분 충족시켜 주리라 본다.
박의원은 자신이 언론기자 시절 만났던 정치인들을 정치인의 길로 접어든 이후에도 대면하면서 자연스레 그들의 변화와 정치적 생명의 부침을 목도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회상하며 최대한 객관적이고 민감한 부분은 역사의 평가에 양보하며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의 시선은 비단 정치적 스탠스를 같이하는 이들에서 멈추지 않고 견해를 달리하는 집권 보수정당의 대표들에게도 향한다. 이명박 전대통령의 ‘경제대통령’ 프레이밍은 결과적으로 BBK 스캔들의 치명적 약점을 덮어버렸다고 진단하며 여당에서 야권으로 말을 갈아탄 손학규씨는 철새 정치인으로 비난 받기에는 그가 가진 탁월한 정치감각과 새로운 세상의 변화를 온 몸으로 감지해 낸 ‘저녁있는 삶’이라는 캐치플레이즈가 지닌 혜안에 감탄한다. 어머니의 이미지로 아버지를 꿈꾼다고 표현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표현은 첫 여성대통령이라는 상징성은 온데간데 없이 국정운영 및 인사정책에 한계를 노출하는 박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도 포함되어 있으며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이 꿈꿨던 대연정은 당시나 지금의 정치환경에서는 너무 시기상조였기 때문에 반발만 불러 일으킨데 대해 안타까워 한다.
특히 정동영 의원에 대해서는 같은 방송사 선배이면서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되는 이력의 공통점을 통해 감정이입이 되는지 그의 정치행보에 좀 더 숨고르기가 있었다면 좋은 결과를 내지 않았을까 아쉬움도 베어 있다.
이 책은 정치인 박영선의 주관적인 시각에서 태어난 결과물이므로 정치적 스탠스를 달리하는 독자들이나 정치인의 눈에는 객관적이기 보다 다소 치우친 해석이라고 여길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저자 본인도 어느 정도 그런 면에대한 걱정을 머리말에서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면을 고려해서 바라본다 해도 이 책을 통해 지도자는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할 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할 만한 어젠다를 던져줬다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비전과 국정운영에 대한 명확한 철학을 가진 이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는 감수하고서라도 논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 감안한다면 이 책이 지닌 함의와 필요성은 새삼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