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빚으로 지은 집 -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
아티프 미안 &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7년 IMF금융위기도 이전에 급격한 환율상승, 외환보유고 급감, 경상수지 적자 확대 등 다양한 경고음이 울렸지만 정책당국은 무시했고 경제주체들은 안이했다. 당시 강경식 부총리의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견고하다’는 발언은 얼마나 국제경제상황을 오판했고 또 경시했는지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 되돌아보도 한심할 뿐이다. 그런 오판과 잘못된 대응은 기득권과 부유층의 피해보다는 전적으로 일반 서민층과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왔다.
자. 지금 우리가 처한 경제상황을 들여다 보자. 신흥 경제강국 중국의 추격으로 우리가 강점이었던 수출위주 제조업은 이미 중국과의 경쟁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일본은 꺼져가는 불빛을 살려보고자 무분별한 ‘엔저’정책으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를 악화시킴은 물론 세계 각국이 화폐전쟁의 방아쇠를 당기도록 악마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곧 2016년 경제위기설의 진원은 결코 과거처럼 무시하거나 안이한 대응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1997년은 그래도 한국경제가 속칭 ‘벌어 놓은’게 있었지만 지금 또다시 IMF급 위기를 맞는다면 장렬하게 전사할 것이다. 그리고 그 진단의 근원에는 천조가 넘는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이 자리잡고 있다.
<빚으로 지은 집>은 지난 2008년 미국을 강타했던 금융위기, 즉 대침체라는 결과에는 강력한 가계부채라는 원인(전조 현상)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빠른 시일내 가계부채를 해소하는 것이 곧 들이닥칠 대공황에 준하는 대침체를 막을 유일한 방법임을 독자들에게 깨닫게 해준다. 미국의 2008년 대침체를 근거로 가계부채의 폭발력을 분석하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대로 대한민국 경제에 적용시켜도 어느 하나 틀린 점이 없을 만큼 데자뷰를 선사하는 책이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1200조다. 어마어마하다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을 만큼 그 규모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모든 경제위기에는 가계부채의 급증이 있었다니 지금의 각계 전문가들의 경고가 결코 허투루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이 책의 두 저자는 모든 거품의 원인은 무분별한 신용확대(대출, 레버리지)가 원인임을 지적한다. 금융위기 직전 7년 새 미국 가계부채는 두 배로 늘어 14조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물론 대침체 이후 당시 묻지마 대출과 깡통주택의 희비극은 이미 경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겐 지금도 생생하기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저자는 하지만 이러한 부채급증의 결말은 결국 채무자의 몰락을 가져올 뿐 기나 긴 위기의 마지막 후 회복기에는 채권자들에게 더 큰 경제력의 집중을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채권자가 어떤 경우에도 손실을 입지 않는다면 그들은 돈을 더 많이 빌려주려 할 것이고 이는 곧 또다른 자산(집값) 거품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빈부격차의 심화가 결국 사회불안과 국가시스템의 위기를 가져오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저자는 대침체는 결과적으로 정도차이일 뿐 장기적으로 채무자 및 채권자(은행이 주로 해당된다) 모두에게 피해를 가져올 뿐이므로 정부주도로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쟁에 휩싸인 채 경제보다는 자신의 치적이나 인기에 집착하는 대한민국 정치권이 심각하게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 아닐까?
이들이 제시하는 대안에 대해서도 국내 정치권과 경제계 전문가들이 곱씹어 봐야 할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다. 대출계약을 맺을 때 집값이 떨어질 경우 하락비율 만큼 대출 원금도 줄어 들며 일부 비율을 손실위험 대가로 받도록 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에는 자본이득을 받게 되는 주식투자와 같은 원리로 이용된다면 결국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 책임을 지게 됨으로서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른 자발적인 대응이 선행됨으로서 경제위기를 예측가능하고 통제가능한 영역에 가둬놓음으로서 안정적인 경제운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 두 저자가 조언하는 부동산 관려 가계부채 해결의 핵심이다. 단순히 결과분석에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가진 효용은 많은 이들에게 가계부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