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두 번 놀라게 된다. 우선 절판된지 16년만에 재발행 되었다는 점. 또 하나는 하나의 물고기를 중심으로 엮어내는 인류의 역사발전과 지리학, 인류학에 대한 고찰과 이를 읽기 쉽게 풀어내는 저자의 스토리 텔링.

 

<대구-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이하 대구’)는 지금의 유럽과 미국의 역사를 가능케 했던 대구라는 한 물고기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최고 길이 약 1미터 50센치에 달할 정도로 큰 덩치를 자랑하면서 순백의 살코기가 선사하는 식감은 그 누구도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대구’. 이 물고기가 대서양과 북해를 장악하면서 인류는 또 한번의 도약을 하게 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스페인 서북부를 장악했던 바스크족들이 빌바오를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하면서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대구의 포획과 유통을 통한 부의 축적이었음을 설명하면서 점차 대구 포획은 현재의 그랜드뱅크스를 발견하면서 대량으로 가능해 졌다고 한다.

 

특히 향신료와 금, 은의 대량 확보를 위해 열을 올리기 시작한 아시아 탐험은 컬럼부스 등 많은 탐험가들로 하여금 중국, 일본의 서쪽 항로 발견을 위한 대항로의 길을 나서게 만들었으나 정작 중국, 일본은 발견하지 못하고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 나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존 스미스 등은 탐험의 부수적 결과로 막대한 양이 대구를 포획함으로서 거부로 성장하게 되기도 한다.

 

멀게는 바이킹의 시대 이래 등장한 대구의 인류사는 신대륙의 개척을 통해 대서양의 중심 어류로서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 미국과 캐나다에 이주한 이주민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나 정착에 성공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이 식량으로서 넘쳐나는 대구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세금 수탈 외에 대구무역을 제한함으로서 식민지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데 기여했고 16세기 노예무역이 성행했던데는 저렴하고 풍부한 대구를 주식으로 노예들을 부렸기에 가능했단다. 또한 국가간 어업전쟁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대구를 그냥 생선(Fish)’으로 부를 정도로 풍부했을까.

 

어부 출신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풀어내는 대구 이야기는 그야말로 인류문명의 발전과 궤를 같이함을 독자들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하지만 이처럼 인류역사 발전에 기여했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대구는 그 풍부함에 따른 남획으로 이제는 그 씨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멸종위기에 직면해 있다. 무려 1000년 가까이 우리와 함께한 대구의 멸종위기는 자연의 혜택을 무분별하게 남용한 인간의 위기이기도 함을 저자는 자연스레 풀어낸다. 사후약방문처럼 그랜드뱅크의 어업 중단 조치는 이미 늦은지도 모른다. 지구를 풍미했던 대구의 종말은 자연의 중요성을 간과했던 인간에게 내리는 단죄일지도 모른다.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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