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지음, 노정태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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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프로그램을 보면 외국의 스타들이 방한할 때 늘 물어보는 것이 있다. “싸이 아냐? 알면 말춤 한번 보여달라”... 한국이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비단 우리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이웃 일본이나 중국도 정도차이일 뿐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러한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에 관심가진다는 점은 중요한 한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물론 벽안의 외국인들이야 상대에 대한 립서비스가 몸에 베어 있다지만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조직, 국가에 대한 칭찬, 호감만을 듣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만약에 증오하거나 혐오한다면 당연히 싫어하겠지만 때론 병적에 가까울 정도로 외국인들의 시선에 집착한다는 느낌은 나만이 가지는 편견이 결코 아닐 것이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은 지난 2002년 월드컵의 열정을 잊지 못한 한 파란눈의 청년이 지금까지 한국과 인연을 맺어오면서 느꼈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한국인에 대한 시선이 호감과 아쉬움이 얽히고 섥히면서 그의 가슴속을 수놓았던 기억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책이다.

 

월드컵이라는 축제에 열광하는 그들의 순수함에 반했지만 지구상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 치열한 경쟁속에 도태되는 사람들의 자살율이 폭증하는 나라, 아이러니하게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국가를 짧은 기간내 세계가 놀랄만한 성장을 일궈 냈지만 이제는 그 경쟁이 스스로를 목 매게 만드는 대한민국의 한가운데서 연민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니엘 튜더는 그렇게 대한민국에 빠져들었고 또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했기에 대한민국의 숨겨진 모습도 직시하고 그마저도 사랑하려고 한다.

 

이 책을 보면 그가 단순히 2002년 월드컵 16강전에서 느꼈던 생경스러움만으로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아님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영화와 음악, 음식 등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가까이 하고 싶었던 그는 그래서 젊은이들에겐 이름조차 생소한 신중현의 음악을 최고로 치고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를 떳떳하게 말함으로서 온갖 비난에도 당당하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이 책을 읽는 시기에 저자가 최고로 쳤던 인물이며 장차 정치권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일해주길 바랬던 우주인 이소연씨에 대한 부분이다. 우주인의 자격을 얻고서 우주여행(?)을 하기까지 무려 260억원의 국가 예산이 소비되었지만 정작 이소연은 명성만 얻고 미국 국적을 얻고서 나라를 뜨고 말았다. 이젠 서운함을 넘어 비호감이 되어버린, 일신의 영달만을 쫓는 그녀가 저자의 바램대로 정치권에 나섰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찔함도 든다.

 

지엽적인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 그런 후일담이 있더라도 저자가 바라보는 대한민국과 우리들의 모습은 충분히 공감할 만한 가치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대한 그의 의견은 아직도 박정희 대통령의 시대를 넘어서지 못하는 현재의 모습을 냉철하게 들여다 본다. 경쟁의 심화 속에서 파편화되어가고 황폐화되어가며 분자화 된 우리는 서로에게 손을 내밀 따스함은 식어 버린지 오래다. 자살율이 높아져 가는 것은 비정상적인 압축성장의 부작용일 것이다. 이 외에도 영어 광풍과 한국인만의 독특한 정문화, 음식과 음악, 종교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충분한 환기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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