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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 700년 역사에서 찾은 7가지 혁신 키워드
스티븐 존슨 지음, 서영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흔히 아이디어는 이를 고안해 낸 한 개인의 지적 고민의 산물이자 특허권으로 존중받아야 할 결과로 인식되어 진다. 그런데 아이디어는 서로간의 교류를 통해 좀 더 아이디어의 질과 양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믿기 어렵고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일지 모르지만 이러한 주장을 담은 저자의 책 한권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동감하고 수긍하게 된다.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에서 저자는 아이디어의 원천이 어느 한 개인의 번뜩이는 발상을 통해 세상을 바꿀만한 혁신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명해 주며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7가지 패턴의 실상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이 원칙은 저자가 세상을 바꾼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의 사례를 통해 얻게된 통찰이기도 하다. 그리고 구텐베르크의 인쇄혁명에서부터 위성을 통한 GPS의 발명에 이르기까지 700년간의 인류 세계사 속에서 탁월한 아이디어 200개를 연구한 결과 공통적인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7가지 원칙은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이디어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잉태된다는 ‘인접가능성’, 아이디어를 자신만의 것으로 구축할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들과의 네트워크 속에서 자유로운 아이디어 교류 공간을 만들고 정보를 공유함으로서 가능하다는 ‘유동적 네트워크’ 고민 속에서 불현 듯 세상을 바꿀만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며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 속에서 아이디어의 살을 붙이고 어느 덧 조각난 퍼즐에 불과했던 아이디어들을 하나의 훌륭한 결합물로서 만들어 낸다는 ‘느린 예감’, 예감속에 있는 연관성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뜻밖의 발견’ 등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실수, 굴절적응, 플랫폼등의 원칙까지 7가지의 패턴을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특히 인접가능성의 패턴을 설명할 때 사례로 든 영아용 인큐베이터이다. 선진국의 첨단기술이 투입된 인큐베이터가 후진국에 지원되어도 곧 고장이 나고 이를 수리할 부품이나 기술이 없어서 방치되는 악순환을 본 로젠 박사가 후진국에서도 여전히 사용이 가능한 자동차의 사례를 떠올려 자동차 부품등으로 인큐베이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물음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의 발현은 훌륭한 브리콜라주(주위에 있는 것을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혁신의 공간에 대해 언급하는 이 책은 결국 도시와 월드와이드웹(인터넷)을 거론하면서 결국 아이디어는 특출난 어느 한 개인의 두뇌속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들이 밀집된 도시에서 만나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그 아이디어들이 개인별로는 의미 없거나 전혀 무관한 것에 지날지언정 결국 훌륭한 퍼즐조각이 되어 완성된 아이디어를 선보이게 된다는 점이다. 정보의 구전을 통한 공유와 사이버상의 교류는 결국 폐쇄적인 환경하에서는 절대 혁신에 부합하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으며 융합과 재융합의 과정들을 거쳐 철저하게 숙성되고 잘 다듬어져야 된다는 점이다.
그러한 경쟁과정과 필터링을 거친 후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9.11테러의 사례에서 나오듯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전 정보가 미국 FBI에 들어갔는데도 실무자들의 무시로 결국 참사가 일어났다는 점을 비춰볼 때 닫힌 네트워크를 보유한 FBI의 완패가 불가피했다는 점이다.
과학적인 분야에 우선 치중하다보니 진도가 잘 안나가는 어려움이 있지만 7가지 패턴을 하나하나 섭렵해 나가면서 느껴지는 흥미로움은 잘 안나가는 진도를 참은 독자들에 대한 선물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