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 제왕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정치학 교과서
왕굉빈 해설, 황효순 편역 / 베이직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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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적으로 가지는 자부심 중에 하나는 바로 다양한 사상의 발원지였다는 것이다. 특히 어지러웠던 춘추전국시대에 제자백가는 비록 전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분서갱유를 일으키는 등 핍박을 받기도 했지만 유교를 비롯해 수많은 사상의 시작과 발전으로 정신적인 측면에서 아시아의 중심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오랜 중국의 역사를 관통해 온 통치철학으로 발전한 유교는 동양문화권은 물론 정치사에도 큰 영향을 지금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유가 외에도 다양한 사상들이 면면히 이어 오면서 시대상황에 따라 부각되기도 하고 재평가 받기도 한다. 일례로 법을 통해 국가를 운영하고 백성을 통치하는 사상을 주장했던 법가는 한비, 이사 등의 비참한 말로로 인해 그동안 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한 통치철학으로 비춰지며 다소 외면 받아왔었만 폭풍전야처럼 혼란한 시대의 한가운데에 들어가기 전에 피로감이 극에 달하는 요즘의 시대상황을 감안할 때 법가의 사상은 원칙과 기준이 무너지고 상식이 부정되는, 불의가 횡행하기 쉬운 현대에 많은 가르침이 될 것이다.

 

<한비자>는 바로 법가 사상의 정수로 꼽히는 한비의 법, , 세에 대한 사상을 담은 책이다. 한비자(기원전 약 280233)의 이름은 한비이고 전국 말기 한() 출신이다. 원래는 한나라의 공자로 순자(荀子)에게 유가의 사상을 배웠으나 중국 고대의 이름난 사상가이자 법가 학파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한비가 순자의 성악설을 근거로 인간은 근본적으로 악하고 자신의 이익을 쫓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이익을 탐하는 인간들을 거느리거나 함께 하기 위해서는 인의를 중요시하는 유교의 기반을 두고 정치를 행하거나 조직을 이끄는 것을 경계하고 원칙을 통한 철학, 즉 법가에 몸담게 된다고 한다.

 

변방의 강력한 정권이었던 진나라의 시황제가 언젠가 한비자의 저술인 고분(孤憤)오두(五蠹)를 읽고는 깜짝 놀라며 이 책을 쓴 사람을 한번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말했으며 자신의 통일대업에 필요한 사람이라 여기고 한비자를 얻기 위해 한을 공격할 정도였다. 비록 이사의 권모술수의 희생양이 되었지만 한비자의 법가사상은 오늘날 중국은 물론 많은 동양의 국가들이 유교적 사상을 기반으로 통치체제를 가다듬었지만 엄격한 법집행과 원칙의 준수를 통해 해이해 질지 모르는 기강을 바로잡는데 이용되었다.

 

한비자의 법가 사상의 핵심은 법,,세이다. ''이란 백성들이 반드시 따라야 할 조령(條令)으로 구체적으로 정하여 복종하면 상을 받고 저항하면 벌을 받도록 한다.

''은 군주가 신하를 관직에 임명하고 일처리에 대한 검사, 신상필벌 등에 대한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가리킨다. 한비는 "군주에게 ''이 없으면 바보처럼 멍청하게 윗자리를 차지하는 꼴이 되고, 신하에게 ''이 없으면 밑에서 난리를 피우게 된다. 따라서 이 두 가지는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제왕이 천하를 다스리는 도구"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란 지위의 높고 낮음이라 한다. 통치자는 말과 행동을 떠나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영향력도 커진다. ''를 탈 줄 알면 좋은 사람도 나쁜 자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유능한 자를 기용하면 천하를 다스릴 수 있지만, 못난 자를 기용하면 천하를 어지럽히게 된다고 지적하며 통치자로서 현명한 군신은 자신의 권력으로 국가를 다스리지만, 간사한 군신은 권력으로 백성과 어진 사람을 해친다고 한비는 충고한다.

 

이 책은 법가의 사상을 집대성한 한비 이전의 법을 중시한 상앙과, 술을 중시한 신불해 등의 법가 사상적 원류를 살펴보고 한비의 생애와 한비가 몸을 담았으나 자신의 사상을 통치에 적용시켜보지는 못했던 진나라의 흥망을 들여다 보고 진 이후의 통일왕조였던 한나라에 어떻게 계승되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조조, 제갈량, 왕안석, 장거정등 중국 역사상 불후의 위인들이 보여줬던 정치적 역량과 명태조 주원장, 당태종 이세민, 청의 강건성세를 일궈낸 건륭제, 옹정제등 황제들의 통치에 어떻게 법가 사상이 녹아있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오늘날 인적자원의 관리와 기업의 마케팅 등에 한비자의 사상을 응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제왕이라면 시대의 변화와 사회 요구를 항상 잘 살피고 대응해야 함을 주문했었던 한비의 사상은 지금 숨가쁜 대선가도를 질주하는 대통령 후보들에게 필독서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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