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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통령들은 거짓말을 하는가? - 시민 권력을 위한 불온한 정치사史 ㅣ 울도 담도 없는 세상 1
하워드 진 지음, 김민웅 옮김 / 일상이상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2년 전 세상을 떠난 하워드 진은 노암 촘스키와 함께 미국내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지식인이며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웠던 학자이자 행동하는 실천가였다.
제1차 세계대전때 미국 젊은이들을 전쟁터에 내모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분개한 상원의원 로버트 라폴렛이 창간한 진보 간행물 <프로그레시브>지에 하워드 진이 기고해 왔던 글들을 모은 책이 바로 <왜 대통령들은 거짓말을 하는가?>다.
이 책은 정치적 이익과 기득권의 항구적인 이권을 유지 내지 확장하기 위해 부시 등 미국의 대통령들이 어떻게 인간의 자유와 행복, 생명의 소중함을 내동댕이 쳤는지 고발하고 있다. 평생을 반전, 평화, 인간의 행복에 초점을 맞춰 활동해 왔던 하워드 진의 일갈은 추악한 미 정치의 이면을 들춰내며 그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특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심어 놓고 지지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이라크의 후세인 등 제3세계 독재자들을 테러와의 전쟁을 명목으로 이미 저항할 수 있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상실한 나라에 석유를 노리고 침공하는 부시 전 대통령과 네오콘의 행태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어떻게 평화를 일궈나가야 하는지 대통령을 위해 본인이 직접 작성했던 연설문을 통해 극명하게 나타난다.(베트남전 철군을 가정하여 존슨 대통령에게 보낸 연설문)
미국을 방어하기 위한 군사력을 유지하되 결코 석유자본과 거대 대기업의 이윤에 복무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 군대를 보내지 않아야만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그의 논리는 국방비를 절감함과 동시에 전국민 의료보험(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를 봤다면 얼마나 후진적이고 서민들에게는 재앙인지 잘 알 것이다) 적용과 완전 고용에 가까운 실업대책마련, 깨끗한 자연환경을 추구하자고 제안한다.
지난주 공중파 방송에서 시리즈로 기획, 방영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다룬 다큐멘터리 <최후의 제국>에서 미국내 서민의 가난을 1%의 부유층과 기득권층이 서민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가면서 빈부격차의 심화와 사회불안을 다뤘는데 하워드 진이 살아있다면 어떤 행동을 실천했을지 궁금해 진다.
이 책은 읽는 내내 왜 그가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웠는지를 극명하게 나타내 준다. 제국보다는 평화를 지향하는 공동체를 원했던 그가 남긴 이 칼럼들은 반전과 평화가 왜 필요하고 지구촌의 공동선으로 항구적인 지위를 보장받아야 하는지 독자들을 일깨워 준다.
특히 책 초반에 나오는 자본주의의 암울한 미래를 전망하는 글은 개혁개방으로 소련의 해체가 눈앞에 닥친 1990년 11월의 칼럼이 아닌 바로 지금 2012년 11월의 칼럼으로 생각해도 전혀 낡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논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의 혜안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우리는 자본주의가 다른 모든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정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순진하고 낭만적인 생각은, 최근 격변을 겪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동유럽 국가에 대대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판국이다. 우리는 이 자본주의라는 것이 이제는 낡아버린 체제이고, 전 세계 모든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올 뿐이라는 점을 각성시켜야 한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해결책을 찾으려 해도 결국에는 처참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모두에게 일깨울 필요가 있다”(본문 44-45페이지중)
이 칼럼이 게재되고 얼마후 소련의 붕괴와 독일의 통일로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진정한 의미의 공산주의는 현실에서 적용되지 않았지만...)에 승리했다고 구미 지식인층들 사이에 팍스 아메리카나가 더 강화되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당시 자본주의의 이면에 담긴 추악함을 파악하고 그 종말을 예상하는 지식인들은 하워드 진을 포함해 불과 몇 명 안됐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들의 거짓말은 비단 미국에만 한정지을 수 없다. 정도 차이일 뿐 우리나라의 현 대통령과 역대 대통령들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지성인으로서 상아탑안에서 펜대만 굴리는데 만족하지 않고 직접 현장에 나가 자신의 목소리와 소외받고 차별받던 이들을 위해 함께 했던 용기있는 실천가 하워드 진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빈다. 그리고 서민을 외면하고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어떤 짓도 서슴치 않는 가진 자들과 그들에 복무하는 정치꾼들의 반성을 요구하는 국내 지성인들의 각성을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