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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몰락 - 보수 시대의 종언과 새로운 권력의 탄생
박성민 지음, 강양구 인터뷰 / 민음사 / 2012년 2월
평점 :
지난해 진보와 보수의 격돌을 야기시켰던 어젠더인 '무상급식'은 전면실시를 거부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주민투표를 통한 결정에서 시민들이 진보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를 낳으면서 진보성향의 새로운 시장을 탄생시킴과 동시에 보수 정치세력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는 '안보와 성장'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해방이후 지금까지 국내 정치를 주도해 왔던 보수(솔직히 이들의 뿌리를 찾아보면 보수라 불러주는 것도 대단한 관용이다. 보수의 전형적인 모습인 국가와 민족을 우선하는 민족주의는 눈꼽 만치도 없으면서 계속적으로 한반도를 주도했던 외부세력, 일본과 미국에 빌붙어 탐욕에 눈이 멀어 개인적인 부를 축척해 왔던 이들이 지금의 상위층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진영이 향후 지금까지 향유해 왔던 위상을 유지할 수 없는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점을 확인시켰기 때문이다.
MB정부의 거듭된 실정과 지금의 사회중추세대인 3,40대가 피흘려가며 쟁취해 냈던 민주주의의 후퇴, 극심한 빈부격차의 심화로 중산층이 몰락되면서 표면으로 대두되는 사회불안의 암울한 현실은 더 이상 보수가 주도하는 시대와 정치 지형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야당의 오판으로 발생한 총선 패배와 진보에 암적 존재로 그 실체를 드러낸 주사파(NL)의 종북주의와 제도권 정치로의 진출의 악재는 연말 대선 또한 보수세력의 완벽한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전제하더라도 보수 주도의 정치상황은 점차 몰락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정치의 몰락>은 최근의 정치상황을 보수시대의 종언으로 규정짓고 새로운 정치의 탄생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고 어떤 정체성을 지닐지 분석하며 대통령 선거 전 지금의 정치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본다.
대표적인 정치 컨설턴트인 박성민 대표와 진보언론 프레시안의 강양구기자의 대담으로 엮어진 이 책은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소설가 이문열의 작품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에 나온 문구를 인용한다. "지금의 이 난리법석은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는 전야인가? 아니면 길을 잃고 자포자기하는 마지막 밤인가?" 지금의 정치상황이 새로운 시대를 기대하는 전야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바라보고 변화를 주도해야 할지 두사람의 대담은 그 길을 모색한다.
그 길을 찾는데 있어서 박성민 대표는 민의의 반영을 통한 민주주의의 회복과 성숙한 정치의 구현을 위해서 촛불집회보다 투표를, 투표보다 제도의 확립이 더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지난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군사정권 타도와 개헌이라는 전략적이고 전술적 목표를 통해 똘똘 뭉쳤던 야당과 재야단체, 학생운동권이 군사정권이었던 민정당과 대타협을 통해 만들어낸 6공화국 헌법이 결국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온갖 법제도의 근간으로 자리 잡았음을 주목한다.
지금의 반한나라당(새누리당)에 대한 세대별 정서에 대한 분석과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의 탐욕이 낳은 빈부격차가 대중의 분노를 야기시켜 새로운 정치지형을 낳을 것으로 진단한다.
그 조짐으로 내다 보는 것이 바로 보수를 지탱해 왔던 일곱기둥의 흔들림이라고 박성민 대표는 지적한다. 지식인의 보수에서 진보로의 이동, 조⋅중⋅동 보수언론의 영향력 악화, 보수권력을 유지하는데 풀뿌리 역할을 해 왔던 기독교의 쇠퇴, 문화의 진보로의 좌클릭화, 대기업에 대한 반감 상승, 권력기관의 위상 약화, 정당의 인재부족으로 인한 위기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정치지형의 변화속에 끊임없는 진보박멸과 보수타도의 소모적 대립에 대한 해소방안으로 반대파의 승복을 얻어낼 수 있는 가능한 수치인 75%의 지지를 위한 방법으로 중대선거구제도를 제시한다. 그리고 올해 대선을 앞두고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안철수 현상'이 '안철수 시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진단한다. 정치인이 지도자로서 가져야할 세가지 이미지 즉, 브랜드, 스토리, 정체성 중에서 정체성이 부족하고 약한 고리중에 하나임을 지적하는 이 책은 대중이 열광한다 해서 안철수 교수를 '진보의 메시아'인 것처럼 받아 들이는 시류를 경고한다. 안철수 본인의 정체성은 좌파도, 진보도 아니기 때문이며 대화와 타협을 통한 여의도 정치의 도출과정을 CEO의 시각에서 불필요한 시간낭비로 보는, 기업가 안철수가 가지는 정치인 안철수로의 한계를 지적한다.
대중이 원하는 지도자의 출현을 위한 조건과 정치에 경험 많은 이들이 구악으로 치부되며 배척되는 국내 정치 상황을 걱정하며 이를 극복하고 화해의 정치와 새로운 정치를 위한 이 책의 대담이 진정 대중이 원하고 국민이 바라는 정치의 탄생을 위한 좋은 밀알이 되길 기대해 본다.
물론 이 책도 아쉬운 점이 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감정 조장을 통한 지역 할거 구도가 아무리 3김 시대의 종언으로 약화되었다 해도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언급조차 않했다는 점은 정치의 몰락을 진단하는데 중요한 진단항목을 제외해 놨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SNS서비스의 활성화로 인해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한 정치참여 및 의사표현이 종국에는 정당정치를 몰락시킬 것이라는 예상은 시기상조일 듯 싶다.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변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단순히 온라인을 통한 의사소통이 소통방식 그 자체만으로 큰 영향을 준다 해도 지지자와 당원의 조직을 다지는 방식으로 지지계층을 넓혀가는 아날로그식 방식이 앞으로도 당분간 유효할 것이기 때문에 정치 수단의 변곡점이 되기에는 어렵다고 본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치의 혁신을 통한 삶의 변화를 꿈꾸는 다수의 독자, 대중들에게 반드시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는 점에서는 전혀 이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