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 본 세계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
클라우스 베르너 로보 지음, 송소민 옮김 / 알마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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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토피아가 별거 있겠는가? 차별 없고 누구나 다 행복을 누리며 최소한의 의식주가 해결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유토피아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럴까? 하긴 앞에 언급한 삶이 유토피아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삶이 보장받기 어려운 곳이 바로 현실이기 때문에 생각이 드는 것이리라.


세상은 불공평하다. 가진자들은 자신의 부를 이용해 손쉽게 더 많은 부를 쌓아 올리지만 서민들은 언제 최하층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나락에의 공포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버텨가기만 한다.

<왼쪽에서 본 세계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는 '글로벌화'라는 미사여구 속에 웅크리고 있는 공포,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가진자가 더 부를 쌓아올리면서 나타나는 양극화가 어떻게 세계를 신음속에 몰아넣는지에 대한 르포다.


가진자로 대표되는 다국적콘체른(다국적 기업)들은 어린이 노동, 환경피해, 무기거래, 동물학대를 서슴없이 자행하면서 이익을 올리는데 혈안이 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현하는 표상으로서 존경받는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과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 빌게이츠가 세운 빈곤퇴치와 환경피해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세운, 공익을 위한 기부재단의 재산은 376억달러에 달하지만 실제 공익사업에 출연되는 재산은 5%에 불과하단다. 오히려 이 재단 재산의 대부분은 극빈층과 후진국 국민들을 불행에 빠뜨리는 대기업에 투자되었다고 한다.


 게이츠 재단은 나이지리아 홍역예방과 소아마비를 위한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위해 1억 6700만 유로를 지원한다지만 이 재단은 나이지리아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석유를 태워 수백가지 독성물질을 뿜는 셸, 엑손모빌, 토탈 등 석유기업에 투자해서 두배의 돈을 벌어들였다.


이 책은 이처럼 이율 배반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어떻게 후진국과 빈곤층을 나락으로 몰아붙이며 또 중산층 마저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지 보여준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와 신자유주의자들은 세계는 단지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거래물건일 뿐임이 이 책에서 극명하게 고발된다. 핸드폰에 들어가는 중요 금속인 탈탄을 얻기 위해 콩고의 내란을 조장하고 반군에 자금을 지원하는 바이엘 콘체른의 비리는 탐욕의 끝이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혀를 내두르게 한다.


페이지가 증가하면서 분노는 정점에 치달은다. 분노와 변화에 대한 욕구를 독자에게서 불러일으킨다면 자신의 목적은 달성한다고 서문에서 저자가 말하듯이 이 책은 현실에 눈을 감아 버리고 자신의 버거운 하루만 관심을 갖고 있는 우리들에게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


'왼쪽=진보, 평등, 개혁'이라면 반동의 현실에 하루빨리 각성해야 할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점과 시스템의 한계를 가리고 개인의 능력차이로 몰아붙이는 신자유주의주의자들의 궤변에서 벗어나 최소한이라도 삶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미래를 우리 아이에게 주기 위해서라도 참여하는 인간으로 변해야 함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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