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있다 샘깊은 오늘고전 13
이경혜 지음, 정정엽 그림, 허균 원작 / 알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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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작가의 감성을 정제된 언어로 은유하고 비유하며 때론 격정을 표현하는 등 자신을 드러내는 장르다.  동시대의 작가들의 시 세계는 매체를 통한 인터뷰나 자신이 직접 서술한 책의 서문, 후기 등을 통해 창작 의도와 배경을 알 수 있지만 옛 선현들의 시는 대부분 작가가 살아갔던 시대상과 가족사등을 통해 그가 느꼈던 감성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 달리 생각하면 그렇기에 옛 선현들이 남긴 시는 그속에 어떤 마음을 간직하고 살았는지 가늠해보는 매력과 차근차근 접근해 가는 흥미가 남다르다.


<할 말이 있다>는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의 시중 일부를 의역하여 낸 책이다. 책 앞부분에서도 나와 있듯이 허균의 시에 대해 정확한 해석보다는 그의 결코 순탄치 않았던 삶이 그의 시에 끼친 시대정신과 행간에 녹아 있는 아웃사이더적인 기질을 되새기며 인간 허균에 대한 깊은 매력을 느끼게 하다. 허균의 인간적 측면을 유추하기 위해 선택한 시들을 번안에 가깝게 엮은 것은 시 자체에 대한 해석에 주력하기 보다 허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데 더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며 이를 저자도 인정하기 때문이다.


여류 문인으로 유명했던 허난설헌의 동생이기도 했던 그는 청춘의 한가운데에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임신한 아내의 출산후 사망과 아이마저 기아에 허덕이다 잃어 버리고 노모마저 하늘로 보내는 비참함을 겪는다. 그런 아픔 속에서 삶을 살아갔던 허균의 심정이 반영된 시들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의 제목은 그가 이이첨과 손을 잡고 정치의 주류에 뛰어 들었다가 오히려 이이첨에게 제거 당하면서 형장에서 마지막으로 외쳤던 말이라 한다. ‘할 말이 있다’는 무엇을 뜻할까? 무엇을 원했기에 그런 마지막 발언을 했는지 몰라도 그의 시와 시에 대한 해설을 통해 역자는 독자들에게도 인간 허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준다. 각기 ‘할 말이 있다’가 무엇일지 상상해 보라며 말이다.


가장 궁금한 것은 이 책의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다시는 시를 읊지 않으리라’는 시를 끝으로 더 이상의 그의 문집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왜 글 짓는 것을 헛된 마음 고생에 천금을 다 털어 부었다고 언급했을까? 역자인 이경혜씨 역시 마음속 깊은 변화에 대해 남긴 글이 없기에 추측만 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한다. 진정 그가 말하고 싶었던 ‘할 말’은 무엇이었을까? 허균이 남긴 시와 그 시를 해석하는 역자의 글을 읽으면서 허균과 그의 시를 바라보는 나만의 궁금증이 커져 감은 ‘홍길동전’의 저자이고 역모를 꾀하다 능지처참을 당함으로서 삶을 마감한 역사속 허균에게서 좀 더 깊이 있는 관심과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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